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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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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66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4.10 21:49
조회
964
추천
5
글자
12쪽

202화-Santa Claus(6)

DUMMY

풀썩.

최후의 일인까지 설원에 몸을 묻는 것을 끝으로 설원의 전투는 마무리되었다.

전체 241명을 모두 쓰러뜨리고서 산타는 참았던 호흡을 내쉬었다.


“후우......”


‘나도 아직 젊군. 아니, 미숙한 건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며 통증을 호소하는 육체와 마력회로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마도에 발을 디딘 것에 흥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뛴 것이 컸다. 그 탓에 마력이 제멋대로 날뛰느라 몸 이곳 저것을 들쑤셔 놨으니까.

실제로 자신에게 당한 이들은 대부분 몸이 성하지를 못했다. 최소가 골절, 심하면 근육과 뼈가 완전히 뭉개진 이들도 부지기수다.


“쯧.”


반면 현휘의 손에 당한 이들은 모두가 그저 정신을 잃고 있을 뿐. 그만한 대마법을 사용하고서도 태연하게 전투의 마무리까지 하고 있는 모습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마법은 재능 있는 자를 위한 학문이다.


수없이 듣고 또 들어 왔던 이야기지만 새삼스럽게 실감이 되는 게 영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를 저어 털어내며 쓰러진 이들을 차곡차곡 모아두는 현휘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제는 어찌할 생각인가?”


“글쎄요? 전 안타깝게도 사람을 도살하는 취미는 없는지라. 아직 살아있는 이가 225명은 되는데, 어떻게 넘겨드릴까요?”


“농담 말고. 앞으로 어찌 할 생각이냐는 걸세. 보아하니 자네, 의회와 척을 진 것 같은데, 그러고도 무사히 살 수는 있겠나?”


그 말에 현휘의 얼굴에 의외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설마하니 산타가 의회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의회를 아십니까?”


“그럼, 알다마다. 자네는 내가 어떤 가문의 주인인지 잊었나?”


“그야, 클로스......”


거기까지 말한 현휘가 말끝을 흐리더니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의회라는 게......?”


“맞네. 바벨탑의 건설을 지도하던 다섯가문의 모임이지. 그 중 클로스 가는 빠졌지만 아직 남아있는 네곳은 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줄곧 세상을 조율해 왔지.”


“하.”


설마하니 그런 것이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던 현휘가 헛숨을 뱉었다.

흔히 말하는 일루미나티, 장미십자회 등등 도시전설처럼 전해지는 것들은 많았지만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하리라 생각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그 세상을 조율한다는 게 흔히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죠?”


“유감스럽지만 맞다네. 적어도 이 지구상에서 1,000이상의 피가 흘렀던 일들은 대부분이 그들의 의도 하에 일어난 일일세. 특히나 이름을 남긴 전쟁영웅, 정복군주는 알게 모르게 다 그들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라네.”


“하. 대체 목적이 뭐랍니까?”


기도 차지 않는다는 듯 묻는 현휘에게 어깨를 으쓱한 산타가 답했다.


“우습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목적은 인류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일세.”


“그게 무슨 헛소립니까?”


실컷 피를 양산해 놓고는 발전과 무궁한 영광? 그렇다 치면 그간 지구상에 있어 왔던 재앙은 다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가?


“설마하니 흑사병이나 중세 암흑시대도 그들의 의도였다는 겁니까? 그렇게 해서 인류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이 어떻게 있으라고?”


“나도 모르지. 다만 내가 듣기로 그 당시에는 일종의 밸런싱 작업 중이었다더군. 그대로 성장했으면 동양과 서양의 균형이 어그러진다나 뭐라나.”


“하.”


“게다가 요 근래에는 무슨 생각인지 온갖 이능자들을 납치하고 있더구먼. 아, 이건 내가 직접 조사한 결과이니 믿어도 좋네. 여기저기서 날뛰는 놈들을 볼 때마다 배알이 꼴려서 원.”


“납치라......”


-어때? 오딘.


-아직인데. 대강 보면 비슷하기는 한데 완전히 확정을 내리기에는 조금 아쉬운데. 분명한 건 적어도 2개의 세력이 이능력자들을 감시, 납치하고 있다는 건데. 그 중에 한군데는 얼마 전부터 시작했는데.


-그래......


오딘의 전언에 아쉬운 뒷맛을 다시며 현휘가 걸음을 내딛었다.


“저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할 일이 많아서요.”


“흐음......독일로 갈 생각인가?”


“뭐, 그래야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제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세계수를 만나는 것이니까요.”


“그런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색을 띄는 산타의 모습에 현휘가 피식 웃었다.


“제가 부인분에게 무슨 말을 할지 걱정되시나 봅니다?‘


그 말에 산타가 소스라치듯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자네는 나를 어찌 보고 있는 것인가! 나 산타일세! 산타 클로스! 겨울밤의 제1좌!”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신데렐라마냥 원래대로 돌아오겠죠. 그날이 아니라면 썰매와 선물 보따리는 사용이 힘들 테니까.’


전투를 계속하며 산타를 관찰했었다. 그가 과연 어떤 능력과 힘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전승에 비해 많이 모자라다.’

전승에 전해지는 그대로의 이적을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이라면 애초에 궤도 폭격 따위에 애를 먹을 일이 없다.

전 세계를 하룻밤 사이에 날아다니는 공간계통에 한해서는 신에 가까운 존재일 테니까.

그렇다면 결국 법기의 힘이라는 것인데 지금 당장 루프렉 이외의 법기를 꺼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결국은 여러 가지 귀찮은 조건이 잔뜩 달린 법기일 것이 뻔해 보였다.

그리고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마력의 충전시간과, 정해진 날, 혹은 정해진 계절에 정해진 횟수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사실, 같은 공을 들인다고 해도 이런저런 제약을 많이 걸면 걸수록 뛰어난 성능의 법기가 나오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했을 터이지만.


‘쓸데없는 생각이네.’


애초에 자신에게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이렇게 공들여 생각해 봐야 별달리 도움 될 것은 없다.

피식 웃으며 생각을 털어낸 현휘가 걸음을 딛기 전, 문득 산타를 돌아봤다. 팔짱을 끼고 있다가 왜 보냐는 듯한, 불퉁한 시선과 마주치며 씨익, 미소를 그렸다.


“약속, 잊지 마시죠. 제가 원할 때, 제게 도움을 주시는 겁니다.”


“알아! 안다고! 에잉, 사내놈이 영 쪼잔하게 말이야. 설마하니 이 내가 약속을 어기려고?”


“뭐, 그러면 다행이고요.”


산타의 입장에서는 얄미워 보일 미소를 그리며 현휘가 걸음을 내딛었다. 이미 활성화된 술식은 공간을 열고, 그를 받아들였다.


“그럼, 후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안녕하시기를.”


“가라, 가. 되도록 다시 보지 말고.”


“뭐,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건 흔치 않지만, 부디 원대로 되기를 빕니다.”


끝까지 얄미운 소리만 하고서 사라지는 현휘의 뒷모습에 산타가 입을 비죽이 내밀고는 투덜거렸다.


“하여간에 요즘 젊은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한마디도 안 지려고 드니 원.”


“그래도 그편이 아버지에게는 더 잘 맞지 않겠습니까. 아버지도 내심 그를 좋아하시지 않으시던가요?”


어느새 다가온 우룬의 물음에 산타가 그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떽! 어디 그런 징그러운 말을. 내 취향은 저런 시커먼 사내놈보다는 여리여리하고 쭉쭉빵빵한 엘프처자라 몇 번을 말하더냐!”


“아버지! 제발, 체면이라는 걸 조금 생각하시면 안 되는 겁니까?”


“헹, 체면이 어디 밥먹여준다더냐? 나는 그냥 나 좋을대로 하면서 살련다.”


“아버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사라지는 산타의 모습에 우룬은 결국 얼굴을 감싸쥐고 말았다.


* * *


똑똑. 문을 두드리는 정중한 손길이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았다. 그의 주인의 취향에 맞춰 끼고 있는 검은 장갑이 인상적이었다.

관리가 잘된 덕에 아무런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린 문을 지나쳐 벽난로의 앞에 도달한 그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공작님. 여사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어떻게 하오리까.”


그 물음에 벽난로의 앞에 드리워져 있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새하얗게 늘어진 백발과, 얼굴 가득 그려진 주름이 그가 살아온 세월을 대변하는 듯 했다.

집사의 손에 들린 봉투의 인장을 확인한 공작의 주름이 불쾌하게 일그러졌다.


“대관절 또 무슨 일인가.”


‘분명 얼마 전 대 회의를 마쳤거늘. 개인적인 연락을 지양하라는 원칙을 그녀는 무시하려는 것인가?’


“여사께서 속히 답해주기를 바라신다 말씀하셨습니다.”


“쯧.”


작게 혀를 차며 공작이 봉투를 받아 들었다. 예스러운 봉투에 역시나 마찬가지의 인장이 찍힌 밀랍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모루와 망치의 인장. 거기에 깃들어있는 마력까지. 확실히 그녀가 의회의 일원으로서 보낸 것이 틀림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언제고 미소를 달고 사는 젊은 여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공작의 손이 그대로 봉인을 뜯어냈다.

봉투를 열자 보이는 것은 연분홍빛의 종이. 그에 공작의 얼굴이 굳었다.


“집사, 나가있게.”


갑작스럽다면 갑작스러운 지시였지만 집사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곧장 문을 닫으며 방을 나섰다.

간헐적으로 장작에서 불티가 튀는 소리만이 울리는 와중에 공작의 불편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끄응......대체 무슨 일이라는 말인가.”


연분홍빛은 그녀의 가문에서 쓰는 최고 수준의 긴급서한. 다만, 보고싶지 않다면 보지 않아도 무관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4좌의 문장을 썼는데 보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의회의 네 자리 중 한 자리의 문장을 써 놓고는 보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 것이 농락이나 마찬가지다.


“대체 무슨 말을 써 놨는지 어디 보지.”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스럽게 펼쳐진 서한을 읽는 공작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져갔다.

서한에 적혀 있는 내용이 전혀 그냥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콰작!

서한을 단숨에 구겨버리며 공작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난로의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더없이 굳어 있었다.

손에 쥔 서한에 시선을 가져간 그가 서한을 불에 던져버리며 집사를 외쳐 불렀다.


“집사!”


“분부를.”


“지금 외유를 나갈 것이네. 준비하게.”


“예.”


먼저 나서는 집사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그가 모노클과 인장을 챙기고, 외투를 걸쳤다.

문을 나서기 직전, 잠시 굳은 시선으로 자신의 방을 응시하던 그가 입을 일자로 다물며 문을 나섰다.


* * *


-크흐흐흐흐, 드디어 오는가.


어딘지 모르게 지친듯한 영언이 새하얀 공간 가득 울려 퍼졌다.

거대하고 장엄한 나무의 모습이 언뜻 비춰졌지만 그것도 잠시. 환상이었다는 듯 사라진 거목의 형상 뒤에 남은 것은 사슬로 구속되어 있는 초췌한 인상의 남자 뿐이었다.


-너무 늦지 않는가.


그의 존재를 파악한 것이 언제이고,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 또 언제였던가. 그가 조금만 더 세상에 미련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자신이 이런 꼴이 될 일도 없었을 것을.


-인간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점점 그들과 닮아가는가?


답지 않게 의미없는 만약이라니. 하기야. 그렇게라도 하고싶을 정도로 지금 지쳐있기는 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빨리와라. 마법사.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견디지 못할지도 못하겠군.


고개를 젖혀 몸에서 힘을 빼는 그가, 무척이나 지쳐보였다.


-그대는 내게 받을 것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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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204화-착수(着手)(2) +2 17.04.12 272 6 12쪽
205 203화-착수(着手)(1) 17.04.12 305 5 12쪽
» 202화-Santa Claus(6) 17.04.10 965 5 12쪽
203 201화-Santa Claus(5) +2 17.04.08 271 6 12쪽
202 200화-Santa Claus(4) 17.04.07 641 6 12쪽
201 199화-Santa Claus(3) +2 17.04.06 421 6 13쪽
200 198화-Santa Claus(2) +2 17.04.05 375 6 13쪽
199 197화-Santa Claus(1) 17.04.04 382 7 13쪽
198 196화-겨울의 가문(6) +5 17.03.31 333 6 13쪽
197 195화-겨울의 가문(5) +3 17.03.30 352 5 14쪽
196 194화-겨울의 가문(4) +2 17.03.30 279 5 11쪽
195 193화-겨울의 가문(3) +2 17.03.29 242 6 13쪽
194 192화-겨울의 가문(2) +1 17.03.27 231 6 12쪽
193 191화-겨울의 가문(1) +2 17.03.24 338 6 12쪽
192 190화-세계일주(5) +2 17.03.23 257 6 12쪽
191 189화-세계일주(4) 17.03.22 261 5 14쪽
190 188화-세계일주(3) 17.03.21 275 5 12쪽
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187 185화-Odin(2) 17.03.17 301 5 13쪽
186 184화-Odin(1) +4 17.03.16 262 6 15쪽
185 183화-Paries(4) +1 17.03.15 312 7 12쪽
184 182화-Paries(3) +1 17.03.14 381 5 12쪽
183 181화-Paries(2) +1 17.03.13 314 5 12쪽
182 180화-Paries(1) +1 17.03.11 394 6 12쪽
181 179화-납치(4) 17.03.09 22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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