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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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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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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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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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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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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12

DUMMY

거대한 화물 상자(컨테이너)가 거중기(크레인)에 매달려 이리저리 힘차게 움직인다. 수많은 배는 거중기의 힘으로 자신의 몸 위에 있는 무거운 화물 상자를 내려놓고 있었으며 이곳저곳에서 외쳐대는 소리가 이곳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나타내 주고 있었다.


부두와 그 건물들은 양회(시멘트)와 벽돌, 혹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들로 반듯하게 지어져 있었고 심지어 몇몇 건물에는 판유리로 만들어진 유리창도 보였다.


“허, 부산항 부산항 하더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아버지께서 한국으로 유학을 가라 했을 때는 왜 그랬나 싶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소”


몇몇이 배 위에서 부산항을 보며 수근거릴 때 또 다른 무리는 단 한 남자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유키시(行至)공 몸은 좀 괜찮으신지...”


“제가 뱃멀미에 좋은 약을...”


그들의 말에 후지와라노 유키시(藤原行至)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몸은 괜찮으니 그리 호들갑 떨 것 없소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모두 그저 유학생의 신분인데 나 하나만 신경 써서 되겠소?”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여기 모인 인물 중 저 말을 인정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상속권에서 멀다고는 하나 그 권세가 연신 상한가를 치고 있는 후지와라 가문의 남자다.


요직 곳곳에 그들 가문의 사람이 있었고 심지어 그들의 선두는 곧 좌대신에 임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한 후지와라노 후유츠구(藤原冬嗣)였다. 거기에 덴노의 둘째 아들에 후궁까지 들여보낸 상태였다. 직계든 방계든, 줄을 대 놓아서 나쁠 것은 없었다.


“나는 그저 저 부산항을 조금 더 눈에 담고 싶으니 여러 공자도 각자 볼일을 보면 될 것이오”


유키시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글로써 남기기 시작했다. 유키시 생각에는 어차피 정쟁이야 알아서 저 위에서 할 일이고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라는 곳을 다니게 된다면 최소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6년이면 가문 하나 망하는 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대표적으로는 그렇게 빠르게 망할 줄 몰랐던 타치바나(橘) 가문이 있지 않은가. 뭐, 둘째 황자랑 결혼해서 정실의 위치를 인정받았으니 아주 망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위세는 이미 다 깎여나갔다고 봐도 좋았다. 예전의 그 강성했던 가문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그러니 기왕 온 거 하나라도 더 배워가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고 가장 가치 있는 일이 그것이니 당연히 하는 것이 옳았다.


어차피 저들이랑 지금 연을 맺어봐야 별로 쓸모도 없었다. 그냥 적당히 관계만 유지하면 그만이라고 유키시는 생각하며 부산항의 번영함을 글로 옮겼다.


물론 외웠던 단어나 표현들을 잊지 않기 위해 한국에서 보내준 ‘야, 너두 한국어 할 수 있어’라는 책을 보는 것은 덤이었다.


‘암만 봐도 책 이름이 좀 이상하긴 한데...’


몇 번을 봐도 제목에는 적응이 되질 않는다고 생각한 유키시는 내용을 숙지했다. 제목이 이상한 것과는 다르게 내용은 꽤 충실하게 채워져 있었다.


예를 들자면 목차를 제외한 맨 첫 장에 수록된 ‘제발 국왕 전하나 고위 관료를 보았을 때 절을 하지 마십시오.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제발요.’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예의범절이라거나


한국에서의 식사 예절과 관련된 내용(여기에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꼭 지켜야 할 주요 법 조항과 여러 가지 비유적인 표현, 자주 사용하는 음이 같은 단어들 등등 한국어를 안다면 이 책을 읽고 한국 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정보들이 들어가 있었다.


“자, 여러분! 이제 곧 하선하겠습니다! 놓고 내리는 짐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 하십시오!”


유키시는 등에 매인 등짐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는 배에서 내렸다. 이제 이 땅을 거의 7년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싱숭생숭했다.


유학생들이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해 다 내릴 때쯤 앞에서 한국 국기인 자색 쌍매기를 내세운 사람들이 보였다.


“아이고, 유학생 여러분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외교부 차관을 맡은 화윤모라고 합니다. 한국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차관! 차관이면 한국에서도 상당히 높은 지위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일본의 치부대보(治部大輔)와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품계는 4급이였다. 유키시는 공손하게 목례하며 답했다.


“반갑습니다, 차관님. 저는 이번 유학생의 대표를 맡은 후지와라노 유키시라고 합니다. 아국을 대표하여 저희 유학생들이 우수한 한국의 학문을 배우고 교류하는 자리를 갖게 되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양국의 우호가 이토록 돈독하면 좋겠습니다.”


유키시는 자신이 생각해도 무례하지 않고 무난한 답변이었다고 생각하며 안심했다. 과연, 한국의 차관이라는 화윤모라는 남자도 아까와 얼굴색이 그리 크게 변하지 않고 미소가 가득했다.


“아국이야말로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흠... 유학생 신분이니 아마 관직은 없을 터이니 대표... 라고 불러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차관님”


“좋습니다. 그럼 대표님, 이곳부터는 저와 한국 육군이 인솔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드리자면 오늘은 긴 항해로 지치신 여독을 푸시고 내일 부산을 구경하신 뒤에 모레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혹시 추가하시고 싶은 일정이 있으시거나 제외하시고 싶은 일정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반영해드리겠습니다.”


유키시는 유학생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부산에서 하루에서 이틀 정도 더 머물고 싶다고 했고 화윤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끄적였다. 어차피 전근대에서 일 이 주 정도는 충분히 오차범위였고 급하게 가야 하는 것도 아니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좀 느긋하게 돌아다니려면 부산은 하루로 부족한 감도 있고.


부산을 돌아다니며 나름대로 한국에 적응했다고 생각한 유학생들이었지만 눈앞의 광경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저... 차관님?”


“어디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대표님?”


유키시는 고개를 젓고서는 철도를 가리켰다. 그러고서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거... 다 철로 만들어졌습니까?”


“예, 고품위의 강철로 만들어진 철도입니다.”


초창기에는 목제 궤도와 강철제 궤도가 혼합되어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늘어난 강철 생산량을 여기에 투자해서 주요 연결망에는 강철제 궤도가 설치되어 있었다.


질 좋은 철의 가격이 상당히 비싼, 최상급 품질의 강철은 한국의 강철로 쳐주는 일본으로서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광경이었다.


같은 노동력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쪽은 당연히 장비가 좋은 쪽이다. 그리고 이 시대의 장비는 대부분 철로 만들어졌다.


‘역시 한국의 철기 기술은 우리로서는 꼭 받아들여야 해...’


유키시는 그렇게 다짐하며 차량에 탑승했다.








“운하?”


“예, 전하”


지영은 얼굴을 찌푸리고서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어투로 되물었다.


“우리 땅에 운하를 팔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을 텐데?”


한반도는 도로도 깔기 어렵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게 바로 운하를 파는 것이라고 지영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에 더 큰 문제는 바로 어렵사리 운하를 파도 수익성이 나오느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당나라야 땅덩이가 지랄 맞게 크니 그럴만도 한데... 우리가 굳이?’


그런 지영의 태도에 김정국은 조심스럽게 계획서를 내밀어 보였다.


“... 장관, 아니지... 아니지 이제 곧 장관이니까 편히 말하겠네. 장관, 그대가 보기에는 이 운하 어디서 돈이 나올 것 같은가?”


“그... 것이...”


“그렇다면 이 운하를 파서 날라야만 하는 전략적인 물자라도 있나?”


“...”


“아니면 이 운하를 팠을 때 군사적으로 얻어지는 이익이 있나?”


“그건...”


“하다못해 이 운하를 파면 국가와 왕실의 위상이 올라가기라도 하는가?”


쏘아대듯이 내뱉는 지영의 말에 김정국은 그저 닥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내가 봐도 영...’


그래도 자신이 장관을 맡은 시점에 나온 계획이니 자신이 마무리 짓고 싶었던 김정국이었지만... 사실 이 전개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된 전개였다.


한참 동안이나 김정국을 바라보던 지영이 이내 툭 내뱉었다.


“그래도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네”


“예... 예?”


김정국이 당황해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건 말건 지영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작은 배 하나만 띄워도 수레 몇 대 이상의 효율이 나오지. 굳이 거대한 운하를 지을 필요가 없기는 해.”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거기에 규모가 작으니 상대적으로 관리와 철거도 쉬울 것이야. 강원도 같은 산지는 무리여도 몇몇 장소에서는 잘 써먹을 수 있을 걸세. 만일 앞으로 운하 건설을 마음먹는다면 이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하네”


“어... 예, 감사합니다.”


“다만 지금은 아니야. 우리는 조금씩 북방 및 남방의 항로를 탐색하고 있고 우리의 동전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며 당의 변화에도 기민한 대응이 필요해. 그것과 동시에 우리가 늘 하던 발전을 계속해서 이루어나가야 하지.


다행스럽게도 연천의 탄광에서 나오는 석탄으로 수도권의 난방은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고 그에 따라서 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도로의 건설은 충분한 유예가 주어지게 되었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예, 전하.”


지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김정국을 바라봤다.


“그래, 인수인계 받으랴 기존의 업무하랴 바쁠텐데... 특별히 할 말이 없거든 이만 나가봐도 좋네”


“예, 전하. 물러나 보겠습니다.”


김정국이 나간 후 지영은 조용히 이훈에게 물었다.


“준이 그 녀석은 일 잘 하다가 갑자기 왜 운하에 꽂혔다던가?”


“당나라의 책 한 권을 구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아마 그 책이 당의 대운하에 관련된 책이 아니었을지요.”


“에잉, 하여간 당나라 놈들은 도움이 되질 않는구만. 태도도 영 아니꼽고 말이야.”


“하하, 그래도 소중한 시장 아니겠습니까. 당나라에 파는 홍삼이 얼만데요.”


“쯧, 그거 아니었으면 지금쯤 장안에서 당나라 천자 놈 뺨따귀를 올리고 있을 걸세. 거, 힘 부닥쳐서 오지도 못하는 것들이 입만 살아서는 이래라저래라 하는 꼬라지란!”


작가의말

운하를 싸게 짓는 법은 운하를 작게 지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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