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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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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9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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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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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샐러맨더 한 마리(1)

DUMMY

“망고랑 자몽이 전용 힐링 캡슐이 있긴 한데요. 간혹 힐링 캡슐로도 치료가 안 되는 곳은 치료 계열 헌터한테 도움을 받기도 해요.”

“그렇지만 아픈 와중에 여기까지 와야 하는 건 비효율적인데?”

“긴급 차량에 힐링 캡슐 두 개 있어요. 여기서는 좀 더 정밀 검사가 가능하지만, 차량에서는 현장에서도 긴급 치료가 가능해요.”


이전에 망고와 자몽이 있는 연구 시설에서 소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소희한테 이 상황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오빠, 도마뱀들은 왜 이렇게 귀여운 걸까요. 세상에 나쁜 도마뱀이 있을까요?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서?”


소희가 한 말은 우리 세계를 한정 지어 말한 거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믿을 만한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나는 당장 살려야 하는 샐러맨더들이 있었으니까.


서둘러 핸드폰을 들었다.


- 여보세요?

“어··· 소희야. 혹시··· 주변에 누구 있니?”

- 네? 아뇨. 혼자긴 해요.

“그럼··· 혹시··· 도마뱀들 구급 차량··· 좀 보내줄 수 있을까?”

- 네? 구급 차량은··· 혹시, 다른 각성한 도마뱀인가요? 다쳤어요? 어디예요?


내 한마디에 소희는 금방이라도 출발할 것처럼 말을 띄웠다.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좋은 태도였다.


“대신··· 혼자 와. 아니, 혼자 힘들면··· 너만큼이나 도마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 무슨 일인데요?

“오면 말해줄게···. 최대한 빨리 와줘. 도마뱀들 치료하는 비용은 낼게···.”

- 일단은 알겠어요, 오빠. 금방 갈게요. 지도 보내줘요.


그녀는 곧장 출발하려는지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녀의 핸드폰에 사찰의 밑에 있는 주차장의 지도를 보냈다.


“사악! 사아아악···. (리토, 드라코 업고 주차장으로 가자.)”

- 사악! (네!)


그리고 나는 큰 덩치의 샐러맨더 ‘빅스’를 업었다.


빅스 역시, 생각보다 외상이 깊었는지, 대피하고 나서부터 계속 얕은 숨을 쉬고 있었다고 했다.


나와 리토는 샐러맨더들을 업고 빠르게 이동해 주차장에 내려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장으로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 메엥···!

- 모오옹···?


버스 문이 열리자,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두 마리의 도마뱀.


망고와 자몽이 소희를 따라온 것이었다.


“아, 잠깐만···. 제대로 멈추고 내리라고···.”


뒤이어 대충 주차를 마친 소희가 버스에서 내렸고, 바닥에 누워있는 두 마리의 샐러맨더를 발견했다. 그리고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폭 운전도 이런 난폭 운전이 없군요. 저를 좀 살살 다뤄주세··· 이건 또 무슨 일이죠? 제가 밤을 새워서 헛것을 보는 건가요?”


그리고 한참 뒤에 문에서 내리는 한 여성.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연구실에서 끌려온 것인지, 아직까지 의사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도마뱀이라고요! 다른 세계의 도마뱀이요!”

“소희 씨, 저건 샐러맨더라는 몬스터예요.”

“그건 알죠···.”


아무래도 소희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며 데려온 연구원 같았다.


“이 두 마리··· 지금 생명이 매우 위독해요···. 치료가 필요합니다···.”


내 말에 그녀는 드라코와 빅스를 바라보았다.


두 마리는 망고와 자몽에게 둘러싸여 기다란 혀로 상처를 케어 받고 있었다.


- 메엥··· 멩··· 메엥···.

- 모오옹···. 몽···.


그 장면을 보던 의사는 잠시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몬스터를 죽여도 모자랄 헌터가 몬스터를 살려 달라뇨···. 신기하군요.”

“부탁드릴게요. 제··· 동료들입니다.”


내 말에 소희도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 숙인 내 옆에 서서 같이 고개를 숙였다.


“저도 부탁드릴게요.”


어쩌면 무례했을 수도, 무리일 수도 있는 내 부탁에 의사는 한숨을 내뱉었다.


“나중에 저 애들이 깨어나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드라코, 빅스를 치료만 해주세요···.”

“나중에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하셔야 할 겁니다.”

“···네.”


그녀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 드라코와 빅스를 버스 안에 있는 치료 캡슐에 집어넣었다.


“자몽이나 망고는 평소 관심이 있던 동물이라 제가 돌보는 데에 문제는 없었지만···. 이 녀석들은 저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데려온 두 마리의 샐러맨더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끝에서 빛을 스멀스멀 만들어 내더니, 그 빛의 무리는 두 마리에게 흩어지며 스며들었다.



* * *



이선주.


그녀는 본래 ‘헌터스’라는 사설 기업에서 일하던 의사였다.


사설 기업 소속의 헌터들이 다쳐서 돌아오면 그들을 치료해 주는 의사.


그리고 이따금 수상한 인체 실험을 도와주기도 했다.


선주는 늘 야근에 찌들어 있는 수면 부족의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의 힐링을 책임져 주던 것은 다름 아닌 ‘도마뱀’ 영상들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엉뚱하고도 귀여운 표정과 바쁘게 사는 자기와는 달리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까지.


선주는 그렇게 도마뱀에게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국내 최초로 ‘각성 동물’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것은 소희가 키우던 도마뱀, 망고와 자몽이었고 선주는 곧바로 퇴사를 결심한다.


그리고는 도마뱀이 있는 연구시설로 직장을 옮긴다.


그러면서 선주는 마냥 아무 생각도 없을 줄 알았던 도마뱀들의 삶에는 나름의 패턴도 있고, 생각도 있음을 깨닫는다.


물론 그곳에 갔다고 해서 수면 부족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도마뱀은 새벽에도 잘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다. 정말 자기 멋대로 잠을 청했기에, 선주는 이대론 정말 과로사로 죽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대뜸 그녀가 각성을 해버렸다.


그것도 치유계, 공격계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각성 능력으로.


물론, 도마뱀들을 케어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능력이었다.


동물들에게 치료 극대화 버프를 걸어줄 뿐 아니라, 자신의 마력을 대상의 몸에 흘려 넣어 내상의 위치와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었으니까.


치료는 케어 머신이 하되, 자세한 상처 부위는 그녀가 찾아내는 조합.


현대의 치료 기구가 동물들의 내상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 선주는 이미 오전에 두 마리의 도마뱀 케어를 마쳤다.


“하···. 오늘 낮은 좀 한가하네···. 좀 자야겠다.”


그러나 말과는 상반되게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커피였다.


그러던 그때, 소희가 숨을 헐떡이며 선주를 찾았다.


“빨리!!”


선주는 한숨을 폭 내쉬며 생각했다.


‘나 방금··· 플래그를 세웠구나.’


그렇게 커피를 책상에 그대로 놔두고 소희를 따라나선 선주였다.


소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아차산의 한 사찰 주차장.


그곳에는 처음 보는 도마뱀, 아니 샐러맨더들이 쓰러져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들이 휴식을 방해했다는 짜증과 더불어 몬스터가 언제 눈을 뜨고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는 원래 그런 놈들이니까.’


그러나 선주는 쓰러진 샐러맨더들의 모습에서 자몽과 망고의 얼굴이 자꾸만 비춰 보였다.


결국,


‘나는··· 하란 대로 하라는 것뿐이야···. 그래야 편해지니까···.’


언제 또 샐러맨더를 조사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하는 그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연구와 치료에 대한 마음이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라니···. 샘플이 늘어나는 건 언제나 짜릿하지.’


그녀는 늘어진 가운의 양팔을 걷고는 즉시 치료 모드에 돌입했다.



* * *



“오빠,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


의사가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나와 소희를 버스 밖으로 내보냈다.


그때, 소희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게··· 게이트 안에서 친해진··· 몬스터들이야.”

“에···?”


대부분은 저런 반응이겠지. 아니, 저런 반응은 약과일 게 분명했다.


과거 잠깐 스쳤던 운명 길드의 길드장인 ‘윤혜성’도, ‘비암’도 몬스터라면 극도로 혐오하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샐러맨더들은··· 좀··· 귀여운 편에 속하는 몬스터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샐러맨더들을 보니까 망고 생각이 나서, 제대로 공격도 못 했고···.”

< 그 대신 잡아먹지 않았는가. >


······곰이 대화창에 띄운 말은 이미 몇 번이고 들어 온 말이었기에 가볍게 무시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공격을 안 하니까, 저 아이들도 공격을 안 하더라고.”

“그럼··· 게이트는 어떻게 닫았어요?”

“저 아이들··· 보스를 무서워하더라고. 그래서 보스만 무찔렀지.”

“아··· 그래도 돼요?”

“아무래도 강제 징용된 몬스터들 같았어. 싸우고 싶지 않은···.”


내 말에 소희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상황이 조용해지자, 멀리서 무언가가 슬금슬금 걸어왔다.


‘아니, 아니, 지금 아니야. 지금 오지 마.’


하지만 내 마음을 알지 못하는 ‘눈치 없는’ 리토는 결국 우리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왔다.


- 사아악, 사아악. (좋은 냄새가 난다. 저거 도마뱀인가?)

- 스윽, 사아악, 삭. (사람처럼 생긴 도마뱀이 어딨어! 뭐야, 리토 어디가!)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희의 앞에 배를 까고 드러누웠다.


- 사악. 사아아악. (아, 기분 좋다. 많이 쓰다듬어 본 솜씨인데?)


소희도 무심코 그것의 배를 문지르다가 이내, 상황이 파악되었는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

“아···. 괜찮아. 안 물어. 하던 거 계속 해.”

“전··· 당연히 망고인 줄 알고 쓰다듬··· 네? 계속해도 돼요?”

“응···.”


제발 더 이상 상황이 커지지 말자는 마음만 가득했는데, 소희의 손에 쓰다듬어지고 있는 리토를 발견한 다른 새끼 샐러맨더들이 하나둘 우리 주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방금 리토를 쓰다듬은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드라코와 빅스를 치료해 주고 있으니, 소희를 착한 인간으로 인식한 모양이다.


‘아니면, 도마뱀들이 인정한 인간 츄르일 수도.’


하지만 곧바로, 나는 내 나름대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샐러맨더들과 말이 통하는 걸 감춰야 하나, 샐러맨더들이 더 있다는 걸 감춰야 하나···.’


이내, 결정한 것은···.


“오빠? 도대체 샐러맨더들이 몇 마리에요···.”

“미안···.”

“게이트가 닫혔다면서요.”


나는 소희에게 솔직하게 오늘 일어난 일들만을 말해주었다.


강제 징용을 당했던 아이들이 또다시 게이트를 통해 넘어왔고 이대로 돌아가면 죽은 목숨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헉···. 그럼 얘네는 이제 여기 사는 거예요?”

“아냐···! 조만간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지!”

“네? 좋은··· 곳이요?”

“아니, 아니. 얘들이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곳 말이야.”

“아, 놀랐잖아요.”


그러나 왜인지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나저나, 지금 일하는 시간 아니야?”

“도마뱀이 아프다는 소리에 반차 썼어요.”

“도마뱀에··· 진심이구나.”

“괜찮아요. 어차피 다음 주부터 출장이라, 아! 오빠한테 이거 말해주려 했는데, 마침 잘 만났네요!”


그녀가 미리 말해뒀던 출장 일정이 정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은 즉, 도마뱀 두 마리와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인벤토리 주머니라도 다시 빌려야 하나. 아니지, 게이트가 만들어지면··· 인벤토리 주머니는 필요 없지 않을까?’

< 그 커다란 마력석을 등에 메고 다니려는 것이냐. >


내 기상천외한 생각에 딴지를 거는 건 역시나 곰의 몫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다음 주에 우리 애들 좀 잘 부탁드려요!”

“당연하지. 일단··· 저 애들이 건강해져야 내 마음이 놓일 텐데···.”

“에이, 그래도 선주 선생님이 연구소에서 가장 유능한 의사니까요. 괜찮을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왜냐,


그 불안감은 다른 곳에서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망고와 자몽, 드라코와 다른 샐러맨더들을 합쳐서 저는

‘도마뱀즈’라고 부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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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강한주를 죽인 자(3) +1 24.03.25 75 4 11쪽
63 강한주를 죽인 자(2) 24.03.24 75 4 11쪽
62 강한주를 죽인 자(1) 24.03.23 82 4 12쪽
61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4) 24.03.22 84 3 13쪽
60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3) 24.03.21 93 5 13쪽
59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2) 24.03.20 92 4 11쪽
58 실력을 감추고 있는 헌터(1) 24.03.19 94 4 14쪽
57 성동구를 사수하라(4) 24.03.18 88 4 14쪽
56 성동구를 사수하라(3) 24.03.17 90 4 14쪽
55 성동구를 사수하라(2) +1 24.03.16 100 4 13쪽
54 성동구를 사수하라(1) 24.03.15 94 4 12쪽
53 출격! 도마뱀즈!(?)(5) 24.03.14 93 4 13쪽
52 출격! 도마뱀즈!(?)(4) 24.03.13 98 4 13쪽
51 출격! 도마뱀즈!(?)(3) 24.03.12 112 4 14쪽
50 출격! 도마뱀즈!(?)(2) 24.03.11 102 3 15쪽
49 출격! 도마뱀즈!(?)(1) 24.03.10 106 4 14쪽
48 샐러맨더 한 마리(4) 24.03.09 107 2 13쪽
47 샐러맨더 한 마리(3) 24.03.08 104 2 15쪽
46 샐러맨더 한 마리(2) 24.03.07 108 3 16쪽
» 샐러맨더 한 마리(1) 24.03.06 115 2 13쪽
44 게이트를 열어라(4) 24.03.05 122 2 15쪽
43 게이트를 열어라(3) 24.03.04 121 3 13쪽
42 게이트를 열어라(2) 24.03.03 123 2 14쪽
41 게이트를 열어라(1) +1 24.03.02 132 3 13쪽
40 샐러맨더 게이트(3) 24.03.01 141 3 13쪽
39 샐러맨더 게이트(2) 24.02.29 140 4 13쪽
38 샐러맨더 게이트(1) 24.02.28 144 5 13쪽
37 새로운 무기(3) 24.02.27 15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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