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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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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306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7.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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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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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23화-기사(Knights)(2)

DUMMY

“가려는 거냐?”


찻잔을 세심한 손길로 닦는 게럴트의 물음에 창을 닦던 바이올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말꼬리를 흐리던 게럴트의 입가에 흐릿한 웃음이 그려졌다.


“제법 많이 참기는 했지.”


자신이야 집사의 직분을 받기도 했고, 성향 자체도 움직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쪽이었으니 저택을 지키는 쪽이었다지만 아무래도 바이올렛은 전혀 달랐다.

호문클루스들 중에서는 가장 어린아이같은 성격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아인즈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큰 쪽이기도 했으니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게 이상할 정도이기는 했다.


‘뭐, 그것도 이제는 끝인 것 같지만.’


“해서, 마담께는 말씀을 드렸고?”


“아니. 하지만 알고 있을 거야. ‘무장(武裝)’의 사용을 허가받았으니까.”


“음?”


순간, 게럴트의 손에서 찻잔이 떨어져 내렸다. 곧장 마력으로 잡아채기는 했지만 게럴트의 얼굴에는 제법 깊은 주름이 새겨져있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 거냐?”


“게럴트도 아는 일. 내가 가장 잘 하는 일.”


그 말에 굳어진 얼굴로 바이올렛을 바라보았다. 마침 이쪽을 보고 있었는지 교차하는 시선에 게럴트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진심이구나.”


언제고 어린아이와 같이 얼굴에 그리고 다니던 천진함은 오간데 없이,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그녀의 눈동자에 한탄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생각 없이 어리광 부리기 좋아하는 철없는 이 같겠지만 그래서 한번 내려진 결정은 결코 물리는 법이 없다.

애초에 아이의 고집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럼에도 설득을 시도해 본다.


“다시 생각해 볼 의사는 없고?”


그 물음에 바이올렛에게서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게럴트.”


“......”


“내가 얼마나 고민했을 거라고 생각해?”


그 물음에 게럴트는 답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껏 단 한번도 바이올렛이 ‘저런 눈’을 한 것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가 알던 언제고 어리광만 부리고 마스터에게 붙어만 다니던 철없는 소녀는 더 이상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할 것을 결정하고 확정한 ‘마녀’가 있을 뿐.


“하.”


탄식같은 감탄을 내뱉으며 게럴트가 눈가를 문질렀다.


“내가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모양이구나.”


“아니, 게럴트가 한 평가는 맞아. 단지 지금의 내가 조금 다를 뿐이야. 난 지금......”


어느새 아래로 늘어져 있던 바이올렛의 그림자가 짙은 자색으로 물들어 일렁이며 흉흉한 마력을 피워내고 있었다.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거든.


“으음......”


홍채와 흰자위마저 자색으로 물들어 불길한 빛을 뿜어대는 그녀의 모습에 게럴트는 침음을 흘렸다.

안 될 걸 알면서도 한번 정도, 설득을 해보려고 했지만 지금 상태를 보고서 깨달았다.

지금 바이올렛은 아인즈가 아니라면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설사 스피카나 혹은 에아나 솔리투도가 나선다고 해도 절대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하지만 아인즈는 지금 없다. 아니,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그녀를 저토록 분노하게 했으리라.


“그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간단하잖아? 이미 명료하게 답은 모두 나와 있는 걸.”


-그 빌어먹을 것들을 찾아서 영혼 한줌조차 남기지 못하게 모조리 ‘파괴’해 버리면 되는 거니까.


언뜻, 광기마저 느껴지는 눈빛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왜, 왜 스피카는 ‘무장’의 사용을 허가한 것일까. ‘무장’만 아니더라도 바이올렛이 저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나서려 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그도 아닌가.’


애초에 전제가 잘못 되었다. 스피카가 바이올렛을 제지할 이유 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다.

냉정하게 아인즈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지금 가장 크게 분노하고 있을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일 테니까.


“해서, 어떻게 하려고?”


“어차피 다 죽여 없앨 생각은 없어. 단지 내가 원하는 건 모든 것의 원인이 되었을 쓰레기들 뿐이니까. 최전선에서 날뛰다 보면 언젠가는 찾아오지 않겠어?”


-그 쓰레기들이 말이야.


서늘하게 웃어 보인 바이올렛은 걸레를 흩어버리며 손을 들어 보였다.

오른손을 들어서 이마에 살짝 가져다 대었다 떼며 잔혹한 웃음을 그려 보였다.


“그럼, 다녀올게. 아마도 다시 돌아 올 때는 많은 게 달라져 있을 거야.”


‘나도, 그리고 그 쓰레기들도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바이올렛은 그림자에 스며들어 모습을 감췄다.

남은 것이라고는 그저 언제나와 같은 모습의 저택의 그림자 뿐.

얼굴을 찡그린 게럴트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어째서 말리지 않은 거냐. 시리아.”


“알면서도 굳이 묻는 이유가 뭔지 물어야 하는 걸까요?”


언제 다가왔는지 바로 곁에서 답이 들려왔다.


“시리아.”


한숨처럼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몸을 돌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자신과 마차가지로 잔을 닦는 시리아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게럴트는 한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바이올렛과 마찬가지로 이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의 눈이었으니까.


“시리아.”


“게럴트.”


“왜 말려보지 않았나?‘


“말려야 했던 건가요?”


“시리아.”


딸깍.

잔이 테이블에 놓이면서 침잠해 있는 시리아의 시선이 게럴트를 향했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침묵이 흐르기를 또 잠시 게럴트는 얼굴을 일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너도......마찬가지구나......”


그저 깊숙이에 숨어있다 뿐, 그녀의 눈 역시도 통제되지 못한 분노를 안에 품고 있었으니까.

그가 그것을 깨달은 순간 시리아의 입술이 열리며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네. 저도 마찬가지에요.”


딸깍.

시리아의 손이 새로운 잔을 집어 들었다.


“저도 지금 금방이라도 뛰쳐나가서 마음 내키는 대로 휘두르고 싶어요. 뭐가 되었건 간에 모조리. 어떻게든.”


“......”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죠. 우리들이 받은 이름은 모두가 제각기 하나의 직분이고, 이 저택, 이 가문에서의 역할이니까.”


딸깍.

잔을 내려놓은 시리아가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접기 시작했다.


“바이올렛이야 애초에 내키는 대로 하는 쪽이 좋겠지만 저는 다르잖아요? 제가 가진 이름은 어디까지나 내부 단속에 더 힘을 싣는 이름이니까요.”


“시리아.”


“제 이름. 제2명(第二名)은 ‘징벌(懲罰)’, 그리고 ‘종사(從事)’. 저는 어디까지나 따르고, 그분의 규율을 따라 징벌을 행할 뿐이에요.”


그녀의 손이 다 접어진 수건을 응시했다.


“물론.”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혐오스럽기까지 한 붉은 마력에 수건이 물들어갔다.


“그 징벌이 반드시 안을 향해 휘둘러져야 한다는 법은 없겠지만 일단은 그래요. 우선은 그저 마담의 뜻을 따르고 내부를 단속할 뿐이죠.”


‘하지만 쓰레기들의 손길이 이 저택의 담장을 일말이라도 범하려 한다면’


“시리아......”


“모두, 징벌을 받아 바닥을 기게 되겠죠.”


그녀의 손에 있던 수건이 마력의 빛을 뿌리며 산산이 깨져 바닥에 흩어졌다.

잠시 깨어진 유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수건이 공기중의 티끌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게럴트가 눈을 감았다.


‘허어......’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 역시 호문클루스이고, 종속시킬 수 있었음에도 자유를 준 아인즈에게 큰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위대한 마도사이며 자신의 어버이이자 동시에 인자한 주인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분명 그의 감정은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다른 이들은 다른 듯 했다.

바이올렛에게도, 시리아에게도, 어쩌면 다른 모두에게도. 아인즈는 어쩌면 그들의 세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태어남과 함께 모든 것을 가지고 시작한다고 해도 그런 자신들을 탄생시킨 이에 대한 경탄과 경의는 그를 무척이나 크게 만들었을 터이고, 그의 인자함은 더더욱 부추겼으리라.


‘마스터......’


이것을 기꺼워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일까.

혼란스러운 그의 한숨과 함께 조용히 어둠이 짙어져 갔다.


* * *


게럴트와 있던 주방을 나서 복도를 걷던 시리아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


달빛에 물들어 있는 작은 정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쿠시르.”


그녀의 부름에 머리 위쪽에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하, 아무래도 우리 아가씨는 속이기 힘드네~”


천장에 부착된 실을 의지해 거꾸로 매달린 쿠시르의 얼굴이 시리아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쓰고 다니는 새하얀 반가면과 빙글거리는 그의 입가를 흘긋 쳐다본 시리아가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어휘의 선택에 신중을 기하도록 해. 이 저택 안에서 ‘아가씨’라고 불릴 수 있으신 분은 오직 두분 아가씨 뿐이니까.”


“에헤~ 딱딱하기는. 상용구라는 게 있잖아. 상용구. 그 정도는 조금 이해해 달라고 아. 가. 씨.”


츳.


“워워워.”


언제 휘둘러 진 것인지 시리아의 손에서 뻗어나온 사슬이 쿠시르의 팔을 휘감고 있었다.

흉흉한 기색을 뿌리는 사슬을 보며 쿠시르는 빙글거리는 미소를 잃지 않고 어께를 으쓱여 보였다.


“워, 까칠하기는. 말 한번 잘못했다고 곧장 ‘징벌’이라니. 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능글거리는 그의 말에 시리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답했다.


“한번은 실수지만 두번은 고의야. 그것도 경고 이후라면 모욕의 뜻이 없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워워. 알았으니까 그만 이 흉악한 물건 좀 치워주면 안 될까? 슬슬 견디기가 힘든데?”


언제부터 조이고 있었던 것인지 시리아의 사슬이 쿠시르의 팔뚝을 파고들어 있었고, 쿠시르의 얼굴에는 언뜻 땀방울들이 비치고 있었다.


“응? 안 될까?‘


최대한 애처롭게 웃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코웃음을 친 시리아가 사슬을 당겨 회수했다.

한번 정도 힘을 가한 다음에.


“아으아......쓰읍.”


안 그래도 통증을 가하는 기능이 있었는데다 작정하고 당긴 탓에 온몸을 울리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던 쿠시르가 시리아의 서늘한 눈빛을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비록 실질 무력은 자신이 앞설지가 몰라도 그녀와 자신은 위치도, 직분도, 그에 따른 권한이 달랐다.

그녀가 징벌의 권한을 잃지 않고 있는 이상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그녀를 이기지는 못할 터.

아직도 은은히 신경을 쥐어짜는 통증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아하하......저기 시리아?”


“......”


“내가 잘못 했으니까 한번만 봐주면 안 될까?”


“......”


“......시리아?”


차르륵.


“웃?”


사슬이 움직이는 소리에 흠칫 뒤로 물러서던 쿠시르가 사슬을 완전히 회수해 넣자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농락(籠絡)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어수룩한 모습에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시리아의 입이 열리며 그가 기다리던 말을 뱉었다.


“무장의 사용 허가는 모두 받아놨어. 기본적인 여행용품도 챙겨 놨고. 비록 그렇게 쓸모는 없겠지만 가지고 가도록 해.”


그 말에 언제 머뭇거렸냐는 듯 얼굴에 환한 웃음을 매단 쿠시르가 다가와 손을 잡고 흔들었다.


“오! 정말 고마워! 잘 쓸게!”


그리고는 붙잡힐까 후다닥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시리아가 피식, 웃고 말았다.


“장난은 적당히 하도록 해.”


그녀의 손에 붙은 젤이 타는 연기가 슬며시 하늘을 향해 번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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