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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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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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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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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05.0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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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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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215화-회전(會戰)(4)

DUMMY

처음, 이요문의 능력으로 마력을 소실한 현휘는 생각했다. 자신이 어째서 마력을 잃었고, 능력이 축소되었는지.

제법 시간이 걸렸던 고민의 끝에 현휘는 그녀의 능력을 규명할 수 있었다. 아니, 정의할 수 있었다.

그녀의 능력은 그 어떤 과정도 없었다. 그저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었을 뿐. 전형적인 법칙간섭계.

직접적으로 법칙을 뒤틀어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막아낼 수 있을까?

다시 교전을 하게 된다면 저쪽에서는 이요문을 동원할 것이 뻔한 상황. 대책을 고민하던 현휘는 이내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애초에 법칙계는 가장 고등한 간섭형. 그렇다면 동급의 방식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현휘는 자신을 둘러싼 법칙을 끌어모아 방벽을 둘렀다. 그 내용은 법칙방어.

그 상황에서 이요문은 능력을 썼고, 법칙과 법칙이 부딪히면 그때부터는 순수하게 역량싸움이다.

누구의 역량이 더 큰가. 혹은 누구의 격이 더 높은가.

처음에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의의 일격이었기에 허용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 정면으로 부딪힌 이상 이요문이 현휘를 이길 수는 없었다.

단순히 능력의 역량만 보더라도 이요문은 티어6. 티어7, 혹은 그 이상의 현휘와는 역량의 차이가 컸다.

더군다나 현휘의 격은 현존하는 지구 인류 그 누구보다도 높은 수준.

그 모든 것들이 법칙방어라는 요소와 결합해 이요문에게 이능의 근본에서부터 충격을 가했다.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이능이란 혼의 단위에서부터 한데 결합되어 있는 것. 그런 것에 충격이 간 것을 과연 격에 대한 그 어떤 단련도 되어있지 않은 이들이 견딜 수 있을까?


“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답은 아니, 다.

이능의 근본은 곧 혼의 근본이나 마찬가지. 윤회를 거치면서도 존재를 유지하는 영과 달리 현생의 존재를 증거하는 것이 혼이다.

영이 세계의 단위에서 증거되는 것이라면 혼은 한번의 생을 온전히 담고 있는 것. 그것에 가해진 직접적인 충격에 이요문은 몸부림쳤다.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제발, 제발 누가 날, 날!’


“시끄러워.”


푸학!


“아, 아, 흐아, 아......”


현휘의 가벼운 손짓에 그대로 가슴이 갈라진 이요문이 숨을 거뒀다.

모든 이능력자의 위에 군림할 수도 있었던 이의 너무나 허무한 죽음이었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 이 장소에서 그녀의 죽음은 수천의 죽음 위에 더해진 하나의 죽음일 뿐이었으니까. 오히려 자신들의 앞에 오연히 서 있는 저 남자의 존재가 더욱 중요했다.


“후.”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미소를 그리는 그의 모습에 모두가 전율했다. 단 한명, 로컨을 제외하고.


“이, 놈......”


오판이었다. 철저한 오판이었다. 이미 한번 대 마도사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기에 다시 먹힐 것이라 안이한 생각으로 그녀를 불러들였다.

하지만 그것은 터무니 없는 오만이었고, 그 결과 의회는 모든 이능력자의 정점에 오를 수 있었던 존재를 너무나 허무하게 잃고 말았다.


“절대, 절대 용서치 않겠다.”


그것은 어이없는 오판을 한 자신에 대한 분노였고, 터무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 자신에 대한 경멸이었고, 너무나 허무하게 스러진 가능성에 대한 슬픔이었다.

오갈곳 없는 감정들은 어디가 되었건 탈출구를 찾았고, 마침 가장 적합한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 모든 일의 원흉. 이요문을 살해하고 35개의 무력부대를 산화시킨 이.


“네 놈만, 네 놈만 아니었다면.”


의회에 의한 세계의 질서는 공고했을 것이며, 인류는 좀더 순조롭게 영원한 번영의 보증수표를 획득했을 것이며, 통제되지 않는 일부 이능력을 완전히 통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불가능한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을 무산시킨 남자를 향해 로컨의 살의가 쏟아져 나왔다.


“죽일 것이다.”


그 한마디와 함께, 로컨의 기질이 변화했다. 그간 꺼내들지 않았던, 숨겨놓고 찾으려 하지 않았던 가장 깊은 곳의 정수를 꺼내 들었다.


-우우우우.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 힘이 대기를 떨쳐 울렸다. 그를 바라보며 현휘가 하얀 웃음을 그려 보였다.


“찾았다.”


제법 오래 걸렸다.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너무 철저하게 숨겨져 있어 포착해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마침내, 현휘는 세계수의 흔적을 발견해 냈다.


“죽일 것이다!”


쿠우웅.

휘둘러진 검에 의해 대지가 파이고, 현휘의 방어를 단번에 날려버렸다. 비록 그 몸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건 후속타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로컨은 자신의 시야에 잡히는 현휘의 얼굴에 얼어붙고 말았다.


‘무슨?!’


현휘의 표정은 사납고, 하얗게, 기쁘게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마치 어떻게 해야 이 기쁨을 폭력으로서 표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맹수의 미소만 같은 모습이었다.


“찾았다-!”


차라락!


“큿!”


현휘의 손짓에 수없이 많은 실들이 달려들어 로컨을 옭아매려 들었다. 봉인해 두었던 힘마저 꺼내든 상태로도 막아내기 어려운 공격에 로컨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대체, 대체 이 남자는......!’


하지만 그와 반대로 현휘는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찾았다, 찾았다! 드디어 찾았다!’


그토록 꽁꽁 숨겨 놓더니 설마 이런 것일 줄이야.

솔직히, 그동안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기는 했다. 사실상 모든 신비가 말살당하다시피한 지구에서 어째서 의회는 모든 신비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일까?

신비라고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진 것들은 크게 무학(武學)과 마학(魔學)으로 나뉘는데 결국은 둘 모두 학문이다.

학문이라는 건 바다의 모래알과 같은 인재들의 정성과 보석과도 같은 천재들의 재능이 합쳐져서야 겨우 퇴보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것.

하지만 의회와 관련된 그 어떤 곳에서도 마학도, 무학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의회 역시 신비를 잃었어야 마땅했지만 정작 그들의 신비는 오히려 저쪽, 아스하일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발달해 있었다.

대체 어떻게?

신비, 학문은 단 한명의 통달한 천재가 보존하고, 발달시킬 수 있는 종류가 아닌데 대체 어떻게?

그에 대해 현휘는 고민했고, 추정했다. 신비를 보존하고 발달하게 할 수 있는 어떤 매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예컨데, 세계수같은.

그리고 지금 마침내 그 추정은 사실이 되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콰아앙!


“하하하하!”


로컨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들. 아직 정제되지 않은 마나였지만 기존의 오러보다도 오히려 더 위력적인 모습을 자랑하는 모습.

저런 것을 단하나, 현휘는 알고 있다.


“세계수의 마나는 그렇게 사용하는 게 아니야.”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냐 묻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현휘의 행동이 더 빨랐다.


“세계수의 마나는 말이야. 이렇게 쓰는 거라고.”


현휘의 왼손이 활짝 펼쳐지며 세계수의 마나를 끌어 모았다. 세계수의 가장 순수한 마나는 그 어느것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만능의 질료.

여기 있는 멍청한 검사는 그것을 그저 오러보다 강력한 요소로서만 활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정말이지 초보적이고 유아적이기까지한 저급한 용법이다.

그에 반해 현휘는 에아를 통해 세계수의 마나에 대한 활용에 누구보다도 정통해 있는 상태. 그 차이는 당장의 무력차이로 나타났다.


-쿠우웅.


로컨이 뿜어냈을 때에는 그저 물리력 외에는 동반하지 못하며 흘러나가던 것들이 현휘의 손에서 철저하게 재탄생하기 시작했다.

지금 현휘에게 부족한 것은 절대적인 마력량. 하지만 그것을 동일 양의 마력의 수백에서 수천배까지 출력을 낼 수 있는 세계수의 마나가 채워넣기 시작했다.

단순한 대용이 아닌 철저하게 맞춤으로 설계된 술식은 마나가 지닌 힘을 몇배로 증폭해냈고, 그것은 로컨이 전혀 상정하지 않았던, 대마법이라는 재앙의 형태로 나타났다.


“말도, 안 돼......”


‘이 무슨 터무니 없는......!’


다른 이가 소모한 마나를 수집해 재활용 하다니. 그런 것, 상상해 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도 했다.

불신으로 가득한 로컨의 얼굴에 현휘의 입술이 삐뚜름하게 말려 올라갔다.


“자아, 받아봐라. 얼간이들아.”


마나와 술식으로 구성된 재앙이 자신을 묶고 있던 속박을 풀어 헤치고 사방을 향해 달렸다.


“끄아아아!”


“크흑, 아아아악!”


“크하아아아!”


자연계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파괴의 힘인 번개가 사방으로 날뛰며 이능력자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끄아, 끄아아악!”


“아아아, 아아아악!”


“크흐아, 끄하아!”


마력으로 구현된 번개는 일부 이능력자들이 펼친 방어를 너무나 손쉽게 찢어발겼고, 그들이 지닌 물리저항 역시 간단하게 꿰뚫고 하나하나, 착실하게 숫자를 죽여 나갔다.


“끄, 하, 아......”


그리고 마침내 번개가 사그라들고, 나타난 참사의 모습에 로컨이 절규했다.


“아, 안 돼! 안 돼-!”


그나마 오러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던 로컨은 무사할 수 있었지만 다른 능력자들은 사실상 맨몸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 결과 남은 이능력자들의 70%가 사망했고, 남은 이들조차 대부분이 극심한 화상과, 여전히 신경에 잔류한 전류로 몸을 퍼득였다.


“아, 아아아.”


그 참상에 로컨의 무릎이 꿇려졌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고, 자신의 탓이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자신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그랬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런 그와 달리 현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렸다.


“휘~이것 참. 오랜만에 했더니 영 조절이 힘드네. 하기야, 할 생각도 없었지만. 크큭.”


마음에 흡족할 수준의 마력방출은 후련함마저 느끼게 했다. 억눌려 있던 파괴성이 충족되었다고 해야할까?

비록 전부 몰살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무력화되어 버러지처럼 꿈틀거리는 것들은 그의관심 밖이었다.


“자, 걸리적거리던 벌레들은 모두 정리했고, 남은 건 당신 뿐이로군. 로컨.”


“아, 아아아.”


“뭘 그렇게 벙 쩌있나 그래. 어차피 당신도 예견했을 게 아닌가? 누군가를 칠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복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세상 모든 일에는 작용이 있으면 반 작용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않나?”


뭐, 모를 수도 있겠지만. 하고 키득거리던 현휘가 발을 휘둘러 로컨을 걷어찼다.


“커윽.”


털썩.

너무 무력하게 쓰러지는 그의 모습에 현휘의 얼굴이 묘하게 찡그려졌다.


“어이, 이봐. 이렇게 재미없게 굴면 안 되지. 적어도 당신은 날뛰어야 할 것 아니야. 저기 널브러져 있는 버러지들의 복수는 해야지?”


“하, 하아.”


“이봐?”


“하아, 하아.”


“로컨?”


“하아, 하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현휘가 혀를 찼다.


“쯧, 망가졌나.”


하기야,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의도적으로 최대한의 절망을 안길 수 있는 방법을 몇번이나 사용했고,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으로 팽팽하게 당겼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자신의 오판으로 모두가 무너진 것이 그에게는 결정타로 작용한 듯 했다.


“재미없군.”


제법 쓸만한 격을 이루었기에 좀더 자신을 즐겁게 해줄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그에게 허락된 것은 여기까지인 듯 했다.


“쯧. 이제는 놀이도 끝이군.”


모든 파괴와 분노가 끝났으니 ‘괴물’역시 자리를 비워줄 차례. 아무래도 남는 미련에 입맛을 다시던 그가 로컨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쌔액, 쌔액.”


숨을 쉬는 것이 힘든지 바람새는 소리를 내는 그를 보며 현휘가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난 깔끔한 뒤처리를 좋아해서. 맛이 간 것 같기는 해도 회생하면 짜증나거든? 그러니까, 이만 죽어줘야겠다.”


“......”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멍한 눈만 뜬 로컨을 바라보며 현휘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조금, 재미는 있었다.”


꽈득.

근육이 조여지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와 함께 거친 신음 소리 역시도.


“커흑,”


신경을 타고 달리는 격통에 현휘의 목이 덜덜 떨리며 뒤를 향했다. 그곳에, 현휘의 몸을 관통한 검의 주인이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너, 이 새X......”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현휘의 눈이 감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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