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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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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62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3.08 22:33
조회
380
추천
4
글자
12쪽

178화-납치(3)

DUMMY

‘탑으로 돌아가 있어. 실리를 구해서 곧장 갈 테니까.’


‘하지만 아인즈.’


혼자 떠나려던 자신을 붙잡던 그녀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망막을 스친다.


‘내 말대로 해줘. 만약에 급하게 탈출하게 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나랑 가장 잘 맞는 장소도 거기고, 거기를 좌표로 잡으면 신급의 억제력이 있지 않은 이상 곧장 날아갈 수 있으니까.’


‘아인즈......’


자신의 얼굴로 뻗어 오는 그 가느다란 손을 살며시 잡아주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었다.


‘걱정하지 마. 그리고 네가 기다려 줘야 내가 마음 놓고 힘든 상황에서도 곧장 날아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은 했었지만.


“설마 정말로 이런 꼴이 될 줄이야.”


씁쓸함이 가득한 그의 말에 품에 안겨 있던 작은 동체가 손을 뻗어 뺨을 두드렸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 걱정 가득한 제스처에 아인즈가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렴. 꼭, 다시 돌아가야지. 가서, 다들 마주해야지.”


그 약속이 지켜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자신을 세뇌시키기라도 하려는 양, 그렇게 다짐해 본다.


* * *


가솔들은 모두 탑으로 보내고 나선 추적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추적에 혼선을 겪게 하기 위해 전 대륙을 들쑤시면서 도망치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감지할 정도로 아인즈에게 명확한 추적 수단이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북쪽......”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남쪽 끝으로 행하고 있던 것이 거짓말이기라도 했다는 듯이 북쪽에서 솔리투도의 존재가 느껴졌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야. 무의식적인 행동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처음 결계에 들어설 때 모두의 몸에 성해의 조각들을 하나씩 심어 뒀었다. 결계에 들어선 후에도 그걸 회수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그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후우......”


장시간에 걸친 한계점의 마력 운용 탓에 쌓인 피로를 한숨으로 일부 수습하며 아인즈가 다시금 걸음을 떼었다.

한걸음, 그리고 두걸음. 단 두걸음 만에 몸은 음속을 돌파해 대기를 가르고 쏘아져 나갔다.

장소가 특정된다면 당장에 공간 도약을 통해 날아갈 테지만 상대는 지금 끈임 없이 장소를 바꾸고 있는 상태.

그렇기에 아인즈는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그 옛날 수 없이 많은 목동들이 그러했듯, 솔리투도라는 북극성을 설정하고 그저 북쪽을 향해 계속해서.

한걸음 한걸음이 무겁고, 밟히는 대기 역시 비명을 질렀다. 온몸이 피로를 호소하고, 혹사당한 신경이 타오르는 것 마냥 뜨겁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달린다. 끈임 없이, 꾸준하게. 지금 향하는 걸음을 멈췄다가는 아인즈 에르라는, 이현휘라는 인간 자체가 멈춰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서 달렸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가슴을 터뜨리고 비집고 튀어나올 어떤 괴물을 잠재우기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쪽이 좋을 터이니까.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


평화로워 보이는 한 영지. 영지민들의 얼굴에는 희망의 색이 번져 있고, 각자고 모두 보람을 지니고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나 보더라도 감탄 할만한 곳이었지만 아인즈의 눈에는 그저 가증스러운 존재들의 소굴일 뿐이었다.

지금, 저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가 살아있지 않았으니까.


“음? 여행자가 이곳에는 어인 일이오? 이런 변방까지 찾아올 이가 없소만은.”


딱딱하게 식은 시선으로 영지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색했던 것일까. 농노들을 감독하던 마름이 다가와 말을 건냈다.

녹색 머리칼의 제법 선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 나이는 이제 막 마흔이나 된 것일까? 말투에는 경계하는 기색이 있었지만 얼굴에는 그저 아무런 그늘 없는 호의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


아무런 말도 없이 그를 지켜 보다 한걸음 정도의 거리에 닿았을까. 아인즈가 팔을 휘저었다.

푸욱.


“커, 허윽.”


“가당치 않은 장난질은 칠 생각도 말고 가서 전해라.”


카즈즉.

남자의 몸을 꿰뚫은 마력을 거칠게 휘저으며 아인즈가 씹어뱉듯이 명령했다.


“내가, 왔노라고.”


천좌 22성

현상 구현 술식

아인즈 자작

거신의 의지(Will of Gigantes)


아인즈의 뒤편에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팔이 솟구치며 남자를 저 멀리 서응로 튕겨냈다.

보통이라면 단번에 죽고야 말 충격량. 하지만 아인즈는 아랑곳 않고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어차피 이곳에는 용서받을 수 있는 존재따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캬아아아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게 밭을 갈고, 수확을 위해 일을 하던 이들이 일제히 목의 핏대를 세우고, 짐승처럼 웅크리며 아인즈를 향해 달려 들었다.

방금 전에 갈던 땅에서, 저 멀리 산에서, 성에서 튀어 나와 달려드는 구울과 키메라의 물결을 보며 아인즈가 나직이 중얼거려 본다.


“자아, 어서 나와 용서를 빌어라. 버러지들아.”


그리고, 신의 위를 바라보는 별의 마법사로 부활한 거신의 의지가 대지를 할퀴었다.


* * *


드드드드.

몸으로 전달되는 대지의 고통스러운 울림에 제단의 앞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크라켄의 눈이 뜨였다.

깊게, 심유하게 가라앉아 어떤 현기마저 느껴지는 눈동자가 뒤를 향했다.


“왔군.”


“그러게.”


“준비는?”


“보고도 몰라?”


라니안의 손짓에 사방에 드리운 장막이 걷혀지며 색유리로 치장된 스탠드 글라스 너머로 조각조각 흩어져 하나를 이루는 빛의 그림이 안으로 쏟아져 제단을 비췄다.

그것들 모두가 하나의 술식. 빛의 힘을 빌어 어둠을 구속하는 것이기에 그 안에 갇힌 어둠의 왕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몸을 타고 전달되는 대지의 충격을 가만히 느꼈다.

둥, 둥, 두웅. 크게 두드리는 소리와 드드드드 하는 긁혀 나가는 충격. 그 몸을 흔드는 느낌에 그녀가 가만히 눈을 떴다.

시야를 방해하는 빛의 산란 너머로 보이는 두 인영. 자신을 이 세상에 꼬여낸 이이자 자신의 힘을 앗아간 이.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닌 지금 대지를 울리고 있는 이였으니까.


“......아빠......”


작은 탄식소리. 기쁨과 안도, 걱정으로 얼룩진 그 목소리에 전혀 달갑지 않은 소리가 끼어 들었다.


“마계의 유일무이한 지배자에게 아빠, 라......이거 참, 진정 이리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소.”


“......”


잘그락.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주먹을 움켜쥐자 당겨진 사슬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이것 역시 어둠을 구속하는 종류의 물건. 비록 대상에게 해가 되도록 설계하지 않고 그저 구속만을 하도록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마력 이 없는 신체는 평범한 인간 여자아이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어 이것만으로 이미 살갗이 조금 까져 있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직접적인 통증인 것일까. 가만히 상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귓가로 크라켄의 음성이 이어졌다.


“허나, 어찌 되었든 내 약속은 지킨 셈이 되었으니 다행스럽게 생각하오.”


“......틀려.”


“아니, 맞소.”


“틀려. 너, 약속, 불이행.”


“허나 결과적으로 그대는 가족을 얻었소. 그 이름에, 그 존재에 새겨진 숙명마저 거스르고서. 그 모든 것이 나로 인한 것임을 알지 않소?”


그래, 분명 인과를 따지고, 일의 순서를 따지게 된다면 그렇게 될 터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의 산물.

그것을 인과를 따져 자신의 공으로 돌리기에는 인간이 너무나 뻔뻔한 것이 아닐까?

그런 기색을 알아챘는지, 아니면 자신이 말하고도 무리가 있음을 아는 것인지 크라켄이 쓰게 웃었다.


“하기야, 모든 것을 그리 우기면 끝이 없겠소. 이번 일도 마찬가지. 결과가 좋게 된다면 뭐든지 좋다는 식의 포장은 나 역시 싫지만......그래도 어쩌겠소.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대의가 있는 법이고, 나의 대의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오.”


“......”


“모든 것을 힘으로서, 절대강자로서 군림했던 그대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인간들은 그렇다오. 항상 다수가 행복해 지는 길을 찾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불행지게 되어 있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네가 불행해지면 되겠군.


“흡?”


갑작스럽게 들려온 영언. 반사적으로 몸을 틈과 동시에 천장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콰과광.

우르르 쏟아지는 잔해를 마력으로 치워내며 크라켄의 시선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솔리투도가 앉아 있던 제단으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라고 해야할까. 그곳에는 솔리투도 뿐만 아니라 그녀를 감싸고 있는 또 한명의 인영이 드리워져 있었다.


“오랜만이오. 에르 탑주.”


가볍게 건네지는 인사. 반응은 날카로웠다.


“닥쳐라. 저열한 납치범이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떠드는 거지?”


동시에 날아드는 마력을 쳐내며 크라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본인은 그저 정중히 모시라 했지만 아무래도 초대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오.”


“그럼, 무척이나 마음에 안들지.”


-어떻게 죽여버리면 억겁의 시간동안 고통을 겪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거든.


마치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은 그 영언에 등줄기를 짜르르 울리는 전율에 크라켄이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를 악물었다.


‘위험하다.’


그로부터 무사히 딸을 납치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상황이 유리해서였을 뿐. 직접 겪어 보니 분명히 알 것 같았다.

저 남자는, 아니, 저것은 이미 인간의 규격으로, 이 세상의 규격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규격 외의 괴물. 신위, 신격. 말로만 들었지 그것이 이렇게 큰 것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분명히 말해 두건데, 이 땅위의 반신과 싸우지 말아라. 그는 위험해. 평범한 반신조차 땅에 발을 디딘 신을 참살할 수 있거늘 그는 세계가 억지를 써 이 땅위에 붙들어 둔 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라.’


그때, 라니안에게 힘을 줄 때에 나타났던 존재가 해준 말이 새삼스럽게 기억의 위로 떠올랐다.

그저 주의하고만 있겠다 생각했었지 실제로 겪은 그는 정말이지 저항이 불가능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꼭 그를 상대함으로 죽는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본래 인간은 생각이 많고, 사악하고, 간사하여 비겁한 지혜를 짜낸다. 그것은 때때로 강력하기 그지 없다.

바로 지금처럼.


“그럼, 더 이상 미련도 없을 것 같으니 이만 모두”


-죽여주마.


천좌 27성

완전 소멸 술식

아인즈 자작

무제(無題)


제목조차 붙이지 못한 술식. 그저 최대한의 고통과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좌절과 절망만을 위해 만들어진 절대에 가까운 폭력이 그들을 덮쳐 나갔다.

하지만 그것을 상대하는 크라켄은 여유를 잃지 않고, 그것은 곁에 있는 라니안 역시 마찬가지.


‘뭐......지?’


그에 무언가 꺼림칙함이 느껴졌지만 기우라 무시하며 마력을 움직일 때,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아빠!”


“큭?”


투둑, 툭.

갑작스럽게 마력을 모두 없애는 탓에 무리가 간 몸이 기어코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신경 단위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에도 아인즈의 시선은 전방의, 크라켄이 있는 곳을 떠날 줄 몰랐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그의 딸. 에아가 있었으니까.


작가의말

프로 납치러가 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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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3화-착수(着手)(1) 17.04.12 30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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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0화-Santa Claus(4) 17.04.07 641 6 12쪽
201 199화-Santa Claus(3) +2 17.04.06 42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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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197화-Santa Claus(1) 17.04.04 382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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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89화-세계일주(4) 17.03.22 261 5 14쪽
190 188화-세계일주(3) 17.03.21 275 5 12쪽
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187 185화-Odin(2) 17.03.17 30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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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182화-Paries(3) +1 17.03.14 381 5 12쪽
183 181화-Paries(2) +1 17.03.13 314 5 12쪽
182 180화-Paries(1) +1 17.03.11 394 6 12쪽
181 179화-납치(4) 17.03.09 22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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