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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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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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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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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양면9

DUMMY

양열의 건은 대충 마무리되었다.


그렇다고 한국에 유학자들과 그 세력이 완전히 없어졌느냐... 라고 물으면 애매했다.


모조리 탄광에 처넣기에는 죄질이 모자란 자들도 있었고 여론전을 하기에도 애매한 까닭이었다.


이 모든 게 너무 일찍 터져서 문제였다. 이번 기회로 국민 전체에 반 유학 정서를 심으려던 지영의 야심찬 계획은 한낱 불쏘시개가 되었고 국내에는 극소수의 유학 세력이 어쨌건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


휙휙


“......?”


휘적휘적


“뭐야...이거? 왜 안 되지?”


지영은 혀를 쯧 차고 즉각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 누구도 집무실에 들이지 말도록. 그 어떠한 이유를 대더라도 기다리라고 해.”


“알겠습니다.”


방문이 잠기자 조용히 자신의 팔찌를 매만졌다.


그리고 지영의 몸이 슉 하고 사라졌다.


“어이 여신님, 여기 인터넷... 아니 시스템 먹통인데요”


“아... 그거...”


여신 디아나는 어째선지 풀이 잔뜩 죽은 모습으로 지영을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고쳐 ‘줘’”


“아...하하... 사실 그거...”


“고쳐 ‘줘’”


“그, 사실은, 후우...”


“고쳐-”


“아, 닥쳐! 내가 말하잖아!”


의도대로 여신을 분노케 한 지영은 이제 말하라는 듯이 디아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엄마한테 신성력 지갑을 압수당했단 말야!”


“용돈 압수?”


“그렇게 말하지 마! 갑자기 초라해지잖아!”


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돈을 압수당한 여학생의 반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암요, 신인데 뭐 그러시겠죠.


“...그래서... 더 이상 시스템은 못 쓸지도...”


시스템.


지영의 숨겨진 조력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되었다.


시스템이 없었다면 적어도 한국의 발전은 십 년 이상은 늦어졌을 것은 분명했다.


그 시스템을 더 못 쓸지도 모른다는 건 썩 유쾌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그, 그래도 네 불로 기능은 유지하고 있어! 딱...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거긴 한데...”


“...예?”


먹통이 된 인터넷 문제를 해결하러 왔다가 ‘님 목숨을 아슬아슬하게 공급중임!’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들은 지영은 허망하게 디아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아니 걱정은 하지 말고. 정 부족하면 내 신력 살짝 쪼개서 쓰면 되니까... 아마”


이상하다, 뒤에 ‘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야...’라는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요.


저 괜찮은 거 맞습니까?


불신이 가득한 지영의 시선을 느꼈는지 디아나는 팔을 붕붕 돌리며 지영이 안전함을 강조했다.


“아, 걱정 말라구! 신을 뭘로 보는 거야!”


신에 대한 경외를 다 깎아 먹은 저 여신이 문제가 아닐까?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경외가 없어진 건 아니다.


인간이 주택 하나씩 굴리고 있을 때 신들은 행성 단위로 굴리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모든 신이 이런 건지 아니면 이 철부지 여신의 집안이 부자인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노는 물이 다르다.


“하아... 아무튼 미안, 시스템은 못 쓸거야. 나머지는 내 선에서 해결할 테니 크게 걱정 말고. 대신... 그 보상이라기에는 뭣한데”


디아나는 허공에 손을 넣고 휘적거리더니 귀걸이 한 쌍을 꺼냈다.


“불행을 막아주는 귀걸이라는데... 우리에게는 사실 필요는 없는 물건이라.”


“기왕 줄 거면 존나게 좋은 걸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대한 여신이시여.”


“네 몸이 견디지 못해서 스스로 지옥 불로 떨어질 텐데 괜찮아?”


스스로 노릇노릇한 인간 웰던이 되어 기한 없이 코딱지를 파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지영은 즉시 귀걸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다시 보니 디자인이 아주 기깔난게 딱 저한테 어울리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내가 보는 눈은 있다니까”


제발, 그렇게 소소한 걸로 으쓱거리지 말아 주세요... 신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지잖아.


정말 다행스럽게도 디아나는 자신이 깨먹은 환상을 일부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손을 휘두르니 귀걸이가 억! 하고... 아니 딱 하고 끼워졌다.


“그... 팔찌는... 으음...”


디아나가 불안한 듯이 팔찌를 바라보니 어느새 팔찌는 디아나의 손위에서 빛을 내뿜더니 어느새 다시 지영의 손목에 턱 하고 채워졌다.


“그거 충전식으로 바꿨어. 한... 두 번 정도? 그 이상은 무리. 인간을 공간, 차원 이동시키는 데는 신성력이 많이 든단 말이지.”


그 정도면 충전식이라기보다는 그냥 일회용 보조배터리 수준이 아닐까 진지하게 의심되는 수준이었지만 사실 지영이 이곳에 더 올만한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그럼 용무는 다 본 것 같으니까... 앞으로 힘내라고”


근 삼십 년 만의 만남은 단 삼십 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지영의 손에 쥐어진 것은 이미 착용한 귀걸이 한 쌍과 팔에 채워진 팔찌, 그리고 손 안에 묵직하면서도 시원한 콜라 한 병.


...콜라?


지영은 멍하니 제 손에 들린 콜라를 바라보았다.


낯설면서도 너무나 익숙한 감촉, 익숙한 색과 모양.


아아... 이것은 펩시 제로 라임 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감동도 잠시, 지영은 곧바로 병을 따고 그대로 콜라를 들이켰다.


콜라는 차가운 상태에서 먹어야 제맛이니까.






한편 동 시각 북해도(홋카이도) 한국 정착지.


“아, 씨발 더는 안 되겠다.”


대대장은 들고 있던 서류를 탁자 위에 쾅 하고 놓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군바리들이 이 짓을 해야 하는데?”


“에이, 대대장님. 그래도 이번 일로 높이 올라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은 얼마 없으니...”


“그 전에 우리가 서류에 파묻혀 죽지 않을까요, 똑똑한 중대장님아?”


그 말대로, 더 이상 일개 대대장이 감당한다고는 볼 수 없는 서류의 양에 중대장의 입은 그대로 다물렸다. 물론 이 업무가 미래에 승진에 좋은 것까지는 맞지만 너무 과도한 업무라고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군인으로서 본분도 무시할 것은 못 되었다. 일부 부족들이랑은 지속적이고 물리적인 마찰을 빚고 있었고 겨우 한 개 대대가 행정과 군사적인 업무를 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슬슬 이곳에 정식으로 총독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할 참인데... 반대하는 사람 있나?”


있을 리가.


이제 이곳도 인구가 무려 사천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기존에 살던 원주민들이었고 통치하는 데는 더욱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여기까지 버틴 것은 현 대대장인 장지운의 능력이 뛰어났고 병사들 역시 유연한 태도로 대처해서였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


이곳에 온 지도 시간이 좀 되어 말은 안 해도 병사들의 사기도 약간은 떨어진 상태였고 그건 대대장 장지운도 마찬가지였다. 인적 자원의 부족은 더 이상의 확장을 막고 있었고 이곳도 이제 도시 계획과 자체적인 식량 생산 계획을 세워야 할 때였다. 저 망할 무만 키우는 게 아니라.


“없는 것으로 알지.”


그는 그 자리에서 보고서 한 장을 뚝딱 써낸 후 봉했다.


장지운의 보고서는 즉시 육군부 장관인 사혁에게 올라갔다.


“... 그렇다고 합니다, 전하.”


“흠, 슬슬 총독을 파견할 때도 되긴 했지.”


“병력도 추가로 증원을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돈과 인력이 들어가는 소리에 지영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혁은 장지운이 그려 보낸 지도를 면밀하게 검토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가보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개 연대 정도는 주둔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한국군의 문제점.


한국군의 기본 편제는 편제 개편 후 약간 늘어난 정원 6,013명의 여단 편제가 기본 편제였다. 그 위치는 현 대한민국이나 기타 국가들의 사단을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의 기본 편제, 그게 바로 한국의 여단이었다.


그리고 이 여단은 대대 열 개로 이루어진 편제였다. 즉, 한국군의 편제에는 ‘연대’라는 편제가 개념상으로만, 문서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요약하자면 연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하기 위해서는 멀쩡한 여단을 반갈죽 해서 연대를 만들어 파견하거나 아니면 현재 대대 하나가 저기에 있으니 나머지 세 개 대대를 어떻게든 만들어서 연대로 편제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추가 징병을 통해 총독부 산하 독립 연대로 만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서 병력을 더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말대로, 편제 개편 이후 한국군은 대략 이천 명 정도가 더 늘어난 상태였다. 물론 그만큼 인구도 더 늘기는 했지만, 상업과 산업이 더욱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력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고 새로 개척 중인 유구 총독부와 북해도 총독부에도 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북해도 정도의 체급이라면 언젠가는 한 개 여단, 혹은 그 이상을 주둔시켜야 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한국의 사정상 평시에 여단급을 추가로 편제하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완성되어있는 여단들을 굳이 쪼갤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보고받은 원주민들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높은 수준을 받은 병력도 크게 필요하지 않을 것 같고요. 독립 연대 편제를 구성해서 한... 반년 정도 훈련시켜서 보내면 원주민 정도야 어렵지 않을 겁니다. 뭣보다 원주민 모두랑 싸울 것도 아니고요.”


“흐음, 그거야 그렇지. 알겠네. 세 개 대대 정도 모병해서 연대 하나 만들자고. 연대장 후보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이 자 그대로 가려 하는데”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래, 그럼 한 번 부르게. 어차피 잠시 쉬러 서울 한 번은 들릴 것 아닌가? 그때 잠깐 식사나 한 끼 하지.”


그런 이유에서 장지운의 십사 년 군 생활 중 어쩌면 최악의 식사가 진행 중인 것이었다.


“육사 나왔다며?”


“예, 옛! 그렇습니다!!!!!”


“뭘, 먹는 데 그리 군기를 꽉 잡고 먹나?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니 편하게 해도 좋네”


“감사합니다!!!!”


지영의 진심이야 어쨌건 지영은 왕이었고 ‘편하게 해~ 편하게’라고 말한들 그리 쉽게 편해질 리가 없었다.


눈치 한 번 보고, 고기 한 점. 눈치 한 번 보고, 밥 한술. 무슨 천장에 매달린 생선 한 번 보고 밥 먹는 자린고비의 느낌을 정확히 재현하는 장지운의 모습에 지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서들에게 이야기를 듣지 못했나? 나는 필요 이상으로 예의를 차리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네. 귀관의 충성심과 존중은 충분히 알았으니 이제 편하게 들게나”


지영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장지운은 아까보다는 편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불편해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그냥저냥 봐줄 만하기에 지영은 본론을 꺼냈다.


“귀관의 점령지 관리와 원주민에 대한 대응은 썩 괜찮더군. 원래 전쟁에서 이기는 것만큼이나 통치 역시 중요한 법인데 대대급 병력을 이끌었다고 해도 전문적인 관료 없이도 지금까지 큰 문제가 터지지 않은 건 쉽지 않은 일이지.”


“가, 감사합니다.”


“이제 서른여섯이라고?”


“옛, 올해로 서른여섯이 되었습니다.”


“흠... 그런가, 나쁘지 않군”


지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령까지 십사 년, 진급이 느린 것은 아니었으나 몇 차례 전쟁과 토벌이 있던 것 치고는 엄청나게 빠른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이력과 직접 눈으로 본 바에 따르면 특별한 재능이 있는 장교는 아니다.


아, 그야 물론 육사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무난하게 군 생활을 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재능이 없다, 실력이 없다는 말을 쓸 수는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한국군 장교 내에서는 특별히 부각이 된다,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을 처지는 아니었다.


다만, 그동안의 행적에 미루어 볼 때 한 가지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있다면... 눈앞의 장지운 중령은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한 잔 받지.”


“옛!! 감사합니다!!!”


공손히 내민 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고는 지영은 웃으며 말했다.


“자네, 진급하고 싶지 않나?”


작가의말

상태창, 시스템 관련해서는 고민을 좀 했는데 사용하지 않고 연재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쓰면 쓸수록 '그래서 이걸 어디에 넣지?' 라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시스템은 앞으로 특별편에서만 한 번씩 짚고 넘어가듯 넣을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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