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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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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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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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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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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9화-추락(墜落)(2)

DUMMY

해가 기울어 어둑해진 숲의 한곳. 주황빛 황혼을 가리워 길게 드리운 그림자 사이로 현휘는 달리고 있었다.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이능으로 몸을 강화한 채로 큰 원을 그리면서 어딘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딱, 딱, 딱.

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가 현휘의 손가락에서 울려왔다. 엄지와 중지를 마주댄 상태에서 손가락에 힘을 줘 손바닥을 때리며 나는 소리가 고요한 숲을 가로질렀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현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디, 어디에 있나.'


주위를 돌아보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애초에 눈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간신히 잡히는 희미한 마력을 찾아 현휘는 계속해서 손가락을 울렸다.

딱, 딱, 딱.

단순히 손가락을 울리는 것이 아닌, 소리라는 매개를 통해 퍼져나가는 파장을 베껴 그 위에 마력을 덧씌워 퍼뜨렸다.

그리고 다시 반사되어 돌아오는 마력을 통해 어디에서 마력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일종의 레이더.

계속해서 움직이며 마력을 퍼뜨리던 현휘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젠장."


마력 감각이 멀쩡하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할 필요도 없다. 아니, 애초에 지금 겨우 감지하고 있는 마력을 단번에 해석하고 그 근본을 찾았을 터.

부질없는 짓인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번 아쉬움을 스스로에게 토로했다. 멍청했고, 경솔했고, 오만했던 자신에게.

그러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며 마력을 계속해서 퍼뜨렸다.

거의 껍데기 외에는 남지 않은 능력을 이용해 마력을 모으고, 그것을 퍼뜨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능력을 이용해 감지해 가며 지도를 그려 나갔다.

움직이는 것부터, 마력을 다루는 것까지 능력이 없으면 다 불가능한 상황. 그나마 이 능력이라도, 껍데기만이라도 남은 것에 감사하며 현휘는 다시금 감각을 집중했다.

그렇게 열바퀴 정도를 돌았을 때에야 현휘의 다리가 겨우 멈춰섰다.


"후우......"


능력의 보조를 받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신체 스펙이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흐트러진 호흡을 정리하며 현휘의 시선이 숲의 한곳을 향했다.

이제는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낸 보름달이 사방을 비추는 사이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곳.

나무가 제법 무성한 탓에 그림자가 짙은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현휘에게는 조금 의미가 달랐다.

다시 한번 마력을 모으며 이번에는 손뼉을 마주쳤다.

짝!


-쩡!


허공에서는 절대 날 수가 없는 소리에 현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확실히, 그렇게 귀찮은 작업을 한 보람이 있었다.

방금 앞으로 보낸 마력의 형태는 명확한 공격. 그것을 막아낼 것이라면 같은 마력 밖에는 없을 터였다.

이렇게 인적이 없는 숲이야말로 신비에 몸을 던진 이들의 거처로는 가장 잘 어울릴 터이다.

그것이 마녀라면 더더욱. 그것도 숲의 마녀라면.


"그래도 아예 운이 바닥을 기는 건 아닌가 보네."


하기야, 완전히 바닥이었다면 이미 목숨을 잃어도 몇 번은 잃었을 터였다. 저쪽에서나, 이쪽에서나.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운이 없는 이들은 악운이 강한 편이고, 그것은 현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피하고 싶은 상황은 빠짐 없이 닥쳐왔고, 그럼에도 누구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마찬가지. 마법을 빼앗기고, 능력마저 대부분이 소실되었지만 그게 어떻다는 건가.

잃은 것은 시간이 지나며 복구해 낼 수 있다. 그럴 자신도 있었고. 그러니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터.


"스읍."


숨을 들이쉰 현휘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결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강한 결계는 아니니 몸으로 뚫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였다.

노크를 하고 정중하게 들어가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노크를 할 팔이 떨어진 상황이라 씁쓸하게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실례."


파앙!

땅을 박찬 몸이 튕기듯 앞으로 날아갔고, 공기를 뚫는 소리를 내며 마력으로 둘러싼 몸이 결계를 뚫고 진입했다.


-콰창!


얼핏 경쾌하기까지 한 소리를 들으며 현휘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그려졌다. 아무래도 자신은 악운에 강한 것이 확실했다.


"그대는 참으로 재미있는 분이로군요."


몇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앞에서 고깔과 로브를 두른 채로 보랏빛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여성이 서 있었으니까.

누가 보더라도 매혹되고 말 그 아름다움을 보며 현휘가 싱긋, 미소를 그렸다. 그녀야말로 자신이 그토록 찾고 있던 존재였으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Mrs. Arc. 아니면, Mrs. Claus라고 해야 할까요?"


그 말에 마녀가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 * *


의회의 이동 집결지. 각 공간 이동계열 능력자별로 일정 장소가 배정되어 있는 지하의 요새가 소란스럽게 움직였다.


"치유계 당장 소집해!"


"이동 집결지로 당장 다 모여!"


의회의 4좌 중 2명이 나가 부상을 입고 돌아온 상황에 요새가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러웠다.

총 동원 인원 47명. 사망자 28명. 부상자 15명.

의회. 그것도 4좌가 움직였다기에는 처참하기까지 한 성적표를 보며 주멘 수즈가 뱃살을 출렁였다.


"이게......대체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줄 수 있나?"


그의 앞에는 로컨이 왼팔에 붕대를 감은 채 춤중한 안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가 로컨을 알게 된 지 어언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에도 로컨의 저런 얼굴은 본 기억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굳건했고, 오연했고, 당당했다. 그에게서 저런 초라함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답을 해 보게!"


"귀 따가워. 소리는 지르지 마."


곁에서 과자를 바작거리고 있던 13살 남짓의 앳된 외모의 소녀의 말에 주멘이 인상을 찡그렸다.


"리라온!"


"그만. 시끄러워. 그리고 네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로컨이 어련히 알아서 답을 해 줄까."


냉정하게 말하며 로컨을 흘긋 바라보는 시선에 잡힌 로컨은 비록 침중한 안색이기는 했지만 뚜렷하게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워낙에 내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로컨이기에 일반적으로는 잘 알아볼 수 없겠지만 이미 그 스스로의 지성만으로 인류의 과학력보다 수십년을 앞서 나가는 그녀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로컨이 지금,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과연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던 듯,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겨있던 로컨의 입이 열렸다.


"가야겠어."


"무슨......?"


"로컨, 그건 아무래도 위험해 보이는데. 지금 당신이 이렇게 도망쳐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대의 위험성은 증명 되었어. 그런데도 가겠다고?"


"가지 않으면 더 위험해. 우리는 사자를 잡아 가두고, 이빨을 뽑고, 발톱을 뽑고, 그 목에 올가미를 걸었어. 하지만, 결국 그 목숨을 빼앗는 데에는 실패했지."


"그렇게까지 무력화 된 사자는 더 이상 맹수가 아니야. 그저 자신의 의지를 가진 고기몽둥이일 뿐."


"하지만 상대는 사자가 아니야. 그것보다 오히려 훨씬 위험하지. 그는 지성을 휘두를 줄 아는 존재니까."


"그가 그렇게 위험해? 당신이 그 정도로 경계할 만큼?"


"물론."


로컨의 단호한 답에 리라온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마법사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마법을 잃은 이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마법에 대한 지식? 마력이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게다가 지성, 머리를 쓰는 일이라면 당장 이곳에 있는 자신을 따라올 이가 세상에 없다고 그녀는 자부했다.

그녀 스스로가 이미 세게의 과학력보다 최소 30년은 앞서가고 있는 존재였으니까.

로컨의 경계가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런 기색을 읽은 것인지 로컨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말을 이었다.


"대 마도사란 한 문명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다. 문명의 존속, 멸망, 재건. 그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대 마도에 이르른 존재들이지. 지금은 까마득하게 오래 전, 잊히고, 묻힌 존재들이지만."


"그래서? 나만 해도 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이라면 일생을 바쳐서 문명을 일으킬 수 있어."


"네 손에 아무것도 없는 맨손에서, 모든 문명이 멸망한 상태라도?"


"읏......"


그의 일침에 리라온이 침묵했다. 최소한의 설비. 공장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모를까 아무것도 없다면 불가능했다.

애초에 인간의 과학기술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숙련공의 역할이 지대한 것이었으니까. 각 부문의 숙련공을 키우는 데에만 한 세기는 족히 필요할 터였다.

얼굴을 구긴 채 자존심이 상한다는 표정을 한 그녀를 보며 로컨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차이다. 과학은 문명 전체에 고루 퍼진 힘이다. 과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규모가 필요하지. 하지만 마법은 달라."


로컨이 깍지를 낀 손으로 턱을 받쳤다.


"마법은 애초에 세계에 고루 퍼진 힘. 이상력을 다루는 학문이다. 굳이 마력까지도 필요 없어. 한줌의 모래와 이상력만 있다면 거성을 지어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마법이라는 불합리한 학문이다."


"그건, 그렇지만......"


"마법이 완전히 몰락했을 때에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로컨이 머리를 가리켜 보였다.


"마도 문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마도학의 총화와 같은 지식. 그 지식을 담고, 체득한 대 마도에 이르른 자."


"......"


"즉, 대 마도사지."


"알았어. 인정할게."


그제야 리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마법이라는 것은 그토록 불합리한 학문이었으니까. 다수의 도구로 이루어진 군세가 아닌, 단 한명의 절대자를 빚어내는 것.

과학과 마법의 태생적인 차이를 그녀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흔쾌한 것은 아니었기에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민 그녀가 물었다.


"하지만 그래서? 그렇다고는 해도 그건 마력을 다루는 대 마도사의 존재일 때잖아? 지금 그는 마력을 몽땅 잃었다며."


"그래서 더 두려운 거다."


"응?"


"고작해야 티끌만한 이능을 지녔던 존재조차 그것을 잃으면 미쳐버리고 만다. 하물며 대 마도사는 어떨까? 세계를 이해하던 이가 그 이해를 이어나갈 수 있는 도구를 잃었다. 눈을 잃은 자의 고통과는 비교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처참한 기분이겠지. 리라온. 네가 너의 빛나는 지성과, 지식을 잃었다 생각해 봐라. 너는 그것을 견딜 수 있겠나?"


답은 빨랐다.


"절대. 차라리 죽고말지 그렇게는 살 수 없어. 알던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니. 보아도 알지 못한다니. 그건 죽음보다 못해."


단호한 그녀의 답에 로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그의 지금 심정일 거다. 그래서 나는 두렵다. 미쳐버린 그가, 미쳐버릴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물론, 대 마도사쯤 되는 이의 이성이 약할리는 없겠지. 하지만 그로 인해 반만 미친다면?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광인이 아닌, 나사가 빠진, 고장난 인간이 된다면? 자신에게 그런 처참한 꼴을 당하게 한 이들에게 할 복수만을 위해 달린다면? 아니, 인간이라는 그 존재 자체에 증오를 품는다면?"


"재앙이로군."


주멘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대 마도사의 지식이라면 맨손으로도 마법진을 그려 어떻게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

거기에 지구의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마도서라도 동원한다면?

원한다면 대륙조차도 가라앉혀버릴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 막아야지. 그가 완전히 미치기 전에, 설사 미치지 않았다 해도 우리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기 전에. 그 검이 완성되기 전에."


로컨의 눈이 번득였다.


"우리가, 먼저 그를 완전히 말살한다."


* * *


-크하하하하하하! 으하, 으하하하하하하!


백색으로 가득한 공간에, 죄수처럼 양팔에 매단 사슬을 출렁이며 남자가 미친 듯이 웃어댔다.

녹색 머리칼을 출렁이면서, 목젓이 보일 정도로 입을 벌리고 웃던 그가 위쪽을 바라보며 얼굴 가득, 미칠 듯한 웃음을 그렸다.


-마법사! 꽤 하지 않나! 너는 과연 천재다! 암, 내가 인정하지! 너는 이 세계의 선택을 받을만 하다!


고개를 주억거리던 그가 이내 힘이 빠진 듯 온몸을 늘어뜨렸다. 축 늘어진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수척해 병자의 그것과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은은하게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빨리 와라 마법사. 늦은 것은 봐주도록 하지. 되도록, 일찍 오기를 바라겠다.


작가의말

떠어어어어어억, 바아아아아아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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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3화-착수(着手)(1) 17.04.12 30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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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191화-겨울의 가문(1) +2 17.03.24 338 6 12쪽
192 190화-세계일주(5) +2 17.03.23 257 6 12쪽
191 189화-세계일주(4) 17.03.22 261 5 14쪽
190 188화-세계일주(3) 17.03.21 275 5 12쪽
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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