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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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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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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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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28

DUMMY

“저... 박 하사님?”


“뭐야, 나 볼일 보고 온 사이에 뭔 일이 있던 거야?”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듯이 소란스럽자 박병구는 어이가 없었다.


“원주민인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 그런데 뭐. 빨리 보고 안하냐”


“아, 죄송합니다! 몇 분 전 습격을 받았습니다만... 그 무기가...”


박병구는 허망함까지 느껴지는 눈길로 휘하 병력이 내민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 돌도끼?”


“그... 런 것 같습니다.”


“... 이거 부사관 교육 받을 때 역사 시간에 삽화로나 봤던 거 같은데.”


“그... 아무래도 여긴 원주민들 밖에 없나 봅니다. 복장도 보아하니...”


날뛰다 기절당하고 포박까지 당한 불쌍한 원주민은 아무리 봐도 가죽을 대충 꿰맨 옷을 입고 있었다.


“... 또 잘못 왔냐?”


“그...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번엔 해군 놈들이 확실하다 했습니다.”


그 말을 뱉은 그나 박병구나 그 말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지금 몇 번째의 섬을 탐색하는 건지 잘 모르겠으니까.


간단한 이야기인데... 어지간한 현대인이라면 일본 남쪽에 오키나와라는 섬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키나와와 일본 열도 사이에 작은 섬들이 좍 깔린 것 정도는 알 것이다.


지리 공부를 했던 사람이라면 사츠난 제도 밑에 류큐 제도가 있고 오키나와섬은 류큐 제도중에서도 위쪽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그러면 과연 일본 열도와 오키나와 본섬 사이에 몇 개의 섬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얼마 없으리라.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영은 그 ‘얼마 안 되는’ 사람 사이에 속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혼동을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요인.


그건 바로 현재의 오키나와는 구석기 시대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영이야 이게 약 10세기 넘도록 구석기 시대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원정단에게 깜빡하고 말을 안 한 상태였고 원정단으로서는 당연히 원시적이더라도 어느 정도 문명을 이루고 있을 줄 알았다.


뭐, 이 상태도 정말 원시적인 문명이라 할 수는 있지만 원정단의 대부분이 만난 가장 후진적인 문명이래봐야 저 위의 유목민족이나 아니면 일본 열도가 고작이었다.


그나마도 북해도의 유목민족들도 사는 형태가 달랐다 뿐이지 정작 있을만한 건 다 있었고 지금은 북해도도 주요 도시들이 상업이 발전하면서 정주문명과 유목문명이 조화롭게 섞이고 있었다.


현대인들에게도 조선, 고려, 삼국시대의 상황을 보여주면 ‘와 박물관에서나 볼 만한 걸...’ 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지금 한국인들에게도 저 석기시대의 상황은 ‘와... 역사 교육 삽화에나 나올 걸...’ 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들은 아마미 섬 등에서 몇 차례 삽질을 했고(물론 지영의 의도는 그곳까지 뭉뚱그려 점령하길 원했다.) 제대로 온 지금도 의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은 표시하고 복귀한다.”


“엥? 아직 더 수색할 수 있습니다.”


“짐덩이 하나 들고 수색하자고? 무슨 일이 있을줄 알고?”


물론 이들이 원주민의 습격에 당할 일은 거의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눈 먼 화살, 눈 먼 창에는 이들도 답이 없는 법.


그리고 이곳은 엄연한 적지였다. 정식 정찰대도 아닌 이들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어 보였고 결국 표시를 한 뒤에 곱게 후퇴했다.


“확실히... 우리가 점령한 큰 섬부터 여기까지가 전하께서 말씀하신 유구인 것 같습니다. 이 남쪽으로 내려가도 섬이 있긴 하나 작은데다 멀고 북쪽의 섬은 열도와 너무도 가깝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범위는 아마미섬부터 오키나와 본섬 일대까지였다.


안타깝게도 남쪽의 몇 개 섬 역시 원래는 오키나와에 속해 있으나 이들이 그걸 한 제도로 묶기엔 거리가 너무도 멀었다.


일본 본토만큼이나 떨어진 작은 섬들까지 굳이 탐사할 필요도 없고 그들은 그 존재도 몰랐다(사실 그 섬들은 대만에 더 가깝기도 하고).


“있는 건 원주민 몇에 부락 몇 개 정도요. 우리 여단 정도면 모두 정리 가능합니다.”


“정리라... 굳이 그럴 필요 있습니까? 그냥 적당히 복속시키고 점령해서 다스리는 게 나을 텐데요. 아무리 미개하다고는 하나 토착인들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이 땅의 지식을 알 지도 모릅니다.”


“그 말이 그 말입니다. 그들이 가진 문명의 수준을 생각하시지요.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겠습니까?”


여단장의 독촉에도 새로이 유구 총독으로 임명받아 개척 임무를 가진 구흠민은 생각이 좀 달랐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더 많이, 깊이 알 겁니다. 전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새로운 지역에 갔을 때는 그 지역의 풍토가 우리와 크게 다르니 반드시 현지인에게서 그에 관련된 지식을 얻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군도들을 모두 개척하려면 반드시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니 현지 인력을 충분히 교화시켜 활용하는 게 낫습니다.”


“... 총독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 우선은 현 거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요새를 구축하도록 하지요. 또한 원주민들에게 최대한 유하게 대하라고 말해놓겠습니다.”


여단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지만 구흠민에게는 그걸로도 충분했던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여단장님. 이건... 그저 관료의 의견입니다만 들어주시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전하께서 딱 이런 기후에 모기를 조심하라 하셨습니다. 사소한 것일 수 있으나... 전하께서는 빈말을 안 하시는 분이시니...”


오키나와가 아열대, 열대 기후로 분류되는 걸 생각한다면 아예 없는 이야기도 아니긴 했다. 거기에 2차 대전 때 피난민들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었다는 기록들도 있었다.


“흠... 알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날이 그렇게 덥지 않으니 모두 옷을 잘 여며입으라고 하지요.”


“이해 감사드립니다, 여단장님”








“사건번호 806가 95호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판사의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피고인인 이현도, 피해자인 그 가족들도, 판사의 양 옆에 있는 부판사들도, 법정을 경비하는 경비원들도 하나같이 숨을 죽이고 이어 나올 판결을 기다렸다.


3심제를 채택한 한국이고 지금은 1심이지만 사실상 지금의 결과가 확정될 가능성은 굉장이 높았다.


2심에서 새 증거나 정황이 나오는 경우는 없잖아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사건이라 2심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 확률이 굉장히 높았고 대법원 같은 경우는 아예 국왕이 직접 재판하는 엄청난 사건(이를테면 국가내란죄, 연쇄살인 등의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들만 올라가기 때문에 사실상 1심에서 판결이 나면 그걸로 끝이라 해도 좋다.


“피고인은 본래 피해자와 불화가 있었으며 주변 증언으로 미루어 판단할 때 그 불화의 정도는 매우 심각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불화가 있던 도중 이번 여성의 고위 관료 임명 및 여성의 사회 진출을 주제로 피고인과 피해자는 격한 토론을 벌였으며 토론 중 화를 주체하지 못한 피고인은 피해자를 밀쳐 살해하고는 약 250m를 도주하다가 인근 신민에 의해 붙잡히고 체포되었다.


평소 피해자의 건강상태와 피고인의 완력을 고려하였을 때 의료인들의 판단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쳐 죽이는 것은 상당한 힘이 들어가는 일이며 이는 순간의 화로 밀치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토론을 하다 격해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전의 원한까지 겹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심을 가지고 밀쳐 사망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하다.


피고인은 현재 반성의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사건 직후 도주하려는 모습과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점,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와 도덕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피고인에게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


하여 본 법정은 판사와 부판사 둘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바,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땅!땅!땅!


멍하니 있던 이현은 망치 소리가 끝나고 망치가 던져지는 소리와 판사들이 떠나는 모습에 판사들을 잡기 위해 뛰어갔으나


“움직이지 마!”


“이 살인범 새끼!”


경비원들의 즉각적인 제지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차디찬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꼬우면 항소해 새꺄! 증거가 나올진 모르겠지만”


“야야, 그 쯤 해라. 아직 1심 끝난거니까.”


“헹, 이번 사건에서 1심 끝이면 끝이지 뭘!”


그건 그렇긴 했다.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그랬다.


살심을 가지고 밀쳤다?


그럼 살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겠네?


그런데 사람 마음을 뚜렷한 증거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미래에는 그나마 거짓말 감지기가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완벽하다고 장담은 못 하지 않은가.


물론 그 말을 반대로 바꾸면 살심을 가졌다는 것도 증명하지 못 하는 것이지만(실제로도 없었고) 안타깝게도 확고한 증언이 있었고 실제로 이 둘에겐 원한관계가 있긴 했다.


피고인 이현이 도주한 점?


이건 빼도박도 못 하는 사실이다. 본 사람만 얼만데.


사회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유학의 힘이 약한 한국이라지만 지영은 기본은 지킬 것을 항상 당부했다.


노인을 공경하고, 친구 간에 신의있고, 가족간에 화목하고 등등. 정말 기본적인 것들.


기본적인 것들이다보니 이러한 것들을 어기고 법까지 어기면 형벌이 그동안 쎄게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거기에 이번 여성 고위관료 임명으로 인한 파동은 행안부 장관 명령으로 ‘건전한 토의와 모임은 좋으나 법과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면 가중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행정명령까지 내려진지 오래였다.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이 죽음으로 향하는 길 이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정도 각오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이렇게 억울할 줄은 몰랐다.


따질 힘마저 사라져 그저 차가운 바닥에 머리를 박고 꺽꺽대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차가운 돌바닥에 떨어진 눈물은 누군가의 운명을 예고하듯이 빠르게 식어갔다.




“흠... 그래, 사형이라, 그렇게 되었구만”


“...”


“판사들이 그렇다는데 내 뭐라 하겠나? 그들을 존중하겠네. 진정으로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면 2심이나 3심에서 풀리겠지. 안 그런가?”


“... 그... 렇습니다.”


정현은 한 음절, 한 음절을 말할 때마다 입을 온통 가시로 긁는 듯 했으나 가까스로 답했다.


이게 과연 정의롭고 공정한 법무부인가?


이 재판은 과연 공정하게 진행되었는가?


... 과연 모두에게 성군이라 불리는 이 남자는 이 사실을 아는가?


...!


더는 위험했다.


이 이상은 정말로 위험했기에 정현은 가까스로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


생각을 정말로 멈춘 것인지, 멈췄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작가의말

재판결과 가지고 좀 장난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시대 기준으로 한국 정도 국가면 선녀 그 자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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