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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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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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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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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양면8

DUMMY

“자네도 이제 슬슬 후계자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어찌 보면 잔혹한 말이기에 사혁은 무어라 반박하려 했으나 어느새 주름기가 있는 손에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잡히는 것을 보자 그 생각이 눈 녹듯 사라졌다.


“... 벌써 이리되었군요.”


“그대랑 나랑 만난 것도 벌써 어언 삼십 년이 되어가네. 서른 살 창창한 청년이 후계자를 정할 노인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벌써 쉰 하고도 아홉 살이다. 예전의 수명이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십 대, 삼십 대 정도는 아니었지만 쉰 하고도 아홉이면 적게 산 나이는 아니었다.


환갑잔치가 도대체 왜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대충 답이 나오는 이야기니까.


“하하! 전하께서 전에 이야기하신 것이 거짓이 아님이 이제야 알겠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자기가 뭐 신의 후손이니, 하늘의 뜻을 받았다더니... 솔직히 듣기만 좋지 누구나 하는 이야기 아닌가.


더 까놓고 말하자면 이 세상 군주들은 모두 신의 후손이거나 하늘의 자손이거나 뭐 숭고한 사명을 띠고 지상에 내려와 현명하게 통치하니... 는 지랄


그럼 세상에 전쟁 따위가 도대체 왜 있고 망하는 나라는 도대체 왜 있다니?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하늘의 자손 수십 명쯤은 이제는 썩어버린 시체밭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을 거다. 이제는 땅의 아들이 되었겠지.


그런데 어머? 눈앞을 보니까 분명 이제 쉰 하고도 다섯 정도는 되었을 사람 피부가 뽀송뽀송하니 주름 하나도 없고 머리카락은 아직 검고 활력이 넘치네?


저게 진짜 나이를 먹지 않건 아니면 동안이건 아무튼 범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불합리함마저 느낄 정도로.


“내가 말했잖나, 시간 지나면 알게 된다니까?”


“하하... 만수무강 하시겠군요.”


“딱히 원하는 만수무강도 아니었으니 집어치우게. 아무튼, 이제 슬슬 자네 후임을 키워야지? 미리 봐둔 사람 있나?”


육군부 장관.


모든 육군의 위에 설 수 있는 지고한 자리.


일반병, 부사관, 장교들의 꿈의 자리가 바로 자신의 옷깃에 달린 별 하나라도 달아보는 것이라면 그 꿈의 자리에 앉은 장군들의 꿈의 자리는 바로 상급대장이 되어 별 네 개를 달거나 아니면 아예 군복을 벗어 육군부 장관이나 차관이 되는 것이었다.


여튼 그런 중요한 자리를 정하는 것이니 당연히 전임 육군부 장관의 의견을 중요한 자료로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사혁의 생각은...


“아니오.”


논!


없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당~연히 말이 되죠!


“그래! 있을... 수... 알았는데...?”


도를 넘은 뻔뻔함에 말을 잃은 지영을 바라보며 사혁은 그제서야 송구하다는 듯이 답했다.


“지금 있는 여단장들은 모두 훌륭한 장군들입니다. 전하의 눈에는 모자라실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이 맡은 바 임무는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장군들입니다. 참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을 뒤덮고 땅을 엎을 신기에 가까운 계략을 짜낼 순 없으나 군을 움직이는데 능통하며 기본에 충실하니 어떤 적을 만나도 크게 위태로울 일은 없을 겁니다.”


“... 그런데 왜 없다는 겐가?”


“제가 말씀드린 대부분은 아직 사십 대의 젊은 장군들에 불과합니다. 육군부 장관을 맡기에는 그 실적도, 능력도, 관록도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이전에 군단장을 맡긴 두 장군에게 맡기기에는 그 둘은 모두 관리자가 아닙니다. 한쪽은 얌전해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야전 사령관에 가까우며 한쪽은 맡은 바 임무만 하는 야전 사령관입니다. 둘 중 누구라도 육군부 장관에 앉히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육군부 장관.


말만 들으면 국방부 장관 비슷한가? 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국방부 장관의 업무에서 육군 관련 업무와 동시에 육군 총사령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맨 꼭대기에선 당연히 지영이 다리를 꼬고 모든 군을 지휘하기는 하지만 어쨌건 지영이 총지휘권을 행사하기 전까지는 육군부 장관이 모든 지휘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니 육군부 장관은 단순히 장군의 범주를 넘어서 방산, 물류, 조직 경영, 참모로서의 제언, 예산의 집행 등등등... 많은 분야에서 최고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의 이해를 필요로 하는 골 아픈 자리였다.


“예전 장군들은 다 어디 가고?”


“죽었죠. 나이가 몇인데”


이미 지영이 숙청을 할 당시의 장교들은 거의 다 죽고 없었다.


그나마 사혁은 젊은 축에 속했기에 그나마 지금 은퇴하니 마니 소리를 하는 거지.


“육군 사관학교를 나온 친구들이라면 나중에는 큰 재목이 될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들 중 제일 관록이 쌓인 친구도 이제야 서른이 좀 넘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평시를 가정했을 때 적어도 한 세대는 지나야 그들이 장군이 될 겁니다.”


장관에는 약 한 세대 반 정도의 공백이 있다는 말이었다. 년수로 따지면 대충 이십 년 정도?


보통 한국에서 세대라고 한다면, 정확히는 한국 정부에서 세대라고 한다면 내무성 총리가 바뀌는 기간 정도를 의미했다. 대충 십에서 십오 년 정도?


실제로 한국 1세대는 총리도 뭣도 없이 모두 함께 구르던 세대, 2세대는 설차가 내무부 총리에 오르고 어느 정도 안정권을 찾은 세대, 3세대는 현재 신후가 설차에게서 승계받은 세대다,


“흠... 그렇군. 무슨 소리인지 이해했네.”


대숙청 당시 문관들과 토호들만 숙청당한 게 아니다. 일부 군관들도 숙청당했고 그 이후로는 한국은 큰 전쟁을 치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연해도 토벌 작전이나 탐라 원정? 근데 이 두 원정을 이끌었던 장군 두 명은 이미 안된다고 들은 상태다.


그러니 이 두 작전을 빼면 여단 하나 정도만 움직인 것이 전부였고 한국군도 나름대로 확장을 해왔기 때문에 여단 단위로 움직이며 야전을 치르거나 작계를 작성한 경험은 차고 넘쳐도 적어도 군단, 혹은 그 이상으로 군을 통솔하거나 혹은 작전을 해본 경험이 없다시피 했다.


이야, 군단급 부대도 다룬 경험이 없는 장군보고 한국 육군 열 한 개 여단을 통솔하고 관리하게 하자고? 정말 좋은 결과가 있겠네요, 그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지영의 결단은 실로 신속하고 빨랐다.


“내 자네 환갑잔치는 크게 해주겠네. 선물로 방위성 총장 자리도 내어주고.”


“... 예?”


새로이 방위성 총장에 취임한다 → 새로 취임했으니 적어도 십 년은 일해야겠지? → 일흔이 되거나 혹은 그 전에 천수를 다하거나 → 은퇴... 없나?


지영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잠깐-”


“자네 후임으로는 해군부 장관을 임명하면 한 두세 대 정도는 충분히 버틸걸세. 그렇지 않나?”


“아니, 저, 형님께선 은퇴하셨...”


“꼬우면 후임자 뽑게. 제대로 된 놈으로.”


“아니이...”


“방금 이상“아니, 도대체 왜 싫어하나? 남들은 다 하고 싶어하는데? 돈도 줘, 명예도 줘, 권력도 줘, 살려줘 얼마나 좋나?”


한 단어가...”


지영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단칼에 잘랐다.


“아, 암튼 이리 하게. 하기 싫으면 후임자 길러보고.”


사혁의 고개가 익어가는 벼를 배속 재생한 것처럼 처량하게 수그러졌다.


하지만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육군부 장관에서 방위성 총장이 될 예정인데 고개를 숙이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이 불합리한 권력을 앞세운 폭거에 사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 달콤한 권력의 맛이여.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노후를 대비할 필요 없이 늙어 죽을 때까지 관직에 있게 하여 월급을 준다면 최고의 노인복지가 아닐?까


아아, 9세기 노동과 복지의 선진국 한국. 오늘도 순항 중.







한편 한국은 노동과 복지의 선진국다운 면모를 대륙에서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자국을 떠난 빈민들을 다시 구제하여 한국으로 이주시키는 대-프로젝트!


...라고는 말하지만, 실상은 그냥 노예나 부랑민들 붙잡아다 한국으로 실어나르는 일에 불과했다.


이 시대에 고향을 떠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 그 고향이 한국이었다면?


그러면 귀?향 하는데 땅도 주고 일자리도 주니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중원정보부를 혹사해가며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절대 먹히지 않을 짓거리였지만 안타깝게도 당나라의 지방들은 아직도 상태가 영 메롱했고 무엇보다 중원정보부에서 입을 열심히 털어댔다.


앗! 당신은 혹시!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당신은 한국인입니다!


뭔 개소리야?


예전에 부모님, 할머님이나 돌아가신 조상님이 먼 곳에서 피난 왔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까?


아니! 당신이 그걸 어떻게!


어떻게는 뭐 어떻게야.


지난 전쟁 때 이리저리 떠돌다가 부랑민이 이렇게 늘어난 건데.


부랑민 중 열에 일고여덟은 집 잃고 이리저리 떠돌다가 흘러오듯 아무 연고도 없는 타지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그럼 이제 거기서 입을 싹 털어주는 거지.


사실... 그곳이 한국입니다. 한국이 당신을 원한다! 지금 오면 집도, 농사지을 땅도 주고 글도 가르쳐 준다! 무엇보다 세금이 삼 년간 무료? 지금 당장 봉화하세요! 매진 임박!


이쯤 되면 긴가민가해도 아 진짜요? 하면서 짐 싸서 한국행 배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 고향이 한국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차피 그 고향이라는 게 여기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집도 땅도 주면서 세금도 삼 년간 면제라고? 아, 이래도 안가? 이래도?


어차피 이곳에 있어 봐야 밑바닥 인생이고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다. 판돈으로 걸 것은 오로지 자신, 그리고 운이 좀 좋은 사람이면 처자식 포함한 자신의 인생일 뿐.


근데 아무리 봐도 여기보다는 땅 준다는 곳으로 가는게 낫지 않겠냐 싶었고 그렇게 그들은 자그마한 낚싯배에 몸을 맡겼다.


왠 낚싯배냐고?


한국이 몇 차례 탐관오리를 벌하면서 이곳저곳 들쑤신 덕에 적어도 해안가에 한국 군함이 접근하기란 아무래도 무리가 생겼다.


그러니 우리 새로 한국인이 될 여러분, 모두 환승을 합시다.


낚싯배 타고 좀 가다 보면 한국의 수송선들이 새로운 한국인들을 환영했고 수송선에서 대략적인 서류 작업과 아주 간단한 교육을 마친 후 그들은 한국 이곳저곳에 뿌리내렸다.


그리고 이렇게 도착한 한국에서의 삶을 만족스러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말은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좋은 문자였고 어쨌건 문화도 유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무엇보다 이제 배도 안 고프고 위험하지도 않았다!


나라에서 뭘 이것저것 알려주고 ‘해보셈 ㄱㄱ’라고 하는 경우가 좀 있긴 있는데 대부분 도움되는 경우인지라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애당초 관료들이 와서 지랄을 안 하는 것만 해도 정말 놀라운 일이라니깐요? 적어도 그곳에선 그랬어.


물론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염전빔을 맞고 그들은 아무런 불만을 표할 수 없었으며 한국 빈민 구제 사업 2.0은 오늘도 만족도 100%를 자랑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혹시... 당신 한국인이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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