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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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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2.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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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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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백색의 가루13

DUMMY

후지와라노 유키시(藤原行至) 일행은 한국의 수도, 서울을 보고 내심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


“한국의 도시는 부산이 최고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려”


“내 말이 그 말이오. 척 보기에도 부산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구려”


육각형 모양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구역과 번듯한 도로들. 그리고 심심찮게 보이는 고층 건물(이 당시 일반적인 집이 5층이면 충분히 고층이라 칭할 자격이 있었다.)과 영문을 알 수 없는 커다란 건물(이들은 몰랐겠지만 종합경기장이었다.), 대부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상업 구역으로 보이는 곳에는 사람들이 마치 검은 점처럼 보일 만큼 바글바글했다.


“어떠십니까, 유학생 여러분? 경치가 꽤 좋지요? 서울에 살다 보면 서울이 큰 것 정도는 알지만 얼마나 큰지, 우리 도시의 모습이 어떤지 보지 못할 때가 있지요. 워낙에 바쁘기도 하고요.”


화윤모는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여러분들도 이제 이곳에서 학업에 힘쓰고 적응하는 데 노력하다 보면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이 바빠질 겁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여유로울 때 한 번 이곳으로 안내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리 느긋하게 쌓아온 것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지요. 계획에는 없었습니다만 무례했다면 용서를 구하는 바입니다, 하하하!”


“무례라니요, 오히려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 생각하신다면 진심으로 다행입니다. 나중에...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하는 날 다시금 이곳을 방문하셔서 서울을 보신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또 색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뭐, 그것까지 제가 인솔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있죠.”


화윤모는 장난스럽게 미소지으며 상자에서 술병들을 꺼냈다.


“한국 특제 벌꿀주와 포도주입니다. 이런 장소에서 느긋하게 한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어울려 주시렵니까?”


그 말에 일본 유학생들도 크게 반색하며 술잔을 받아들었다. 이들 대부분이 열다섯에서 많아야 열일곱이긴 했지만, 이 정도 나이면 술 한 두잔 정도를 즐기는 것 정도야 크게 흠이 되질 않는 탓이었다.


한국도 성년을 열일곱으로 정해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열 대여섯 먹은 아이에게 술 한 두잔 알려주는 것까지는 뭐라 하지는 않았다. 다만 성장기 때 지나치게 과음하지 말라고만 경고할 뿐.


서서히 노을이 지며 유흥가에 밝은 불이 켜지는 걸 즐기며 그들은 느긋하게 그 풍경을 즐겼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적당히 여독을 풀고 난 후 유키시 일행은 의복을 단정하게 한 후 궁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하를 뵐 때 너무 과한 예는 불필요합니다.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국서를 봉정할 때는 조금 더 예의를 갖추어야 하겠지요.”


“차관님의 말씀,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명심까지 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이전에 저희 외교부 관료들이나 혹은 이전에 한국에 와본 귀국의 관료들이 잘 알려주었을 것입니다. 저희가 발간한 책자에도 어느 정도는 쓰여 있을 것이고요. 자자, 거의 다 왔군요.”


화윤모는 문 앞에 서 있던 비서관에게 말했다.


“비서관, 유학생들이 도착했다 전해 주겠나?”


“전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시니 가볍게 종을 울리신 뒤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 말에 화윤모는 문 앞에 있는 종을 두어 번 울리고서는 말했다.


“자,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예, 차관님. 지금까지의 안내에 감사했습니다.”


“무얼요, 저야말로 양국의 우호와 일본국의 미래가 될 유학생 여러분들을 만나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식사라도 한 번 하지요. 전하께서 기다리실 테니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화윤모와 간단하게 작별을 하고 유키시 일행은 마지막으로 의복을 간단하게 점검한 후 알현실로 들어갔다.


“국왕 전하, 유학생 대표 후지와라노 유키시가 삼가 일본국 천황 폐하의 국서를 봉정하나이다.”


유키시가 정중히 국서를 바치자 지영은 국서를 받아 읽고는 그들을 향해 부드러이 말했다.


“귀국 천황 폐하께 감사드리오. 자, 먼 길을 오느라 다들 고생이 많았소. 다들 고개를 들어도 좋소”


유키시 일행은 지영을 바라보고 놀라움을 가까스로 감추었다. 아무리 늙게 봐도 스물다섯에서 서른 안쪽의 젊은이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천황 폐하께서는 잘 지내고 계시오? 사위된 몸으로서 손자들도 보여드리지 못하니 참으로 죄스럽구려”


“전하께서 천황 폐하께 쓰신 친서들 덕에 매우 평안하십니다.”


지영은 그래도 이 주일에 한 번씩은 자신과 아사하라, 그리고 아들딸의 근황을 담은 편지를 써서 일본 대사에게 전하고는 했다. 천황이라 할지라도 결국 사람이고 특히 아사하라를 아끼던 천황인지라 가끔 술자리에서 편지들을 내보이며 손주들과 딸자랑, 사위자랑을 하기도 했다.


“음, 그렇다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구려.”


적당히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치레가 끝나자 지영은 힐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슬슬 점심이니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떻소? 혹시 미리 식사를 하였소?”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하다면 좋소. 같이 식사라도 합시다.”


“예, 전하.”


얼마 뒤 푸짐하게 한 상이 올라오자 지영은 젓가락을 들고서 말했다.


“자자, 음식이 식기 전에 어서 듭시다. 이야기야 식사를 하며 천천히 하면 되는 것이니”


그 말과 함께 고기 한 점을 들어 먹자 뒤이어 유키시 일행들도 조심스레 밥과 반찬을 목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다들 음식은 입에 맞소?”


“예, 전하. 전하의 은혜로 인해 더욱 맛이 좋은 듯합니다.”


그 답에 지영은 픽 웃으며 말했다.


“내가 뭘 한 게 있겠소. 그래도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려.”


지영은 눈앞의 포도주를 한 잔 마시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곳은 공적인 자리가 아니니 내 그대들보다 연장자로서, 혹은 상급자로서 말을 조금 편하게 하리다. 그대들도 막연히 어렵게 대하지 말고 그냥 동네 오십 줄 넘게 먹은 아저씨를 대한다고 생각하고 말해도 좋네. 뭐, 이 얼굴로 오십 하고도 네다섯을 더 먹었다고 하는데도 아무도 믿어주질 않더군, 하하하! 그대들이 보기에도 내 그렇게 젊어 보이나?”


‘저게... 지천명을 넘긴 사람의 얼굴이라고?’


‘스물다섯을 잘못 말씀하신 게 아닌가?’


유키시 일행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지영은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뭐, 사실 그대들 모두가 원해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닐 것이야. 몇 명은 가문에서 애매한 위치라서, 몇 명은 국내에 위험한 요소가 있어서, 아니면 망한 가문을 되살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


미리 화윤모에게서 ‘전하께서는 너무 예의를 차리는 것을 싫어하시지요. 그 사람이 예의와 존중을 갖추고 있다면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동에 배어나온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니 혹여나 전하께서 편히 행동해도 좋다고 하신다면 구태여 꾸며낸 행동을 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더욱 싫어하실 테니까요.’


라고 들은 적이 있던 유키시 일행인지라 조금은 편안하게 지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지영의 미소가 조금은 짙어지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잖나? 세상만사 원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지. 뭐, 개인적으로는 그대들 중 진정으로 한국의 것을 배우고 익히며 서로 교류하고자 온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실제로도 그런 이들이 몇몇은 있겠지만, 아닌 이들도 있겠지.


그리고 그러한 목적으로 왔다 하여도 목표가 오롯이 그것만 있겠는가? 관직에 나가고 싶거나, 혹은 유명한 학자가 되고 싶다거나 하는 욕망과 함께 있는 것이겠지 그런 것들은. 아닌 이들도 있으나 내 살면서 그러한 이들은 거의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런 이들이 후세에 성현이라 불리는 것 아니겠나.”


지영은 서른 명 남짓한 유학생들의 눈을 하나씩 마주치며 말했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실로 어리석은 일일세.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그걸 되돌릴 방법은... 없으니까”


지영은 말을 하다가 이내 쓰게 웃었다. 시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고작해야 몇 년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최소 수백 년의 시간을 가지게 된 모습이 참으로 우스웠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그토록 바라던 시간인데 자신에게는 시간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고통이 도사리기에 이를 기피하고 싶어한다니.


지영이 침묵하며 표정에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듯이 휘몰아치는 게 보이자 유키시 일행은 자신들도 모르게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본래 말 한마디가 가지는 전달보다는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들이 가져다주는 전달력이 훨씬 거대한 법. 본래 지영도 연설을 할 때 신경을 쓰는 부분이지만 지금은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의사 전달을 아주 충실하게 하고 있었다.


“모든 시간은 중요하네.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란 없지. 하지만 지금 그대들의 시간은 정말이지 황금과도 같은 시간이야. 그거 아는가? 사람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마치 나무처럼 더욱 단단해지고 굵어진다네.


그래서 완연히 성장하면 굵고 단단한 나무처럼 되어버리지. 그리되면 어찌 되는지 아는가? 바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네. 자신이 쌓아온 이 굵고 단단한 인생이 그것을 부정하는 무언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세. 그렇게 계속 변화의 바람이 불어 태풍이 되어 더는 견디지 못한다면... 부러지고 말지”


하지만 지영의 눈앞에 있는 이들은 달랐다. 이들은 아직 젊었으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고 세계를 마음껏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축복받은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지영은 진심으로 그들이 이곳에서 하나라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대들은 달라. 그대들은 아직 세상을 받아들이기 수월할 만큼의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갖추고 있지. 혹자는 그것을 경험 부족과 약함이라고 하겠지만 세상이 어찌 흑과 백으로 딱 나누어 떨어지겠는가? 일령 부드러워 보이는 뱀이라 할지라도 힘을 세게 주면 맹수를 졸라서 죽일 수도 있는 것인데.


그러니 난 그대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익혔으면 좋겠다네. 이곳에서의 경험 하나하나가 나중에 그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의 한계치를 더욱 넓혀 줄 것이야. 더욱 굵고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나무가 되는 것일세. 사실 그대들 나이에 이리 먼 외국까지 나와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나? 그것도 이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은 나라에 말일세.


그러니 최대한 배우고 익혀보게나. 나중에 한국을 기억했을 때 남들이 얻지 못할, 무언가 하나라도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네. 기왕 보내야 하는 시간, 후회 없이 보내게나. 아... 이런, 한마디 한다는 게 음식이 다 식어버리겠군. 이래서 말을 할 때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건데. 미안하네, 자자. 진짜 식기 전에 들게나. 에잉, 자네들도 참... 말이 길어진다 싶으면 적당히 배를 채우면서 들으면 될 것 아닌가. 배가 고프면 말이 들리기나 하겠나? 하하하하”


작가의말

다음주부터 기말고사입니다...
사실 이번주도 시험 기간이긴 한데 다행스럽게도 비축분 좀 모아놓은 거 썼습니다.
하지만 이제 비축분도 없고... 시험 2주동안 본다고 해도 이제는 오롯이 시험에만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런 이유로 다음 연재는 12월 26일 월요일 입니다!
부족한 글 봐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리며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후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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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백색의 가루27 23.02.16 242 7 12쪽
190 백색의 가루26 23.02.13 228 5 11쪽
189 백색의 가루25 +2 23.01.30 26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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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백색의 가루17 23.01.02 269 5 11쪽
180 백색의 가루16 22.12.30 27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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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백색의 가루10 22.12.02 306 7 11쪽
173 백색의 가루9 22.11.30 29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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