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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까막선생
작품등록일 :
2018.08.16 20:50
최근연재일 :
2018.09.26 20: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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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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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98
글자수 :
190,439

작성
18.09.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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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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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글자
10쪽

신선이 되어보렵니다. #24

DUMMY

병사들을 둘러본 아론은 다시 목소리에 내력을 실었다.

이번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십인 병사들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낮추어 말했다.

“난 너희들의 상관인 십인장 아론이다. 싫든 좋든 너흰 날 믿고 따라야 한다. 그것이 병사됨의 도리요, 배우는 자의 진리요, 나라를 위한 애국이며 충성이다. 이번 과제에 나와 함께 할 그대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니, 믿고 따른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넵!”

“대답 소리가 작다.”

“시정하겠습니다!”

차분해진 아론에 비해 십인 병사의 목소리는 훈련장에까지 울려 퍼질 정도로 컸다.

“묻겠다. 나를 따르겠느냐?”

“그렇습니다!”

“절대충성. 절대복종하라.”

“충!”

아론은 군기가 잡힌 병사들을 보고선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감을 보였다.

그런 아론의 모습은 백전노장을 연상케 했다.

드쿤과 듀란은 아론 바로 뒤에서 모든 걸 지켜봤다.

도무지 믿기지 않은 일이 경합전 시작과 함께 벌어졌다.

일평생 수많은 지휘관들을 보았지만 전시상황에서나 나올 법한 열기가 느껴진다.

아직도 뭔가에 홀린 듯한 병사들은 아론이 이동하자 신들린 듯 그의 뒤를 질서정연하게 따랐다.

아카데미 학도들의 과제에 동원되는 것이 싫다고 투덜댔던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진정으로 주군을 따르는 충신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론이 위력을 조절한다고 했는데 병사들이 음공에서 벗어나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

아론을 비롯한 병사들은 무기 이외에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만을 가진 상태로 산행을 감행했다.

식량과 기본적으로 마실 물조차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십인장인 학급 대표 스스로가 해결하고, 생존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난이도가 결코 낮은 시험이 아니었다.

그것도 열이나 되는 병사들까지 챙겨야 하니 십대 초반의 아이들에게는 결코 가벼운 과제라 할 수 없었다.

병사들이 지칠 정도로 꽤나 깊은 산중까지 들어온 일행.

듀란 행정관은 지정된 장소까지 안내를 해주는 것으로 첫 번째 소임을 다했다.

두 시진 가까이나 제대로 길도 나있지 않은 가파르고 험난한 산행을 하다 보니 모두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기 바빴다.

그에 반해 높이 솟은 암석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아론의 상태는 너무도 멀쩡해 보였다.


“범상치 않은 분입니다. 제 평생 저런 아카데미생은 처음 보는군요.”

드쿤이 자신의 오른팔을 만지면서 듀란에게 말하자 듀란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무래도 일주일간 정신 바짝 차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혈통이 다르니 재능도 남다른 모양입니다. 괜히 대표로 뽑혀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군요. 그래도 걱정 마십쇼. 보고서 작성과 채점은 정확히 하겠습니다.”

듀란이 아론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넌지시 바라보았다.

“마나를 아주 능숙하게 다루지 않는 이상 저런 체력은 나오기가 힘들죠. 그리고 병사들 앞에서 보인 모습은 하늘이 내려준 자질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많은 학생들을 졸업시켜봤지만 드쿤님 말씀대로 존재감이 남다릅니다.”

“네.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우리도 자리 잡읍시다. 근데 오십인장님께서는 이곳을 잘 아시나요?”

“알다 마다뿐입니까. 제가 오던 길에 보이던 공터에서 병사들을 직접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론 현지에서 식량을 조달하기 힘들 것이라던데 그런가요? 위험한 야생동물이나 몬스터가 있진 않을까요?”

드쿤은 손을 내저으며 웃어보였다.

“씨스룬과 가까운 곳이라 짐승은 물론 몬스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오년 전 대흉년이 일어난 후에는 아주 짐승들까지 씨가 말라버렸죠. 아카데미 과제를 보고 놀란 것이 어떻게 여기서 식량을 조달하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허! 그 정도란 말입니까?”

“산짐승이 있다 치더라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녀석들은 예민해서 인간들 냄새만 맡아도 달아나거나 은밀하고 깊숙한 곳에 숨어 버리겠죠. 흉년이 든 후에 짐승들도 지들 먹을 것이 없어 대부분 테드라 절벽 지역으로 깊숙이 들어가 버렸습니다.”

“십인장들이 고생 좀 하겠군요.”

둘 모두 심각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일주일은커녕 며칠 버티지 못하고 탈락자가 속출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드쿤도 아론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십대 초반의 나이들이라 사실 걱정되긴 합니다. 이런 야생에서 먹을 것을 구할 방법을 알기나 하겠습니까. 알더라도 직접 먹을 것을 캐고, 구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사냥은 더더욱 어렵죠.”

“지켜보도록 하죠.”

==


아론은 산세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계곡과 주변지형을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마실 물과 먹을 것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겠어. 도시와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위험요소도 적다. 가끔씩 이렇게 외출하는 것도 나쁘진 않군. 수련하기 좋은 곳이야.’

아론은 그리 생각하며 암석에서 내려왔다.

아론이 다가오자 병사들도 짧은 휴식시간이 아쉬운지 엉거주춤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헌데 아론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내가 돌아 올 때까지 모두 편히 쉬도록.”

“쉬다뇨? 십인장님, 어딜 가십니까?”

“먹을 것 좀 구해 오마.”

“혼자서 말입니까?”

병사들이 무기를 챙기며 다가오자 아론은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막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지친 부상병이다. 일주일 간 너희들은 내가 챙긴다.”

“하지만...”

“알아들었나?”

“네!”

힘찬 대답소리에 아론은 굳은 표정을 풀고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도 좋다.”


한 병사가 용기 있게 나섰다.

“씨스룬의 특산물이 해산물이다보니 물고기에 질렸습니다. 네 발 달린 짐승고기 좀 먹고 싶습니다.”

“옛끼! 이 사람아. 십인장님 과제 때문에 심적 부담이 크실 텐데 무슨 소릴 하는 게야. 안 그래도 귀하게 자라신 분이 사냥이나 제대로.....가 아니라 입 조심해.”

“물으니 대답한 건데 왜 그래!”

“여긴 부대 영역이라 산짐승도 먹을 게 없어서 얼씬 거리지도 않아. 고기 구하려면 산봉우리 서너 개는 넘어야 한다고.”

“아니! 십인장님이 물어서 대답한 거라니까!”

“하긴. 육고기가 먹고 싶긴 하구먼. 고기를 먹기만 한다면야 일주일간 체력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긴 해.”

투덕거리는 병사들을 보며 아론이 웃으며 답했다.

“수육(獸肉)이라, 둘만 자청해서 날 따라와라. 나머진 쉬어도 좋다.”

병사 두 명이 나섰고, 아론은 그들을 이끌고 숲으로 사라졌다.

이런 경우가 없었기에 병사들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다른 귀족들이라면 못 부려먹어서 안달인데 스스로 뭘 챙겨주기까지 한다니?

남은 병사들이 수근 대는 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드쿤과 듀란은 재빨리 아론을 따라갔다.

흥미가 돋는다는 얼굴이었다.

아마도 시험의 최고점을 받기 위해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아론은 병사들의 속도에 맞추며 숲을 헤쳐 나갔다.

제대로 속력을 내면 병사들은 물론 채점자들까지 뒤쳐져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게 되니까.

아론은 적당한 곳에 자리한 후 나무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 몸동작이 한 마리의 짐승처럼 부드럽고 날렵했다.

매서운 눈으로 주변을 훑은 아론은 기운을 사방으로 흘려보냈다.

기망지감(氣網地感).

앞전에 독살자를 찾을 때 사용했던 술법.

10리(里)안에 있는 생명체라면 아론이 펼친 감각의 그물 안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거기서 뭐가 보이남요?”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아론을 향해 병사 하나가 나무 아래에서 뭐하는 것이냐며 물었다.

“보인다.”

“네?”

“우리 배를 채울 식량이 보인다고.”

한 동안 나무위에서 꼼짝도 안하던 아론은 그리 대답하고 일다경이 안 되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곤 근처에 단단해 보이는 돌멩이 몇 개를 주었다.

“그 돌멩이로 뭐하시게요? 여긴 도시와 가까워 짐승들 씨가 말랐습다요. 사냥을 하시려면 더 안쪽으로....”

병사가 뭐라 하던 아론은 병사들을 대기시키고 홀로 숲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이동 후, 아론은 한 방향으로 몸을 틀고 가만히 한 곳을 주시했다.

그리고 순간!

아론이 돌멩이를 얹은 손가락을 튕겼다.

쏴솨솨!

“꿰에엑!”

파공혈천지의 기본 초식.

탄시지(彈矢指).

손가락을 튕겨 돌멩이를 날린 이 지법은 마치 활로 화살을 쏜 것과 같은 속도를 낸다. 물론 그 파괴력은 화살을 족히 능가한다.

내공의 깊이나 숙련에 따라 그 위력은 크게 차이나지만 아론은 적당한 선에서 지법을 펼쳤다.

수풀에 가로막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인데 날아간 돌멩이에 맞은 무언가의 비명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뻑!

아론의 손가락이 한 번 더 튕겨졌다.

쉐에엑-!

“꿰엑!”

돌멩이가 대기를 가르는 소리와 동시에 꽤 먼 거리에서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비명소리.

아론은 그제야 뒤를 돌아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십인장님. 방금 무슨 동물 멱따는 소리 들리지 않았나요?”

“저도 들었습니다. 여기서 한 10분 거리 정도인 것 같은데 가보실 겁니까?”

아론이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 방향으로 쭉 가봐. 내가 잡아 놨다.”

“네?”

“뭣들 해. 가서 가져오지 않고.”

병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뒤늦게 대답을 하고 소리가 난 지점을 향해 창을 고쳐 잡고 전진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드쿤과 듀란은 연신 종이에 지금 상황을 간략하게 기록하며 고개를 갸웃댔다.

‘뭐하는 거지?’


얼마 후 끙끙대는 소리와 함께 두 병사는 시커먼 동체 하나씩을 끌어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고 계시다면 추천 꾸욱~!

댓글로 의견도 많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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