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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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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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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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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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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양면6

DUMMY

“간만이오, 타카키 대사. 그간 평안하셨소?”


“전하께서 항상 살펴주시니 가정이 두루 평안하였습니다. 전하께서는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나야 뭐 여섯째 보는 맛으로 잘살고 있소. 제 어미를 닮아선지 아주 얌전하다오.”


“아아... 외신도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아주 어여쁘신 공주님이시더군요.”


제 막내를 칭찬하자 기꺼워진 지영이 껄껄 웃으며 술병을 땄다. 고소한 보리 내음과 술 냄새가 집무실을 찬찬히 채웠다.


“한잔하시겠소?”


“감사히 받겠나이다.”


술이라면, 그것도 한국 왕실의 맥주라면 사양할 연유가 없었기에 타카키 대사는 공손히 술잔을 받고 비웠다.


애초에 맥주 자체가 지영의 억지 덕분에 만들어진 술이기에 동양에서는 한국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중 특히 왕실의 맥주는 연구원들을 미친 듯이 갈아댔기 때문에 그중 최고의 맛을 자랑했다.


“대사가 나와 독대한 것도 굉장히 오래간만인 거 같구려?”


“실은 중대한 제안을 드릴 것이 있어서 이리 찾아뵙게 되었나이다.”


“중대한 제안? 중대한 제안이라... 그래 말해 보시오”


애당초 지금 일본이 ‘중대한 제안’이라는 것을 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걸 아는 지영은 삐딱하게 앉아 타카키 대사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한 나라의 군주를 대리해서 온 대사에게 취할 행동은 아니었으나 애초에 이 왕이라는 작자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닌지라 타카키는 자연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천황께서 한국의 발전에 크게 감명을 받으시어 도로를 건설하기로 하셨습니다.”


“호오... 도로라. 그래, 부디 하시는 일 잘 된다고 전해 주시오.”


“... 그 도로를 건설하는 데 있어 부득이하지만 친밀한 이웃사촌의 도움을 간곡히 바라고 계십니다.”


지영은 뚱한 표정으로 타카키 대사를 쳐다보았다.


표정만 보고도 무슨 말인지 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타카키 대사에게는 지영이 술 한잔 적시면서 ‘그래?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고 말하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취했소?”


“외신이 나랏일을 논하는데 어찌 취한 상태로 논하겠습니까?”


“그럼 안타깝게도 내 친애하는 사돈께서 낮술을 한잔 자신 모양이오?”


“...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요즘 일본 황실에서 우리 왕실의 술을 수입하는 양이 는 거로 아는데... 아무튼, 도로를 지으려면 귀국에서 잘 지을 수 있지 않소? 뭔 도로 건설하는 데 도움까지야”


이 시대의 도로가 무슨 아스팔트를 까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흙과 자갈 등을 잘 다져서 만드는 도로가 대부분이었다.


오래가고 손 덜 가는 도로로 간선도로를 만들고 싶다며 땅바닥에 콘크리트와 철근, 그리고 기타 재료를 들이붓는 한국이 이상한 것이지 다른 나라의 도로가 딱히 못 쓸 물건은 아니었다.


어차피 다녀봐야 말에 수레에 사람 좀 다니고 말 도로인데 흙하고 자갈 다져서 만드는 게 뭐 어때서


“천황께서는 한국의 도로처럼 넓고 좋은 도로를 만들어 한국의 바른 선례를 따르고자 합니다. 한국의 도로가 우수한 것은 천하가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야 우수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그렇다.


원래가 한반도가 땅을 개발하기가 더러운 지형이고 그런 지형에 근 삼십 년간 몇 년 치 국가 예산과 발달한 원자재를 들이붓고 건설하고 보수하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로 만들고 보수하는 기술이 발달할 수 밖에 없더라.


굳이 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가 무언가를 삼십 년 동안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분명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일 것은 분명했다.


여튼 지영은 그제서야 타카키 대사의 말이 진지함을 깨닫고(사실 이쯤되면 일부러 안 깨달으려고 노력한 것이 맞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읻 되물었다.


“우리 도로가 우수하고 나발이고 그냥 일본은 해운을 이용하는 게 싸게 먹히지 않소? 우리도 해운을 이용하기 나쁜 환경은 아니오만 일본은 우리보다 더 좋은 환경이지 않소.”


“허나 내지까지 해운을 이용할 수는 없나이다.”


“뭐... 그야 그렇겠지. 그래, 어디 한번 계획서나 봅시다.”


계획서를 찬찬히 읽어가는 지영의 표정은 구겨졌다 펴지기를 반복하며 안면 근육을 혹사하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근력 운동을 한 지영은 오늘 점심에는 간만에 미숫가루가 아닌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말했다.


“돈을 땅에 버리는 취미가 있으시오?”


“...예?”


“예? 는 무슨 얼어 죽을, 돈을 땅에 버리는 취미가 있느냐 물었소”


뭔가, 뭔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타카키 공사는 슬쩍 땀을 훔쳤다.


“무슨... 문제라도”


“문제가 아닌 곳을 찾기가 더 힘드오. 대사가 나의 건강을 염려해 뜨뜻한 고기반찬을 먹게 하려는 작전이라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소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건 아닌 모양이구려?”


왜인지 자신이 잘못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며 타카키 공사는 속으로 본국의 대신들을 미친 듯이 씹어댔다.


한국이 돈을 밝히는 놈들인 건 맞고 그 수장은 저 앞에서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한국왕인것도 맞으나 그렇다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은 절대 아니었다.


감히 장담컨대 천하에서 가장 돈을 세련되고 기가 막히게 뜯어먹는 인물이 저 한국왕일텐데 그런 사람한테 돈더미를 내밀면서 ‘이거 해 주세요’ 하면 해 주겠냐고. 젠장, 저들이 와서 해 보라지.


“이 철도의 길이가 얼마인지는 아시오? 못해도 300km는 넘겠구려. 이거 유지할 철은 있소? 애당초, 이 철도를 이용할 사람은 있소? 표준화는? 기존 수레는 싹 다 갈아버려야 할 텐데 그 돈은 있고? 도대체 왜 쓸모도 없는 철도를 이리 길게 지으려는 거요?”


“그... 두 번째 안도 있사온데...”


“그걸 먼저 줬어야지. 자, 이건 대사가 가져가서 땔감으로 쓰든 어떻게 하든 알아서 하시오. 난 쳐다도 보기 싫구려”


타카키는 조용히 첫 번째 안을 곱게 접어 품속에 넣었다. 이걸 태우긴 왜 태우나, 그래도 조정에서 내려온 건데. 여기에 한국왕의 욕설을 첨언해서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똥 무더기로 만들어서 조정으로 던져버려야지.


“... 그래, 그나마 이건 봐 줄 만하구려. 그래서... 대사? 내 진심으로 묻는 것인데 이걸 우리가 왜 도와줘야 하오?”


지영의 귀에는 아주 생생하게 들렸다.


이 도로 계획을 돕기 위해 한국의 수송력을 바닥에 바닥까지 긁어내는 소리가!


지금도 간간히 수송선이 하나둘씩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천 년쯤 뒤 뉴스에 ‘동해에서 고대 한국의 보물선 발견!’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데 굳이? 저걸? 왜?


“그렇지 않소? 도로 까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대사 정도 되면 알지 않소? 일반적인 도로 까는데도 비용이 깨지는데 바다를 건너 자재를 수송하고 그 비싼 콘크리트 도로를 짓겠다고? 그 돈으로 항구나 건설하는 게 낫지 않겠소?”


지영은 그리 말하며 계획서를 팔랑팔랑 소리가 나게 흔들었다. 종이가 흔들리다 못해 자유를 찾아 떠나가려 할 때쯤 타카키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한국과의 교역이 크게 늘었으니 도로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나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온 유학생들이 한국의 도로를 입이 마르게 칭찬한 탓도 컸다. 거기에 도로를 깔면 필연적으로 중앙의 통제가 더 쉬워지며 더 넓은 땅을 지배하기가 쉬워진다. 한창 아이누와 투닥거리며 규슈지방의 영향력을 차츰 강화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도로를 통한 이동 역시 중요하게 여겨질 만했다.


“... 그래, 타당성 검사나 이런 건 내 알바가 아니긴 하지. 귀국이 어련히 잘 했을까? 해서? 다시 원론으로 돌아와 귀국에 이 비용을 감당할 재원이 있긴 하오?”


“실은 천황께서 제안하신 것이 있습니다만”


“천황께서... 말해 보시오.”


타카키 대사는 자신이 가져온 먹잇감이 저 돈 귀신의 수장에게 잘 먹히길 빌며 먹잇감을 힘차게 던졌다.


“현재 한국에서 구리와 황을 굉장히 많이 수입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금 중 일부를 이것으로 제공하겠습니다. 또한, 도로건설 기술을 전수해 주신다면 천황께서는 현 한국이 소유한 채굴권을 연장해 주실 수 있다 하셨습니다.”


“...그 채굴권 아직 백 팔십 년은 남았소만”


그 정도 시간이면 나라 하나 망하고 다시 세워진다고 한들 이상한 시간은 아니다. 그걸 알기에 타카키 공사도 입을 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고.


“차라리 기술이전 조항은 제외하고 보수 기술이전으로 변경하는 것이 어떻소? 그러면 값이 내려갈 터인데”


“아닙니다. 도로를 깔 때마다 이웃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지요.”


그 말에 지영은 고개를 까딱였다.


도로건설 기술? 지영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전수해 줄 수 있었다.


어차피 그 도로건설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강철로 된 철근과 양회(시멘트)였다. 그리고 그 재료들은 한국에서만 생산이 되고 있었고.


일본이 자체적으로 도로를 더 건설한다고 하면 한국은 자연스럽게 양회와 철근을 팔며 쏠쏠한 수익을 올릴 것은 분명했다.


다만 문제는 그 기술의 가치. 적어도 삼십 년이 축적된 고급 기술인데 어느 정도 값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 자세한 것은 실무진들과 논의해보게.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곳에서 비용을 계산할 수는 없으니. 다만, 합당한 비용을 지불한다면 우호국의 발전을 위해 힘써 도로를 건설해 주겠다는 약조 정도는 하겠네”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양국의 관계에 누가 되지 않게 잘 마무리 지을 테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타카키 대사와의 대화를 대충 마무리 지은 지영은 곧장 주일본 대사에게 연락했다. 아무리 한국이 발전이 빠르다지만 굳이 무리해서 저런 도로를 건설할 이유를 도저히 찾지 못했기에.


지영도 알고 있긴 했지만, 지영이 아는 것 이상으로 일본에서 친한 세력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물론 당은 명실상부한 동아시아의 대국이자 세계의 대국이었고 그 세력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고는 한들 주변국 왕 모가지 하나둘 정도는 날릴 힘을 갖추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당나라의 성질을 벅벅 긁으며 조약 질서라는 새로운 질서를 슬그머니 세우고 있었고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었다(당장 세금만 네 배가 넘게 증가했다.). 무엇보다 이런 무엄한 짓거리에도 당은 내부 단속에 바빠 한국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었다.(건드리기에는 고구려의 좆같은 국경선을 뚫기가 힘들기도 했고)


일본으로서는 이런 급격히 발전하는 이웃나라와 관계를 나쁘게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지금의 천황과 한국 왕실은 장인-사위 관계였다!


일본 입장에서는 상장 폐지가 될 것만 같이 불안한 당나라 주식보다 친인척 관계이기도 한 내부거래 가능한 짱짱한 한국 주식이 참 마음에 들었고 더욱이 지금은 일본 역사상 유례없이 천황의 권력이 강한(그러니까 왕 노릇을 할 만한) 시기였고 한국과의 교류는 황권 강화와 민생 안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 주식의 가장 큰 덕을 본 건 바로 아카마가세키(赤間関)였다. 어째선지 한국놈들은 시모노세키라는 근본도 없는 이름으로 부르는 모양이다만 아무튼 이 아카마가세키는 일본 최고의 항구로 성장했다. 원래도 발달한 지역이었지만 한국과의 교류가 증가하면서 더욱 발달했다.


그런 이유로 일본 내에서 친한파들의 주장은 실로 간단했다.


한국 중심의 세력에 합류해 고구려-한국-일본으로 이어지는 세력권에서 꿀 좀 빨아보자!

소설 전체지도 동아시아(201화).jpg

현재 기준 지도입니다.

홋카이도 점박이 판도 좀 불-편하네요;;;

소설 세력지도 동아시아(201화).jpg

이건 세력? 지도입니다.

좀 잘 만들고 싶었는데 실력이 영...


같은 색이 같은 세력이고 국가 글자가 노란색이 세력장입니다.

한국이 세력장... 출세했네요


작가의말

간만에 현재판도 지도 올립니다!

지난번 지도에서 느낌을 살짝 바꿔봤어요.

개인적으로 일반 지도는 그냥저냥 봐줄만 한데 세력지도는 개인적으로 좀... 씁...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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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양면7 +2 23.03.31 233 8 11쪽
» 양면6 +4 23.03.28 239 4 12쪽
201 양면5 +4 23.03.24 240 4 11쪽
200 양면4 +4 23.03.20 25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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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양면2 +4 23.03.14 2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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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백색의 가루30 23.03.02 24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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