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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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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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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05.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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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추천
4
글자
12쪽

218화-누이-Irian(1)

DUMMY

31. 누이-Irian


"후아."


회의장에서의 기백은 어디로 갔는지 이리안의 입에서 진한 한숨이 내쉬어졌다.


"힘들다."


덜덜 떨리는 손끝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대륙의 모든 인간의 힘이 모인 것이나 다름 없는 곳에서 그렇게 당당하기 위해서 얼마나 마음을 가다듬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하고서야 겨우 하고싶은 말을 전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오빠......"


사랑하는 딸을 구해내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안 오라비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럴때, 곁에 있어 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기야, 오빠가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상황은 오지도 않았겠지만.'


그 성격에, 성향에 자신의 그늘 아래에 있는 이들이 힘들어하는 꼴을 보고 있을 위인이 아니니까.


"아으."


긴장으로 굳어진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대는 이리안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이미 각오했던 일이잖아?'


아인즈라는 인류 최강. 아니, 중간계 최강의 존재의 울타리가 사라진 이상 모든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

물론, 천문대에 틀어박혀서 얌전히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

아인즈가 미리 당부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게 사는 것일까?

천년이고 만년이고 약속을 믿고 그저 기다리기만 한다면 그건 과연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천만에.'


애초에 기다리기만 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게다가 언제 올 줄 알고?

그렇게 언젠가는 돌아올 한명을 넋놓고 기다리고 있기만 한다면 그건 그저 멍청이에 천치일 뿐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그를 다시 불러온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이 세계에 일어난 일을 최대한 조율한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었으니까.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이리안은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스피카와 같은 높은 격과 마도도.

아니마와 같은 빛나는 재능도.

호문클루스들과 같은 무력도.

솔리투툳와 같은 격도, 무력도.

에아와 같은 격도, 마력도 지니지 못했지만 단 하나.

그녀는 이 대륙의 실세라 할 수 있는 루멘의 왕녀이며, 아인즈의 한명뿐인 누이.

또한 지구에서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환생자. 그렇다면 할일은 뻔하지 않을까?


"오빠는 엄청난 천재라 나같은 건 정말 발톱의 때만도 못하지만 말이죠."


이리안이 또각거리는 구두소리를 내며 복도를 쭉 걸어갔다.


"적어도, 난 범재는 아니거든요."


복도의 벽을 따라 걸려 있는 역대 왕들의 초상이 그녀를 내려다 봤다.


"말하자면 수재. 내지는 영재. 천재는 아니지만 그 정도는 돼요."


딱.

복도를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문 앞에서 이리안의 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뭐, 그것도 오빠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정말 하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싸늘한 금속의 냉기가 그녀의 감각을 자극했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적어도 그 정도라면, 뭐든지 해야하지 않겠어요?"


관리가 잘 된 덕분에 아무런 소리도 없이 스륵, 두꺼운 문이 열렸다.


"그래도 나름 재능이라는 걸 가지고 있는데?"


또각.

마법으로 강화된 바닥에 구두가 부딪치며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가운데에 서서 위에서 내려오오는 빛을 맞으며 이리안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그러니까 덤벼. 쥐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


이리안의 눈이 뜨이며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염세와 전장에 찌든 그런 눈동자.

주변에서 아무런 반응도 들리지 않자 이리안의 입술이 말려 올라갔다.


"싫으면, 뭐......"


-우웅.


언제 나타난 것인지 모를 수정이 그녀의 앞에서 마력을 내뿜으며 울었다.


"그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포라스 7구 술식

포착. 특정. 타격. 침투. 화염. 충격. 지속.


"그대로 타올라라."


가증한 불꽃


술식이 완성됨과 동시에 십수줄기의 화염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튀어나오기 시작한는 검은 인영들.

온몸을 타이트한 검은 옷으로 가리고, 얼굴 역시 검은 복면으로 가린, 전형적인 암살자의 모습을 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반응이 늦은 탓인지 절반 가량이 화염에 피격당하고 불타, 재가 되어버렸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에 암살자들은 당혹을 감출 수 없었다.


'대체......?'


분명, 자신들은 초 일류의 암살자로서 이리안이 감지해 낼 수 없는 것이 정상일 터였다.

기껏해야 6구 수준의 마법사라면, 더더욱이나 마력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포라스 학파라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비웃듯이 이리안은 7구 수준의 마법을 썼고, 그 결과 자신들 절반이 어이없이 죽고 말았다.

눈에 한가득 의구심과 당혹을 담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면 이리안은 피식, 하고 냉소를 그려냈다.

그 시린 웃음에 암살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웃음은 사람들을 죽이고 죽인 끝에 염세적으로 변한 자신들의 리더와 닮아있는 것이었으니까.

잔뜩 굳어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이리안이 입을 열었다.


"멍청이들."


그리고 다시 한번 발현되는 가증한 불꽃. 그 모습에 암살자들은 겨우 깨달았다.


'정보가 잘못 되었다!'


저게, 왕궁의 화원에서만 자란, 정성들여 키워낸 화초라고?

마법은 그저 교양으로 배운 이일 뿐이라고?

그 정보를 전해준 이가 지금 눈앞에 잇다면 당장에 뺨을 후려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 자신들의 앞에 있는 것은 세상을 모르는 화초도 아니고, 마법을 그저 교양으로 배운 이도 아니다.

오히려 손이 피에 절어서 혈향이 지워질 수 없는, 장송곡의 지휘자가 있을 뿐이었다.


-사방으로 퍼져서 공격해!


더 이상 시간을 주었다가는 임무의 성공은 커녕 개죽음이 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내린 명령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되지 못했다.


"멍청이들."


그 말과 함께 터져 나오는 여덟줄기의 화염기둥들이 암살자들을 집어삼켰다.

철조차 우습게 녹여버리는 청염에 그들은 한순간에 산화해해버렸다.

단 한명.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가장 먼저 움직였던 이만 제외하고.


"크, 아악......."


다만, 그조차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온몸의 옷가지가 전부 타버렸고, 사지 역시 완전히 타버린 상태였으니까.

눈도 타버리고, 온몸의 피부 역시 모두 녹아내린 상태의 그에게 허락된 것은 그저 고통에 몸부림치며 자신의 비명을 듣는 것 뿐이었다.


"으, 하, 크, 하악!"


차라리 자결이라도 할 수 있으려면 편하련만. 그의 혀는 최초에 입술을 비집고 들어온 화염에 타버린지 오래였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빨리 죽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것 뿐이었지만 이리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마법을 쓰지 않았다.

또각, 또각.

한걸음씩 분명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신음하는 암살자 '였던' 것에 다가가는 이리안의 얼굴에는 심드렁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마치, 이런 일은 이제 익숙하다 못해 지루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멍청아."


퍽.

뾰족한 구두의 앞부분이 녹아내린 탓에 약해진 그의 피부를 간단히 뚫고 허리에 구멍을 냈다.


"아악!"


"시끄러워."


이번에는 뒷굽이 허리를 뚫어냈다.

불에 탄 상처에 신음하는 것만도 버거운데 어째서 통각은 이다지도 선명한 것일까.

거기에 언제 막힌 것인지 입에는 뜨거운 공기의 덩어리가 덮여 있어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아니, 입을 태우는 뜨거운 공기의 고통과, 피부의 아픔과, 허리의 통증에 비명을 질러도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했다.

그저, 성대를 울리고 있을 뿐.

어지간히 전장을 구른 용병도 쉽게 하지 못할 일을 하면서도 이리안의 얼굴은 평온했다.

아니, 오히려 지루해했다.

지금의 그녀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으니까.


"멍청아."


"......"


"대체 무슨 배짱으로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거야?"


"......"


"아무리 안에서 도와주는 얼간이가 있어도 그렇게 당당하게 들어와서 활개를 치고, 거기다 나를 노려?"


입을 가득 채운 채로 막고 있는 공기의 탓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이리안이 비웃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는 거야?"


"너희는 내 오빠가 누구인지 잊은 거야?"


"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 이해하겠는데. 설마 오빠가 없다고 내가 만만해 보였어?"


아니다. 그저 의뢰가 들어왔고, 그녀의 능력과 주변이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파악되었기에 시도했을 뿐이다.

적어도 암살자의 정점에 서 있는 자신과 자신에게 가장 근접한 이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여겼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철저한 오판이었다.

과거, 라벨의 학파주 닐에게서도 도망친 전적이 있는 그였다.

비록, 그곳이 어느 낯선 던전이었고, 닐이 거의 준비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는 해도 재해나 마찬가지인 대 마도사의 손에서 탈출한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만난 이리안은 괴물이었다.

그것도 피냄새를 맡을 줄 알고, 피를 마실 줄 아는 괴물.


'그런 바보같은......'


애초에 일국의 왕녀가, 그것도 왕의 총애를 받는 왕녀가 그런 괴물일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이 어이없는 일이다.

게다가 그녀의 정보는 제법 공개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그래, 솔직히 아인즈가 없었기에 시도한 것도 크기는 했다.

하지만 설마 이런 간단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니.


'나도 죽을 때가 된거지.'


정신을 갉아먹던 고통이 어느순간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었다.

몸과 정신이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냉정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그녀의 앞에서 빛을 뿌리고 있는 수정체였다.

그냥 보아도 범상치 않은 물건인데 어째서 몰랐을까.

아니, 그저 간과한 것일 뿐이다. 욕심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일 터이지.

설마하니 대 마도사쯤 되는 이가 자신의 누이에게 아무런 방비를 해 두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그 누이 역시도 마법사인데.


'멍청이로군. 정말로. 멍청이야.'


그것이, 그의 머리가 뭉개지기 직전,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사념이었다.


"하아."


완전히 뭉개진 머리부터 서서히 흩어져가는 시신의 앞에서 이리안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비록 자신이 한 일이고, 원했던 것이기는 하지만 역시, 사람을 죽이는 일은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었다.


-후회해?


그걸 알기라도 하는 듯이 묻는 목소리에 이리안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난, 내가 원했던 일을 가지고 후회하는 멍청이가 되고싶지는 않아."


-후후후. 역시, 너와 난 닮았어.


"그야."


너와 난, 결국 같은 사람이니까.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삼키면서 수정을 갈무리했다.

아인즈가 선물해 준, 스스로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면 건넨 포라스의 법기.

처음 이걸 받았을 때에는 아인즈에게 소리를 쳤었다.


'대체 뭘 만든 거야-!'


사용 가능한 마법의 수준을 1구 높여주는, 신기와도 맞먹는 수준의 물건을 뻔뻔하게 건네는 그 얼굴에 그렇게 외쳤었다.

이렇게, 만날 수 없을 걸 알았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정신차리자."


양볼을 툭툭 두드리면서 이리안의 걸음이 밖을 향했다.


작가의말

짜잔! 내가 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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