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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최근연재일 :
2018.09.26 20: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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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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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98
글자수 :
190,439

작성
18.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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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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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
글자
11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5

DUMMY

땀을 뻘뻘 흘리며 끌고 온 것은 다름 아닌 다 큰 암컷과 수컷 멧돼지 한 쌍.

두 마리의 멧돼지는 정확히 관자놀이에 박힌 돌멩이로 인해 즉사했다.

멧돼지를 가지고 온 병사들의 얼굴엔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시... 십인장님이 가리킨 곳으로 가니 아니 글쎄 이놈들이 죽어 있지 뭡니까?”

“이 산에 이리 큰 멧돼지가 사는 건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이거 우리가 먹을 식량 맞습니까?”

아론이 군침을 흘리는 병사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먹을 음식이지. 이제 돌아가자.”

--


병사들은 멧돼지 두 마리를 사냥하고 돌아온 아론 일행을 바라보며 환호했다.

토끼나 날다람쥐조차도 구경하기 힘든 곳이다.

귀족들이라면 먹을 게 어디 있냐며 오히려 병사들을 닦달하거나 풀떼기나 뜯어오며 먹으라고 할 줄 알았는데 도시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멧돼지 고기라니.


“모두 편히 쉰다.”

십인장 아론의 명령에 병사들은 진짜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휴식만 취했다.

아론은 주변에서 땔감을 구해와 불을 지폈다.

화악.

손에서 일어난 화염 마법에 장작은 순식간에 타들어가 화력을 높였다.

삼매진화(三昧眞火)로 쉽게 불을 피울 수 있지만 이런 일상에서 마법을 사용해 연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직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보여줄 생각은 없었기에 몰래 불을 피워야 했다.

너무도 빠르게 맨손으로 불씨를 당겨 모닥불을 피우자 몇몇 병사들이 신기해하며 물었지만, 아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언제 불을 피웠지?”

“파이어스틸을 가지고 계신건가?”

“역시 뭔가 있었어. 우리 십인장님은 보통 분이 아니셨어. 내가 그랬잖아. 그 동안 봐왔던 귀족 자제분들과 다르다고!”

병사에게 단검을 빌린 아론은 멧돼지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정맥을 정확히 찾아 목을 딴 후, 피를 제거하고 가죽을 벗겨냈다.

단검이 지나간 자리는 깔끔하게 뼈와 살이 발라졌다.

그의 손놀림은 노련한 사냥꾼들 못지않았다. 아니 여태 본 적 없는 경이적인 속도로 도축을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고기 덩어리들이 부위별로 쌓였고, 아론은 나뭇가지를 이용해 굽기 좋게 손질까지 해주었다.

언제 구해왔는지 양념대신 허브 종류의 잎을 꺼내 자잘하게 돌로 빻은 후 생고기에 발랐다.

장작 위에 고기를 올려놓으며 아론이 말했다.

“손질한 고기는 그냥 구워 먹으면 된다. 양은 충분하니 마음껏 먹어라. 이제 마실 것을 구하러 갈 테니 둘만 따라와.”

아론은 그리 말하고 또 숲으로 사라졌다.


병사들은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역시 배운 귀족은 뭔가 다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기의 기름이 빠지고 노릇노릇하게 익었을 때 쯤 아론이 두 병사와 함께 나타났다.

세 사람의 손에는 체론이 들려있었다.

조롱박과 생김새가 유사한 과실류인데 중원의 것보다 훨씬 크고 맛이 무척이나 써 식용으로 사용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체론의 껍질은 깊고 넓은데다 단단하기까지 해서 물동이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

근처 계곡에 가서 새물 유입구에 흐르는 물을 떠온 것이다.

그냥 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체론 물동이에는 빨갛고 작은 열매들이 물에 둥둥 떠 있었다.

산에서 자라나는 수만 종의 열매들은 잘 알지 못하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 속에는 복통, 설사를 일으키거나 심하면 독이 포함된 것도 있고, 작은 기생충이 알자리로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론은 대륙에 서식하는 식물과 열매에 대한 지식은 누구보다 해박했다.

양손에 들고 온 총 6개의 체론 물동이를 병사들 사이사이에 놔두었다.


“왕국을 위해 힘쓰느라 고생이 많을 텐데 오늘만큼은 실컷 마시고, 배 채워라. 그리고 이제 곧 해가 지는데 따로 보초는 서지 않는다. 주변 안전은 내가 책임진다. 다행히 오늘은 날이 좋아 야숙하기 좋으니 편히 수면을 취해도 된다. 명령이니 따르라. 그럼 내일 아침에 보도록 하지.”

아론은 그렇게 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가운데 병사들은 잘 익은 고기 덩어리에서 흘러나오는 구수한 냄새를 참지 못하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부위별로 손질을 잘해놔서 굽기도 편했고, 허브 때문인지 그냥 먹어도 누린내도 나지 않았다.

별미가 따로 없었다.

그때 한 병사가 목이 말라 체론 물동이에 있는 물을 마셨다.

그 병사의 두 눈을 부릅떠졌다.

“이... 이건.”

“왜 그래? 맛이 이상해?”

“그게 아니라. 수.. 술이야.”

“술?”

“술이라고?”

고기를 입에 가득 넣은 병사들이 급히 삼키고선 너나 할 것 없이 물동이에 담긴 물을 마셔보았다.

정말 알싸한 것이 혀를 짜릿하게 자극했다.

이런 맛은 생전 처음이었다.

귀족들이 마시는 숙성시킨 비싼 과실주보다 그 맛이 더 탁월했다.

목 넘김은 부드럽고, 입안에 감도는 과일향은 정수리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고기의 느끼함마저 깔끔하게 잡아주니 밤새도록 마셔도 부족할 것 같았다.

“이거 이대로 괜찮은 거야?”

“명령이잖아. 이거 전부 십인장님이 마련해 주신 거니 죄가 될 게 뭐가 있겠어. 안 그래? 모두 즐기자고.”

“그래그래. 일단 마시고 생각하자.”

그날 열 명의 병사들은 아론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달리하며, 오랜만에 배불리 먹고, 마셨다.

---

조원들은 그야 말로 휴가 나온 기분이었다.

십인장 아론은 자식을 위하는 마음만큼이나 병사들을 아꼈다.

아무리 경합전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넘치다시피 구해다주고 병사들이 누울 자리에 기둥을 세우고 잎이 넓은 나뭇가지를 지붕삼아 덮어주며 새벽이슬을 피하게 했다.

하루 전부를 병사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누워 자든, 산책을 하든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삼일 째 날이 밝았다.

병사들은 야영지를 스스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놀고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몸이 근질거려서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사실 숲에 위험요소가 없어 주변에 덫이나 함정, 목책을 세우는 일 등은 무의미하나 얻어먹은 것이 있으니 십인장에게 뭐라도 보답해 주고 싶은 병사들이었다.

“서두르자고. 야영지 방벽구축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 십인장님이 잘 모르셨나본데 목책이라도 세우면 점수를 얻는데 도움이 될 거야.”

병사들이 십인장을 위해 자진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진심어린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채점자이자 감독관인 드쿤과 듀란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열심히 펜을 굴리고 있었다.

드쿤은 보고서를 쓰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마치 뇌물을 받은 것처럼 점수를 차감할 부분 없이 칭찬 일색이다.

“이거 너무 싱겁게 끝나겠습니다. 행정관님, 이쯤되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역전이 불가능할 정도아닙니까?"

“잘 싸우기만 하면 최고가 되는 기존의 최종 경합전 방식이 바뀌어서 참가자 모두 혼란스러울 겁니다. 아론 군은 정말이지 적응을 잘하는 군요.”

“지금 다른 곳은 시끄럽다죠?”

“삼일이 지났으니 슬슬 먹고 자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불만사항이 터져 나올 때입니다. 아카데미 십인장들이 얼마나 그것을 잘 추스르고 일어설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가름 날 겁니다.”

“귀족들이 직접 먹을 것을 구하고 잘 곳을 마련할 일이 있었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십인장분들이 병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다음 지시 사항이 내려오는 게 오늘이죠?”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삼일 째가 되면 새로운 과제가 하달된다는 통보는 받았습니다.”


병사들이 주변 땅을 고르고 있는 모습은 꽤나 열정적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칼라발 부대의 병사들과 같은 복장을 한 이였는데 그는 아론의 병사 진영을 둘러보고 눈에 담더니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병사는 잽싸게 자신의 진영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방금 본 병사들과는 정반대로 기력도 없고, 의욕도 없어 보이는 병사들이 나무기둥에 아무렇게나 기대있었다.

과장을 보태면 패잔병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삼 일간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다.

어렵게 잡은 물고기는 먼저 십인장의 입에 들어가고, 남은 것이 병사들에게 돌아가니 양은 항상 모자랐다.

염탐을 한 병사는 지쳐서 힘이 없는 동료들을 가로질러 자신의 십인장을 찾아갔다.

까맣게 탄 민물고기를 뼈째로 씹어 먹고 있는 자가 보였다.

“다녀왔습니다. 도련님.”

병사가 조심스레 말을 걸자 남자가 물고기의 그을린 부위를 바닥에 뱉어내며 고개를 들었다.

로만 데보르.

3학년인 그는 이번 경합전의 우승 후보 중 단연 앞서는 기량을 뽐내는 자였다.

많은 이들이 로만이 우승하리라 점치고 있는 상황.

로만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 자신의 적수는 없었다.

있다면 3학년 중에 몇몇과 1학년에 후작가 데르얀 플레어 대공 정도가 눈에 거슬리는 상대이긴 했지만 포효하는 사자 데보르 가문을 절대 넘지 못할 것이라 장담했다.

“말해.”

로만이 묻자 병사가 재빨리 대답했다.

“제가 학도님들 진영을 대부분 둘러봤는데, 아론이라는 학도님 진영이 심상치 않습니다. 멧돼지를 어디서 잡았는지 두 마리나 사냥했고, 오늘은 산양까지 잡아서 병사들한테 먹였습니다.”

병사의 말에 로만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는 차분했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 할 정도로 성숙한 자였다.

전방 부대에서 경합전이 펼쳐졌다면 야만인이든 적국이든, 몬스터든 전투를 통해 점수를 확보할 터인데 난데없이 씨스루의 이름 없는 야산에서 생존이라니.

과거와는 다르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과제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었다.

그래서 심기가 매우 불편한 정도였다.

“여기 그런 산짐승 없다며?”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도련님. 전에 큰 흉작이 든 이후 짐승들이 깊은 곳으로 다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사냥을 했는지 원.”

“다른 조 상황은?”

“산짐승 사냥에 성공한 조는 다섯이고, 나머진 저희처럼 물고기를 잡거나, 뿌리식물을 캐다 먹고 있습니다. 병사들까지 제대로 배를 채운 조는 아론 십인장님 조 밖에 없습니다.”

“흠. 그런 걸로 경거망동해선 안 되지. 오늘 새로운 과제가 온다고 하니 과제를 일단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도록 하지. 아론이라는 놈, 다른 특이사항 없나?”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아론 십인장님이 술도 구해왔답니다. 그들 스스로 진지를 구축하는 중이고요. 의욕들이 상당합니다.”

“술? 술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분명 병사들이 말하는 걸 똑똑히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군내에 끄나풀을 심어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술이며 육고기를 구한단 말입니까.”

“크흐흐. 어쩐지! 재밌는 개새끼네. 경합전을 뭐로 보고 그 딴 짓거리를 한단 말이냐. 당장 놈의 비리를 알려야겠다.”

상대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도 그에게선 하나의 생존전략이었다.


--


작가의말

재밌게 보고 계시다면 추천 한 번 꾸욱 부탁드립니다.


아론이 경합전을 통해 어떤 존재로 인식될지 기대해주세요.

댓글 의견들은 잘 보고 있습니다.

필요한 의견들은 적극 수용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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