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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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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67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4.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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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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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203화-착수(着手)(1)

DUMMY

“으헹?”


그게, 현휘가 공간을 넘어 발을 디디고서 들은 첫 소리였다.


“......”


온통 생크림으로 범벅이 된 손과 뺨 이곳저곳에 기름때마냥 묻어있는 초콜릿.

폭풍이라도 몰아친 것 마냥 주변에 흩어져 있는 온갖 케이크의 포장지에 현휘는 잠시 오딘을 바라보다 조용히 청소를 시작했다.

마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평소에도 언제나 한결같이 난장판인 딸의 방을 치우는 아버지마냥 자연스럽게.

그러자 당혹스러운 것은 오히려 오딘이었다.


‘에? 에? 에? 에?’


공간을 열고서 나타난 현휘와 시선을 마주치고 난 이후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언제나 명료하던 사고가 잔뜩 꼬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게 금방 도착한 과일 케이크를 퍼내던 손을 멈추고 어지럽게 널린 포장지를 치우는 현휘를 바라보고 있을 뿐.

청소라고 해 봐야 죄 끌어 모아서 주먹만한 덩어리로 뭉쳐버리는 게 전부였지만. 그 구마저 완전히 소각시켜버리고 손을 터는 모습에 오딘이 정신을 차렸다.


“에......타워 마스터. 왜 여기로 온 건지 묻고 싶은데......?”


어색한 미소를 그린 채, 입꼬리를 떨고 있는 오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현휘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에?”


갑자기 이 인간이 왜 이러는 걸까. 갑자기 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그의 모습에 당황해 팔을 쳐내려는 찰나, 현휘가 입을 열었다.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이 부끄러움과 당황, 어색함이야.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도 빨개지고, 사고도 꼬이겠지. 뭐, 말하고 보니까 사랑하고도 비슷한 거 같기는 한데. 아무튼 그 감정, 잊지 말고 잘 기억해 둬.”


“에?”


뜬금 없이 무슨 말일까. 전혀 뜻밖의 반응에 그냥 평소처럼 잔뜩 놀리려고 하는 줄 알고 당황했던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거기에 방금 그가 말해준 감정. 그건 이미 인식하고 있는 종류였다. 막상 마주쳐 보니 그 감상은 전혀 달갑지 않았지만.

다만


‘따뜻......했는데.’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에 느껴졌던 감정이 더 중요했다. 사랑받는다, 는 감정을 느꼈으니까.

흔히 표현되는 부모의 사랑을 받는 아이가 종종 느끼는 감정이랄까?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이리저리 인상을 구기며 더듬는 것도 잠시. 저쪽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현휘의 모습에 쪼르르 다가갔다.


“타워마스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 같은데?”


“글세......”


묘하게 미소를 그리고는 있기는 했지만 깍지를 낀 손을 이마에 댄 채로 앉아서는 설득력이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


잠시, 복잡한 눈으로 오딘을 바라보던 현휘의 입에서 뜬금없는 물음이 던져졌다.


“오딘, 넌 나를 죽일 수 있겠어?”


“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질문에 오딘의 눈이 커졌다.


“나를 죽일 수 있겠냐고. 네가 가진 모든 역량과 수단을 동원해서.”


“타워마스터를? 내가?”


“그래. 네가, 나를.”


잠시 현휘를 바라보던 오딘이 이내 피식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하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데. 내가 어떻게 타워마스터를 죽이는데. 아하하.”


“......”


“그리고 내가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데. 더군다나”


오딘의 웃음이 뚝 멈추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아래에서 빛나는 눈동자의 서늘함이 가려지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애초에 그 가정이 말도 안 되는 건데. 순전히 파괴력만 따져도 도시 파괴급. 시간만 주어지면 행성 파괴급의 힘을 내는데다가 그 모든 힘이 단순히 파괴뿐만 아니라 유틸성까지 동반하는데? 그런 괴물은 내가 어떻게 죽이는데? 아니, 애초에 이 행성의 모든 지성체가 나선다고 해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데?”


“역시 그렇지......”


그래, 그러니 크라켄 역시 그를 죽이지 못하고 그저 추방했을 뿐이다. 저쪽에서 그러했는데 하물며 이쪽에서야.

현휘가 눈을 감고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딘은 저 머리를 해부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기분상의 표현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물끄러미 주시하고 있기를 또 몇분. 현휘에게서 질문이 던져졌다.


“그럼, 내 마력이 모두 동결되어 버린다면?”


조금 전의 질문에서 이어지는 물음. 끝난 게 아니었나 하고 작게 투덜거리며 오딘이 답했다.


“아마도 가능할텐데. 타워마스터가 가진 이능이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건 아니고, 한계도 존재하니까 용광로에 집어넣는 다던지 하는 쪽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 아니면 이능력자들이 집단으로 폭격하는 방법도 있고. 타워마스터의 이능의 지구력을 넘어서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그래, 역시 그렇겠지......”


톡, 톡, 톡.

어느새 풀어진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던 현휘가 씨익 미소를 그렸다. 언뜻 개구쟁이의 그것과도 같은 미소.

반사적으로 몸을 빼려는 오딘에게 현휘가 툭, 말을 던졌다.


“오딘, 네가 수고해 줘야 할 게 늘었어.”


* * *


세계 최고의 호텔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ADS타워 최상층, 설계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곳에서 네명의 인물이 마주하고 있었다.

묵직한 기운을 풍기는 백발의 노인이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생각에 빠져 있었고, 그 앞에서 후덕한 인상의 40대의 남자가 디저트를 먹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안경을 쓰고 있는 열세넷 가량의 여자아이가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고, 그런 세명의 모습은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과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바라보고 있었다.

각자 자신의 하고싶은 대로 하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노인의 눈이 떠지며 묵직한 공기가 모두를 덮쳤다.

그것이 신호이기라도 했다는 듯 좌중의 시선이 모두 노인을 향했다.


“묻겠네. 일리아시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 물음에 시선이 다시 일제히 한곳을 향했다. 노인의 바로 오른편, 붉은 여성을 향해서. 일리아시아라 불린 여성은 살풋,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는걸요?”


홀리기라도 할 듯이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며 그녀가 말했지만 노인의 미간이 좁혀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물었네.”


그 말이 끝남과 함께 테이블의 가장자리가 파이며 문장을 적어 나갔다. 고급스러운 이탤릭체로 쓰여진 문장이 마치 원래 있었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 내용을 잠시 바라보던 이들의 시선이 다시금 여성을 향했다. 노인이 새긴 글귀는 모두, 일리아시아 그녀가 보낸 편지의 내용이었으니까.

그것을 확인한 그녀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의 남성이라면 아니, 여성조차도 홀리고야 말 그런 행동이었지만 지금 이곳에 평범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재수없어. 나이먹고 뭐하는 짓이야? 아줌마.”


“음, 나도 그대와 같이 연치가 있는 여성이 그러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질색을 하는 소녀와 입에 물고 있던 초콜릿을 삼키며 말하는 남성에게 웃어 보이며 일리아시아가 어깨를 감사쥐었다. 마치, 극에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어머, 그러시면 제가 너무 슬프답니다. 전 언제나 어여쁜 숙녀인걸요.”


“너무 익었으니까 문제겠지. 빨리 본론부터. 작업하던 논문이 있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어.”


“나 역시. 새로 고용한 주방장이 정찬을 준비하고 있거든. 얼른 가서 솜씨를 보고 싶어서 말이야.”


언제나처럼 자신의 일을 최우선으로 두는 그들의 모습에 일리아시아가 짙은 미소를 그렸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이지 이곳은 언제나 달라지지가 않는 것 같았다. 천년 전에도, 백년 전에도, 지금도.


‘어머, 왜 이런데.’


이런 생각 자체가 경솔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행동만 하고, 최대한 상대를 속이고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규칙.

너무나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던 탓에 잊으려 했던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며 그녀의 손에 메모리가 나타났다.


“우선, 이걸 보도록 하세요.”


메모리가 그녀의 앞쪽에 꼽히고, 이내 테이블에서 떠오른 홀로그램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건......”


“으음......”


“흐응......”


눈기둥이 솟아오르고 신의 지팡이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것까지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저정도를 하지 못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놀라운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하늘을 온통 뒤덮는 거대한 레일이 탄생하고, 신의 지팡이를 그대로 받아내 다른 곳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팡이가 가속하고, 떨어질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가 위성을 파괴했다. 심지어는 위성의 좌표가 중간에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이적이라는 말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 그 모습에 기가 막힌다는 듯이 헛웃음이 나왔다.


“저게, 가능한 것인가?”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데.”


“혹여, 환상종들이 나서기라도 한 것인가?”


쏟아지는 질문에 일리아시아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환상종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애초에 그들이야 딱히 손을 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이들이니까요. 제가 보여드린 영상은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타겟의 모습이에요. 꽤 오래된 목표인 산타와도 만났고, 그 능력을 종합해 보건데 아마도......”


“대 마도사.”


“네. 맞아요.”


소녀의 답에 그녀가 웃어 보이자 노인과 남성이 인상을 찡그렸다.


“장난이라면 너무 악질적이고, 장난이 아니라면 이 이상 나쁘기가 힘든 상황이로군.”


“대 마도사. 대 마도사라......하, 설마하니 마도를 거기까지 익힐 수 있는 이가 아직 존재하기는 했다는 말인가?”


다시는 지구상에 나타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존재. 홀로 국가를 대적하며 숫자와 규모의 힘을 무력하게 하는 걸어 다니는 재앙.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신비의 전승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 자신들조차 마도사에 간신히 닿을 뿐, 대 마도는 그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었다.

모든 마력의 근원이나 다를 바 없는 세계수가 그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이미 과학이라는, 완전히 개화한 문명의 씨앗이 주어진 이곳에는 마도학이라는 문명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존재가 허락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대 마도사라니. 세계를 조율하고 질서를 확정하는 이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거늘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의문에 일리아시아조차 답해주지 못했다.


“저도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는 몰라요. 어떻게 연관된 것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등장했는지도 몰라요.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의 손에 들린 메모리가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할 존재라는 것.”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들의 앞에 양피지가 한 장씩 떠올랐다. 오래전, 의회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내려오던 투표방식.

담담한 시선으로 그것을 읽어본 이들이 모두 자신의 이름을 사인하고, 가문의 인장을 찍었다.

같은 내용의, 네 가문의 사인을 받은 서류를 손에 들고서 일리아시아가 선언했다.


“이로서, 네 가문의 중지가 모아졌으니 해당 안건을 즉시 실행, 필수 달성 목표로 설정하겠습니다. 목표는 새롭게 등장한 대 마도사의 처분.”


“즉, 말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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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화-착수(着手)(1) 17.04.12 306 5 12쪽
204 202화-Santa Claus(6) 17.04.10 965 5 12쪽
203 201화-Santa Claus(5) +2 17.04.08 271 6 12쪽
202 200화-Santa Claus(4) 17.04.07 641 6 12쪽
201 199화-Santa Claus(3) +2 17.04.06 421 6 13쪽
200 198화-Santa Claus(2) +2 17.04.05 375 6 13쪽
199 197화-Santa Claus(1) 17.04.04 382 7 13쪽
198 196화-겨울의 가문(6) +5 17.03.31 333 6 13쪽
197 195화-겨울의 가문(5) +3 17.03.30 352 5 14쪽
196 194화-겨울의 가문(4) +2 17.03.30 279 5 11쪽
195 193화-겨울의 가문(3) +2 17.03.29 242 6 13쪽
194 192화-겨울의 가문(2) +1 17.03.27 231 6 12쪽
193 191화-겨울의 가문(1) +2 17.03.24 338 6 12쪽
192 190화-세계일주(5) +2 17.03.23 257 6 12쪽
191 189화-세계일주(4) 17.03.22 261 5 14쪽
190 188화-세계일주(3) 17.03.21 275 5 12쪽
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187 185화-Odin(2) 17.03.17 30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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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81화-Paries(2) +1 17.03.13 31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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