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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6,158
추천수 :
521
글자수 :
892,307

작성
24.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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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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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고블린 헌터라는 별명(3)

DUMMY

전날 저녁, 게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인벤토리 주머니에서 몰래몰래 빼돌린 오크의 고기를 손질하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아, 유도진 헌터? 하하하! 나입니다. 일광 길드의 길드장, 염세훈.

“아··· 네. 안녕하세요. 길드장님.”


일광 길드의 길드장이 갑자기 왜지? 혹시, 오늘 있었던 강한주와의 싸움 때문인가?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그의 전화에 대응했다.


- 다름이 아니라, 오늘 활약이 그렇게 좋았다길래 전화 좀 했네!


일단, 목소리는 한껏 기쁜 모양이었다.


적어도 나를 꾸짖기 위한 목소리는 아니라는 듯이.


“아, 네. 오늘··· 좀 재밌었습니다! 아예 모르는 분들이랑 호흡을 맞춘다는 게···!”

- 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A급 두 명의 환상의 호흡이라니···. 다들 어찌나 상기됐는지, 하루 종일 떠들었다네.


A급 두 명의 환상의 호흡이요? 환장 아니고요?


아니, 애초에 그분은 숨소리 하나도 새어 나갈까 두려워했는데요?


“아··· 그랬나요? 혹시 강한주 헌터님께선 뭐라 안 하던가요?”

- 하하하! 당연히 뭐라 했지! 아주 좋다고 했네!

“그래서··· 혹시··· 어떤 일 때문에··· 연락해 주셨을까요?”


계속 빙빙 돌기만 하면 끝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나는 그의 말을 끊곤 본론으로 들어갔다.


- 아! 바쁠 텐데, 내가 말이 너무 많았네. 우리 쪽에 D급 게이트 두 개가 더 있는데 좀 더 도와주게!


······예? 안 될걸요? 그분이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길드장인 염세훈은 그저 호탕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 제가 가도 되는 거 맞나요? 혹시 다른 길드원들이 뭐라고는 안 했어요?”

- 어? 안 했네만! 오히려 오늘 자네와 같이 갔다 온 친구들이 모두 자네와 함께하고 싶다고 하더군!

“그··· 강한주 헌터님은요?”

- 뭐, 그 친구 마음은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하하하. 같이 호흡도 맞춰봤는데.


아니. 그 호흡이라는 거, 진짜 숨결 1도 안 닿았는데요.


- 아무튼, 그런 걸로 알 테니까 내일 바로 헌터 협회 가서 일광 길드로 용병 신청서 넣어두게!

“저기···.”

- 그럼 그런 걸로 알겠네! 내일모레 봅세!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는 건··· 무슨 게임 NPC냐고.


“후···. 이제부터 힘써야 하는데··· 벌써부터 힘이 빠지네.”


욕실 바닥에 내려둔 오크 고기를 이리저리 절단하기도 전에 힘이 빠졌다.


“근데··· 용병 신청서는 어떻게 쓰는 거지?”


한창 오크 고기를 손질하여 꼬치에 끼우던 찰나, ‘용병 신청서’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전 헌터 커뮤니티에서 하던 것처럼 따로 신청하는 게 아닌가?


‘아, 그럼 헌터 커뮤니티에 용병 신청 넣으라고 했겠구나···.’


그럼 용병 신청서는 뭐지.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핸드폰만 열어도 지금 물음의 해답을 줄 사람은 여러 명 있었으니까.


“지금··· 준혁이는 바쁘려나. 그럼··· 비암은?”


두 사람 사이에 고민하던 내 손은 이내, 비암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 여보세요?

“비암, 뭐해?”

- 저, 지금 잠깐 옷 갈아입으러 집에 들렀어요. 내일 오후에 또 출장이라··· 어휴, 이것저것 할 게 진짜 많아요.

“아 그래? 바쁘면 나중에 전화 걸까?”

- 아뇨. 지금이 제일 한가할걸요? 왜요? 혹시···!! 인벤토리 주머니 잃어버렸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비암의 물음에 나는 방금 전까지 일광 길드의 염세훈과 통화했던 내용을 털어놓았다.


- 아, 용병 신청서요? 그거··· 헌터 협회에 가면 뗄 수 있거든요? 그건 ‘내가 이 기간 동안 이 길드에 용병을 지원하겠다.’라는 걸 약속하는 서류라고 해야 하나.


다른 말로는 ‘임시직 입사 지원서’ 같은 느낌이었다.


해당 기간 동안은 다른 길드의 용병 일을 받지 못하지만, 그 기간 동안 100%의 정산 비용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는 시스템이었다.


- 최소 단위 1주일인데··· 괜찮아요?

“어?”

- 형··· 모레 창화 길드 용병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오늘 하루가 워낙 스펙타클하게 흘러간 탓에, 잠시나마 창화 길드를 잊고 있었다.


“그렇네···? 근데··· 좀 더 뭔가··· 보고 싶은 게 있는데.”

- 네? 뭘요?

“오늘 되게 같잖은 헌터를 봤거든···. 나 헌터 등급 측정하러 갔을 때, 직원한테 폭언했던 강한주라는 헌터.”

- 아··· 네. 그 헌터가 왜요?


다른 길드원들을 하대하고, 위협을 가했던 점, 그리고 오크 게이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그에게 전달했다.


- 엥? 그거 완전 미x 새x 아니에요? 아··· 죄송해요!

“아냐. 나도 완벽하게 똑같은 생각을 했거든. 저런 사람이 헌터 일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 말에 비암은 잠시, 뭔가 재밌는 생각이 있다며 말을 멈추었다.


- 우리 길드, 노는 인원이 몇 명 있긴 하거든요? 그 친구들을 창화로 보낼게요!

“응?”


비암의 계획은 ‘아예 강한주를 헌터 사회에서 쫓아내자.’였다.


마침, 적당히 강한주를 견제할 만한 사람도 나타났고, 길드원들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를 진짜 빡치게 할 수 있을 거라 덧붙이기도 했다.


- 극도의 분노 상태에서 강한주가 자기 이성마저 컨트롤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형이 사람들을 구해주는 거예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러다가 사람이 다치면?”

- 안 다치게 할 수 있잖아요. 형 스킬 중에 잠시 적을 묶는 스킬도 있고.


그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남을 깎아내리면서까지 내가 그 유명세를 차지할 필요가 있을까.


단지 그에 대한 고민이었다.


- 다른 사람들이 다칠까 봐 걱정되는 거예요?

“그렇지.”

- 근데 봐요. 형이 그 사람을 끌어내지 않으면 그 길드원들은 더 다쳐요. 언젠가 목에 정말 칼이 꽂힐 거라고요.


비암의 설득 끝에 용병 신청서를 작성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상황에서 누군가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강한주였으니까.


- 강하게 나가요! 상대방이 싸가지 없으면 형도 그렇게 해요! 일단 내일 오전에 나 한가하니까, 그때 헌터 협회에 같이 가요.


비암은 한 번 더 내게 조언을 건넨 뒤 전화를 끊었다.



* * *



그리고 그다음 날, 집으로 데리러 온 비암의 차를 얻어 타고 헌터 협회로 향했다.


S급과 함께 이동하니, 차량도 발레파킹 해주고, 헌터 협회의 뒷문을 이용하는 특권까지 받을 수 있었다.


“S급이 한 번 뜰 때마다 장난 아니거든요. 그래서 S급들은 보통 뒷문을 많이 이용해요. 물론··· 이것도 아는 기자들, 길드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비암을 따라 들어간 헌터 협회, 나는 곧장 로비로 향해 용병 신청서를 작성했다.


용병 신청서를 ‘길드 관리 부서’에 전달한 뒤, 로비로 이동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씨x! 또 왜!”

“그게··· 소견서에 적힌 대로 말씀드리자면··· 공격이 너무 획일화되어 있고··· ‘자연 치유’에만 너무 믿고 의존하는 것 같다고···.”

“x발! 그럼, 니 새x같으면 자연 치유가···. 어? 니 새x 저번에 그 새x지?”


여전히 화가 많은 남자, 강한주였다.


그는 또 등급 재심사를 받았지만, 등급이 그대로인지 또 안내원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이야···. 어떻게 변한 게 하나도 없을까요. 강한주 헌터님?”


비암과 함께 카운터로 가니, 강한주가 우리를 발견하곤 잡고 있던 안내원의 멱살을 놓았다.


“너는 씨x! 왜 여기서 나타나는데!”

“아, 저요? 길드 부서에 용병 신청서 제출하러 왔죠. ‘일광 길드’에요.”


내 말에 강한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

“어제 집에 갔는데··· 일광 길드장님께서 저한테 용병 신청서 써서 내라고 하셨거든요.”


그러자 강한주의 두 손이 이번에는 내 멱살을 잡았다.


비암이 그 손을 제재하려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행동을 말렸다.


이건 내 일이었으니까.


내가 해결할 일이었다.


“또 S급까지 올라가고 싶으셨어요? 근데 실패했나 봐요?”

“이 새x가! 너 내가 눈에 띄지 말라고 했지?”

“아, 했죠. 근데···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


어릴 때부터 ‘그건’ 나름 잘 해왔다고 생각했다.


남을 어떻게 하면 가장 빡치게 만들 수 있는가.


나는 과거, 비암이 강한주에게 했던 것처럼,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뒤, 씨익 웃어 보였다.


“심사 결과에 만족 못 하시겠으면 저랑 한번 대결해 보실래요? 저 그래도 S급한테 촉망받는 인재로 통하거든요.”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방법 첫 번째. 그의 부끄러운 과거를 자극할 것.


물론, 실제로도 강한주 정도면 충분히 내 선에서 처리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공격형 스킬은 전혀 없으며, 일반 공격으로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이야길 이미 길드원들에게 들은 상황이었으니까.


“뭐? 이 새x가! 뚫린 입이라고 잘도 나불거리···.”


그가 한 마디 덧붙이려던 찰나, 나는 그가 쥐고 있던 멱살을 한 손으로 가볍게 풀었다.


“뭐야? 저기 싸우나 봐?”

“대박···. 어? 저 사람 일광 길드 사람이잖아?”

“앞은 누구야? 비암 옆에 있는 사람.”

“몰라? 제일 길드 사람인가?”


서서히 사람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비암은 그쯤 하면 됐다며 나와 강한주 사이에 끼어들었다.


“거기까지 해요. 두 분.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비암은 내겐 온화한 표정을, 강한주에겐 적의를 드러내었다.


“어차피 1주일 동안은 일광 길드 전담 용병이 될 테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시x···!”


비암의 제재에 나는 마지막 도발을 그에게 날렸다.


그는 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뒤를 돌아 헌터 협회를 빠져나갔다.



* * *



“씨x··· 씨x···. 씨x!!!!!”


저 새x가 왜 여기 있는 거지? 그것보다 왜··· 일광 길드에서 저 새x를 부른 거지? 염세훈 그 새x가···!


분노하며 헌터 협회를 빠져나온 강한주.


그는 곧장 길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우리 한주 무슨 일이야!

“길드장님. 혹시, 유도진 헌터··· 길드장님이 부르셨습니까?”

- 어! 당연하지! 너랑 그 친구랑 그렇게 잘 맞는다며! 왜? 벌써부터 두근거려?


전혀 상황을 모르고 그저 해맑은 염세훈의 말에 강한주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때 한 번 더, 강한주를 화나게 만드는 멘트가 염세훈의 입에서 내뱉어졌다.


- 그래. 그러니까 내일 D급 게이트 준비해. 킹뱃이니까 쉽게 잡을 수 있을 거야!

“예? 제가요?”


근접 공격만을 하던 헌터.


그가 ‘박쥐’형 몬스터인 ‘킹뱃’을 잡는 방법이··· 도대체 무엇일까.


“아니 길드장님은 저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뭔··· 킹뱃이고 나발이고··· 하···.”


강한주는 신경질적으로 대꾸하더니, 이내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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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강한주를 죽인 자(3) +1 24.03.25 76 4 11쪽
63 강한주를 죽인 자(2) 24.03.24 76 4 11쪽
62 강한주를 죽인 자(1) 24.03.23 82 4 12쪽
61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24.03.22 86 3 13쪽
60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3) 24.03.21 94 5 13쪽
59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2) 24.03.20 92 4 11쪽
58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1) 24.03.19 94 4 14쪽
57 성동구를 사수하라(4) 24.03.18 88 4 14쪽
56 성동구를 사수하라(3) 24.03.17 91 4 14쪽
55 성동구를 사수하라(2) +1 24.03.16 101 4 13쪽
54 성동구를 사수하라(1) 24.03.15 96 4 12쪽
53 출격! 도마뱀즈!(?)(5) 24.03.14 93 4 13쪽
52 출격! 도마뱀즈!(?)(4) 24.03.13 99 4 13쪽
51 출격! 도마뱀즈!(?)(3) 24.03.12 113 4 14쪽
50 출격! 도마뱀즈!(?)(2) 24.03.11 104 3 15쪽
49 출격! 도마뱀즈!(?)(1) 24.03.10 106 4 14쪽
48 샐러맨더 한 마리(4) 24.03.09 107 2 13쪽
47 샐러맨더 한 마리(3) 24.03.08 105 2 15쪽
46 샐러맨더 한 마리(2) 24.03.07 109 3 16쪽
45 샐러맨더 한 마리(1) 24.03.06 116 2 13쪽
44 게이트를 열어라(4) 24.03.05 122 2 15쪽
43 게이트를 열어라(3) 24.03.04 121 3 13쪽
42 게이트를 열어라(2) 24.03.03 123 2 14쪽
41 게이트를 열어라(1) +1 24.03.02 134 3 13쪽
40 샐러맨더 게이트(3) 24.03.01 142 3 13쪽
39 샐러맨더 게이트(2) 24.02.29 140 4 13쪽
38 샐러맨더 게이트(1) 24.02.28 145 5 13쪽
37 새로운 무기(3) 24.02.27 153 4 13쪽
36 새로운 무기(2) 24.02.26 15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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