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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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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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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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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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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운명(5)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안국역에서 원남동 사거리 방향 도로


오토바이 배달기사의 입장에서는 당장 많은 돈을 준다 길래 나를 태우긴 했지만 황당하긴 했을 것이다.

아무런 사고도 나지 않은 길을 소방차가 지나가기 한참 전부터 교통경찰들이 몰려와서 차선 하나를 통째로 비우고 기다리고 있었고,

소방차 네 대가 지나간 것은 그렇다 쳐도 그 뒤에 바로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소방차를 추월해서 앞으로 뛰쳐나간 검정색 RV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갑자기 바로 옆에 서있던 택시에서 내려 자신을 막아선 세미정장의 남자, 아무리보아도 토종 한국인이라기보다 혼혈이라고 볼 수 있는 남자는 왜 서울대병원으로 급히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을까?

하지만 5분 안에 도착하면 최고 30만원을 챙길 수 있는 날은 이번 한번일수도 있었다.

그 덕분에 오토바이는 꽉 막힌 도로를 곡예 하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미리엄이 피습자와 감염자들을 관찰하는 서울대 의생명과학원에 있는 감염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인가라는 의문은 미리엄이 직접 얘기를 해주었었다.

원래 씽크홀 사고 외에는 감염자가 없었지만, 최근 한족 노동자들이 밀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법무부 보호관찰소 앞으로 긴급 제보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인천에 도착하는 화물선 안에 한족 노동자들 여러 명이 밀항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항만경비대는 이런 제보를 거의 처음 받는 것이라 영문을 모르긴 했지만, 일단 출동했고 컨테이너 안쪽에 숨어있는 밀항자 여덟 명을 체포했다.

그리고 그들을 조사하던 중에 세 명이나 좀비에게 물린 상처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매뉴얼대로 국가정보원에 그들을 인계했던 것이다.


피습된 세 명 중에 두 명은 이미 국내에서 조직폭력에 관여한 죄로 추방명령을 받았지만, 이름을 바꾼 위조된 여권을 가진 자들로 밝혀졌고, 한 명은 이번에 처음 입국하는 자였다.

세 명 다 미리 준비된 의생명과학연구원의 연구실로 이송되었고, 현재 결박된 채로 관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의생명과학연구원 9층에는 바이러스에 저항력을 가진 피습자 2명과, 아직 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세 명의 피습자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미리엄이 이번에 내가 직접 오는 것을 반기는 이유는 또 하나가 있었다.

흥미롭게도 밀항자 세 명 중 최초로 입국한 자의 바이러스 반응이 음성이었다는 것이다.

아시아인들은 대부분 바이러스 수용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지 않을 텐데 또 저항성을 가진 사람이 나온 것에 대한 관심은 나도 충분히 가지게 되었다.


원남동 사거리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척 하다가 오토바이는 불법으로 좌회전해서 나를 정문 앞에 내려주려 했고, 나는 그대로 좀 더 직진해서 장례식장 쪽 입구에 내려달라고 하였다.

5분이 약간 지났지만, 이미 지갑에서 10만원을 더 꺼내든 나를 보고 배달기사는 군말 없이 내 요구대로 해주었다.

배달기사는 우비를 걸치고 있었지만, 쏟아지는 비는 내 온몸을 흥건히 적셔놓았다.

정문뿐만 아니라 장례식장 쪽 출입구에도 이미 경찰들이 바리케이드를 충분히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출입구가 의생명과학원과 제일 가까운 곳이었고, 좌회전하기 직전에 아까 소방차들의 앞을 추월했던 검정색 RV카들이 그 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본 나로서는 분명히 의생명과학원에 일이 생겼다는 확신 때문에라도 그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우산도 쓰지 않고 온통 젖은 모습으로 뛰어오는 나를 보고 경비책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중대장이 앞을 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는 통제구역입니다”

나는 신분증부터 보여주었다. 그리고 되도록 간결하게 내가 누구이며, 왜 이곳으로 향했는지를 말해주었다.

중대장은 뉴스를 통해서 이미 나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발 물러서서 무전기로 어딘가 보고하더니 금방 지시를 받는 듯 했다. 그리고 나를 들여보내 주었다.

물론 나 혼자는 아니었다. 입구에서 그들과 함께 완전무장한 채로 경비를 서고 있던 경찰특공대원 두 명이 나를 따라왔다.


나는 특공대원들이 따라오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한달음에 의생명과학연구원 1층으로 내달았다.

매캐한 연기가 로비를 통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불이 난 곳은 바로 여기였고, 소방대원들이 사다리를 9층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로비 입구에서 나를 막는 또 다른 특공대원에게 내 뒤에서 바로 쫓아오던 특공대원이 손짓으로 들여보내라고 신호를 해준 바람에 나는 막힘없이 뛰어 들어갔다.

‘9층, 9층으로 가야 한다’

화재가 난 이상, 모든 엘리베이터는 멈췄을 것이고, 나는 바로 비상계단 출입구를 열었다. 그리고 한 번에 두 세 개씩 계단을 뛰어올랐다.

‘미리엄, 미리엄은 어떻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층수를 표시한 숫자만 보면서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올라가는 도중에 로비에서 스치듯이 본 장면이 떠올랐다.

어느 부대인지는 모르지만, 방탄조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다른 복장을 하고 있던 대원들이 로비에 있었다. 아마 이곳의 상시 경비 병력인 것 같았는데, 로비바닥에 그 중 2명의 대원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은 내가 공항에서 오고 있는 도중에 불시에 습격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무엇을 노린 것일까? 이곳의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렇게까지 무리한 방법을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분명 이곳에 수용되어 있는 피습자들이 목표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무장병력이 지키고 있는 이곳을 과감히 습격한 자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도중에 드디어 ‘9’자가 보이는 층이 나타났다.

내 앞에서 먼저 뛰어 올라간 특공대원이 따라 올라가는 나와 다른 대원을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권총을 꺼내 들었다.


비상구를 살짝 열면서 안쪽을 살핀 대원이 우리를 손짓으로 불렀다.

나는 마음이 더할 수 없이 급했지만, 내가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도리어 위험한 사태를 만들까봐 그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안쪽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실험실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그 바람에 가연성 물질에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한 듯 했다.

복도는 연기로 인해 시야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9층을 별도로 지키던 특전대원들이 역시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복도 저 끝 쪽에 누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복도 맨 끝의 양쪽 방문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다.

마치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갈등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다가서자 발소리를 듣고 돌아본 얼굴에서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밀항자 중 각성한 한명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비가 된 지 얼마 안 되었고, 아직 사람을 무는 힘이 조절되지 않은 가장 왕성한 공격력을 가진 시기의 좀비.

나를 따라온 특공대원들도 그가 좀비인 것을 눈치 챈 것 같았다.

두 사람 모두 어깨에 메고 있던 MP5 기관총을 겨누고 천천히 다가서고 있었다.


도대체 복도 양쪽 방에는 누가 있길 래 어느 방문을 열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을까?

분명 양쪽 방 모두 연구원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좀비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무엇일지 그동안 그들을 관찰하면서 얻었던 지식을 통해 추론해보았다.

‘그렇다. 좀비가 선택이라는 것을 하는 순간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뿐이다. 그렇다면 양쪽 방 모두에 같은 수의 사람들이 몸을 피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판단을 못하는 것뿐이다. 미리엄이 살아있다면 둘 중 어느 쪽 방에 있을까?’

좀비는 우리를 보고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양쪽 방을 번갈아 보았다.

우리에게서 바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보아 우리보다 많은 사람들 쪽으로 관심을 다시 돌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 명이니 양쪽 방에 최소한 네 명씩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내 추론이 맞는다면 좀비를 공격해도 한 번에 머리에 관통상을 입히지 못한다면, 좀비는 원래 선택했던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두 개의 방에 피신해 있는 연구원들은 여전히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특공대원들에게 짧게 이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단 한방에 머리를 쏘아야 한다는 것도.

나 못지않게 잔뜩 긴장한 그들이었지만, 적외선 조준기를 켜는 것을 보아 어렵지 않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마 두 명이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두 사람은 수신호를 통해 하나 둘 셋을 세면서 동시에 발사하기로 하는 것 같았다.


그 때 복도 끝의 우측으로 꺾어진 통로에서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순간 특공대원들은 조준경에서 눈을 뗐고, 나도 연기사이로 그가 누군지 파악하려고 몇 걸음 더 다가섰다.

그 순간 나중에 나타난 자가 망설임 없이 도약해서 왼쪽 방문을 몸으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각성했으리라고 예상했던 또 다른 밀항자가 틀림없었다.

온몸으로 부딪히는 두 번의 공격 만에 문의 경첩은 거의 떨어져 나갔다.

상상 이상의 집중된 힘. 아드레날린의 과도한 분비만으로도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


왼쪽 방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연구원들의 공포에 찬, 찢어지는 비명들이 들려왔다.

한 번만 더 좀비가 문을 타격한다면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목숨은 누구도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

특공대원들은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다시 총을 들어 나중에 나타난 좀비를 겨냥하고 바로 쏘았다.

하지만 그들뿐만이 아니라 나도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적외선 조준점이 좀비의 머리에 닿고 나서, 총알이 발사되기 직전에 좀비가 몸을 피한 것이다.

순간 당황한 두 대원이 다시 총을 발사하기 직전에 처음에 만났던 좀비가 먼 거리를 도약해서 우리 쪽으로 몸을 날려 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내 옆을 지나 총을 겨눈 한 명의 대원을 덮쳤다.


대원이 좀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자마자, 좀비가 그의 목을 물어뜯는 ‘으드득’하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더 이상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사지를 떨면서 경련을 일으키는 동료를 본 다른 대원이 총을 들어 동료를 공격한 좀비를 겨냥하는 것을 본 나는 순간 소리쳤다.

“안 돼, 저 쪽이 먼저야”

나중에 나타난 좀비가 부서진 문을 뜯어내면서 왼쪽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발을 굴렀다.

이미 구할 수 없는 동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그 중에 미리엄이 있을 지도.

퍼뜩 정신이 든 대원이 총을 들고 왼쪽 방으로 나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오른쪽 방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소리를 쳐서 좀비를 부르고 있었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목소리였다.

“미리엄!”

분명 미리엄이었다. 그녀가 소리를 쳐서 좀비가 그쪽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은 것이었다.

나보다 빨리 좀비가 반응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 미리엄이 있는 방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복도 끝까지의 거리가 왜 이렇게 먼 것일까?

나는 사력을 다해 뛰었다.

내가 한 발이라도 먼저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 아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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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인간의 경계(7) +2 18.05.27 662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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