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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 님의 서재입니다.

재능 스토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8.06.25 14:47
최근연재일 :
2018.08.07 19:0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689,233
추천수 :
17,404
글자수 :
281,937

작성
18.07.19 19:05
조회
12,803
추천
383
글자
17쪽

11장. 내 앞의 운명(1)

DUMMY




그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세계가 해체되었다.


* * *


“으······.”

정신을 차리자 공항 대합실의 높은 천장이 보였다.

처음에는 마치 공항 전체가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실제로는 공항을 덮고 있던 분노의 존만 사라졌을 뿐, 공항 자체는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했다.

“색이······ 색이 돌아왔네.”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사방에 몰려든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분류하며 응급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나는 주변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대합실의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들 괜찮으려나······ 그런데 박 교수님은?’

최대한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박 교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기절한 사이, 구급대원들에 의해 밖으로 실려 나간 것 같다.

그렇게 출구에 도착한 순간, 새로 들어온 구급대원이 내 팔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앗! 괜찮으십니까! 어디가 아픈지 말씀해주세요!”

“어······ 머리가 좀 아프네요.”

엉겁결에 대답했다. 구급대원은 즉시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여기 두부외상 환자가 있습니다! 빨리 들것을 가지고 와주세요!”

“여기 갑니다!”

그러자 두 명의 추가 대원이 번개 같이 들것을 들고 달려왔다.

나는 즉시 손사래를 쳤다.

“아니, 괜찮습니다. 실제로 머리를 다친 게 아니라······.”

“일단 누우십시오! 당장은 괜찮은 것 같아도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모릅니다! 우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해야 합니다!”

구급대원은 막무가내였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구급차를 가리켰다.

“괜찮습니다. 제 발로 걸을 수 있어요. 들것은 안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써 주세요.”

“정말입니까? 구역질이나 현기증이 나지 않습니까?”

“안 납니다. 정말이에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 발로 구급차에 탑승했다. 구급대원은 당황하며 함께 구급차에 올랐다.


* * *


진돗개 1호가 발령되기도 전에, 인천 국제공항에 터졌던 정체불명의 상황은 완전히 해제되었다.

처음에는 특수요원들이 공항 내부로 진입해 상황을 확인했고, 곧바로 최대한의 구조인력을 동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쪽으로! 여기 빨리 들것부터!“

삐빕! 삐빕!

“이쪽에 출혈이 심해! 빨리 수액부터!”

빵빵!

“빨리 여기 차 빼! 구급차 빠져나가야 한다고!”

“의식이 없어서 당장 수혈은 무리야!”

“혈액형 검사키트 어딨어!”

“일단 응급실로 보내!”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공항은 요란하게 돌아다니는 구급차와 사이렌 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한편 요환은 정부 관계자라는 특혜로 현장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네.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영종도의 모든 병원은 이미 꽉 찬 것 같습니다. 네? 아니요. 중상은 아니지만 대부분 의식이 없고······ 원인 불명입니다. 아무튼 인천에 있는 모든 병원에 비상을 걸어 주십시오. 분명 큰 재난이지만 대처만 잘한다면 정부 측에 마이너스가 되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요환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심건.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문제의 그 남자가, 지금 구급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대합실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저기 잠깐······.”

요환은 소리를 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여기서 자신과 심건이 만나는 건 좋지 않다.

그는 말없이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긴 다음, 곧바로 차를 타고 심건을 태운 구급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 * *


“지금 근처에 있는 병원 응급실이 모두 꽉 찼습니다. 죄송하지만 인천 쪽으로 갈 테니 조금만 참으세요.”

구급대원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다른 환자들을 위해서 최대한 먼데 있는 병원으로 가도 상관없습니다. 김포건 부천이건 어디든 상관없어요.”

“아무리 심해도 그렇게까지는······ 그런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혈압이나 맥박은 정상이긴 한데······.”

구급대원은 구급차에 실린 각종 장비로 내 몸 상태를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이상이 있을 리 없다.

만약 실제로 부상을 입었다면 눈앞에 ‘회복’의 재능이 알람을 울리며 깜빡이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그 순간.


[약 (1)시간 전에 1레벨 (분노)의 코어가 파괴되었습니다.]


갑자기 눈앞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응자가 의식을 잃었기 때문에 메시지가 지연되었습니다.]

[코어를 파괴한 적응자에게 대가로 ‘유물’이 지급됩니다.]

[해당 유물은 재능 리스트의 ‘유물’항목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뭐라고?

나는 입으로 소리치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눈앞의 메시지는 당연히 나만 보일 것이다. 여기서 이상한 행동을 했다간 진짜 머리에 뭔가 문제가 생긴 환자로 찍힐 테지.

‘유물이 지급된다고? 유물이 뭔데?’

나는 곧바로 재능 리스트를 확인했다.


[보유한 재능 리스트]

기존-행운(3레벨), 납득(5레벨), 충격 흡수(3레벨), 영웅(5레벨), 장수(2레벨), 인재(4레벨), 호감(5레벨), 회복(3레벨), 반응(2레벨), 설득(3레벨), 격투(3레벨), 오러(2레벨), 추리(3레벨), 연기(4레벨), 존 적응(1레벨)


레벨 상승

-납득(4레벨->5레벨)

-영웅(4레벨->5레벨)


특수-카르마 비전,

풍선-30분 회귀 풍선(2개)

유물-소형 정신 발전기(10대)


그사이 납득과 영웅의 재능이 알아서 레벨이 올랐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만.

‘소형 정신 발전기? 이건 또 뭐래?’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다.

발전기라고 하니 아마도 전기를 생산하는 물건일 텐데, 그게 인천공항에 발생한 존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일단 이것도 회귀의 풍선과 비슷한 거라면······.’

당장에라도 밖으로 꺼내서 정체가 뭔지 확인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갑자기 뭔가를 꺼냈다간 구급대원이 기겁을 하고 나자빠질 것이다.

‘무슨 마술사도 아니고,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면······ 아니야, 루 사장 말로는 ’풍선‘은 꺼내봤자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을 거라고 했어. 이 발전기인지 뭔지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지 않을까?’

물론 확인되지 않은 리스크를 굳이 짊어질 필요는 없다.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호기심을 꾹꾹 집어넣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구급대원과 눈이 마주쳤다.

“······.”

구급대원은 말없이 내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꿱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기! 저기요!”

“네?”

“그러니까 환자분······ 그, 그 사람 아닌가요? 심건? 하와이의 영웅?”

결국 얼굴을 알아본 모양이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구급대원은 양손으로 내 손을 덥석 잡으며 소리쳤다.

“사인해 주세요!”

“예?”

“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아무튼 팬입니다! 우와, 우와, 대체 언제 한국에 돌아오신 건가요? 역시 그 외삼촌분이 걱정돼서? 그럼 방금 전에 공항에 오셨던 건가요?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죠? 테러인가요? 역시 그런 거죠?”

구급대원은 흥분한 나머지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행동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순진한 구급대원에게 모든 걸 다 설명해줄 수는 없어. 그럴 필요도 없고. 거기에 인천공항에 수백 명의 환자가 발생했지? 당장 내 몸은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하고. 그러니까 지금은······.’

“아무튼 무사하셔서 천만다행입니다!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셨군요! 진짜 다행이에요. 그래도 먼저 큰 병원에 가서 검사부터 받는 게 좋겠습니다! 당장은 아무렇지 않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

“잠시만요.”

나는 구급대원의 말을 끊으며 그의 눈을 주시했다.

“일단 진정하세요.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름이요? 저······ 저는 박상필이라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상필 씨.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세요.”

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다음,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진지한 표정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네, 지금은 하늘입니다.”

해리스는 창문 밖에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인천공항에 발생한 존은 발생 후 약 30여 분 안에 해제되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자연적인 현상인가?”

“당장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으로는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존이 해체된 것은 분명한 원인이 있습니다.”

“원인? 무슨 원인 말인가?”

“그야 물론······.”

해리스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존을 노려보며 발악하듯 소리치던 심건의 표정을 떠올렸다.

“······인간입니다.”

“인간? 대체 무슨 소린가!”

“자세한 건 생각이 정리되면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겠습니다. 인천공항의 사건이나 심건의 귀국 그리고 대통령의 인터뷰는 그쪽에서 잘 조율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이것 하나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념한다고? 대체 뭘? 그리고 누가 그런 명령을 내렸지? 적어도 나는 아닌 거 같은데?”

“애리조나에 발생한 존을 해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해리스는 딱 잘라 선언했다. 통화하던 CIA의 국장은 말문이 막힌 듯 침묵했다.

“······정말인가?”

“가능성은 높습니다. 어쨌든 테러리스트와 손을 잡는 일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먼저 연락을 해온 것은 스스로를 ‘마스크’라고 밝힌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 집단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애리조나에 발생한 존을 해체할 수 있으며, 그 대가로 미국이 20년째 수감하고 있는 어떤 죄수의 석방을 요구했다.

“지금 애리조나는 상황이 시급하네. 처음 관측되었을 때보다 이미 세배 가까이 세력을 확장했어. 이대로 계속 커진다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죽은 빈 라덴의 손이라도 잡아야 할 지경이야.”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그’에게 어떤 정보를 얻어낼 수 있고······ 또 어떤 협력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철저히 우리들의 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리스는 눈을 크게 뜨며 심건의 모습을 떠올렸다.

모른다.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심건이 어떻게 존을 해체한 것인지, 혹은 심건이 정말로 존을 해체하긴 한 것인지.

하지만 심건은 자신의 발로 존 밖으로 빠져나왔으며, 스스로의 의지로 다시 그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20여 분 후, 공항에 발생한 존이 해체되었다.

그래서 해리스는 확신했다. 심건은 단지 하와이에서 벌어졌던 일을 반복한 것뿐이라는 걸.

당연히 그도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존 밖으로 겨우 탈출했지만, 다시 안으로 달려 들어간 것이리라.

‘심건······.’

해리스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긴 숨을 내뱉었다.

그 모습.

그 표정,

그 마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며 경건한 기분이 된다. 해리스는 가슴에 손은 얹으며 말을 이었다.

“······저야말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최적의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는 이 일을 하기 위해 CIA에 들어온 걸지도 모르겠군요. 맡겨만 주시면 전력을 다해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 * *


“······그러니 지금 중요한 건 제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천공항에는 상필 씨의 구조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도 없이 쓰러져 있습니다. 제 말이 틀린가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물론 저를 걱정해 주시는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팬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왜 제 팬이 되셨습니까? 제가 하와이에서 사람들을 구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야 물론······.”

“그러니까 상필 씨도 지금은 공항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을 구하셔야 합니다. 그분들을 구해주시는 게 바로 저를 구해주시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저는 지금 당장 그분들을 구하러 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상필 씨가 저를 대신해서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도 일단 병원에 들려서······.”

“어차피 제가 갈 곳도 병원입니다. 외삼촌이 입원한 병원이요. 그곳에서 삼촌을 뵙고 바로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그, 그럼 지금 바로 외삼촌분이 입원한 병원으로······.”

“거긴 강원도입니다.”

나는 딱 잘라서 말했다.

“그리고 여긴 인천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공항에 수많은 사람이 상필 씨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저 때문에 그중에 누구 하나라도 큰일이 난다면······ 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겁니다.”

나는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연기였다.

하지만 연기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기도 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스스로의 연기에 더 깊이 빠져 공감할 수 있었다.


[연기(4레벨)]

[설득(3레벨)]


눈앞에서 재능 알람이 끊임없이 깜빡거린다.

구급대원은 내 재능에 홀딱 넘어간 듯,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럼 그냥 여기서 내려주세요. 전철이나 버스 정류장 근처면 됩니다.”

구급차는 이미 영종대교를 넘어 육지를 달리고 있었다.

구급대원은 곧바로 운전석 쪽을 두드리며 신호를 보냈고, 나는 구급차가 멈춤과 동시에 밖으로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고해 주십시오! 사람을 구하는 순간에는 상필 씨도 저도 모두 같은 존재인 겁니다!”

“알겠습니다!”

구급대원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군인처럼 경례를 붙였다.

나는 멀어지는 구급차를 바라보며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디냐······.”

뒤를 돌아보자 ‘청라 국제 도시’라고 적힌 전철역이 보였다.

이름 한번 특이하다.

이런 역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라서 그런지, 꽤나 독특하고 미래적으로 느껴지는 이름이다.

하지만 역 주변은 황량했고, 근처에 보이는 거라곤 오직 강뿐이었으며, 나는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통비를 빌려달라고 할 걸 그랬나······.’

뒤늦게 깨닫고는 탄식했다.

하지만 먼저 깨달았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방금 그 상황에서 구급요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건 도저히 모양이 서지 않았을 테니까.

덕분에 지금 내가 가진 거라곤, 입국 심사실에서 챙겨온 여권과 임시 주민등록증뿐이었다.

‘어떻게 하지?’

나는 한동안 그곳에 멈춰선 채, 어떻게 하면 외삼촌이 입원해 있는 강원 대학병원까지 이동할지를 고민했다.

‘······그래. 일단 파출소를 찾자. 신분증을 보여주고 경위를 설명하면 교통비 정도는 빌려줄 거야.’

물론 근처에 파출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후아······.”

길게 한숨을 내쉬며, 나는 이름도 멋진 청라 국제도시 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진짜 난감하구나. 역 안에 들어가면 어쨌든 물어볼 곳이 있겠지······.’

그런데 그 순간.

끼이이익!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외제차 한 대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근처에 멈춰 섰다.

동시에 쫙 빠진 슈트를 입은 남자가 급하게 차에서 내리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심건 씨! 심건 씨 맞으시죠!”

“······.”

나는 살짝 긴장하며 남자를 살폈다.

나이는 40대 중반쯤 되었을까?

인상 자체는 꽤 날카롭지만, 어딘지 당황한 듯 얼빠진 표정이 대조적이었다.

‘정부 쪽에서 나온 사람인가? 그런 것 치고는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후······ 다행입니다. 구급차를 쫓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군요. 공항에서부터 따라오느라 엄청 고생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그럼 혹시 정부에서 보낸 리무진이라는 게······.”

“리무진? 그건 아닙니다. 정부 쪽 사람도 아니고요. 물론 관계가 아주 없진 않지만······ 우선 명함을 드려야겠군요.”

남자는 안도한 얼굴로 작은 케이스를 꺼내 명함을 내밀었다.

나는 사회인의 특성상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며 양 손으로 명함을 받았다.

“에······ ‘미래정보운영’······의 대표이사 김요환?”

“네. 김요환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는 엉겁결에 남자와 악수를 하며 물었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긴 한데······ 그런데 어떻게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아, 그전에 제가 건이 씨라고 불러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나이도 나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는데 말투가 무척 공손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편하게 부르세요. 저는 김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저야말로 어떻게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가장 먼저······.”

김 대표는 빠르게 주변을 살핀 다음 말을 이었다.

“전부 제가 꾸민 일입니다.”

“네?”

“건이 씨를 한국으로 귀환시키기 위해 제가 모든 일을 꾸몄습니다. 박 교수에게 연락한 것도 저고, 건이 씨의 SNS계정을 폭발적으로 퍼뜨린 것도 저고, 기사나 포털 반응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며 영향력을 끌어 올린 것도 저입니다.”

“······.”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람이었구나! 박 교수님의 뒤에 있던 배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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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4장. 즐거운 쇼핑(1) +19 18.06.30 21,109 461 15쪽
8 3장. 월드 히어로(3) +20 18.06.29 21,205 468 11쪽
7 3장. 월드 히어로(2) +30 18.06.28 21,297 508 11쪽
6 3장. 월드 히어로(1) +12 18.06.27 21,418 494 10쪽
5 2장. 그 비행기에서 벌어진 일들(2) +20 18.06.26 21,362 470 15쪽
4 2장. 그 비행기에서 벌어진 일들(1) +10 18.06.26 21,544 426 13쪽
3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3) +23 18.06.25 22,661 395 14쪽
2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2) +17 18.06.25 25,278 392 13쪽
1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1) +35 18.06.25 33,689 4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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