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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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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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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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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05.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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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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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216화-회전(會戰)(5)

DUMMY

“지원은?”


리라온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대기하고 있던 부관이 답했다.


“방금 모두 도착했습니다. 총원 342명. 전원 법칙계 능력자입니다.”


“좋아. 가서 전해.”


리라온의 손에서 한장의 종이가 건네어졌다. 급하게 휘갈겨 쓰고 그린 하나의 스크럼.


“예. 분부하신 그대로.”


잠시 종이를 눈여겨보던 부관이 이내 허리를 숙이며 자리를 나섰다.

부관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후 리라온의 입술사이로 답답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후.....”


-카가각


가장 중앙에 배치된 화면에서 지금 한창 교전중인 전장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현휘와 로컨의 모습을 보며 리라온의 눈이 깊이 가라앉았다.


‘로컨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전무. 그나마 마법사라면 어떻게든 해 보겠지만 저건 그런 물렁물렁한 게 아니야. 철저하게 전장을 위해 탄생한 광기.’


애초에, 대 마도사쯤 되면 제정신이 아닌 이들 뿐이라는 것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저런 터무니 없는 걸 기르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법을 마법으로 쓰지 않고 철저하게 살인에 최적화된 괴물이라니.

더군다나 무슨 수단인지는 몰라도 마력을 회복한 상황. 거기에 비장의 한수였던 이요문이 어이없이 무력화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라온은 인이어를 집어들고 지시를 시작했다.


“모두, 준비는 끝났나?”


-예스, 마이 로드.


세살배기시절, ‘나’라는 존재를 인지할 때부터 곁에 있었던 부관.

그의 목소리가 믿음직하게 통신을 타고 전해졌다.

지금 실행하려는 작전은 그의 힘으로 이루어 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의 힘으로, 그의 희생으로 어쩌면 의회 모두를 뭉갤 수도 있는 존재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명령을 내리기가 주저된다.

언제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고, 언제고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도 이득이 되고, 합리적인 것일까? 그를 죽이는 것이?

물론, 의회의 입장에서, 대국적인 입장에서는 분명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에게도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 이게 뭐야.’


이런 중요한 순간에 쓸데 없는 감정 놀음이라니.

그런 자신을 비웃어주며 다시 차갑게 벼린 이성이 전면에 나섰다.

이 혈통을 잇는 자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그녀 역시 마찬가지로.

감정에 취하는 것은 좋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감정을 내세우는 것은 얼간이나 마찬가지다.


“로우 데리아드. 그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알고 있나?”


-숙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묻고 있다.


“이번 작전을 끝으로 그대의 활약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터이다. 알고 있나?”


-숙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약한 자신을 대신해 그가 말려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혈통을 잇는 자의 곁을 지켜왔던 혈통은 마찬가지로 너무나 합리적이었다.


“......명령을 이행할 준비는?”


-모두 완료 되었습니다. 부디, 명령을.


까득.

끝끝내 자신을 잡아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 리라온의 눈이 질끈 감겼다.

아아, 로우. 내 친애하는 부관. 이제 다시는 그대의 모습을 볼 수 없겠구나.

떨려오는 목소리를 내리 누르며 그녀가 최후의 명령을 내렸다.


“이행하도록.”


-예스, 마이 로드.


무정한 통신이 이어지고 그녀의 앞 화면의 한켠에 새로운 데이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방금 휘갈겨서 내준 회로가 그대로 올라와 그 진행이 그려졌다.

여덟 갈래로 나뉜 가지 끝에서부터 하나하나 모여들어 중앙의 줄기로 집중되기까지 불과 수분.

그 사이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는 로컨에게 전언을 보내고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모든 준비가 끝마쳐졌습니다.


“관측관, 로컨에게 신호를 해. 이제, 시작이다.”


“예!”


아래쪽의 인원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시선이 중앙의 모니터 둘을 향했다.

하나는 수없이 많은 생명이 스러진, 지금도 피를 흘리고 있는 전장.

하나는 이제 곧 스러지고 말 어떤 생명의 최후를 장식하는 축포의 신호.

그 둘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의 입에서 마침내 선언이 떨어졌다.


“시작해.”


* * *


“커흑.”


자신이 이끌던 부하들이 속절 없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로컨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제, 기랄......’


아무리 세계수의 마나라 해도 그걸 다루는 이의 격 차이가 너무 큰 탓에 마력이 그대로 스며들어왔다.

약화되기는 했지만 그 본질은 생명의 말살을 위한 흉기.

온몸의 근육과 신경을 그슬리고 오러가 흐르는 회로마저 일부 태워버려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 자신이 펼친 한뼘의 장막 밖에서 죽어 쓰러지는 부하들의 모습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젠장......’


이것이 모두 자신의 죄이고, 자신의 업이다.

자신이 판단을 잘못했기에 저들이 죽는 것이고, 자신이 판단을 잘못 했기에 그를 막을 수단마저 잃고 말았다.

그 자책에 눈을 질끈 감을 때, 저 멀리에서 전언이 날아왔다.


-로컨, 준비해. 기회는 단 한번 뿐이니까. 따라주기를 바래.


사령부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을 리라온의 목소리.

그녀가 전한 최후의 계획에 로컨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자신은, 있는 건가?


-자신을 가질 시간이나 있어? 지금 상황에서는 이 계획이 유일한 해법일 뿐이야.


-가능성은?


-확신할 수 없어. 다만


영언을 통해 완전히 가라앉은 그녀의 사나운 심상이 전해졌다.


-이 한번으로 최소 빈사상태는 만들 수 있겠지.


-......그렇군.


그녀에게서 전해지는 감정에 로컨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지성과 학문을 이끌어 왔던 아일리아드가의 당대 가주이자, 단 한번도 나타난 적 없던 초유의 천재.

그런 재능과, 가문을 바탕으로 둔 그녀가 과연 상실을 경험한 적이 얼마나 될까.

아니, 자연적인 과정이 아닌 타의에 의해 상실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맞은 적이나 있을까?

아마도 그녀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계산 안에 있었고, 모든 것이 생각했던 대로 움직였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 나타난 규격외의 존재로 인해 상실을 겪게 된 그녀는 이를 악물고 복수를 위해 다짐했다.

자신이 아끼던 이의 죽음과, 상실을 겪게 한 대상에 대한 보복심리가 그녀를 지배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로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준비는 끝났다. 리라온. 이후는 너의 지시에 따르지.


그 말이 끝남과 함께 로컨은 자신의 감각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좀더 정확하게는 그의 몸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고 있는 감각이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시야에 비치는 전혀 다른 장소에 로컨이 한쪽 손을 내밀었다.


“검.”


기다렸다는 듯이 잡히는 검 한자루.

잡고 있는 손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불길한 기운에 로컨의 얼굴이 잠시 찡그려졌다.

그것도 잠시 곧이어 있을 결전을 위해 온몸에 남은 세계수의 마나를 흘려 보냈다.

거의 대부분을 방출하고 이제 남은 것은 극소량. 그마저 치료를 끝내면 바닥나고 말리라.


“후우......”


긴장을 적절히 유지하며 내쉬는 한숨에 곁에서 시간을 알려왔다.


-조금 있으면 개시다. 준비해.


“후.”


그 역시 알고 있다.

저기, 화면에 비치는 상황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으니까.

저 괴물의 손에 희롱당하는 자신의 형상을 한 ‘인형’과 그를 무력화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비수를 꽂아 넣기 위해 도사리고 있는 자신.


-셋.


로컨의 몸을 은신을 위한 모든 예비가 감싸기 시작한다.


-둘.


여태껏 모이고 있던 힘이 한곳으로 모여 기둥이 찬란한 꽃을 피웠다.


-하나.


꽃은 이윽고 흩날려 괴물의 등에 닿고, 괴물을 감싸던 강대한 법칙의 벽이 순간 허물어졌다.


-GO!


뚫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던 벽을 한명의 죽음과, 수백의 전력이 허물어뜨리고, 그것을 괴물을 알아채기 직전, 철저하게 숨겨진 비수가 그 등을 찔렀다.

쿠득.


“커, 허......”


완벽하게 척추를 뚫고 들어간 검은 그 신경을 완전히 끊어버린 채로 곧장 그 몸에 뿌리를 내려, 마력을 흡수해 나갔다.

애초에 이 검은 마녀를 사냥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 제작된 그런 검이었으니까.

그 일련의 과정이 1초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되고, 그제야 모든 것을 파악한 ‘괴물’이 떨리는 몸으로 고개를 돌렸다.

광기와, 불신으로 가득한 그 눈동자가 로컨을 주시했다.


“너, 이 새X......”


하지만 끝내 몸에 뿌리를 내린 마검을 이겨내지 못하고, 괴물은 눈을 감았다.


“후아, 흐아, 헉, 헉.”


털썩.

현휘의 눈이 감기며 쓰러지는 순간 로컨의 몸 역시 뒤쪽으로 쓰러졌다.


“후우, 후우, 후우”


‘끄으음.’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실상 그의 몸 안은 만신창이인 상황.

가뜩이나 대 마법으로 인한 데미지가 컸던 데다가 세계수의 마나로 치료를 했다 해도 상처가 완전히 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상황.

그런 상황에 순간적인 가속까지 해서 2km정도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고 정확하게 검을 꽂아 넣어야만 했다.

멀쩡한 것이 이상할 정도의 상황에서 온몸을 달리는 격통에 신음하면서도 로컨의 마음 한구석은 만족을 그리고 있었다.


‘잡았군.’


그도 그럴 것이 항거불능의 대적이라 생각되었던 존재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생포에 성공했으니까.

비록, 그 과정에서 의회의 힘 거의 대부분을 소실했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일.

거기에 사로잡은 대 마도사의 지식을 활용한다면 더욱 빨라지고, 성세역시 더욱 커지리라.


“하.”


이곳에서 덧없이 죽어나간 이들에 대한 애도와 대적의 포획의 기쁨 사이에서 웃는 그에게 지원팀의 수송 인원이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그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로컨이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웃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군.’


그것이 애석함이 되었던, 기쁨이 되었던, 어떻게든 웃어야만 마무리가 될 듯 싶었다.


* * *


-하, 하하하하하.


새하얀 공간, 그 가운데에 허공에서 뻗어 나온 사슬에 사지가 포박된 남자가 기가 막히다는 듯, 온몸을 들썩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큭, 크하, 아하하하하!


그의 곁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작은 알갱이들이 전해준 이야기가 너무 우스웠고, 기가막혔으니까.


-이거, 이거, 순 미친놈을 부른 건 아닌지 모르겠군.


오기를 그토록 고대하고는 있었건만 설마하니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뭐, 늦은 건 봐주도록 하지. 이렇게 웃어보기도 오랜만인 것 같으니.


그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눈을 감았다.


-그럼, 나는 눈이나 좀 붙이도록 할까. 한동안 바쁠테니 그 전에 쉬는 것도 좋겠지.


눈을 감은 그로부터 무척이나 신선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 * *


“으, 으윽......”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뜬 오딘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픈데......”


기분이 좋지 않을 것도 알고 있었고, 통증이 있을 것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망할 타워마스터 같은데......반드시 복수하고 말건데.”


기왕 할 거면 안 아프게 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입을 비죽이 내밀고 투덜거리면서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잠자고 있던 곳과 같은 디자인의 캡슐의 앞에 선 오딘이 작은 주먹을 쥐고 캡슐을 퉁 쳤다.


“일어나는데! 이 게으른 인간아!”


작가의말

무척이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휴, 연휴를 갔다 오니까 어째 배로 힘드네요.

학교에 있을 때보다 집에가니까 일이 배로 많아요......ㄷㄷ

에또, 이번주도 연재가 쪼끔 난감할 것 같습니다.

동생님께서 노트북을 회수해 가신다네요. 어떻게든 폰으로 써보기는 해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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