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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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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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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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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4.26 18:48
조회
383
추천
5
글자
12쪽

213화-회전(會戰)(2)

DUMMY

-세상은 철저하게 평형을 유지하지. -가 있으면 그만큼의 +가 있고, 불합리가 팽배하다면 그만큼의 합리 역시 팽배해. 연금술사들이 말하는 등가교환의 원리 역시 여기에서 기원하지. 그리고 그 법칙은 그 어떤 세계의 구성요소도 피해갈 수 없어.


과거, 신화시대의 현자라 일컬음을 받았던 대 마도사 아르함이 남긴 말. 그의 저서이자, 필생의 마도서인 ‘고찰’에도 똑똑히 기록되어 있는 말이다.

그것을 읽어, 기억하고 있던 현휘는 지금 그것을 너무나 절절하게 실감하고 있었다.


“크아-하하하하하하!”


고양감. 전장의 향기, 공기중에 떠도는 혈액의 잔향이 끝없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면서 달아올랐다.

처음 열군데 가량을 뭉갤때 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이거야, 완전히 미치광이로군.’


비록, 온몸을 피로 적신채 귀기를 띈 눈동자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전장에서 끝없는 희열에 몸을 맡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미치광이 확정이다.


‘뭐, 아무려면 어때.’


한걸음 물러나서 자신이 직접 길러낸 ‘괴물’을 바라보던 현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건 괴물임과 동시에 현휘와 아인즈가 포기했던, 감당하기를 거부했던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덩어리이기도 했으니까.

사랑하는 동생을 무력하게 잃은 슬픔.

위로받을 수 있는 가족과 헤어져 있어야 한다는 외로움.

딸의 납치로 인한 분노.

동생의 두번째 죽음.

딸의 납치.

그리고 지금의 이별과 날개가 꺾인 자신의 처지.

물론, 그 감정을 한번도 부인했던 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감당했던 적 역시 없다.

애초에 현휘라는 인간은 겁쟁이에 나약하기 그지없는 남자.

비록 대 마도에 이르러 반신의 위를 얻었지만 그것으로도 본질을 완전히 받쳐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위태로워졌다. 비록 반쪽이나마 신격을 얻은 이의 존재에는 작은 자극조차 위험한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모든 것을 부담할 존재를 만들었다.

도를 넘은 자극도, 슬픔도, 분노도, 우울함도, 절망도, 회의도. 모든 부정적인 것을 대신 짊어질 존재를 만들었다.

다른 대 마도사들이 괴벽을 지녀 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내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 안에 다른 존재를 만들어 내어 모든 부담을 가중시켰다.

그건 일종의 다중 인격과도 같았다. 철저하게 본 인격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것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그 모든 감정이 한데 어우러져 저 괴물을 길러냈다.

시작은 똑같이 유약하고, 나약한 겁쟁이었지만 거기에 슬픔이 덮치고, 외로움이 적시고, 분노가 불태우고, 그로 인해 광기에 물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괴물’.

전설에 흔히 전해지는 천살성이라는 게 있다면 저런 게 아닐까? 하고 현휘는 생각했다.


“으아-하하하하하하!”


괴물은 진심으로 전장을 기꺼워하며 피의 향연을 축복했다. 자신의 고향은 여기라는 듯, 가감없이 순수하게 살육을 즐겼다.


“제기랄! 저거 죽여! 죽이라고!”


“탱커진! 어서 붙잡아 보라고!”


“딜러진은 그냥 되는대로 마구 쏴! 그냥 화력만 쥐어짜란 말이야!”


“젠장! 젠장! 젠장-!”


여러가지 개인화기와, 이능의 향연이 일제히 괴물을 덮쳐갔다. 하지만 그에 따른 괴물은 반응은 그들의 발악을 헛수고로 만들어냈다.

콰과과광!


“젠장! 대체 저게 다 뭐냐고-!”


그건 어떤 고절한 이치도 아니었고, 어떤 높은 무리(武理)도 아니었다. 그저 고도로 계산되어 완벽히 통제된, 기계적인 움직임이었을 뿐.

콤마 여섯자리 아래에서 진행되는 계산은 사소한 손가락의 움직임마저 철저하게 통제해, 주변의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이루어냈다.

최적의 루트, 최소한의 힘, 최대의 효율.

세가지 절대명제를 가지고서 괴물의 움직임은 단련된 무인의 직감조차 능가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수백, 수천에 이르는 이능의 결과물들을 일제히 분석했다.

통제 가능한 것, 통제 불가능한 것.

가능한 것들을 다시 하나의 행동으로 엮어낼 수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그 결과물을 이용해 포함되지 않은 것들을 통제, 무력화했다.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지휘관마저 그 저항을 포기했다.


“저런 걸......상대하라고? 죽인다고?”


그건 미친짓이다. 비록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저 괴물이 행하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어이없는 수준의 짓인지 정도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인간의 범주를 아득하게 벗어나 있는, 말 그대로 불가해(不可解)의 영역.

애초에 마법사라 했다. 애초에 마력을 잃었다고 했다. 애초에 능력을 대부분 소실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은 이 꼴이다.

그렇게 24구역 지휘관은, 규격외의 계산을 해내는 뇌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존재가 얼마나 상식 밖의 존재인지 실감하며 마지막 한숨을 내쉬었다.


“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을 도살했을까. 모든 구역이 150명. 거기에 24구역.


‘3600......’


그리고 지금도 전해지는 감각에 실린 정보에는, 지금껏 죽인 숫자만큼이나 남은 것들 역시 많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하.”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이 몸에는 한방울의 피도 튀어있지 않았건만. 손에서 피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뭐, 애초에 도살을 시작했으면 당연한 결과겠지.”


도살. 그래, 자신의 행동은 도살이다. 일말의, 반항의 여지조차 허락되지 않은 일방적인 살육.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등가교환.

무엇이 되었건 간에 일을 저질렀다면, 그것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함이 마땅한 것이다.


“자, 다음은......음?”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기 위해 감각을 증폭시키며 기지개를 펴던 현휘의 움직임이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입가에 슬며시 그려지는 비웃음.


“이것봐라?”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미세한 소리와, 땅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 미미한 전파와 이상력의 움직임까지.

그 모든 것을 종합한 결론에 현휘는 비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지 않았다.


“부대로는 안 되니까 회전(會戰)을 열 생각인가 본데.”


하지만 어느 얼간이가 적의 의도대로 움직여줄까? 지금 희열에 정신을 푹 담그고 있어도 정작 판단을 내리는 것은 완전무결한 이성.

게다가 지금은 복수에 대한 욕구로 질나쁜 악당의 성향마저 일부 가지고 있던 차였다.


“하자는 대로 해주면 재미가 없겠지?”


언제나 그렇지만 청개구리짓을 하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당연하게도 재미있으니까.

더군다나 그 대상이 싫은 인물이고, 내게 손해를 끼쳤고, 지금 나를 싫어한다면? 자신의 청개구리짓이 그에게 심심한 고난을 선물한다면?

하지않을 이유가 없다.

결론에 도달한 현휘는 곧장 몸을 탄환처럼 쏘아냈다. 목적지는 지금 움직이고 있는 병력들의 꼬리.


‘게릴라면 게릴라답게. 유격은 유격답게.’


잘라먹기야말로 소규모 교전의, 빠른 기동력을 지닌 이가 대규모 부대를 상대할 때의 정석.

물론, 그 잘라먹는 규모가 부대단위로 크다는 것은 조금 어떨지 모르겠지만.


“놀아보자고!”


애초에 이 밤은 그의 것. 복수도, 축제도, 피도, 전장도. 모든 선택권은 그에게 있으니 그는 그저, 날뛰면 그만이다.


* * *


-아악!


-습격! 습격이!


-살려줘!


-여기는 32구역! 도움을......!


치이이익.

노이즈만 자욱하게 들려오는 통신에 로컨이 결국 참지 못하고 험한 소리를 내뱉었다.


“제기랄!”


쾅!

걷어찬 땅이 깊게 패였지만 머리끝까지 오른 열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괴물이란 말인가!”


대체, 대체 이 작자는 어떻게 생겨먹은 존재이길래 이다지도 상식 밖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35부대.

마력도 박탈당하고, 이능마저 대부분을 소실한 이에게 입은 피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치였다.

저들 한명한명이 의회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최정예. 가장 낮은 이가 티어5인. 실질적인 의회의 무력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이제는 13부대. 불과 30%정도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적은 아직도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


-끄아아아......


이곳, 집결지에 도착하지 못한 마지막 인원의 단말마를 끝으로 다른 부대와 연결되어 있던 회선이 모두 적색으로 변했다.

전멸.

35부대. 5250명이 단 한명의 생존자도 없이 한명에게 모조리 살해당했다. 아니, 이것을 살해라고 할수는 있는 것일까?

애초에 저항조차 불가능 했던 것. 그래, 이것은


-여어, 모두 잘 있나?


“너.......”


차라리 흥겨워보이기까지 하는 목소리에 로컨의 목에 핏대가 올랐다. 격렬한 분노로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않나. 축제의 밤이 시작되었다. 고.


“......”


까드득.

회선을 넘어 선명하게 전해지는 소리에 현휘의 키득거림이 답해왔다.


-아아, 정말이지 나도 오랜만에 한바탕 살풀이를 해서 기분이 무척 좋거든? 아주 좋아. 이런 도살이야말로 전장의 꽃이 아니겠어?


도살. 그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을 푹, 찔렀다. 그래. 이건 도살이었다. 자신을 향해 이를 드러낸 것들을 조금의 차별도 없이 세상에서 지우는, 일방적인 살육행위.

그것을 행하던 이의 웃음이 회선을 타고 전해졌다.


-그런데 너희는 영 재미가 없었나봐? 어려우니까 다들 겁먹은 개떼들처럼 한곳으로 모이고 있네?


“너.......”


-큭큭큭. 아니, 뭐. 나도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웃음소리의 너머로 섬뜩한 분노가 번뜩였다.


-너희, 애초에 내게 이를 드러낼 때부터 이런 것쯤은 각오해야했던 것 아니야? 설마하니 고작 이 코딱지만한 행성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대 마도에 이르른 이를, 문을 열어 진리에 다가선 이를 적대하고서도 상처하나 없으리라 생각했던 거야?


“......”


로컨의 침묵에 현휘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하하하하! 그게 뭐야! 설마 너희, 정말 그렇게 생각했던 거?


아마도 바로 눈앞에 있었다면 한껏 비웃음을 그리고 있을 현휘의 얼굴을 떠올리며 로컨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오판이었다. 철저한 오판. 그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대 마도에 이르른, 그에 상응하는 위치에 올라선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망각하고 지냈다.

그들이야말로 행성의 문명을 완전히 소거시킬 수 있는 힘의 보유자들. 그 진정한 힘은 그들이 지닌 직접적인 무력이 아닌, 악마적일 정도의 두뇌와 감각에서 나온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렇게 잘난듯이......!’


리라온과 주멘에게 훈계를 늘어놓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움이 앞섰다.

대체, 대체 이게 무슨 추태일까.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자학하던 그에게 현휘의 조소가 다시한번 푹, 하며 박혀 들었다.


-정말 멍청하잖아! 행성의 주인도 아니고, 완전 지배도 아니고, 고작 주도권을 쥐고 있으면서? 이 나를? 아하하하하하!


순수하게 우습다는, 정말 우습기 그지 없다는 그 목소리에 로컨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만큼 자신의 행동과 판단은 어리석었으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스스로의 잘못을 책망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언제까지 그렇게 가만히 넋놓고 있을거야?


“무슨......?”


-아직말이야, 달이 저 높이에 떠 있다고.


콰앙!

발톱이 뽑히고, 이빨마저 뽑혔지만 그 대가로 광기를 손에 넣은 맹수가 그들을 덮쳐들었으니까.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맹수의 입술이, 잔혹한 호선을 그렸다.


작가의말

이미지 메이커는 여기서 이번주 땡! ......그러니까 제 신작좀 읽어 주세요. 이미지 메이커 후속이라니까요! 그 다음 이야기라고요! 엉엉!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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