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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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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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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5.0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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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추천
5
글자
12쪽

214화-회전(會戰)(3)

DUMMY

“저게, 인간이라고?”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규격 밖의 존재의 모습에 리라온의 입에서 어이없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직의 힘으로, 집단으로 찍어누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망상일 뿐.

35개의 부대를 쏟아 붙고서야 겨우 깨달았다.

인간에게 아무리 많은 개미가 달려든다 해도 그 손에 불과 화톳불 하나만 있어도 개미의 숫자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설령 그것이 억, 조, 경에 달할지라도 그저 스치기만 하면 모두 불타 죽을 뿐이니까.

애초에 상대라는 개념이 성립되지를 않는 학살의 현장을 지켜보며 리라온은 입술을 깨물고 생각을 계속했다.


‘뭐지? 뭘까? 뭐가 저렇게 모든 인과를 무시하고 절대적인 강함을 저 남자에게 준 것일까?’


어떤 수단으로 마력을 회복한 것이라면 차라리 쉽다. 상리에서 벗어나 있을 뿐, 마법 역시 이상이라는 법칙에 따르는 하나의 현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현휘에게서 보이는 것은 과정을 무시한 하나의 결과뿐이었다. 중간 과정을 깡그리 생략하고 그저 빨라졌다.


“기기 오작동은 하나도 없는 거 맞지?”


“예! 기기 모두 정상작동 중입니다!”


이상력을 측정하고 마력을 관측하는 기기들이 보여주는 데이터에 리라온의 생각이 점점 더 복잡해져갔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 지금 기기에 표시되는 데이터대로라면 지금 현휘의 몸에 주입된 마력은 그저 내구도의 상승 외에는 효과를 가질 수 없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음속 돌파까지는 어찌어찌 되겠지만 인식 영역 밖은 전혀 다른 이야기.


‘대체 어떤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불이 탈 때에도, 얼음이 얼 때에도 모두 중간의 과정, 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현휘에게서는 그 어떤 작용도 없이 그냥 빨라졌다. 그냥.

그 결과는 인식조차 불가능한, 저항이 성립할 수 없는 도살이었다.


‘대체, 원리가 뭐야.’


최근에 그다지 머리를 써본 기억이 없던 리라온의 두뇌가 빠르게 당을 소모하기 시작했다.

기억하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대입해보고, 가능성을 따지고, 그 가능성들을 다시 조합해 추론하기의 반복.

그 끝에서 한가지 답을 찾아낸 리라온의 눈동자가 번득였다.


“연락관.”


“예!”


“본부에 연락을 넣도록.”


까득.

그녀의 입에서 사탕 하나가 깨지며 빠르게 당을 보충해 나갔다.


“워프의 사용을 허가할 테니 최대한 빠르게 정해진 인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예!”


까드득.

화면을 노려보는 리라온의 눈이 사납게 빛났다.


* * *


그 갑작스러운 등장에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기습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정면으로 곧장 내려칠 줄이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마주한 당황에 모두가 얼어있는 사이로 현휘의 사나운 눈동자가 호선을 그렸다.


“그렇게 멍하게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아차!’


“모두 진형을 유지하며 물러 서......!”


그제야 겨우 상황을 파악한 로컨이 명령을 내리려 했지만 이미, 현휘의 움직임이 마무리되는 찰나였다.


“이미 늦었어.”


촤아악!

현휘를 중심으로 피보라가 일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이들과 달리 깨끗하게 절단되어버린 이들의 몸에서 피가 흩뿌려져 내렸다.


“이노-옴!”


분노로 가득찬 로컨의 외침이 공간을 흔들었지만 현휘는 그저, 광기에 가득찬 웃음을 그려보일 뿐이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이쪽으로 오면서 특별히 준비한 건데 말이야.”


현휘의 손에 끼워져 있는 검은 색의 장갑과 열개의 금속 반지.

앞으로 있을 전투를 좀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고민하던 현휘가 마력을 쥐어짜 연 아공간에서 꺼낸 물건이었다.

피를 매개로 마력을 짜내는 식이라 아직도 제법 어지럽기는 했지만 그 성능은 어지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마력 효율은 89.39%, 살상 범위는 573%. 이 정도면 충분히 쓸만하지.’


반지에서 추출되어 늘어나는 실이 다루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현휘에게 그 정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애초에 실의 3차원적 변화를 예측하는 계산을 하는 것 정도는 만취상태에서도 해낼 수 있는 것이 마도사라는 족속들이다.

아주 쓸만한 물건을 꺼냈다며 만족하는 현휘의 모습을 보며 로컨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새 무기에 대한 품평으로 지은 미소가 마치 비웃음처럼 느껴졌으니까.


-하아.


오른발을 내딛으며 상체를 바닥과 평행으로 유지, 무릎 높이로 몸을 숙이고서 오른발에서부터 다리, 허리, 팔로 이어진 힘이 고스란히 검에 담겨 뽑혀 나왔다.

츠카아앙!

검집과의 마찰로 추가적인 속도마저 붙은 검이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하며 그대로 휘둘러졌다.

목적지는 단번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현휘의 우하단의 늑골부터 좌상단의 쇄골까지. 하지만 그의 첫 일격은 몇번의 손짓에 너무나 어이없이 스러지고 말았다.

차라랑.

현휘의 몸에 닿기 직전 그대로 정지하는 검.

대체 몇개의 실이 얽힌 것일까. 분명 반지에서 나오는 실은 열개뿐일텐데 검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기백에 달했다.


“큭.”


‘대체 저 실은 뭐로 만들어져 있다는 말인가!’


검에는 약하지만 날카롭게 벼린 오러마저 실려있었지만 수백의 실에 박히고야 말았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의문을 읽었는지 현휘가 씨익, 미소를 그렸다.


“이게 말이야. 평범한 실이 아니거든.”


끼이익.

검과 실이 서로 긁히며 듣기싫은 소음을 냈다.


“신기(神器)라고, 들어본 적 있나?”


법기(法器), 아티팩트의 상위라고 할수 있는, 신의 힘이 깃들어 있는 종류의 물건.

지구에야 룽기누스정도의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물건만 몇개 있을 뿐이지만 저쪽에서는 신화시대에 만들어진 신기가 수두룩했다.

지금 현휘의 손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의 물건이고.

그 특성은 별거 없었다. 신의 흠으로 인해 같은 재질이라도 그 성질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 정도 밖에는.

본래도 제법 강한 금속인 미스릴이었지만 신의 힘을 담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검은색의 금속으로 변질되면서 이상력과의 친화력을 대부분 소실했으나 단 한가지, 강도만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 강도는 문을 열어젖힌 검사의 일격조차 막아낼 정도. 기껏해야 이제 막 문의 앞에 도착한 로컨의 검을 막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비록 그가 어느정도 타이밍을 뺏으며 들어왔다고는 해도 이미 상정한 몇가지 상황중 한가지.

이럴 때의 가장 간단한 대응법은


“크악!”


“끄륵.”


“부하들을 조지는 거지.”


“이놈-!”


달아오르는 로컨의 얼굴에 현휘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사실, 격렬하게 싸우고 있던 도중이라면 이런 만용은 부리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대치를 한 채로 힘겨루기에 들어간 교착 상태. 이런 상황이라면 조금의 힘을 빼내서 다른 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 놈을 반드시 죽일 것이다-!”


분노로 몸을 떠는 그의 말도, 결국 현휘에게는 흥을 돋구는 양념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것은 대 마도사 아인즈도, 이능력자 현휘도 아닌, 그들이 포기한 것을 홀로 감당해야했던 이름 없는 괴물이니까.


“그래! 죽여! 죽여 봐! 나를 좀더 즐겁게 해 봐! 더 열심히 움직여 절규해 봐!”


순간, 실의 조임이 느슨해 졌다가 곧장 팽팽해지며 검을 밀어냈다. 그 반동으로 거리를 벌리며 현휘의 손가락이 빠르게 허공을 누볐다.

바람으로 사방으로 흩어지려는 실들을 재구성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그려냈다.

씨실과 날실처럼 엮인 실들에 마력을 불어넣어 강도를 증가시키고, 거기에 물리력이 아닌 이상력의 데미지를 부여했다.


“후.”


대 마법의 술식을 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한 수준. 뒤쪽으로 날아가면서 순식간에 구성된 대검이 달빛을 받으며 그 고고한 위용을 드러냈다.


‘8m정도......이 정도가 한계로군.’


실의 강도가 아무리 올라간다고는 해도 실의 근본은 어디까지나 반지. 반지를 거의 소모해서 만들 수 있는 실로는 이 정도가 한계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자, 한번 막아 보라고. 검사.”


마침내 발이 땅에 닿는 순간 현휘의 오른발이 나아가며 대지를 디뎠고, 그 힘이 고스란히 검을 휘두르는 데에 투자되었다.

후웅!

길이만 길 뿐, 실제로는 반지 열개의 무게를 지닌 대검의 궤적. 그 안에 든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제각기 수단을 동원해 나갔다.


“제기랄! 막아!”


“어떻게든 해 보란 말이야!”


“젠장, 젠장, 젠장!”


불이 치솟고, 흙이 벽을 쌓고, 몸이 한순간에 부푸르고, 물이 모여들어 벽을 이루었지만 모드 허사.

이미 그 법칙과 의미가 달라져 있는 검은 적어도 단에 오르는 존재 정도의 격이 아니라면 부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위의 이능을 모두 무시한 대검은 마력의 힘으로 물리저항을 너무나 간단히 뚫고 들어가 단번에 수십의 사망자를 만들어냈다.


“자, 다음은 누구지?”


사납게 웃으며 다시 한번 도약하려는 순간 굳은 얼굴의 로컨이 달려들었다.

다만, 그 얼굴과는 달리 검에 실린 힘이 제법 까다로운 종류였기에 짜증난다는 표정을 그리며 현휘가 몸을 뒤틀었다.

오른쪽 허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로컨의 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영향을 끼치기에는 아무런 무리도 없었다.


“젠장!”


아니나 다를까 상처를 타고서 온갖 종류의 기운이 섞인 이상력이 회로를 타고 득달같이 몰려들었다.

거기에 뒤편에서 들려오는 외침.


“그대에게서 섭리를 거부할 권리를 박탈한다!”


-그대에게서 섭리를 거부할 권리를 박탈한다!


또, 또다. 그때에야 능력이 충분했으니 약간의 힘을 남기는 수준에서 멈췄지만 이번에 또 당한다면 완전히 박탈당할 것은 뻔한 상황.

하지만 현휘의 입술은 기분 좋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걸렸군.’


왜 안 나타나는가 했다. 혹여 나타나지 않으면 어찌하나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일단 나타났고, 자신을 향해 능력을 쓴 순간 그녀, 이요문의 운명은 정해졌다.


“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움켜잡는 이요문. 그런 그녀의 모습에 후속타를 날리려던 로컨의 몸이 그대로 움직여 이요문의 앞을 막아섰다.


“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계속해서 울리는 비명.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로컨의 시선이 현휘를 향했다.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술과 눈이 심증을 굳혀 주었다.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글쎄? 난 아무것도? 오히려 저지른 건 그쪽이지 않나?”


“말하지 않겠다면 제압하고 듣는 방법도 있겠지.”


로컨이 검을 고쳐잡자 현휘가 빙글빙글 웃으며 이요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꺄아아아악!”


계속해서 비명만 지르는 그녀의 모습에 흡족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연, 예상대로의 반응이었다.


‘그래, 그러지 않으면 보람이 없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했었던가. 자신에게 그토록 굴욕과 수치를 부여했던 존재의 고통에 찬 비명이 주는 기쁨에 현휘의 미소가 짙어져만 갔다.


작가의말

화요일분 연재는 쉽니다. 반도 횡단을 해야하는 관계로 글을 쓸 시간이 없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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