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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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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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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2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4.17 23:40
조회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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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207화-교전(交戰)(2)

DUMMY

먼저 움직인 만큼, 첫 공격의 주인은 로컨이었다. 좌하단에서 우상단으로 향하는 대각선 베기.

정상급 검사답게 그의 검은 빠르고, 차분하게 현휘를 베어 들어갔다. 초를 쪼개고, 쪼개서 들어가는 공격이었지만 현휘의 반응은 덤덤했다.

최소한의 마력과 능력을 활용해서 정확히 검에 베이지 않을 정도의 방어력을 손에 부여해 주고, 검면을 당겨 밀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머리카락을 비켜 나가는 검.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 로컨의 왼 소매에서 담검이 튀어나오며 몸을 회전시켰다.

이번에는 좌 상단에서 찍혀 내려오는 단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손을 보호한 현휘가 단검의 날을 잡고 아래로 당겨 내렸다. 동시에 왼손에 뭉쳐진 마력을 앞으로 튕겨냈다.

간단한 폭발과 집중 술식을 섞은 간이 마법이었지만 실제로 당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한 상황.

회전하던 속도를 그대로 살리면서 오른손에 든 검을 역수로 고쳐 잡은 로컨이 마력을 비틀어냈다.

검면을 타고 미끄러진 마력이 벽에 충돌하며 폭발함과 동시에 현휘의 주변에서 같은 종류의 마력구가 무차별적으로 생성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반경 5m 안의 영역은 온전히 현휘의 공간. 이미 정체도 들킨 탓에 마력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놀아주다시피 로컨과 상대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 척박한 환경에서 이토록 높은 격을 쌓은 이에 대한 예우의 차원이었다.

갑작스러운 변덕도 한몫 했고.

그렇기에 가장 간단한 수준의, 그가 막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것들을 활용해 근접에서 어울려 주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조촐한 연회를 일찍 끝내는 건 여러모로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으니까.


‘가라.’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마력구들이 일제히 로컨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속도도 제각각, 경로와 형태도 제각각인 마력구들을 보며 로컨의 검과 단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리치가 긴 검이 되도록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마력구를 모두 흘려내는 데 집중하고, 중간에 새는 것들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단검으로 걷어냈다.

마력을 일반 금속으로만 상대할 수는 없었기에 옅게 씌워 놓은 오러 덕에 그의 움직임은 옅은 백광과 함께하는 춤사위같았다.

현휘라는 호스트가 개최한 파티에 초대된 단 한명의 손님. 그의 검무를 보며 현휘는 가라앉은 시선을 번득이고 있었다.


‘이제 한 3시간 됐나?’


독일까지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이제 3시간 하고 10분 정도가 지났다. 그 말은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연회가 끝날 때가 온다는 뜻.

애초에 독일에 도착하는 게 목적이었던 만큼 굳이 더 어울려 줄 필요는 없었다. 그에 대한 예우라고는 해도 지금 자신의 일이 더 중요했으니까.

게다가 고작해야 이제 막 문의 앞에 도달한 이에게 그렇게 정성을 쏟아야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10분 정도 더 어울려 주도록 할까.’


그 뒤에는 미련 없이 뛰어내릴 생각이었다. 미련하게 공항에서 내리는 일을 벌일 생각은 없다.

물론 그 전에 이 안에 있는 이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가야 하겠지만.

하지만 그런 현휘의 생각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이에 의해 비틀리기 시작했다.


“으, 아, 으......”


단 두명의 전투에서 흘러 나오는 파장이 주변의 모든 이들을 억눌렀다. 맹수의 기세와도 비슷한 그것이었으니까.

다만, 한명만은 예외였다.


“으, 으아......”


파장에 눌린 탓에 몸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지만 그 반작용으로 마비되었던 이성이 돌아왔다.

사고라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서 일리아시아가 곧장 느낀 것은 굴욕과, 그에 상응하는 분노.


‘내가, 이 내가! 나에게 이따위 수모를 줘!’


지금껏 그 누구도 자신의 위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 그 누구도 위에 있을 수도 없었고, 그 누구도, 그 어떤 분야에서도 자신의 위에 있는 존재따위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방금 전 완벽하게 눌렸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우스운 꼴이 되고야 말았다.

게다가 같은 의회의 4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로컨은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할 때까지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나와 상대의 진로를 막았을 뿐.

그 행동에서 그녀는 느꼈다. 그, 로컨에게 있어서 자신의 존재는 그저 죽어서는 안 되는 아르엘 가문의 수장. 딱 그 정도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위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가 함부로 재단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이요문!


단 한명에게 전해지는 그녀의 외침에 한쪽 구석에 죽은 듯 누워 있던 승객이 일어나 다가왔다.

검은 머리칼, 창백한 안색. 하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 맑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지만 그런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타오르는 눈길로 전방의 전투를 바라보던 그녀가 명령을 내렸다.


-저주, 저주를 걸어! 다시는 아무런 이상도 발할 수 없도록!


그 지시에 이요문은 잠시 멈칫했다. 다시는 아무런 이상도 발할 수 없도록? 그녀의 시선이 앞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와.’


그건 경탄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한명의 검사와 한명의 마법사가 빚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무도회였으니까.

자신의 손으로 저것을 끝내야 한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 그녀의 정신이 오직 한명, 현휘에게 집중되어 갔다.

자신의 능력, 모든 이상력을 억제해 오직 물리 법칙 안에서만 움직이게 하는 ‘법칙’을 강제하기 위해서.

우선 시각을 지웠다. 온통 어두컴컴한 한 곳에서 오직 그만이 홀로 서 있었다.

그 다음에는 청각을 지웠다. 침묵의 한 가운데에서 오직 그만이 뚜렷하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다음은 후각, 그 다음은 청각을 지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조차 지웠다.

모든 정신을 하나로 통합해 단 하나의 존재, 현휘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아, 아, 아......!”


‘싫어, 싫어, 싫어!’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인지를.

전 세계의 많은 이능력자들 중 그녀의 위치는 티어 6. 최대가 티어 7이며 그것이 걸어다니는 국가전력 급의 존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전략병기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능력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은 티어 7의 능력자까지. 사실상 모든 농력자의 이상력을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으아, 아, 으아아......!”


모든 감각을 지우고, 자신마저 지운 채 그를 직시하는 순간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존재가 얼마나 터무니 없고, 자신은 그 앞에서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 것을.

그래서 곧장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그것조차 자유로이 할 수 없었다.

인간의 규격을 벗어나고 있는 이의 의지가 그녀를 강제하고 있었으니까.


* * *


‘음?’


로컨과의 전투 중에 현휘는 자신의 감각을 파고드는 무언가를 감지해 냈다.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하지만 단순히 보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좀더 깊고, 중요한 어떤 의지와 힘을 가지고 있는 시선을.

감각으로 사방을 두르자 얼마 안가 그 원흉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저쪽, 여태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던 장소에 새로이 등장한 여성. 그녀가 이 감각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녀의 무엇이 이토록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걸까? 그녀를 좀더 깊이 바라보던 현휘의 입에서 어이 없다는 탄성이 튀어 나왔다.


“하.”


세상에 별의 별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게 있을 줄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설마하니 이상력을 모조리 박탈해버리는 악랄한 종류의 능력이 있을 줄이야. 거기까지 확인한 현휘가 가만히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어떻게 한다?’


우선, 아직 시간이 되지 않은 많큼 로컨과 어울려 주는 건 이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여성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은 아니다.

이상력을 완전히 박탈하는 종류의 능력이라니. 이능을 가지고 있던 이라면 아무리 약한 것이어도 반쯤 미쳐버리는 게 당연한 수준일 게 뻔하다.

자신 역시 당한다면 미치지는 않겠지만 그랬다가는 다시는 저쪽으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된다.

어찌 되었건, 자신이 이렇게 세계를 손에 쥐고 흔드는 조직을 상대로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것도 마력과 능력 덕분 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결론은 하나다.


-죽어라.


위험 요소의 빠른 배제.

두 눈을 크게 뜬 현휘가 마력과 영려을 담아 그녀에게 선언했다.

죽으라고, 더 이상 생명을 이어나가지 말라고. 용 이상의 존재들이나 쓸 수 있는 언령. 그 중에서도 사언(死言)이 그녀를 향해 내리 꽂혔다.


* * *


‘싫어, 싫어, 싫어!’


그를 직시한 순간부터 생각했다. 싫다고, 무섭다고.

그래서 나를 저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달라고 말하려 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아무런 행동도 취할수 없었으니까.

그의 시선은 자신을 샅샅이 살폈고, 그 동안 자신은 그저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무력했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시선에 비친 현휘는 그만큼 크고, 두려운 존재였으니까.


‘싫어, 싫어, 싫......어!’


그리고 마침내 그의 입에서 선고가 떨어졌다.


-죽어라.


그저, 한마디.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일 수도 있었지만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온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곳에서, 자신에게 그의 명령은 절대적이고, 자신에게는 자그마한 항거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으아......’


점차 수면 아래로 빠져 내려가는 의식에 눈이 감겨 왔다.


-이제 눈을 감게 되면 저 시선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거지?


그 생각이 들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래, 애초에 편한 적이 있던 삶이었나? 차라리 이렇게 죽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차려, 이 멍청아!


-아.


맑고, 투명한 목소리였다. 또 너무 익숙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20년쯤 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목소리가 딱 저런 느낌이었으니까.

그 목소리를 들은 그녀가 살며시 눈을 떴다. 흐릿하게 보이는 작은 소녀의 몸.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이가 그녀에게 소리쳤다.


-이대로 죽을 거야?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따르기에는 그녀는 너무 무서웠다.


-이 멍청이!


신경질적으로 자신을 걷어찬 소녀가 그녀의 얼굴을 한 팔로 감싸며 반대쪽 손으로 현휘를 가리켰다.


-봐! 보라고! 쟤랑 네가 다를 게 뭐야! 다 똑같이 사지 잘 달려 있고, 눈 두 개, 입 한 개, 귀 두 개! 코 한 개! 다를 게 뭐야!


-그렇지만......무섭단 말이야.


저 강대한 영혼을 보고도 이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알게 뭐야! 결국 너도 열심히 노력하면 결국 저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고작 먼저 닿은 녀석 보고 지레 겁먹어서 뺄 거야?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소녀가 그녀의 몸을 감싸 안으며 오른 팔을 들어 올렸다.


-자! 이렇게 들어 올려! 그리고 손가락도 쭉 피고! 당당하게 외쳐! 겁먹을 건 하나도 없다고! 어릴 때를 생각해! 그때 네 앞에 선 어른들과 네 상황이, 지금 저 녀석이랑 네 상황이랑 다를 게 없잖아!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머뭇거리던 그녀의 몸에 힘이 들어가고, 그녀의 펼쳐진 검지가 정확하게 현휘를 가리켰다. 그것을 보며 소녀는 활짝 웃었다.


-그래! 잘 하잖아! 이제 외쳐! 끝을 내는 거야!


그리고, 그녀가 외쳤다.


“그대에게서! 모든 순리를 거부할 권리를 박탈한다!”


-그대에게서! 모든 순리를 거부할 권리를 박탈한다!


작가의말

시험 기간......입니다아......으악! 놀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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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6화-교전(交戰)(1) +1 17.04.14 369 7 12쪽
207 205화-착수(着手)(3) +1 17.04.13 366 7 11쪽
206 204화-착수(着手)(2) +2 17.04.12 272 6 12쪽
205 203화-착수(着手)(1) 17.04.12 305 5 12쪽
204 202화-Santa Claus(6) 17.04.10 964 5 12쪽
203 201화-Santa Claus(5) +2 17.04.08 270 6 12쪽
202 200화-Santa Claus(4) 17.04.07 641 6 12쪽
201 199화-Santa Claus(3) +2 17.04.06 420 6 13쪽
200 198화-Santa Claus(2) +2 17.04.05 375 6 13쪽
199 197화-Santa Claus(1) 17.04.04 382 7 13쪽
198 196화-겨울의 가문(6) +5 17.03.31 333 6 13쪽
197 195화-겨울의 가문(5) +3 17.03.30 352 5 14쪽
196 194화-겨울의 가문(4) +2 17.03.30 279 5 11쪽
195 193화-겨울의 가문(3) +2 17.03.29 242 6 13쪽
194 192화-겨울의 가문(2) +1 17.03.27 231 6 12쪽
193 191화-겨울의 가문(1) +2 17.03.24 338 6 12쪽
192 190화-세계일주(5) +2 17.03.23 257 6 12쪽
191 189화-세계일주(4) 17.03.22 261 5 14쪽
190 188화-세계일주(3) 17.03.21 275 5 12쪽
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187 185화-Odin(2) 17.03.17 301 5 13쪽
186 184화-Odin(1) +4 17.03.16 262 6 15쪽
185 183화-Paries(4) +1 17.03.15 312 7 12쪽
184 182화-Paries(3) +1 17.03.14 381 5 12쪽
183 181화-Paries(2) +1 17.03.13 314 5 12쪽
182 180화-Paries(1) +1 17.03.11 393 6 12쪽
181 179화-납치(4) 17.03.09 229 7 12쪽
180 178화-납치(3) +1 17.03.08 38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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