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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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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84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4.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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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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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208화-추락(墜落)(1)

DUMMY

-그대에게서! 모든 순리를 거부할 권리를 박탈한다!


그 선언이 떨어짐과 동시에 현휘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젠장.’


이럴까봐 일찌감치 배제하려고 했던 것인데. 적당한 타이밍을 잡으려고 시간을 재고 있던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3분정도만 더 있으면 마침 딱 좋은 정도의 거리였기에 미리미리 위험요소를 배제하고 가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완전히 몰리게 생겼다.


까득.


그녀의 영언을 들리고서 바로 능력이 삐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애초에 마력을 다루는 것은 마법사라는 한 부류의 존재들에게 내려진 권리. 그것을 대 마도에 이르르면 하나의 이능처럼 완전히 새겨진다.

그런데 지금 이요문의 능력이 그것을 완전히 박탈해 나가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대체 이 이능이라는 건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아무런 매커니즘도 없이 그저 결과만을 도출해 낼 뿐이라니!’


무언가에 불이 붙을 때에도 물체가 인화점, 혹은 발화점을 넘기고, 산소가 공급되었다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현휘에게서 마력과, 이능을 앗아가면서도 그 어떤 과정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현휘에게 주어진, 현휘라는 존재에게 부여된 이능이라는 코드가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벌써 반이나 날아가버렸나.’


마력은 이제 어떻게 해도 말을 듣지 않았고, 기껏해야 이능의 힘을 빌어서 하는 간접 통제만 가능한 정도였다.

그나마도 이능의 영역이 절반으로 쪼그라든 상태.

현휘의 수준이 조금 더 높아서 저항하고는 있지만 이대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능력이 완전히 박탈당할 게 뻔했다.

그 전에 어떻게 하든 이곳에서 몸을 빼야 하는 상황. 하지만 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거대한 감옥 안에서 어떻게?

물을 것도 없이 답은 하나다.


‘젠장, 스카이다이빙은 취미가 없는데.’


이제는 시간싸움. 능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바닥에 닿아야만 했다. 마법도, 이능도 없이 떨어졌다가는 곧장 피반죽이 되어버릴 테니까.

결정을 내린 현휘가 곧장 마력을 끌어 모았다.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마력을 주변으로 모아 별을 구성했다.

기껏해야 도시의 밤하늘과 비견될 법한 드문드문한 별들을 보며 현휘가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계획대로 되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어쩌다 이런 초라한 몰골까지 온 걸까.

아니, 그녀를 배제하려 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터다. 그녀의 능력이 자신에게 먹혀든 것은 어디까지나 죽음과 직면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으니까.

경솔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현휘의 마력이 일제히 들끓어 올랐다.

후회도 좋다. 반성도 좋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일을 모두 처리하고서, 시간이 생겼을 때. 그 때 하는 것이 후회이고, 반성이다.

그러니 지금은, 움직인다.


“부서져 내려라!”


현휘의 손이 비행기를 내리쳤다.


* * *


“그대에게서! 모든 순리를 거부할 권리를 박탈한다!”


그 외침을 듣고서, 로컨은 잠시 이요문을 비웃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어이없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설령 티어 7. 걸어 다니는 국가급 전력이라고 해도 하나의 문명을 책임질 수 있는 대 마도사에 영향을 미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그의 곁을 스쳐가는 섬뜩한 기운을 느끼기 전까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기운은 사방에서 모여들어 그의 앞에 있는 남자. 간신히 상대를 맞춰가고 있던 현휘를 무력화시켜 나갔다.

그의 의지대로 사방을 점령하던 마력이 방향을 잃고, 의지를 잃고, 그를 둘러싸고 있던 별하늘이 그대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이게, 대체......’


이쯤 되면 이미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범위의 힘이 아니다. 비록 일반인에게는 통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능을 가진 이들에게는 신, 그 이상의 공포로 군림할 수 있는 힘이다.

하나의 문명과도 동급인 존재를 이토록 손쉽게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힘이란 것은 그런 것이니까.

그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로컨은 긴장을 놓지 못했다. 수십년간 살아 오면서 자신보다 강한 이들을 수 없이 많이 꺾고서 올라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매번 느꼈다. 쓰러지기 직전, 무력화되기 직전의 존재가 가장 무서운 법이라는 것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해낼 수 있는 게 궁지에 몰린 이들이라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뭐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더군다나 상대는 마법사.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이성을 놓지 않는 존재.

어떤 상황이 오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온몸의 근육을 팽팽히 당기고 있던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까득.


이를 가는 험악한 소리와 함께 유동 가능한 대부분의 마력이 그의 곁으로 모여 들었다.

방금 전과 비교해 보면 그 규모도, 섬세함도 비할 수 없이 초라했지만 단 한가지, 그 험악한 기세만큼은 등허리를 축축하게 적실 정도로 흉흉했다.

그 기세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현휘의 손이 비행기를 때리는 순간 로컨이 비명처럼 소리질렀다.


“공간계열 능력자-!”


결과적으로, 그의 외침은 그다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현휘의 손이 닿은 지점부터 산산히 부서져가는 모습을 목격한 공간계열 이능 보유자들이 당장 뛰어 들었으니까.

비상 탈출 매뉴얼대로 가주와 그 외의 고위 인사들 순으로 챙기기 시작한 이동계열 능력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면서 로컨의 시선이 이제는 뻥 뚫려버린 비행기의 바닥을 향했다.


“으음......”


지금도 분해되고 있는 비행기의 모습과, 구멍이 뚫림과 동시에 아래로 떨어져 내리던 현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떨어져 내리고 있던 현휘의 표정이 뇌리에서 지워지지를 않았다.

이곳에 탑승한 이후, 언제나 무관심하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은, 알 수 없는 표정을 그리고 있던 것과는 다른 명백한 분노.

아마도, 공간을 넘는 것 같은 고급의 마법을 쓸 수 없었기에 뛰어내리는 것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썼을 터였다.

그것이, 그는 무척이나 우려스러웠다.

그가 자신과 어울려 주던 것이 모종의 목적을 가진 일종의 놀이와 같은 것임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의 시선에 비친 자신은 아마도 언제든 팔을 비틀어버릴 수 있는 어린아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존재였을 테니까.

그런데 그런 존재가 모든 힘을 빼앗기고, 자존심마저 상처입은채 초라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 도망쳤다.

과연, 그가 돌아왔을 때, 자신들은 그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마법사가 두려운 것은 그 화력만이 아니다. 전 세계 초 상위의 천재들조차 입문조차 어려운 것이 바로 마법이라는 학문이다.

그런데 그 학문의 정점에 있는 이의 두뇌는 대체 어떤 것일까? 그 지식은 또 어떤 일을 벌일 수 있을까? 그것을 자신들이 막을 수 있을까?

이능력자의 도움을 받아 공간을 넘어가는 로컨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 * *


“젠장! 젠장! 젠장!”


비행기에서 떨어져 내리며 현휘는 분노에 온몸을 떨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꼴이 된 걸까? 고작, 고작해야 벌레나 다를 것이 없는 티어 6의 능력자였다.

그런데 고작 그런 존재가, 세계를 움직이는 ‘법칙’을 움직여서 마력을 빼앗고, 능력을 훼손했다.

그리고 그 결과, 자신은 이렇게 초라한 꼴로 도망치고 있는 것이고.


“젠-장-!”


도저히 이 울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급한 게 아니다.


-콰과과과!


몸을 할퀴며 지나가는 바람이 거친 소리를 냈다. 몸을 뒤집어 추락하는 비행기를 바라봤다가 다시 바닥을 향해 몸을 돌린 현휘가 이를 갈며 몸을 움직였다.

이미 이론으로는 몇 번, 스카이다이빙에 대해 본 기억이 있다. 몸은 완전한 뇌의 통제를 받으니까 그다지 상관이 없고.

다만, 문제는 지금 온몸을 휘감고 있는 허탈감이었다.


“제기랄-!”


마력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력과 관계된 감각 그 자체가 완전히. 이런 상황에서는 능력으로 마력을 억지로 움직여 봤자 5성 이상의 마법은 꿈도 못 꾼다.

마법이라는 게, 그저 정해진 방식대로 술식을 구성하고, 마력을 흘려 방출하는 간단한 그림그리기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력의 유동에 대한 세밀한 조율이 필요했다.

그에 대해서 현휘는 능력의 도움으로 거의 완벽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하지만 능력은 어디까지나 도움을 줄 수 있었을 뿐이지 그 근간이 완전히 사라진 지금에 와서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저, 강제로 마력을 감지해 내, 크게 섬세함이 요구되지 않는 극히 간단한 술식을 우격다짐으로 쓸 수 있을 뿐.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현휘의 신경이 온몸을 샅샅이 훑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었으니까.


“......빌어먹을.”


상황은 최악이었다. 마력은 그 근간마저 소실. 거기에 더해서 5m라는 반경을 완전히 커버하던, 언제나 든든한 보험이 되어주던 능력조차 피부 위로 10cm 정도가 한계범위였다.

지금이라면 흔히 말하는 마스터급 존재를 만나도 간신히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처참한 수준.

뿌득.

이를 갈면서 현휘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분노는 차후에 해도 좋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안전을 도모하는 일.

어느새 지표면이 상당히 가까워졌다. 앞으로 1,2분이면 충돌하는 상황. 능력이나마 멀쩡했다면 간단하게 내려앉을 수 있었겠지만 이런 꼴이 된 이상 좀더 완벽하게 계획해서 착륙해야 했다.


“움직여라, 움직여!”


실낱같이 남은 이능을 가지고서, 대기에 퍼져있는 마력을 억지로 모아 단 하나의 술식을 그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쳐다도 보지 않았을,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술식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현휘의 목숨줄이었다.


“움직여!”


충돌까지 불과 20여초가 남은 상황. 그제서야 움직이는 술식에 현휘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마력이 빠르게 소모되면서 아래쪽을 향해 빠르게 바람을 내뿜기 시작했다. 술식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간단한 마력 조합법.

하지만 그것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현휘가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내려 앉았다.

쿵.


“큭.”


하지만 아무래도 감속의 시간이 짧았던 탓인지 다리를 타고 상당한 통증이 올라왔다. 아마도,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을 터였다.

그래도, 공중에 떠있는 상황보다야 몇배는 나았다. 적어도 지금은 원하는 대로 운신할 수 있으니까.

나무에 기대앉은 현휘가 지친 기색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 나무, 나무. 나무로 가득한 어딘가의 숲.

아마도 독일 안으로는 들어왔겠지만 마녀의 거처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지 쉽게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그 숲이라는 게 움직이기까지 해서 특정하기 어려운 장소에 있을 테니까.


“젠장할.”


습관적으로 탐색 마법을 썼다가 움직이지 않는 마력에 현휘가 뒷머리를 쿵, 하고 나무에 박았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일까. 불과 10여분 만에 일어난 자신의 추락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저쪽으로 돌아간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쪽에서도 그는 그저, 쓸만한 수준의 마법사도 아닌, 무투가가 되어 있을 텐데.

현휘의 한숨이 깊어져갔다.


작가의말

사기캐에게 너프를 내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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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187화-세계일주(2) 17.03.20 291 5 14쪽
188 186화-세계일주(1) 17.03.20 28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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