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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최근연재일 :
2018.09.26 20: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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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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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98
글자수 :
190,439

작성
18.08.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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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
글자
11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15

DUMMY

어느덧 개학을 하여 2학기 첫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 밝아왔다.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침 일찍 아론은 교장실로 불려갔다.

호드 교장이 그에게 문서 하나와 함께 신분증을 내밀었다.

금박처리가 된 신분증은 평민의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날 만큼 화려해 보이는 것이었다.

“교칙은 지켜져야지. A구역은 작위를 가진 가문의 자제들만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정확히 명문화되어 있으니 아론군의 신분도 바꿔줄 필요가 있네. 나중에 신분 때문에 꼬투리 잡히거나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되는 걸 막기 위함이니 받아들일 수 있겠지?”

아론은 신분증을 펼쳐보았다.


[라오니 왕국. 도네이런 영지, 아놀드 하베츠 남작가의 장남.]


단승귀족으로 영지가 없으며 작위를 자식에게 세습할 수 없는 명예 귀족이었다.

단승귀족은 전공을 세운다거나 왕국에 큰 기여를 한 자에게 내려진다. 혹은 백작 가문 이상의 고위귀족들의 자제들 중 세습하지 못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직위였다.

한 대에 한해서만 작위를 인정하기 때문에 그 자식들은 알아서 먹고 살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당연히 영지를 다스리는 세습귀족과는 신분차이가 크다 할 수 있었다.

“아놀드 남작이 누굽니까?”

“본데오 해협에서 칠일 간 벌어진 해적들과의 전투에서 공을 인정받은 자로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네.”

“······.”

“작년이지. 알톤 산맥에서 아들과 함께 탐험 중 실종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네. 아놀드 남작의 아들이 마침 자네와 같은 나이고 실종된 후 우리가 손을 써둔 상황이라 생각하면 되네.”

“실종이면 살아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실종소식을 듣고 인근 지리에 밝은 자들을 수배해 산맥을 뒤졌는데 마지막 흔적이 애석하게도 안살도 계곡이었어.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금기 구역에 발을 디뎠더군.”


안살도 계곡.

개미굴처럼 지하 깊숙한 곳에 형성된 지하수로를 포함한 거대한 계곡으로 알톤 산맥에 생명을 불어넣는 물줄기 중 하나였다.

그곳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하나같이 기이하여 인육을 먹는 놈도 있고, 다섯 걸음을 못가 죽어버리는 독성을 가진 식물들도 많다고 알려진다.

수억만 마리가 떼를 지어 인간을 덮치는 해충도 있다. 인간 신체에 나있는 구멍을 통해 침투하여 알을 까고 장기를 파먹는다고 알려졌다.

그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물속에 서식하는 수중생명체들인데 작고 빠른 물고기 형태도 있고, 말미잘처럼 수많은 촉수를 곳곳에 뿌려놓은 강장동물도 있다.

공격성이 강하고 하나같이 치명적인 것들이라 산맥의 들짐승조차 얼씬거리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그 뿐인가.

안살도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바로 그곳이 ‘뱀 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계곡의 암석과 수변에 서식하는 뱀들이 많았다.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독사를 포함한 거대한 몸집을 가진 뱀들이 수십 마리씩 모여든다고 하니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고서야 살아남을 수 없다.

무엇보다 그곳에 가봤자 건질 것이 없어 언젠가부터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다.


책에서 본 적이 있어 아론은 더 이상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충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상태로는 안 됩니까? 차별을 받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힘으로 눌러버리면 되니까.

사냥꾼 아버지 던버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또 다른 가짜 아버지를 내세운다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고.

“그저 형식적인 절차라고 생각하면 되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입니다. 언젠가 들통날겁니다.”

“어차피 해가 바뀌면 자넨 마탑으로 가지 않나. 그리고 자네 신분에 관한 것은 교장인 내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살펴 줄 것이니 염려 말게나. 만약 그걸로 물고 늘어지는 놈이 있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겠네.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귀족사회는 복잡하고 예민하다네. 자네의 능력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순간 그들은 자네의 뒤를 파고 들 거야. 그래서 적법한 신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거야.”

호드 교장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었다.

30년간의 아카데미를 책임진 그다.

누구보다 이곳 생리를 잘 알리라.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허허. 물러날 줄도 아는구먼. 잘 생각했네.”

--


아론은 새로 배정받은 교실로 이동했다.

2학기가 되면서 학급배정도 모두 바뀌었는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뜨기 마련인데 아론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지 평소처럼 무덤덤한 얼굴로 등교했다.

학문수업을 하는 교육동은 B구역과는 하늘과 땅차이만큼이나 비교가 됐다.

지방 분파의 건물과 오대세가의 전각 정도의 차이랄까.

건물의 규모부터가 달랐고, 복도엔 연회장이라도 되는 듯 붉은색 카펫이 깔려있었다.

건물은 고급 자재를 아낌없이 써서 지었고, 각종 고가의 소품들로 꾸며진 교실은 귀족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사치스러운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심지어 서른 명에서 마흔 명이 한 반으로 구성된 B구역과 다르게 A구역은 한 반의 인원이 열 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두 배나 넓은 교실을 사용하니 휑할 지경이었다.

책상은 어떠랴.

서너 명이 앉아도 충분할 정도로 길고 넉넉했고, 고급 목재를 가공해 그 은은한 향이 코끝에 맴돌았다.

의자는 학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푹신한 소파 같았다.


아론은 교실을 둘러보다 구석 창가 자리를 골라 앉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가 과할 뿐 큰 감흥은 없었다.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는 중원에서도 중앙관리, 거대 상단이나 표국, 문파의 수뇌들 중에는 몸에 금칠을 하고 다닐 만큼 겉치레가 심한 자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느 세상이든 인간 사회에서는 늘 존재하는 빈부의 격차를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교단 옆에 요상하게 생긴 서랍장 크기의 상자 같은 것이 있었다.

마나의 기운이 느껴져서 열어보았더니 차가운 냉기가 풀풀 올라왔다.

그 속에는 음료와 간식들이 담겨져 있었다.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마법진이 새겨진 냉장고였다.

게다가 책상마다 머리 위로 개인별 조명까지 설치되어 있다.

성이나 고위귀족의 가옥이 아닌 한낱 교육기관의 교실이 이랬다.

‘교장은 굉장히 소탈한 사람이었군.’

교장실의 내부 장식들은 그야 말로 평범했으니 세삼 그가 달라 보인다.

아론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냉장고에 새겨진 마법진에 관심을 두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마법이라는 것이 전기나 전자제품이 없는 이 시대에 너무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제 2학기만 마치면 마탑으로 가니 그곳에서 마법을 대성해 진리를 깨우치리라.

--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모두 처음 보는 아론을 힐끔 쳐다볼 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정장이나 캐주얼한 복장에 나비넥타이, 심지어는 보석장식이 박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 소녀도 있었다.

머리부터 신발까지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들.

그에 비해 아론은 검술수련 때 입는 무복을 입었으니 눈에 띠지 않으려도 띨 수밖에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몇몇 아이들에게서 무시의 눈길이 찔러 들어온다.

귀족들끼리는 연회다, 파티다 하며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서로 모여 친목을 다지니 어릴 적부터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고 있었다.

즉 복장도 형편없고,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아이라면 어디 변방 영지의 가난한 단승귀족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보는 눈은 정확했다.

아론의 신분이 딱 그것이었으니까.

아론은 그런 눈길조차 무시한 채 창밖만 바라보았다.

머릿속엔 방학 내내 고민했던 정령술에 관한 것으로 가득했다.

아직 눈에 띠는 성취가 없어 자꾸만 초조함만이 가슴을 지배하고 있었다.

겨우 절정의 경지에 발을 디딘 아론은 중원이었다면 마교의 혈사대 대주 정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고 까마득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생에서 가장 성취가 빠르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어! 누구?”

레이스가 달린 하늘색 원피스 차림의 여자 아이가 아론의 옆자리에 자리 잡으며 물었다.

웨이브를 준 옅은 브라운의 머리를 예쁘게 말아 올린 소녀였다.

칙칙한 평민 아이들을 보다가 귀족자제를 보니 확실히 외모에서부터 그 차이가 확연했다.

그러나 이곳은 검술 아카데미.

검을 쓰는 무인이 어찌 저런 차림으로 학문을 배운다 할 수 있는가.

마음가짐부터가 이미 걸러먹었다.

중원이었으면 사부가 대노하며 사문에서 내쳤을 일.

아론은 복도 쪽을 바라보았다.

복도에는 교실까지 따라온 자제들의 호위 기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 누군가가 아론에게 강한 기운을 쏘아대며 무섭게 노려본다.

옆에 있는 여자아이의 호위기사인가 보다.

아론은 그런 기사를 무시하고서는 대답했다.


“아론이라 한다. 2학기부터 여기서 교육을 받을 거다.”

“아론? 처음 듣네. 어디 출신이야?”

“아놀드 하베츠 남작가.”

“하베츠 가문? ···그렇구나.”

표정을 보아하니 아놀드 남작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도 무시하지 않고 밝게 대해주니 그게 어디인가.

“도네이런 영지 출신이지.”

“그... 그랬구나. 난 셀린이야. 셀린 쥬디안.”

설마 영지 이름조차 모른단 말인가?

하긴 도서관에서 대륙의 지리를 익히며 기억해 둔 라오니 왕국 도네이런 영지는 산맥과 가까웠고 변방 중에서도 작고, 비중이 없는 곳이긴 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힌 셀린이 두 눈을 반짝거리며 아론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그렇군.”

무심하게 답한 아론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아론의 머릿속엔 정령술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채워졌다.

방학 내내 기숙사에 박혀 고뇌하고 정령 소환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애매한 경계선상에서 아론은 헤매고 있으니 포기하기도 뭐했다.

마법사가 재능을 타고나듯 선천적으로 대자연과의 친화력이 높아야 한다는데 도대체 그 친화력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란 말인가.

무위자연을 말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이다.

사람의 힘이 닿지 않은 세상 스스로 존재하는 그 자체.

우주 만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자연의 법칙이나 섭리를 이해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입고, 더불어 살거나 벗 삼는 것으로 부족하다.

친화력과 관련된 문제는 깨달음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얘!”

셀린의 앙칼진 목소리가 쏘아져왔다.

“?”

“나 몰라?”

“몰라.”

“······.”

자신을 몰라본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한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인지 조금은 멍한 얼굴을 한 셀린이다.


작가의말

아론이 어느 정도 컸으니 이제 좀 패고 다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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