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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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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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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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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7

DUMMY

어린 사슴고기를 간장으로 양념한 고기반찬과 함께 든-든하게 밥을 챙겨 먹은 지영은 기분 좋게 맥주를 들이켰다.


이래서 식도락, 식도락 하는 건지. 현대에서 먹었던 고기보다도 맛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자신이 현대에서 비싼 고기를 안 먹어 봐서 이런 걸지도 모르고.


“...? 학장이랑 교수랑 길거리에서 싸웠다고?”


“크흠, 싸웠다기보다는 언쟁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세금으로 밥 먹고 하는 일이라곤... 쯧!”


지영의 심사가 슬슬 뒤틀리려 하자 눈치를 보던 김양순이 조용히 나섰다.


“경찰을 동원해서 체포합니까?”


“... 법을 어긴 것도 아니잖나. 조용히 넘어가주도록 하겠네”


아무리 들어도 어조가 조용히 묻어버리겠다고 다짐을 한 것 같았기에 그동안 비서실장 짬을 어느정도 먹은 김양순은 조용히 닥쳤고 아니나 다를까 지영의 한 마디가 덧붙여졌다.


“둘 다 내 집무실로 호출하게.”


“예, 전하. 아... 승려들은 어찌할까요?”


사실 승려들은 한 일이 없었다. 초반에 말 몇 마디 섞고 나서 선동과 날조로 충실히 무장한 중앙대 학장이라는 인간이 와서 양열을 아주 호로새끼로 만들었기에 그들은 그저 옆에서 ‘아미타불’이라 중얼거리며 목탁을 두들겼다.


‘...? 야구장 갔을 때 저런 식으로 응원하지 않나?’


나는~행복합니다~


“전하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저희 비서실 선에서 적당히 접대하고 돌려보내겠습니다.”


더 이상 국내에서의 소요를 원치 않는 지영이었지만 그래도 불교계 큰 어르신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적어도 만나라도 봐야지.


“... 자네, 불교에 대해 아는 바라도 있나?”


“죄송합니다, 전하.”


저런, 불교계 큰 어르신을 상대로 ‘나는 불교에 관심이 없소’라고 당당하게 말하게 생겼군.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야.


다행스럽게도 저 유감스러운 일은 더 큰 유감스러운 두 명의 인물에 의해 묻혔고 불행한 점은 더 큰 유감스러운 두 인물이 지금 바로 눈앞에 서 있다는 점이었다.


“헛짓거리했더군”


“전하! 그것이 아니-”


드디어 국왕 전하를 만나 강상의 도를 다시 세울 수 있게 교화? 하려고 입을 털던 양열은 지영의 손짓에 입을 꾹 다물었다.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닥치지 않는다면 저 손짓과 함께 칼이 휘둘러질 것 같았기에


“내 듣기로 헛짓을 하는 이유는 할 일이 없어서라고 했네”


두 사람은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


‘없는데요’


“그러니 내가 친히 노동의 위업을 두 사람에게 주입시켜주도록 하겠네”


...그렇다고 합니다, 이지영 동지.


그렇군. 탄광으로 보내도록 하지.


“특히, 양 교수. 감당할 수 없는 말은 내뱉지도 말았어야지. 내 바라건데 노동의 위업을 온몸으로 깨닫고 오길 바라네”


“전하! 전!하읍..으브브...”


저 아이가 태양이라는 것을 알게 될까요?


눈앞에서 한 사람이 땅으로 묻히는 것을 직관한 중앙대 학장은 몸을 떨었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듣기로는 사약이라는 게 있다 했는데 그걸 마시면 곱게 갈 수 있나?


“... 이보게, 학장”


“예... 저는 꿀 한 숟가락만... 예? 아닙니다, 예.”


“...꿀통에 파묻히고 싶나?”


위아래로 훑는 그 눈길은 마치 어느 정도 크기의 통이면 될지를 가늠하는 것만 같았기에 학장의 등 뒤에는 식은땀이 촉촉하게 맺히고 흘렀다.


“자넨 중앙대 학장일세. 한국 유일의 대학의 장이라고. 저잣거리 보따리장수가 아니란 말일세”


무려, 차관급 관료다. 거기에 한국 유일의 대학의 장이라는 명성은 장관급 관료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그럼 차라리 일을 키워서 저 양열이라는 유학자를 꺾어버리던가? 무슨 군중 몇십 명이나 모일까 말까 한 곳에서 말 몇 마디 투닥거리는 게 전부란 말인가? 고위관료단에 속한 것 치고는 너무 저렴한 방법이었다.


“어쨌건 자네도 벌을 받긴 받아야지. 반년간 월급 삭감일세.”


“감사합니다, 전하.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그는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반년간의 월급 삭감, 결코 작은 것은 아니었으나 방금 전 한 사람이 시베리아... 아니 탄광으로 끌려간 것과 비교하니 감사함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당연하지, 나가게”


다음 사람 들어오세요!


자! 들어왔습니다!


“일개 출가자인 소승이 국본을 뵙게 되니 기쁘기가 한량없습니다. 온 왕실과 신민에 석가의 덕과 보살핌이 가득하기를 비옵니다.”


딱딱딱!


“으음... 그래, 고맙소이다. 승려께서도 아무쪼록 환웅천왕께서 보살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소”


저 목탁은 도대체 어떤 규칙대로 두들기는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보다 어른을 상대로, 첫 만남부터 그런 이상한 것을 묻기는 싫었기에 지영의 입에서 나온 것은 평범한 답이었다.


물론 환웅의 후손을 자처하는 이답게 환웅을 꼭 팔아먹긴 했지만 사실 틀린 말은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선비족의 후손들이 문묘와 삼황오제의 무덤에 제사를 지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지영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자기 조상이라고, 환웅천왕은.


따뜻했던 찻잔이 서서히 온기를 잃어가는 와중에도 둘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지영은 뭐라고 운을 떼어야 기분이 나쁘지 않을지 머리를 실컷 굴렸고 승려는 아무리 그래도 국왕이 부른 건데 자신이 뭐라고 먼저 말을 하기가 조금 염려되었던 탓이었다.


아무리 출가자라고 하고 속세에서 벗어났다고 칭하긴 하지만 그렇다 한들 속세의 칼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으음... 그래, 굳이 돌려 말하지 않겠소이다. 이미 출가를 한 분들께서 왜 우릴 도운 거요?”


“전하, 석가의 은덕은 이 나라 온누리를 비추고 있사옵고 전하께서는 나라의 중심이신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아, 그렇지. 호국불교.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가 이걸 보면 도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진심으로 궁금한데.


뭐, 종교가 토속 신앙이나 관습을 받아들여 변질되어 또 다른 종파가 되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일도 아니긴 하다만 그래도 불살은 불교의 기본이 되는 요소 아니었나. 극히 단편적인 부분만 본 거긴 하다마는


... 그렇다고 지영에게 그 소리가 통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감히, 군대를 빼? 니가 뭔데? 내 한국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존재할 수가 없어. 조선 천지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 뭐, 그리 말해주니 고맙소. 내 불계를 위해 해준 것도 없는 데 이리 먼저 나서줄 줄은 몰랐구려. 승려께서는 불자이시지만 나는 국왕이오. 돈과 정치에 찌든 인간이라는 말이지. 허니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보시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들어드리리다.”


승려의 눈에는 일순간 안타까움이 스쳐갔다. ‘저 창창한 젊은이가 어째서...’라는 눈빛이었지만 정말 유감스럽게도 지영은 자본주의가 온누리에 뻗친 세상에서 더러운 꼴 다 보고 온 인간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도 돈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하지 않았나. 그 고생을 하고 다시 느낀 점이라면 역시 돈이 좋았다.


“굳이 소승의 소원이라 한다면 전하께서 잠시 속세를 잊으시고 안정을 찾으시기를 바라옵니다만...”


애초에 지영에게 빌만한 소원이 없었다.


이 나라가 불교에 대해 크게 탄압하고 있는가? 그건 아니다. 단군교라 해서 환웅에게 하루 5분 기도하고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며 성실하게 살고 지영은 아무튼 환웅의 후손이라는 종교를 밀어주기는 했어도 타 종교를 굳이 건드리고 있지는 않았다.


병역 문제? 병역 문제에서도 약간의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약초에 능한 승려들이 많아 만약 예비군에 소집되더라도 의무병에 속하게 해주며 여러 가지 조치들을 교육하는 선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편의를 봐준다기보다는... 그냥 의무병이나 의무부사관, 장교도 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알보병으로 굴릴 이유가 없는 것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모두 행복하니 괜찮다.


승려들에게 세금...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그거야 다른 국가들도 어지간히 다 하는 것이니 그런갑다 하고 넘어갈 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그 정도까지 시간을 내기는 어렵소. 정 원하시는 것이 없거든 좋은 명상법 정도나 일러주시오. 매일 조금씩 하나 영 효과가 없는 듯 싶기에”


그 말에 승려는 곧장 명상하는 법을 전수해 주었다.


마음을 깨끗이 비우는 것은 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지영이 명상을 하는 이유는 그저 인생에 있어서 약간의 효율성을 가미시켜줄 수 있는 요소였기에 짧게 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걸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도 둘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문제의 단군교였는데 승려도 그건 궁금했는지 단군교에 무슨 경전이나 이런 것이 있냐 묻자 지영은 담백하고도 솔직하게 답했다.


“그런 건 없소. 뭐, 환웅천왕께서 나라를 어찌 내려오시고 나라를 세우신 것 정도는 일러두긴 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이 정도...?”


승려가 받아든 그것은 경전이라기보다는 그냥 일종의 메모장에 가까웠다.


환웅천왕의 일대기에 대해 대충 쓰여 있고 그 밑에는


이웃끼리 돕고 지내자.

법을 어기고 살지 말자.

잠들기 전에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고 반성하는 명상을 짧게 하자.

가정을 화목하게 유지하자.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자.


가 끝이었다.


... 이게 경전?


차라리 옛 조선의 8조법이 더 복잡했겠는데?


“...이게 끝입니까?”


요즘 참선과 수행을 중점적으로 하는 선종이 슬금슬금 들어오고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단군교 사당들도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아주 간간히 하나씩 박혀 있는 정도?


“저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많소.”


지영의 간단한 답에 승려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저 정도만 모든 인간이 전부 지킨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 분명했다.


지영은 저 정도의 말이 기술과 과학이 발달한 21세기가 넘어서도 모든 인간이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진짜 어떻게 될까?


그냥 해탈해 버릴까?


아니면 ‘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라며 흑화할까?


어떤 반응을 보이던 정신이상자로 보이는 건 확실했기에 입을 꾹 닫고 안타까운 척 차만 홀짝댔다.


작가의말

죽이는 게 아닙니다
노동의 기쁨을 깨닫게 해 교화하는 것입니다.
...아마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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