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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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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309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9.14 00:38
조회
263
추천
2
글자
12쪽

228화-세력과 세력(3)

DUMMY

“목표가 멈춰섰습니다.”


“음.”


부하의 보고에 동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최선의 판단이겠지.”


평범한 이들의 패싸움조차 주변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하물며 혼자서 어지간한 중대정도는 우습게 뭉개버릴 수 있는 이들이 집단전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주변의 피해를 고려해도, 후에 닥칠 후폭풍을 생각해도 외곽으로 빠진 것이 옳은 판단이다.

거기에 대놓고 기운을 줄줄 흘리며 다가갔으니 도망치지 못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을 터.


“남은 선택은 결국 저항이지.”


설마하니 저 자존심 높은 아가씨가 순순히 끌려나올 리는 없으니까.


‘뭐, 자잘한 스크래치 정도는 사장님도 이해해 주시겠지.’


애초에 받은 지시는 어디까지나 안전한 장소에 아가씨를 모시라는 것이었으니.


“가자. 가서 아가씨 얼른 모셔다 놓고 우리도 마음 편하게 보고나 하자고.”


“그럽죠. 아, 그런데 저기 뒤에 따라붙은 놈들은 어떻게 합니까?”


“아아.”


물음에 뒤를 돌아본 동문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버려둬라. 어차피 보아하니 대낮부터 술이나 처 마시고 나대는 철부지들 같은데 잘 타일러서 보내도록.”


그 말에 담긴 저의에 피식 웃은 후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자알’ 타일러서 보내도록 하죠.”


타이르는 게 꼭 말로만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입꼬리를 말아 올린 후배의 얼굴에 마주 웃어주며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린 동문이 미간을 찡그렸다.


“음?”


언제 내린 것인지 신정현이 차에서 5m가량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 제멋대로 내린 것인 듯 경호원들이 다급하게 차에서 내리는 모습 역시 시야에 들어왔다.


“무슨 생각이지?”


설마 본인이 직접 싸우려는 걸까? 아니, 신정현이 이능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아버지는 끝을 모를 정도로 강대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능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설마......우리 존재를 알고 있었나?”


아니, 그럴 리는 없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애초에 거기서 도망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 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어졌다.

정현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솟아오르며 4m에 달하는 장검이 자신들에게 휘둘러졌으니까.


“젠장! 모두 피해!”


하지만 그 외침은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족히 2km정도의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현의 검격이 곧장 차량들의 앞을 타격했다.

그아아앙!

대체 속도가 얼마나 되는 것인지 흉악한 소리와 함께 잘려 나가는 차량에서 팀원들이 일제히 몸을 던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전원 육체 능력자인 것 답게 다들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젠장......이게 대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아가씨가 능력자라는 말은 없었잖아!”


“저도 잘 모르겠다고요!”


“젠장할!”


방금의 검격은 절대 평범한 이능력은 아니었다. 적어도 두가지 이상의 복합 능력.


“검, 거기에 휘두르는 솜씨도 장난이 아니고 거기에 마력까지 다룬다고?”


허탈함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장난하지 말라고. 저게 어디를 봐서 아무런 능력도 없는, 그저 몸을 조금 쓸 줄 아는 아가씨냐고.”


거기에 가장 두려운 것은 그녀가 흩뿌리는 서늘하기 짝이 없는 기세.

자신도 제법 수라장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저건 그 격이 달랐다. 단순히 정련된 것이 아닌 각오를 세운 이에게서나 보이는 그런 것.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집안인 거냐......”


그 아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전세계를 아우르는 거대 기업의 총수에, 그 딸은 지금 자신들이 모두 덤벼도 승산을 쉬이 점칠 수 없는 괴물.


“잘못하면 다 죽겠구만.”


지금 피부를 쿡쿡 찔러대는 기세를 보아하니 신적한의 이름을 팔아 봤자 이도 안 들어갈 것 같았다.

이를 갈면서 동문이 인이어를 두들겼다.


“이봐, 다들 살아 있나?”


-어이구, 죽겠다......


-젠장할. 이런 깜짝 이벤트는 사양이라고.


-망할 사장같으니라고......


무전으로 들려오는 태평스러운 불평들에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다들 상황은 파악했겠지? 자, 여기서 다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내 봐라.”


-아니, 이 상황에 뭘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있으면 대장이나 해보라고요.


-지금 상황에 어느 미친놈들이 끼어든다는 것 말고 답이 있나?


-맞아. 대장. 그냥 관두면 안 됩니까? 이거 정말 답이 없는데.


“젠장할.”


정말 이대로 물러서야 하는 걸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뭉개져버린 부하들의 자신감은? 그건 다시 임무에 나선다고 해서 복구될 종류의 물건이 아니다.

첫 임무를 치른 뒤였다면 모를까 이번이 첫 임무인 상황.

그런데 성공은 커녕 근처에 가 보지도 못하고 지레 겁에 질려서 도망친다면 그건 앞으로도 흉터로 남아 회복하기까지 지대한 시간이 남을 터였다.


‘어떻게 한다......’


두가지 판단 사이에서 고민하던 와중, 놓치고 있던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음?”


작은, 아주 작은 반응. 하지만 그것을 본 동문의 표정은 암담함을 벗어나 한껏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하.”


기가 막혔다. 어떻게 자신이 이렇게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었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도 긴장했나 보군.’


아무래도 첫 임무라는 단어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듯 싶었다. 이런 간단한 것 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모두들 긴장 풀고 연장들 챙겨라. 아가씨가 상당히 무리하신 것 같으니까.”


그 말에 잠깐의 정적이 흐르던 무전에서 이내 활기가 돌았다.


-라져.


-와, 진짜 겁먹었잖아.


-확실한 거 맞죠?


“물론. 아까같은 흉악한 공격은 오지 않을 거다.”


허리춤에 매여 있던 여러개의 절편으로 이루어진 검을 풀어내 염력을 불어 넣으며 동문이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적어도 피를 토하는 몸으로 더 뭔가를 하는 게 쉽지 않을 테니까.”


* * *


“칫. 역시 무리였나.”


-그럼 그걸 쓰고도 멀쩡할 줄 알았나? 하물며 이쪽의 몸은 저쪽의 네 몸에 비해 나약하기 그지 없다. 저쪽에서도 무리가 따르는 데 여기서야 그 정도의 패널티는 각오 해야지.


“쯧.”


생각보다 훨씬 약한 위력. 거기에 무리한 마력 운용에 속에 완전히 뒤집어졌는지 입에서 불쾌한 비릿함이 느껴졌다.


“경호팀장님.”


입가로 흐르는 피를 거칠게 닦아내며 문적을 부른 정현이 한번 깊이 숨을 내쉬었다.


“예.”


“지금, 저 사람들을 상대로 뚫고 나갈 수 있겠어요?”


뚫고 나간다. 이긴다가 아니었다. 그 말은 지금 승리를 점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방금 그건 역시......”


“아아, 네.”


고개를 끄덕인 정현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했다.


“생각보다 탈이 많네요. 그 덕에 저도 제 출력을 못 낼 것 같고요. 아마 팀장님이랑 비슷한 수준이 기껏일 거에요.”


“으음......”


동문이 침음을 흘렸다.

제대로 된 몸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자신과 동급. 그렇다면 대체 온전한 상태일 때의 힘은 대체 어느정도일까.


‘하기야. 방금 전 같은 것도 어느정도 역량이 되니까 저지르는 거겠지.’


동문의 고개가 좌우로 저어졌다.


“아마 뚫기도 힘들 겁니다. 우리는 기껏해야 여섯. 아가씨까지 해서 일곱입니다. 거기에 반해 저들은 적어도 스물. 혹은 서른 그 이상도 있을 수 있겠지요.”


거기에 개개인의 수준차이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 어쩌면 저쪽이 더 강할지도 모른다.

유일하게 뚜렷한 강자라 할 수 있었던 정현 역시 무리한 운용으로 그저 그런 수준이 된 상황.


“역시 그런가요.”


작게 중얼거린 정현이 종말을 고쳐 잡았다. 조금 전의 파지가 순간에 강한 힘을 뿜어내기 위함이었다면 이번에는 가볍게 쥐고서 휘두를 수 있도록.


-그래, 그것으로 족하지.


이 정도의 난관 정도는 저쪽에서 이미 겪어 봤다.

일주일을 내내. 쉬지도, 먹지도 않고 오직 싸우기만 했었다. 그저 힘을 원하고, 굽어지지 않을 굳건할 의지를 원했다.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서.


-녹스. 내가 처음 말했던 거. 기억해?


-아아, 그래. 네 각오는 무척이나 유치한 종류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지.


친구도, 아버지도 모두 소중해서, 모두 좋아해서 누구도 잃고 싶지 않다고 했던 그 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이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진실했고, 솔직한 소망이었다.


-그 마음. 여전히 여전한가?


-그 각오가 바뀌었다면 난 한참 전에 무너졌을거야.


-그래. 좋군.


씨익. 아마도 지금 녹스가 몸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미소를 그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현이 종말을 한번 휘둘렀다.


“준비하세요. 옵니다.”


저쪽에서 각자 무기를 챙겨 들고 땅을 박차는 이들을 보며 정현 역시 마주 땅을 박찼다.


* * *


“우와! 우와! 우와! 봤어? 봤냐고!”


“봤어! 봤으니까!”


“우와! 우와아아! 난 정말 저런 거 처음 본다고!”


쾅쾅! 운전대를 내리치면서 잔뜩 신나 하는 명인의 모습에 문적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외쳤다.


“알겠으니까 당장 그 짓좀 그만 두라고! 엑셀에서 발 떼! 운전대도 놓으라고!”


“싫어! 저런 건 당장 바로 앞으로 달려가서 봐야 하는 거라고!”


“이 개자식아!”


문적의 절박하기까지 한 외침에도 명인의 발은 한층 거칠게 엑셀을 밟아댔다.


“그만 두라고, 이 X끼야-!”


일주일 쯤 전. 정말 큰마음을 먹고 모은 돈을 다 털어서 산 스포츠카다.

딜러에게 인계받은 이후로 정말 얼마나 공을 들여 가면서 애지중지 했는지 그 노력이 이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

하지만 지금, 면허도 없는 명인의 손에서 좋을 대로 날뛰고 있는 애마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제발 멈추라고! 내가 운전하면 될 것 아니야-!”


“네가 하면 언제 도착할 줄 알고! 이런 차는 그냥 밟아줘야 하는데 넌 기어가잖아!”


“그 정도는 아니라고! 그리고 면허도 없는 녀석한테 그런 말 들을 이유는 전혀 없거든!”


정말 어떻게든 멈추고 싶었다. 지금도 이능으로 어떻게든 충돌을 방지하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였다.

아예 재미가 들렸는지 점점 난폭하게 운전대를 휘두르는 명인도 명인이었지만 자신 역시도 슬슬 멘탈이 깨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얼마 타지도 않은 애마가 미친년 널뛰기 하듯 날뛰다가 험한꼴은 다 보고 말 상황.


“좀! 멈추라고!”


이제껏 충돌을 방지해 왔던 척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차를 앞의 공기층에서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순식간에 RPM이 레드존까지 치솟았다.


“이-하!”


“이 개자식아-!”


미처 완성되지 않아 어설프게 적용된 척력과, 힘이 넘치는 엔진의 가속까지.

이제 출고된 지 일주일 된 문적의 차는 곧장 최후를 향해 비행했다.


“안 돼애애애-!”


“일단 한방! 클린 히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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