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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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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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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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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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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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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추천
6
글자
12쪽

180화-Paries(1)

DUMMY

52. Paries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저 벽을 무너뜨리고 넘어갈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지를.

그리고, 이현휘라는 지구의 인간은 저곳, 아스하일로 넘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마주친 순간 그의 행동은 차분하고, 냉정했다.


“어, 그러니까......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네가 일종의 블록을 먹은 건가?”


“아니, 블록이라기 보다는 영구정지. 아니, 계정삭제가 더 맞는 말이겠지.”


꿀꺽. 현휘의 말에 발로 바닥을 몇차례 두드리던 정현이 음료를 한잔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니까 내가 이렇게 된 거겠지.”


“그럼 다시 넘어가는 건?”


“불가.”


“어째서?”


“그곳은 더 이상 이현휘라는 인간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화신체도, 본신도. 아니, 그보다는 접속 주소가 사라졌다는 게 맞겠지. 그래. 아주 정확하게는 계정삭제보다도 IP밴 정도가 정확하겠어.”


“그래?”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친구의 모습에 팔짱을 낀 정형이 몇차례 손가락을 까딱이다가 한쪽 전시장 안에 놓여 있는 액자에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찾아야지.”


“무슨 수로?”


정현이 시선을 현휘와 마주했다. 친구로 지낸 것만 어언 12년여. 그의 모든 것을 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의 기분, 생각의 편린 정도는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시야에 비치는 그는 티끌만큼도 포기따위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수로 찾을 거야? IP밴이라며. 그것도 세계 단위의. 게다가 그게 평범한 IP도 아니고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세계에 기록된, 너의 증명이나 마찬가지인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찾아?”


“어떻게든.”


“야.”


“어떻게든 찾아. 찾아 낼거야. IP가 막혔다면 우회하는 방법도 있고, VPN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라면.”


현휘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잔에 고체형의 음료 캡슐을 떨어뜨렸다. 이내 수많은 기포와 함께 녹아들어버린 음료를 들어 눈의 바로 앞으로 가져갔다.


“아예 나 자체를 거기에 이식해 버리는 수단도 있어.”


“......이현휘.”


음료가 붉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피비린내를 풍길 정도로 붉었던 탓일까.

몸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전투를 위한 긴장에 들어갈 정도로 현휘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위험하고, 섬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풀썩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사실 이런 마법학 쪽인 건 아직 제대로 연구해 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난 내 능력을 믿거든.”


씨익.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래, 맞다. 그녀의 친구는 언제나 저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제고, 어디에서나. 자신이 위험하다고 말릴 때에도, 연영이 힘들다고 그만하자고 할 때에도. 언제나 저렇게


‘일단 믿어 봐.’


라고, 말하는 것처럼.

처음 연락이 왔을 때에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줄 알았었다. 그녀의 친구는 이미 너무나 상실을 많이 겪어서 다시 무언가를 잃게 된다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던 듯, 그는 더욱 성장한 것처럼 오히려 힘들 텐데도 저렇게 그녀가 기억하는 가장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게 너무나 고맙고, 또 안도가 되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가 무너져 내릴 일은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잠시, 녹스를 빌려주었으면 하는데?”


“응?”


-나를 빌리다니, 건방진 주둥이로군. 자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건방짐이라고는 해도 실력이 함께 한다면 당당함이 되는 거니까요.”


불쑥 정현의 뒤편에서 솟아난 검은 그림자에 현휘가 빙긋 웃어 보였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못 말리겠다는 듯 투덜거리며 형체를 갖춘 녹스가 자리에 앉자 현휘는 곧장 질문을 던졌다.


“묻고싶은 게 있어 그렇습니다.”


“뭔가.”


“세계를 오가는 방법.”


“으음......”


곤란한 주제였던 것일까? 그 답지 않게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녹스의 모습은 썩 낯선 종류의 것이었지만 현휘는 조용히 그의 입이 다시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러기를 10분여. 상자크기의 책이 떨어지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녹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좋아. 대답해 주마. 불가능에 도전하는 미치광이.”


전에 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녹스의 모습에 현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그는 정말로 진지한 상태였으니까.


“우선, 당신은 어떻게 양 세계를 오가는 겁니까? 당신 정도의 존재라면 쉬이 오갈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양 세계를 오가는 데에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힘의 크기, 지나는 이의 영격, 그것들을 보조해 줄 수단. 이렇게 세가지.

아인즈조차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간의 통로를 뚫어내는 것을 포기했었었다. 고작 반신 정도의 영격이 그정도. 그렇다면 대체 일반적인 신의 규격조차 넘어서 있는 그는 어떨까?

책의 표지를 쓰다듬던 그가 검은 표지를 넘겨 1/3되는 곳을 펼쳐 들었다.


“애초에 벽을 뚫고 세계를 넘나드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야. 그건 일종의 통행관문 같은 거라서 나 정도 되는, 좀더 정확히는 온전한 하나를 이룬 이들에게는 별 것 아니지.”


“그렇다면 그에 드는 에너지는? 영격이 높으면 높을 수록 그 힘은 커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아득할 정도로.”


“그건 그저 네가 미숙해서 그럴 뿐이야.”


툭, 하고 책의 어느 부분을 짚은 녹스의 손가락에서 빛이 피어올라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그건 일종의 자물쇠야.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이라면 그저 열고 들어가면 되는 간단하기 그지 없는 것이고, 없는 이라면 줄, 톱, 그라인더, 심지어는 산소 절단기까지 동원해야 되는 아득한 문이지.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온전한 하나의 영격이고.”


“......”


“너라면, 이미 경험해 봤을 텐데? 그 문과 열쇠들을 말이지.”


“그렇......군요.”


“애초에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세계의 시스템은 각각의 세계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큰 틀은 하나의 오리지널을 따르고 있으니까. 원류를 안다면 그에서 흘러나가 만들어진 지류를 관통하는 것 쯤, 별것 아니지.”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


현휘가 음료를 한모금 마시고는 물었다.


“이 세계에도 세계수가 있습니까?”


“그래.”


“이곳, 지구의 위에?”


“당연하다.”


“이 세계에는 수 없이 많은 우주가 펼쳐져 있는 데도요?”


“그래.”


“대체 어떻게?”


현휘의 질문에 이것을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고 머리를 긁적이던 녹스가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


“우선, 한가지 말해줄 것이 있다.”


“말씀 하시죠.”


“순수하게 마법, 이능, 과학, 무공. 이 네가지가 각각 하나만을 가지고는 절대 제 4문명, 초광속의 세계에 들어서지 못한다.”


“무......슨?”


“말 그대로. 단일 개념의 학문으로는 결코 빛을 따라잡을 수도 없고, 그것을 넘어서 제4문명에 돌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너무 먼 이야기라서였을까. 멍하게 있는 현휘의 모습에 푸욱 한숨을 내쉰 녹스가 이야기를 이었다.


“제4문명이라는 건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전체 문명이 가지는 가용 에너지 총량의 극미량, 그러니까 지금 지구의 자동차 한 대가 하루 소모하는 정도의 에너지 양으로 공간도약을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하는 거다. 즉.”


녹스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켜 보였다.


“저 하늘의 문을 열고 다른 세계와 마주해 교류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이야기지.”


“그게......가능한 겁니까?”


“그게, 가능해?”


“물론. 가능은 하지만 정작 거기까지 도달한 문명은 모든 차원계를 뒤져봐도 몇 없어. 실상 제4문명이라는 건 무척이나 위험한 상태라 거기에 도달한 지 채 1세기도 지나지 않아 사라져버린 문명도 부지기수니까. 하지만 무사히 제4문명을 벗어나 제5문명이 된다면 그 순간 그 세계는 사라지게 돼.”


“무슨......뜻이죠?”


“말 그대로. 그 세계의 모든 구성 요소, 지성체가 완전히 에테르화 되는, 원영신을 이루게 되는 게 바로 제5문명이야. 말 그대로 오직 인간이, 생명체가 쌓아올린 문명의 힘으로 신위에 도달하게 되는 거지.”


“그렇......말도 안 돼는......!”


“물론, 말은 안 돼.”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현휘의 반응에 피식 웃어 보인 녹스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하지만 분명 거기까지 도달한 문명이 지금까지 몇몇 있었어. 단 한번에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천만의 신이 일제히 탄생하고, 하나의 세계가 수 없이 많은 세계로 분화한 일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있지.”


“그런......”


“자, 그럼 우주 강의는 이쯤 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왜 이런 설명을 했느냐? 그건 차원 장벽의 형태에 대해 말을 해주려 했던 거야.”


음료를 한모금 마신 녹스가 이야기를 이었다.


“차원 장벽은 크게 두가지. 일종의 셀과 같은 형태로 보이지 않는 이상의 수준에세 풀어나가야 하는 종류가 있고, 과학이라는 문명의 힘에 의존해서 목격하게 되는 우주계측한계가 있지.”


“그건, 혹시 그 우주의 팽창속도 탓에 빛이 제대로 닿지 못하는 그 수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거. 과학의 계측한계점. 그게 바로 차원 장벽이야. 그러니까 빛의 속도를 따라잡고, 넘어서면 차원을 뚫을 수 있는 거지. 그러면 바로 디멘션 슬라이드 방식의 워프를 쓸 수 있는 거고.”


“으음......”


“자자, 그만. 아직 내 이야기 덜 끝났어.”


짝짝. 생각에 빠져드려는 현휘를 박수소리로 일깨운 녹스가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어 보였다.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안 들었잖아? 이제 서론인데 거기서 그렇게 생각에 빠져들면 어떻게 해?”


“아......죄송합니다.”


“아니, 뭐. 그럴것까지는 없고. 우선, 세계수말인데 그건 각 세계마다 하나씩은 꼭 있어. 무슨 형태로든 간에. 내가 아는 것 중에는 컴퓨터의 형태를 하고 있던 것도 있었거든.”


“으음......”


쉬이 믿기지는 않았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적어도 이곳에서 차원계의 단위로 다뤄지는 개념이라면 녹스가 그 누구보다도 전문가였으니까.


“거기에 각각 서로의 대칭이 되는 세계들은 반드시 서로에게 완전한 균형을 이뤄. 그게 대칭 균형이든, 비대칭 균형이건 간에 두 세계는 반드시 일치하지. 그 탓에 세계수 정도로 특별한 건 한쪽에 있으면 반드시 있을 수 밖에 없어.”


“그렇, 군요.”


착각일까? 그의 확언에 현휘의 얼굴이 묘하게 밝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럼 질문은 그걸로 끝?”


“네. 일단은요. 다음에 또 물을 게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은.”


“그래, 마음대로 해라.”


풀썩 웃으며 남은 음료를 모조리 입에 털어넣은 녹스가 다시 어둠으로 화해 정현의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가기 전의 인사를 빼놓지 않고.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 봐라. 미치광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피식.


-기대하지.


작가의말

늦었습니다......으어어어어. 확실히 학교생활하고 있으니까 글을 쓸 시간이 잘 안나네요......결국 날을 넘기고 말았습니다.으어, 나는 우주가 안 도와주려나......(쭈글)


근데 어째 쓰다보니 녹스 웨건이 되어버렸군요. 허허, 갑작스러운 설정집 모드. 참고로 소제목 Paries는 라틴어로 벽이라는 뜻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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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3화-착수(着手)(1) 17.04.12 30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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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89화-세계일주(4) 17.03.22 261 5 14쪽
190 188화-세계일주(3) 17.03.21 275 5 12쪽
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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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183화-Paries(4) +1 17.03.15 31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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