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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 님의 서재입니다.

재능 스토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8.06.25 14:47
최근연재일 :
2018.08.07 19:0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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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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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4
글자수 :
281,937

작성
18.08.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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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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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글자
18쪽

17장. 고객들(2)

DUMMY

* * *


“······만나서 반갑네.”

키신저는 담배를 쥔 손을 바꾸며 악수를 받아주었다.

“그쪽도 알고 있었나? 내가 스토어의 고객이라는 걸?”

“80% 정도는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가볍게 대답하며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80%는 개뿔! 꿈에서조차 상상도 못 했다고!’

물론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내가 가진 부족한 정보를 필사적으로 되짚으며 두뇌를 풀가동시켰다.

‘생각해! 어떻게든 생각해 내! 이 상황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넘길 이야기를!’

“그것도 대단하군.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나?”

키신저가 담배를 한 모금 머금으며 물었다. 나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왼손에 쥔 담배를 가볍게 돌리며 대답했다.

“물론 거래했을 때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까지밖에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뜸을 들이는 척 헛기침을 하며 눈앞에 깜빡이는 재능 알람을 응시했다.


[추리(3레벨)]

[연기(4레벨)]

[설득(3레벨)]

[영웅(5레벨)]

[호감(5레벨)]


무시무시하다.

이것만 봐도 지금이 얼마나 극한의 위기 순간인지 자각할 수 있다.

심호흡을 하고 싶었지만, 상대에게 의심을 살까 봐 그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완전 재능 총 집합이구먼. 그런데 ‘영웅의 재능’은 왜 발동하고 있는 거지? 지금 상황에서 무슨 도움을 주고 있는 거야?’

“거래라니, 무슨 거래 말이지?”

“······그쪽 스토어에서 먼저 거래를 원하시지 않았습니까? 호감의 재능을 말이죠.”

나는 오래전에 루 사장이 했던 말을 가까스로 떠올렸다.


-담배와 교환 조건으로, 컨트롤 스토어에 ‘5레벨 호감의 재능’을 넘겼습니다.


이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지금부터 나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몇 배로 부풀려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때 컨트롤 스토어에서 담배를 넘기는 조건으로 5레벨 호감의 재능을 원했습니다. 제겐 아주 인상 깊은 거래였죠.”

물론 실제로는 아무런 인상도 받지 못했다.

그저 별생각 없이, 루 사장이 알아서 잘 거래하겠거니 하면서 대충 넘겼던 기억밖에 없다.

“흠, 뭐가 그렇게 인상 깊었나?”

키신저는 깍지 낀 주먹 위에 턱을 얹으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마지막 1초까지라도 그럴싸한 설명을 하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말을 아꼈다.

“대체 어떤 인간이 호감의 재능을 필요로 할까요? 그것도 5레벨을 원했다는 건 이미 4레벨까지는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인물······ 덕분에 처음에는 컨트롤 스토어의 고객은 영화배우나 가수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나중에는 아니라고 판단했지만요.”

“어째서?”

“영화배우나 가수는 ‘악한 카르마’를 대량으로 모으기 힘들 테니까요.”

여기까지 생각을 만들어 냈을 때,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한 가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능 스토어의 상품은 선한 카르마로만 구입할 수 있어. 반대로 테러리스트가 고객인 타임 스토어는 악한 카르마로 상품을 구입할 테고. 그래서 별생각 없이 컨트롤 스토어도 악한 카르마로만 상품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겠지. 스타들은 그저 긍정적인 영향만 끼칠 테니까. 물론 약간의 부정도 따라오겠지만.”

“그렇습니다. 하지만 컨트롤 스토어는 선한 카르마와 악한 카르마를 동시에 필요로 하죠. 그렇지 않습니까?”

“맞아. 그렇지.”

키신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도박이 성공했다고 판단하며 생각을 더욱 가속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선한 카르마와 악한 카르마를 동시에 대량으로 획득할 수 있으면서,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더 얻어야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굴까······ 결국 한 가지 직업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정치인 말인가?”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직업은 정치인밖에 없죠. 물론 제 연륜이 부족해서 또 다른 직업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겸손하군. 흐음······ 나도 그런 직업은 정치인밖에 떠오르지 않네. 정치하는 사람의 업보라고 할 수 있지.”

대통령은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뇌세포가 과부하로 타들어 가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대통령님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세상에 정치인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인천공항의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돌아간 해리스 요원의 보고가 대통령님의 귀에 들어갔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물론이네. 바로 보고를 받았지.”

“그리고 얼마 후에 외교부를 통해 제 방미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 일이 서로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제가 좋은 일을 했다 해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저 같은 외국인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이는 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흠······ 그렇게 들으니 정말 이상하군.”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끄덕였다.

“확실히 이상해. 내가 명령을 내린 당사자인데도 말이야.”

“미국 대통령은 ‘확신’을 가지고 있던 겁니다. 심건이라는 인간이 존을 해체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확신 말이죠. 그리고 그런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애초에 존이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하고 있으며, 어떤 인간이 존을 해체할 수 있는지도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고객.”

키신저는 단어 하나를 내뱉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게 바로 스토어의 고객이라는 거군. 자신과 똑같은. 그러니까 우린 만나기 전부터 서로의 행동을 통해 스토어의 고객이라는 걸 미리 파악하고 있던 거야.”

“물론 100% 확신한 건 아닙니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대통령이 아니라 백악관의 다른 핵심 참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결국, 최종 후보는 여기 계신 세 분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담배를 꺼낸 겁니다.”

나는 머리카락을 넘기는 것처럼 가장하며 관자놀이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대통령은 다시 한번 담배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컨트롤 담배를 꺼냈던 거군. 우리 셋 중에 진짜 고객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야.”

“진짜가 있다면 컨트롤에 걸리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다짜고짜 사용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죠. 그런데 대통령님께서 눈치 빠르게 제 손을 주시하신 바람에······.”

“그렇구먼. 제롬, 이 고지식한 사장 같으니라고.”

“네?”

“우리 쪽 스토어 사장 이름이 제롬이야.”

대통령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은 뭘 물어보기만 하면 허구한 날 ‘스토어 룰이라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알아내는 데만도 몇 년이나 걸렸어. 하지만 다른 스토어의 사장은 사실 이런저런 정보들을 막 알려주고 있던 거 아닌가? 우리 스토어가 선한 카르마와 악한 카르마를 동시에 사용해야 상품을 살 수 있는지 같은 것도?”

“그렇진 않습니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시다시피 스토어 룰은 고객이 특정한 행동을 하면 풀립니다. 저는 단지 그런 식으로 많은 룰을 해금해 왔을 뿐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몇 개 풀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허세를 부려서라도 있는 척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내가 즉석에서 지어내고 추리해 낸 이 모든 것들이 설득력 있게 느껴질 테니까.

“역시 하와이의 영웅답군. 단순히 정의감과 행동력만 넘치는 게 아니야. 하긴······ 스토어에서 평범한 인간을 고객으로 선발할 리가 없지.”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자네는, 내가 다른 스토어의 고객이라는 걸 대충 짐작했으면서도 초대에 응한 건가?”

“외교부를 통해서 정식으로 요청하셨으니까요. 저 같은 평범한 민간인이 감히 미국 대통령의 정식 요청을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까딱했다간 양국 간의 우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텐데요.”

“하하, 심각한 문제까지야.”

대통령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내가 대통령이란 자리를 악용해서 자네를 궁지에 몰아넣은 건 사실이야. 어지간해서는 거절할 수 없었겠지. 물론 그걸 노린 거고. 아무튼, 미안하네. 이 자리를 빌려서 사과하도록 하지.”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그렇다고 대통령님이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자네는 세계의 영웅이야. 그리고 나와 같은 스토어의 고객이지. 이제 겨우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시작부터 실례를 범한 것 같군.”

그 순간, 눈앞에 새로운 알람이 울렸다.


[인재(5레벨)]


‘설마?’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알람이었다.

하지만 깜빡거리던 알람은 약 5초 만에 다시 사라졌다. 나는 속으로 심호흡을 하며 머리를 굴렸다.

‘미국 대통령도 인재라고 이 재능으로 끌어들인 건가? 그런데 재능의 레벨이 부족해서 완전히 포섭되진 않은 거고?’

“정말 미안하네. 내 사과를 받아주겠나?”

“물론입니다.”

나는 고민하지 않고 1초 만에 대답했다.

“저야말로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걱정이 많았습니다. 같은 스토어의 고객을 상대로······ 대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난감했으니까요.”

“난감할 게 뭐 있나?”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당연히 좋은 관계를 맺으면 되지. 난 정말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어.”

“저와 만나는 걸 기다리셨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자네는 안 그렇나?”

대통령은 양팔을 쭉 펼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대체 누구에게 허심탄회하게 쏟아놓겠나! 참모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친구나 가족들에게도 미친놈 취급받기 딱 좋은 이야기지. 심지어 그럴 각오가 있어도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대통령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가 가진 고뇌를 파악하며 숨을 죽였다.

‘그렇구나. 이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처지야.’

“후우······ 갑갑해서 뭐라고 말도 못하겠구먼.”

대통령은 목구멍에서 차마 말이 안 나온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대신 대답해 줬다.

“대통령님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자기 능력을 고백할 수가 없군요. 고백한 순간 지금까지의 관계가 몽땅 부정당할 테니까요.”

“맞아. 자네는 이해해 주는군.”

순간 대통령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살짝 걷혔다.

컨트롤 담배.

정해진 시간 동안 모든 인간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

그렇다면 누구나 의심할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유가, 사실은 저 담배의 힘에 의해 조작된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난 절대적으로 고독하네. 가뜩이나 미국 대통령이란 자리가 세계에서 가장 고독한 자리인데도······ 나는 가족에게조차 내 진심을 털어놓을 수가 없어. 날 달래주는 건 오직 스카치와 담배뿐이지.”

대통령은 집무실 한구석에 놓인 위스키병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그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유감입니다. 대통령님.”

“그래. 나도 유감이야. 하지만 이 능력 덕분에 이 자리에 올랐고, 부족한 내가 그럭저럭 세계 최강의 대국을 이끌어가고 있네. 거기에 소박한 꿈도 있지.”

“꿈이요?”

“난 임기 중에 이 세상에 큰 업적을 하나 남기고 싶네. 모든 정치인 은 그런 꿈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그런 의미에서 자네에게 제안을 하나 할까 하는데······.”

대통령은 분위기를 바꿔 반짝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미스터 심. 혹시 미국으로 귀화할 생각 없나?”

“네?”

“자네는 내가 감춘 비밀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야. 물론 나도 자네에게 있어 마찬가지고. 만약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정말 멋진 일들을 해나갈 수 있겠지. 내가 가진 이 ‘담배’의 힘과.”

대통령은 담배로 내 몸을 가리키며 강조했다.

“자네가 가진 그 특별한 ‘재능’을 더하면 태양 아래 무적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물론입니다.”

나는 숨을 멈추며 생각에 몰두했다.

‘설마 면전에 대고 이런 제안을 해올 줄은······ 어떻게 하지?’

정확히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고 거절할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물론 대통령의 제안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단칼에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의 숨은 고충을 이해했다 해도, 정작 이 대통령이 어떤 인물이며, 실제로 컨트롤 담배를 사용해 무슨 짓을 저질러 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당장 지금 상황만 봐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 거리낌도 없이 담배를 사용했어. 지금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을 마음대로 컨트롤해 온 걸까?’

물론 그전에 근본적으로, 나는 미국에 귀화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다.

군대를 다녀오기 전이었다면 꽤나 고민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한국을 버린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정면 승부였다. 대통령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양 손바닥을 펼쳤다.

“왜지? 자네는 그렇게까지 고국을 사랑하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뭐?”

“저는 특별히 한국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만이 많은 편이죠. 여러 가지로 끔찍하고 뒤틀려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게 저니까요.”

직접 말해놓고도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대통령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장광설을 풀어나갔다.

“저는······ 어렸을 때 한국에서 가족을 잃었습니다. 야구선수를 꿈꿨지만 팔이 고장 나서 포기해야 했죠. 대학교에 들어가고, 정말 가기 싫었지만, 군대에 다녀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합리한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억울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결국 전부 납득하고 살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이젠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모든 일이 바로 저니까요.”

“그런······.”

“인제 와서는 억울해서라도 포기하기 싫습니다. 저는 한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버티고 살아남고 여기까지 자리 잡은 저 스스로가 자랑스럽습니다. 상처뿐이라고 해도 훈장은 훈장이죠. 그래서 대통령님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그 순간에조차, 내 눈앞에는 여전히 몇 개의 재능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연기(5레벨)]

[설득(4레벨)]

[호감(5레벨)]


뭔가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방금 내 말은, 대체 어디서부터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연기였을까?

대통령은 내 발언에 설득이 되었을까?

덕분에 더 큰 호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

이젠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일단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럴싸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았을 뿐이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너무 혹사시키고 연기에 과몰입한 덕분에 눈앞에 별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위험해. 이젠 한계야. 더 이상 뭔가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아. 그런데 왠지 연기랑 설득의 레벨이 오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역사군.”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무 무리한 제안을 했군. 알겠네. 인간에겐 역사가 중요하지. 미안하네. 결코, 자네의 역사를 부정하려고 했던 건 아니야.”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다행히 먹힌 모양이다. 나는 정중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꼭 국적이 같아야 협력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통령님을 도울 수 있고, 대통령님 역시 저를 위해 많은 일을 해주실 수 있습니다.”

“말만 하게. 내가 자네를 위해 무슨 일을 해줄 수 있을까?”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마스크’라 불리는 테러 조직을 한시라도 빨리 소탕해야 합니다.”

“마스크?”

순간 대통령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건 부탁할 필요도 없네. 나야말로 누구보다 그놈들을 박멸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니까. 벌써 그놈들을 소탕하기 위해 테러 대책 부서에 특별 예산을 통과시켰네. 무려 1억 2천만 달러의 예산이지.”

‘그 돈으로 충분합니까? 심건 케어의 예산도 1억 달러는 되는데요?’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속으로 꾹꾹 집어 눌렀다.

어차피 컨트롤 담배가 통하지 않는 이상, 대통령에게 이 이상의 요구나 압박을 한다는 건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더 이상 깊이 파고드는 건 내 머리가 견디지 못한다.

나는 정신적으로 탈진한 기분을 느꼈다. 일단은 대통령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맞장구를 쳐주며, 어떻게든 ‘협상’의 순간까지 제정신이 회복되기만을 기원했다.





(17장 끝)


작가의말

육감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날도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포포나무님도 후원 감사드립니다. 요즘 같은때는 어디 밖에 나가기도 무섭네요.


날씨가 정말 끔찍하게 덥네요. 날도 덥고 고민도 많은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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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3장. 월드 히어로(3) +20 18.06.29 21,205 468 11쪽
7 3장. 월드 히어로(2) +30 18.06.28 21,297 508 11쪽
6 3장. 월드 히어로(1) +12 18.06.27 21,418 494 10쪽
5 2장. 그 비행기에서 벌어진 일들(2) +20 18.06.26 21,363 470 15쪽
4 2장. 그 비행기에서 벌어진 일들(1) +10 18.06.26 21,544 426 13쪽
3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3) +23 18.06.25 22,661 395 14쪽
2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2) +17 18.06.25 25,279 392 13쪽
1 1장. 재능 스토어에 어서 오세요(1) +35 18.06.25 33,689 4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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