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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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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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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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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양면14

DUMMY

“비서실장”


“예, 전하”


“호명하는 사람들을 조용히 집무실로 오게 하게. 내무성 총리 신후, 서울특별시장 이훈, 육군부 장관 사혁. 아, 물론 그대도 포함일세”


“명 받들겠습니다.”


대충 30분도 채 되지 않아 4명의 신료와 한 명의 군왕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무리 봐도 국왕의 최측근이자 이 나라에서 최고로 중요한 이들, 서로의 면면을 확인한 이들은 애써 긴장을 털며 지영을 응시했다.


“여기, 비서실장은 미리 알겠지만 최근 과기부 산하 연구실에서 굉장한 물질을 발견했네. 앞에 보이는 요약본으로도 알 수 있겠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강력한 무기로도, 효과적인 비료로도 쓰일 수 있는 물건이지. 감히 생각건대 강철만큼이나 중요한 물건이라네”


그 말을 들은 그들은 더더욱 표정을 무겁게 했다. 한국에서 강철의 위상은 드높았다. 비록 베세머 법은 고품질 강철을 제조하기란 무리가 있는 방법이었지만 어쨌건 썩어도 준치라고 강철은 강철이었으며 그렇게 찍어낸 강철은 이 시대 기준으로 충분히 상품의 강철이었다.


그런 강철을 연간 4,000톤씩 뽑아내어 건축물, 도구, 무기, 철도 등에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건 한국의 자랑이자 자긍심이었고 그건 공과대학에 거대한 강철과 기계상이 놓인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강철과 조합한다면 능히 타국을 넘어설 무기를 가지게 될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네. 비록 이번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생산 효율은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 믿네.”


지영의 자신감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


‘조선처럼 흙 캐다가 염초 채취하는 게 아니야. 기억이 영 가물가물하다지만 그래도 엘랑-식 염초 제조법이라고. 그것도 무려 1800년대 꺼’


같은 똥 밭, 염초 밭을 만들어도 훨씬 효율적으로 삽질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었다. 물론 치사하게 땅에서 염초가 쑥쑥 나오는 것들하고는 상대하기 힘들지 몰라도 한동안 한국의 수요 정도는 충분히 채우고도 남으리라.


“하지만 압도할 수는 없군요.”


여기서 지영의 스타일을 제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전 노ㅇ- 아니 비서실장 이훈의 말에 지영은 어두운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일세”

분명 화약은 강하다. 특히나 한국의 강철과 분업 시스템, 지영의 미래에 대한 화기 지식이 결합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강해질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래도 당나라를 당해내고 우리가 동아시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질 않아’


분명 현재의 한국은 강한 나라긴 했다. 고구려와 비교해서는 약간이지만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되었고 일본을 상대로는 우위에 있다는 게 확실하다고 평가되고 있었다. 당나라의 경우에도 한국-고구려가 연대한다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인구는 끽해야 400-500만 정도, 고구려보다는 살짝 많을지 몰라도 일본을 상대로는 뒤처지며 당나라와는 상대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런 한국이 병력을 뽑아내봐야 많이 뽑아봐야 10만 언저리, 그것도 좀 무리한 기색이 있다. 겨우 10만, 그 10만의 병력을 모두 중원에 밀어넣는다고 해도 당을 밀어낼 수 있나?


그래, 정말 운 좋게 밀어낸다고 치자. 그러면 그 중원을 제대로 통치할 수 있나? 중원을 제대로 통치하며 주변국을 압도할 수 있나? 오히려 한국이 중원에, 주변에 흡수당하는 게 아니라?


분열시켜도 그들은 한국보다는 인구가 많을 터였다. 정말 잘 쳐줘야 10분의 1, 최악의 경우에는 15분의 1 수준의 인구로는 뭘 해도 한계가 명확했다.


그리고 고구려, 고구려가 있는 한 한국은 뭔 짓을 해도 육로로는 중원과 연결할 수 없다. 이는 남부 확장을 꾀하는 지금의 한국에게는 굉장한 이점이지만 만약 화약을 사용하여 북방 정책을 펴게 되면 대단한 골칫덩어리가 된다.


“그럼 간단한 것 아닙니까. 다행스럽게도 우리 한국에는 백년대계를 직접 만들어나가실 수 있는 전하께서 계십니다. 그렇다면 그... 물질, 을 비료 목적으로만 사용해 인구를 늘리시지요. 다행히 당은 아직도 혼란하니 빠르게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빠르게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우리만 인구가 늘어나서는 모자라오. 당의 인구가 열 배가 된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이 한 명씩만 아이를 낳는다고 쳐도 우리는 열 명씩 낳아야 하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지.”


신후의 말에 모두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열 명이면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적게 나은 건 아니다. 그런데 모두가 열 명씩 낳아야 겨우 균형이 맞을지도 모른다니, 이걸 정책으로 핀다는 건 제정신이 박힌 인간이라면 상상할 수 없었다.


“... 그렇다면 당의 인구증가를 억제해야겠군요.”


“바로 그거요, 서울시장. 적어도 지금처럼 조금씩 빈민을 구제하는 것으로는 택도 없을 거요. 우리가 빈민을 구제하는 것 이상으로 낳아댈 테니”


한 사람당 열 명씩 낳아야 당나라 사람들이 한 명씩 낳는 것과 동수를 이룬다. 그렇다면 만약 당나라 사람들이 두 명, 세 명씩 낳는다면? 위생의 차이와 생활 수준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따라잡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직접 수를 쓰는 건 불가능하지... 총리, 자네도 알잖나. 이 이상은 힘드네”


이미 연간 만에서 이만에 달하는 ‘빈민’을 구제하고 있는 한국이었다. 여기서 더 손을 쓴다면 당나라가 눈뜬장님도 아니고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흐음... 차라리 피임약을 쓰는 것이 어떠합니까?”


사혁은 정말이지 신박한 방법을 꺼내 들었다. 이 이상 겉으로 티 나게는 못하니 차라리 애를 낳을 수 있는 인구의 생식능력만 억제해보자는 방법이었다.


“피임약? 그런 걸 먹어주겠소?”


“먹게 해야지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깊이는 얕지만 아는 건 많은 지영의 지식이 또 하나의 기억을 꺼내들었다.


“내가 아는 약이 있네. 효과는 확실하다고 해도 좋아.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양산이 가능하니 약은 그걸로 쓰면 되겠군. 자연스럽게 먹일 방법은...”


“음식에 넣어도 되고 물에 넣어도 되고... 아니면 떠돌이 의사처럼 돌아다니며 마을 전체에 뿌려버려도 됩니다.”


김양순의 말을 이훈이 자연스럽게 받았다.


“아니면 상인으로 위장해서 부유층에 판매한다던가 혹은 우리가 중원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사람을 고용한 다음에 새참에 넣어도 되겠군요.”


전 비서실장과 현 비서실장은 서로 바라보며 사악하게 미소지었다. 뜻이 통하는 동지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었고 두 사람은 서로가 친해질 수 있으리라는 걸 직감했다.


“헌데, 전하. 그 약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목화 뿌리일세. 남성에게 꾸준히 먹이면 씨 없는 수박이 되어버리고 일부 부작용으로는 그 효과가 영구히 간다고 하네. 임신 직전이나 임신 중인 여성들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강한 효과에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목화를 대량으로 재배할 한국의 입장에서는 가장 편히 구할 수 있는 약재이기도 했고 여성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그건 계획 중에 유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어지간하면 임산부에게는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 부분은 나 역시 동의하오.”


찜찜한 기분을 애써 털어낸 그들은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선 빈민 구제 대상과는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씨 없는 수박을 굳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니...”


“그건 맞소만 그걸 구분할 수 있겠소?”


“지역을 통해 구분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중앙의 힘이 강한 곳에는 인구 억제 계획을 시행하고 중앙의 힘이 약한 곳에는 빈민 구제 정책을 펴는 거지요.”

“약효가 영원하지는 않을 테니 시간으로 구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랬다간 인구 억제 계획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겁니다. 양국의 인구 차를 고려한다면 인구 억제 계획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한참을 논의한 결과 결국엔 지역을 통해 구분하고 특히나 상류층을 중심으로 인구 억제 계획을 실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인구 억제 계획은 가족계획 상담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시행될 예정이었다. 표면상으로는 가난한 상국의 신민들이 애까지 낳아 더 가난하게 사는 것을 신하된 자로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참으로 충신이 아닐 수 없었다.






“백아, 오늘도 홀로 있었느냐”


그 물음에 설백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친우라도 만들지 않고”


“신기한 것을 바라보듯 하는데 무슨 친우를 만들까요.”


그 말에 남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유일의 공작가라는 배경과 공작가 전원이 외부로 돌면서 설백에게 못된 짓을 하는 간 큰 것들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또래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아쉽지 않느냐. 학교생활이라는 것이 공부만 있는 것은 아닐진데”


“상관없습니다. 이미 감수하고 벌인 일이니”


바깥에서 햄버거나 먹으러 맥도날드나 가자며 낄낄대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더욱 착잡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의 여동생이 바란 길은 맞지만, 정녕 옳은 선택을 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차라리 집에서 교육을 받고 관직에 도전하기 전까지는 사교에 힘쓰는 게 어땠을까 싶었다. 그랬으면 순수한 친구까지는 아니어도 사무적인 친구 정도는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후우... 그래, 공부는 잘 되느냐?”


“이번 중간고사에서 일등을 했습니다.”


담담한 말에 남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설백도 그 눈빛을 읽었는지 별 것 없다는 투로 한 마디 덧붙였다.


“당연한 사실을 굳이 시끄럽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지요.”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면 오만하다고 느껴질 말이지만 그녀가 한다면 그건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자신이 봐도 가문에서 가장 재능이 있는 아이는 눈앞에 있었으니.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분명 그녀는 가문 내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가 천재에 속하는 인물이라기에는 그 자신이 보기엔 좀 애매했으며 자신의 편이 없이 홀로 날뛰는 것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모두를 압도하지 못하며 애매하게 튀어나온 재능은 홀로 서 있으면 가장 먼저 공격받는 대상이라는 것을 그는 명확하게 인지했고 공작가 전원이 돕겠지만 그녀와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인물이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같은 가문끼리만 왕래하면 아무래도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위험요소였고.


“후... 안 되겠구나. 이 오래비를 따라오거라”


설호우는 어떻게서든 자신의 여동생에게 편을 만들어주리라 다짐했다.


작가의말

초석 만들고 한다는 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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