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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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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305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9.14 23:08
조회
227
추천
2
글자
12쪽

229화-세력과 세력(4)

DUMMY

“하아!‘


누구의 것인지 모를 기합성과 함께 양족의 충돌이 시작됐다.

원거리에서 영향을 끼쳐야 하는 이들은 포격전을 펼치고 그 가운데에서 육체파 능력자들이 각자의 무기를 거칠게 맞대었다.

카가각.

4m라는, 비정상을 떠나 기형적인 길이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휘둘러진 종말이 자신의 편검(編劍)을 막아서자 동문의 눈썹이 살짝, 으쓱였다.


”호오, 이거이거 아직도 이런 여력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놀랐다. 방금 전, 차를 죄 날려버린 공격도 놀랍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지불한 코스트에 비례해 강력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만한 코스트를 지불하고서. 그런 몸상태로 잘도 상대하시는군요?“


”닥쳐.“


거슬린다.

동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빙글거리는 얼굴을 보며 든 생각이다.

어째서일까.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가 심기를 심하게 거스르는 느낌이었다.


”하하. 뭐가 그렇게 거슬리는 것이려나? 우리 아가씨께서는?“


”닥치라고.“


카득.

비웃는 것처럼 들리는 그의 말에 종말이 거칠게 비틀려 동문의 검을 밀쳐냈다.

하지만 마치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동문의 검이 힘을 잃으며 그대로 휘감겨 종말을 옭아맺다.

일반적인 검이었다면 조금 힘들었을 기교였지만 종말의 길이는 4m. 휘감을 시간은 차고 넘쳤다.

까드득.

비틀어 빼내려 했지만 검신의 1/5을 휘감은 탓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미간을 찡그리는 정현의 모습에 동문이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런, 무척 난감하게 되셨습니다?“


”칫.“


-멍청하기는.


머릿속을 울리는 녹스의 말에 정현이 이를 악물었다.

녹스의 말이 맞다. 멍청했다.

애초에 종말의 사용법은 4m에 달하는 길이를 활용한 넓은 범위의 공격과 그 길이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와 속도를 휘두르는 것.

하지만 좋지 않은 몸상태와 조급해진 마음 탓에 가까이에 붙어버렸고, 종말을 활용할 거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저쪽에서의 버릇 탓이다. 저쪽이라면 그저 오러를 집중해 불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단숨에 끝났겠지.


부인할 수 없었다. 저쪽에서의 전투 방식은 몸에 깃든 오러를 최대한으로 활용해 치솟은 육체 스펙으로 종말을 내키는 대로 휘두르는 종류였으니까.

하지만 이쪽에서의 몸에는 오러의 절대량이 너무 적었고, 그 탓에 원하는 대로 종말을 휘두를 수도 없었다.


-그래 어떻게 할 테냐?


”순순히 항복하시는 게 어떤지?“


빙글 웃어 보이는 동문의 얼굴에 정현은 깨달았다.

어째서 저 얼굴이 그토록 거슬리고 짜증나는 것인지.


”닮았어.“


”음?“


아주 오래 전. 자신이 어릴 적 자신을 이용해 신적한을 압박하려 했던 어느 쓰레기와.


”그 빌어먹을 것과 너무 닮았어.“


얼굴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분위기가, 빙글거리고 능글거리는 저 태도가 닮았다.

마치 자신이 다 이긴 양. 자신을 내려다 보는 비천한 시선이 닮았다.

그게 너무 거슬렸다.


”그래서.“


카라락.


”거슬려.“


”무슨?“


정현의 시선이 가라앉으며 오러가 순간적으로 종말에 깃들었고, 종말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오러를 자신의 입맛에 맞춰 변형해 내뿜었다.

종말은 현휘가 반신에 이른 자신의 마력을 빚어내 만들어낸 검.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게도 굴하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의 친구에게 선물한, 신살과 멸마의 특성을 불어넣어 만들어낸 흉악한 물건.

종말의 언도라는 본래의 이름에 걸맞게 뿜어내는 오러는 모든 물질을 철저하게 분해해 버리는 속성을 담았다.

그러니 아무런 마법적 처리도 되지 않은 동문의 검이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철저하게 단련해 만들었다고 해 봤자 고작해야 금속.

아무런 이능의 조각조차 닿아 있지 않은 그저 금속 덩어리가 이능을 한참 뛰어넘는 종류의 힘을 견뎌낼 리가 없었다.


”젠장할!“


스아악.

크게 휘둘러지는 종말에 동문이 뒤로 몸을 던져 간신히 피해냈다.

하지만 안도하는 것도 잠시. 이내 이를 악물 수 밖에 없었다.

스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예리한 소음. 얼마 남지 않은 오러를 몽땅 불어넣어 휘둘러지는 종말은 그 흉악함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어께를 중심으로 휘둘러지는 종말의 검신은 그 끝 점에 이르러서는 눈으로 쫓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것을 피해내는 것은 순전히 감각.

염동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려 모두 감각에 동원했다.

주변을 염동력의 그물로 뒤덮고 잘려 나가는 그물의 위치를 이용해 검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염력의 용량을 터무니없이 잡아먹는 방법.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은 감각에 파랗게 질려 가는 동문의 모습을 보며 정현의 팔이 한층 빠르게 휘둘러졌다.

앞으로 많아야 다섯 번의 휘두름이면 팔 하나는 잃고야 말 상황에 동문이 이를 악물었다.


’젠장할! 이게 대체!‘


이게 정말 이제 막 스물셋이 된 아가씨가 가질 수 있을 법한 무력이란 말인가?

아니, 그 이전에 동문은 정현이라는 존재 자체가 두려웠다. 조금만 더 검이 빠르거나, 혹은 자신이 조금만 더 느리다면 틀림없이 목숨을 보존할 수 없을 상황이다.

그녀 역시도 알고 있을 터. 하지만 그녀의 검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자신이 타인의 목숨을 거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조금의 주저함도, 꺼려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망할 가상현실!‘


아마도 그 안에서 살육을 경험했으리라. 현실보다도 현실적이고 더 아름다운 그 곳에서 살인을 경험하고 검으로 누군가를 베는 경험을 했으리라.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 그녀에게 힘을 주고 있는 것이겠지.


”제엔장-!“


마음 같아서는 이렇게 피하기만 하지 말고 붙어서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

저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는 닿기만 하면 물질은 잠시도 견뎌내지를 못했다. 염력은 그나마 조금 견디는 것 같지만 역시 의미는 없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계속해서 휘둘러지는 검은 흐트러진 균형을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큿!“


생각이 흐트러졌던 탓일까. 검이 다리를 스치고, 오러의 영향으로 한움큼의 살이 분해되어 사라졌다.

쓰러진 동문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종말. 최후를 직감하고 동문의 두 눈이 감겼지만 그도, 정현도 잊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부아아앙!


”이—하!“


”큭?“


콰광!

갑작스럽게 덮쳐든 붉은 색 차량에 정현이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동문은 옆으로 몸을 던졌다.


”크윽......!“


”칫.“


차량의 등장에 허공을 수놓던 이능이 일제히 잦아들었다.

대체 저 차는 뭘까?

그 의문에 한명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씹어뱉듯이 내뱉었다.


”저 미친 새끼들이......!“


조금 전부터 자신들을 따라오던 바로 그 차다. 대낮부터 술을 퍼마셨는지 잔뜩 휘청이면서 잘도 밟아대던 차.

그 차가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설마하니 여기까지 쫓아와서 당당하게 들이박을 줄이야.

거기에 뭘 어떻게 했길래 이 평지에서 공중에서 떨어진단 말인가.

그 답은 금방 주어졌다.


”으아-! 클린-히트!“


”이, 이 미친 새끼야!“


상쾌하다는 듯이 내뱉는 명인의 말에 문적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내, 내차 어떻게 할거야! 이 미친 놈아-!“


제법 튼튼하게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방금의 터프하기 짝이 없는 주행을 감당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는지 반파된 상태였다.

차량 상부만 멀쩡하고 완전히 뭉개진 하부에서 부서진 부품들이 처참하게 널브러져 나왔다.


”이제, 이제 일주일 됐다고 이 미친 놈아-!“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나저나......“


주변을 둘러보던 명인이 이내 한쪽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빙긋 웃었다.


”이야, 오랜만!“


”......“


”어이, 뭐라도 대답 좀 해봐.“


툭툭. 바닥을 가볍게 찬 명인이 씩 웃으면서 정현에게 툭, 말을 던졌다.


-이 놈은......


”네가 여기 무슨 일이지?“


”아아, 뭐. 예전에 했던 제안은 생각해 봤나 싶어서.“


”거절한다고 했을텐데?“


”그래? 그거 아쉽네......그래도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면서 웃는 그의 모습에 정현은 아무런 말 없이 종말을 들어 명인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겨우 그런 말이나 하러 온 거?“


주륵.

서늘하게 뿜어지는 예기에 피부가 베여 피가 흐르면서도 명인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글쎄? 이번에는 들어주지 않을까 해서 물어보는 거라서.“


”그럼 죽어도 별 불만은 없겠지.“


스아악.


”으하악!“


종말이 가볍게 허공을 가르고 바닥에 쪼그려 않은 명인이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허공에서 날리는 잘린 머리카락들을 바라보던 명인이 빽 소리를 질렀다.


”죽을 뻔 했잖아!“


”죽으라고 휘두른 건데?“


”하, 나 진짜.“


스아악.


”야! 진짜 그따위로 나올 거야?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도와주러 왔으면 도와주고 가.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이, 이!“


명인이 분에 차서 손을 뻗고 말을 잇지 못할 때 뒤에서 차를 붙들고 망연자실해 있던 문적이 다가와 명인의 어께를 잡아챘다.


”야.“


”왜.“


푹 가라앉은 문적의 목소리에 퉁명스러운 답이 돌아갔다.

잘게 떨리는 어께, 푹 숙이고 있는 얼굴. 그 모습을 보며 뚱하게 물었다.


”야, 우냐?“


”......“


”뭘 그런 걸 가지고 울고 그래. 차야 다시 사면되지. 안 그래?“


”......자.“


”응? 야, 크게 말해 봐.“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린 명인이 귀를 가져가자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억지로 누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냥......다 조지고 가자. 너마저 조져버리기 전에.“


”아, 하하하......“


진심 밖에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던 명인이 주변을 쭉 훑어 보고는 식은 땀을 흘렸다.


‘아, 내가 좀 미친 짓을 하기는 했구나.’


왜 그랬을까. 조금만 더 생각을 해 볼걸.

원래부터 저지를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계획보다 훨씬 더 거한 일이 날 것 같았다.


‘원래는 구출만 하고 냅다 튈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이 상황을 보아하니 그건 무리일 듯 싶었다.


”그래 좋아. 이번에는 내가 좀 쏘지 뭐.“


관측을 제외하고는 약간의 가속만이 유일한 능력이었지만 그것만 있으면 충분히 싸울 수 있었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의 절대량이나 종류가 아니라 전투 센스이니까.

손을 두어번 두드린 명인이 정현을 보며 어께를 으쓱였다.


”일단은 동맹이라고 해 두자고. 원래 계획이랑은 다르지만 뭐,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구출이라고 해서 꼭 대상만을 데리고 도망만 치라는 법은 없다.


”다 뭉개버리고 너 데리고 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철컥.


종말을 들어 한쪽 날에 검집을 씌우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명인이 말했다.


”아, 물론 네가 우리를 데리고 가도 되겠지.“


끄덕.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는 그녀의 모습에 씩 웃은 명인이 뒤로 돌아 어느새 상처를 거의 치료한 동문을 바라보면서 툭 내뱉었다.


”2차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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