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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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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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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6.1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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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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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21화-친구-Julell(2)

DUMMY

빙긋.

자신을 보며 웃어 보이는 피리스의 모습에 유렐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본능적인 경계라고 해야할까?

비록 그 자신은 아직 약하고 어리지만 녹스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격은 어울리지 않는다. 고 할 수 있을 만큼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육체와 완전히 어울려 일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높아진 격은 감각을 일부나마 끌어올렸고, 피리스의 모습을 경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부여해 주었다.


“어머,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는 없는데.”


자못 섭섭하다는 듯 살짝 구부린 검지를 입술로 깨문 피리스가 애처로운 표정을 그려 보였다.

그녀로서는 의식하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큰 힘을 가졌다.


-흐음. 흠.


마치 유혹하고 매혹하는 것만이 자신의 존재이유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하게 뿜어지는 힘에 녹스가 불편한 헛기침을 터뜨렸다.


“어머?”


그제야 지금 상황을 자각한 피리스가 탄성과 함께 힘을 모두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조금 늦은 듯 풀썩하는 소리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퍼져 나왔다.


“하아, 하아, 하아.”


‘이건......대체?’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에 당혹을 감추지 못한 유렐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피리스를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 피리스가 스스로의 손가락을 가볍게 무는 순간 무언가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쿵, 하고. 무언가가 높이에서 떨어져 부딪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상실감과도 비슷했고, 멍하게 정신을 놓쳐버리는 충격과도 비슷했다.

잠시라도,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쳤다가는 자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그런 종류의 충격이었다.

아마도 녹스의 환기가 조금만 늦었거나 피리스가 수습하는 게 약간만 늦었더라도 지금 이곳에 있는 유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을 터였다.

그저 껍데기만 동일한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스스로를 방황하고 헤매다 결국은 피리스만을 바라보는 노예가 되는 것이 유일한 미래가 될 만큼.


-괜찮나?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녹스의 목소리에 유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후우, 괘, 괜찮아......하아.”


원인이 되는 힘이 사라져 빠르게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여전히 달뜬 음성을 힘겹게 내뱉는 그녀의 모습에 녹스가 가볍게 혀를 찼다.


-괜히 무리하지 마라. 그만한 힘에 노출되었으니 안정을 찾는 게 좋을 거다.


“하아, 하아......”


-쯧.


대체 얼마나 충격이 가해진 것인지 마력의 흔들림조차 추스르지 못한 모습에 녹스가 혀를 차자 피리스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음......제가 실수, 한 거려나요?”


-그럼, 아니라고 생각하나? 내려올 거라면 통제도 제대로 해야지 그게 무슨 무책임한 짓인가?


“뭐, 그야......”


‘일부러. 라고 하면 혼나겠죠?’


입술로 물었던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며 피리스는 내심 미소를 그렸다.

처음 계획했던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흐름이 무척 흡족했으니까.

그런 내심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난처한 표정을 그리며 미안하다는 기색을 보인 피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제가 부주의했던 탓에 생긴 사고니까......어떻게 보상이 될까요?”


그 말과 함께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이자 녹스의 목소리에 당혹이 섞여 들었다.


-......진심인가?


“어머, 그럼 제가 괜한 말을 한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으음, 아무래도 그건......


“하아, 녹스......?”


-으음.


자신의 부름에도 여전히 침음만을 흘리고 있는 녹스의 모습에 유렐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그리고 피리스의 손에 들린 유백색의 결정을 마주한 순간 숨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아, 아......?’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이끌림이었다.

마치, 깊은 저 어느 곳에서 영혼이 부르는 듯한 그런 느낌.

원래 내 것이었던, 하지만 이제는 잃어버린 그런 것과도 또 달랐다.

우연히 발견한 보화에서, 누구나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재보에 홀려 욕망하는 것과도 또 달랐다.

그저 이끌리고, 그저 가지고 싶었다.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한다는 그런 절박한 욕망도 아니었다.

간절히, 간절히 손에 쥐어 본다면 안도가 밀려오고, 순수하게 기쁠 것 같은 그런 어린아이의 바람과도 같은 이끌림이었다.


“아......”


그런 그녀와 시선을 맞춘 피리스가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예쁘죠?”


꼭, 언니가 동생에게 묻는 듯 포근한 목소리에 유렐이 멍하게 답했다.


“......네.”


“드릴까요?”


“아, 저......”


‘이런.’


그냥 가볍게 툭, 지나가듯이 물었는데도 당황해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피리스의 미소가 짙어졌다.

정말, 정말 오래된 기억이 켜켜이 쌓인 시간의 틈바구니로 얼굴을 내밀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아마?’


이제 막 세 개의 꼬리를 달고서 지성이라는 것을 완성 했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과, 함께 자라온 여우들을 보살피던 대모가 지성을 지니게 된 자신에게 꼭 같은 결정을 내어줬었다.


‘정말이지, 그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흥분했었지.’


그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자신이 내어주는 것과 자신이 받았던 그 결정은 자신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것이었으니까.

지성 없이, 사고라는 것을 하지 못하고 본능에만 휘둘리는 미물에서 벗어나 스스로 격을 높일 수 있게 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증표이자 평생을 함께하고 자라나는 영혼의 한조각.

천년동안 차가운 대지의 위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비로소 승천해 용이 되는 이무기의 여의주와도 같은 그것.


“받으세요.”


자신들이 태어나고 바라보며 자라난 달의 그것과 같은 빛을 뿌리는 결정을 내밀며 피리스가 따뜻하게 속삭였다.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요. 이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아......”


비어 있던 왼손으로 잡아끌어 쥐어주어서야 그 감촉을 온전히 감지하는 유렐의 모습을 포며 피리스가 슬며시 기운을 불어 넣었다.


-......정말, 진심이로군. 그대.


-그럼요.


아름다운 얼굴에 가득, 한껏 미소를 그린 피리스가 어느새 잠든 유렐의 몸을 조심히 안아 들었다.


“이제는 이 아이가 제 딸인 걸요.”


한명의 여우는 한명의 새로운 여우를 탄생시킨다.

짐승의 한계를 벗어나 세계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완전한 하나’를 이룬 여우를.

최초의 여우가 자신의 딸들에게 구슬을 전해주고, 그 딸들이 다시 자신들의 딸에게. 그 딸들이 다시 자신들의 딸들에게.

그렇게 전해져 오며 어느 순간 한명의 여우는 단 하나의 여우에게만 구슬을 건넬 수 있게 되었다.


-......알고 있었군.


이제 막 세 개의 꼬리를 달고서 생각하기 시작한 어린 여우에게 전해진 구슬은 여우가 자라나면서 두 개로 분화되고, 그 하나를 ‘딸’에게 전한다.

피가 이어져 있어도,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아도.

인연이 있어도, 인연이 없어도.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딸을 선택하고 딸에게 자신의 반쪽을 넘겼다.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 바로 여우의 모녀지간.

새로이 탄생한 모녀를 보며 녹스는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부디 모르기를 바랬건만......


“그건 무리라는 걸 알잖아요?”


-그래, 무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


하지만 그것을 알기에 더 매달렸다.

마력을 전수해주고, 자신의 진체와 같이 만들어 마력을 좀더 자연스럽게, 친근하게 다룰 수 있도록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유렐이 알고 있는 것보다 곱절의 노력이 더해졌다.

그렇게 해서라도 어떻게든 감추려 애를 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이렇게 무력하기까지 하니 어딘가 허탈하군.


“원래 세상이란 건 그런 거에요. 그리고”


사락.

수십겹의 잠자리 날개 같은 옷자락이 스치며 피리스가 유렐을 안고 벤치로 가 앉았다.


“적어도 제가 알게 된 쪽이 몇배나 더 낫지 않나요?”


-그래. 그건 다행이기는 하지만......일단은 내 개인적인 서운함은 별개라는 걸 말해두고 싶은 것이지.


“후후후.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정말 철없어 보인다는 거 아시나요?”


-애초에 시간이라는 게 그런 것 아니었나? 우리네를 끊임없이 마모시켜 결국에는 쾌락주의자로 만드는 몹쓸 것이지.


“그 말, 부인 할 수는 없겠네요.”


벌써 그녀 자체가 이미 흥미가 아니라면 움직일 이유를 찾지 못했다.

쾌락주의라고까지 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사실.

자기를 부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었기에 비죽이 새어 나오는 쓴웃음을 그리면서도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유렐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으응......”


“후후.”


작게 잠투정을 흘리는 유렐의 모습에 잔잔한 웃음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녹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정말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는 없겠군. 원치 않았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막지 못했지만 적어도 차선은 될 터이니.


“원치 않는 운명이라......”


녹스의 말을 따라 중얼거리는 피리스의 손가락을 따라 기운이 슬며시 흘러 나왔다.

유렐의 머리칼을 따라가 이내는 아무런 위화감도 없이 섞여드는 기운에 집중하는 피리스의 곁에서 녹스는 혼잣말을 이어나갔다.


-애당초 이놈의 세계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에 사랑의 기준조차도 들쑥날쑥. 거기에 변덕스러운 주제에 자기가 정한 건 또 얼마나 철저히 지키려 드는지 질리기까지 해. 그래서 어떻게든 해 보려 했는데 결국은 또 실패로군.


“그렇게 말씀하시는 당신도 만만치 않은 걸요?”


-처음 보는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지. 아니, 태생부터가 이미 문을 반쯤 열어젖혀 놓다니? 그건 용종에게서도 보지 못했어. 하지만 이내 인정할 수밖에는 없었어.


“저도 처음 봤을 때 감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설마하니 정녕 순결한 사랑의 마음이 그만한 존재에게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 아니, 인간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존재들이고, 그를 닮으려는 이 역시도 얼마나 억지를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는 게 맞을 거야.


“하지만 그 덕에 이렇게 세상은 여전히 고정되지 않고 흘러갈 수 있는 거죠. 고이지도, 썩지도, 굳어버리지도 않고. 너무나 많은 예외적 변수들이 그걸 원하지를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었어. 그래서 억지를 좀 써보려고 했더니 이거야 원. 이제는 동류가 와서 일을 망쳐 놓는군.


그 말에 결국 피리스가 피식, 웃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건 미안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더 이상은 위험하다는 거. 알고 계셨잖아요?”


-그러니 내가 이렇게 주둥이만 놀리고 있는 거지 않나.


“푸훗.”


결국 언제나와 마찬가지의 투덜거리는 마무리에 미소를 그리며 피리스의 손길이 유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잘 자렴. 우리 딸. 어느 모를 곳의 여왕과 이곳의 여왕의 후계를 이은 사랑스러운 딸. 우리 공주님.’


작가의말

올해 안에 완결내는 부분은 아아아아주 상세한 시놉시스라고 생각하시고 읽으시면 됩니다. 완성은 아무렴 퇴고를 3번은 해야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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