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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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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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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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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88화 : 곰의 출현

DUMMY

제 88화. 곰의 출현


“큭큭큭큭, 분위기 보니까 또 엄청 깨지던 것 같던데?”

“그렇기야 했죠.”

“근데 표정은 좋아 보인다?”

“이런 혼란이야말로 우리에게는 더더욱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잘 아시면서 그러시는군요.”


이 곳은 제이프 제국, 재상 켄퍼의 집무실 이였고,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은 켄퍼와 그루퍼였다.

켄퍼는 그루퍼의 말대로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 때문에 황제에게 대판 깨지고(?) 집무실로 복귀한 상태였다.


“그건 그렇고, 오늘 황제의 낯빛은 어때보였어?”

“평소보다 조금 더 어둡긴 하더군요. 사일라나 차인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뭐? 푸하하하하. 너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그 자는 마왕 암티라스야. 고작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그런다고? 천만에 말씀이지.”


그루퍼는 과장스럽게 배를 잡으며 웃는 시늉을 했다.


“그럼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사일라 자치령의 자치총독이 죽었다지?”

“그렇습니다. 사일라의 왕자 출신인데, 말을 잘 들어 개로 키워 사용했었습니다만, 아쉽게 되었군요.”

“거기에 암티라스가 귀족의 씨앗을 심어놓았던가 보더군. 그리고 분명 그 시기에 맞추어 엄청난 마기가 생성되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발아를 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켄퍼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럼 우리에겐 더 힘들어 진 것이 아닙니까? 귀족이 부활할수록 황제의 힘이 되돌아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아. 근데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 마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거든. 다시 씨앗으로 돌아갔다는 거겠지.”

“철혈단의 발표 중, 글로리아 마스터 헬리윤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만······. 그럼 그 자에 의해 부활했던 귀족이 다시 영면을 맞았다고 봐야겠군요.”


켄퍼는 다시 안색이 좋아졌다.

이렇게 보면 그도 참 쉬운 사람이었다.


“감탄스럽긴 하네. 그 마기는 분명 넥스에 것이었거든. 넥스는 인간 따위에게 당할만한 녀석은 아닌데 말이야. 어쨌든, 넥스가 부활했다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황제는 진이 빠져 버렸을 거야. 타격도 제법 있을 거고.”

“결론적으로는 우리에게 좋아진 거군요.”

“그렇다고 봐야지.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됐냐? 잘 되 가냐?”


켄퍼는 그루퍼의 질문에 만족스런 미소를 뗬다.

그의 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당시 그루퍼가 건넸던 예의 그 서적이 들려 있었다.


“이거 물건은 물건이더군요.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마나의 양이 늘었습니다. 흑마법이란 것이······. 참,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군요.”

“큭큭큭, 어떻게, 인간들이 말하는 글로리아 마스터라는 자리를 바라볼 수 있겠나?”

“느낌 상,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그루퍼 공께서는, 그것을 찾으셨습니까?”


켄퍼의 질문에 그루퍼는 대꾸 없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손에서는 묘한 빛이 일렁이더니 검붉은 색의 수정 같은 돌이 생겨났다.


“오, 그것이······!”

“그래, 이게 영혼석이다. 암티라스를 봉인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지. 즉, 내 준비는 모두 끝난 것과 다름없어. 너만 준비되면 된다.”

“다른 귀족들은 문제없는 겁니까?”

“록카타와 엑시트가 문제지. 엑시트는 암티라스가 마왕이 되기 전까지, 유일하게 맞붙을 수 있는 대척자였어. 하지만 엑시트는 아직 씨앗이니 그 씨앗이 발아하지 않게 끔만 유지하면 된다. 가장 눈엣가시는 록카타야. 그놈은 유일하게 암티라스에게 충성을 다하는 놈이거든. 그 록카타의 씨앗이 네놈의 수족한테 심겨있다지? 잘 관리하도록 해.”


켄퍼는 루카를 떠올렸다.

루카가 어릴 때, 자신이 직접 록카타의 씨앗을 루카에게 심어놓았었다.

그 씨앗이 현 황제의 심복일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었다.

루카는 자신이 죽으라고 하면, 그 명까지 수행할 수 있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근데 제이프의 다른 인간 놈들은?”

“대부분의 관료대신들은 저와 마음이 맞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력인 서펜트 해병단과 세메인 주술단 역시 제 휘하에 있고요. 중요한 것은 새뮤린 기사단인데······. 그곳의 2인자와 접촉 중입니다.”

“아니, 왜? 새뮤린 단장이 가장 강한 것 아니었어?”

“물론 그렇지만, 콘웰 경 역시 뼛속까지 기사이기 때문에······. 절대 반란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겁니다.”


그루퍼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쩝. 그래, 뭐 그대가 알아서 하시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네놈 실력이 더욱 빨리 뛰어나져야 된다는 거다. 그래야 거사를 시작할 수 있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각자가 꾸는 부푼 꿈에 취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


티한과 제이프의 전투가 막 끝나고 난 시점.

친나와 티한의 연합 진영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전투 결과를 확인해 보자, 티한의 피해는 고려군 사망 일곱.

그것이 전부였다.

그에 비해 서펜트 해병단은 사백에 가까운 사망 피해를 보였다.

어쭙잖은 국가의 일반병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면 엄청난 승리인데, 상대는 최강국 제이프 제국의 주력 부대인 서펜트 해병단이었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이 정도의 결과를 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승리라고 해도 무방했다.


“어서 오십시오!”


곤치는 사령관 막사로 다가오는 태백장사와 랑달라를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겼다.

그들 덕분에 까마득했던 토벌전의 승리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듯했기 때문이다.


“대승 중의 대승입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를 위해 배샤르께서 태백장사님을 비롯한 티한의 강군을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곤치와 라마의 인사를 받은 추모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한 사람의 무사로써 전투에 승리를 위해 노력한 것뿐입니다.”

“하하하, 겸손도 그 정도면 죄입니다. 진작 티한의 강함을 알아보지 못한 무식한 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산해진미를 준비했습니다.”


곤치는 안쪽으로 둘을 안내하려 했다.

하지만 추모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비록 대승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저와 함께 온 고려 겨레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마냥 즐길 수는 없군요. 랑달라, 자네는 사령관님들과 함께 자리를 지켜주게. 모두가 빠질 수는 없지. 엘프와 드워프의 친구들은 내가 챙기도록 하겠네.”


랑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난감한 것은 곤치와 라마였다.

태백장사가 그렇게 말을 하니, 괜히 자신들이 속물처럼 보였던 것이다.


“아······. 저희가 생각이 좀 짧았습니다. 배샤르께서 보신다면 저의 식견을 꾸짖으시겠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상심이 있으실 텐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어쨌든 여러분들은 승리를 즐겨주시고, 저희 티한 군들에게도 멋진 포상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랑달라는 사령관님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준비된 음식을 버리는 것 또한 죄악. 저희는 계속 이 자리에 있을 테니, 나중에라도 이리 오십시오. 함께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추모는 알았다는 뜻으로 간단한 목례를 하고는 뒤를 돌아 다시 전선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무사 몇 명이 전우들의 시체를 업고는 진영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장사님 오셨습니까? 저희가 하면 되는데, 어찌 예까지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무사들은 다가오는 태백장사를 발견하고는 시체를 업은 채로 인사를 건넸다.

장사는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들 말게. 내가 아니면 누가 온단 말인가? 자네들이 고생이 많군. 혹, 손이 모자라진 않은가?”

“아닙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당한 동포들이 몇 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미 다른 동포들은 막사로 복귀해 장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알겠네, 그럼 수고 해주게. 나는 먼저 막사로 가 겨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겠네.”

“예, 장사님.”


태백장사는 몸을 날려 고려군이 있는 막사로 향했다.

그 곳에는 이미 나머지 무사들이 모두 모여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늦었구만.”

“장사님 오셨습니까? 마침, 준비가 막바지이니 늦지 않게 오셨습니다.”

“무능한 지휘관 때문에 자네들이 고생이 많네.”

“당치않습니다. 장사님 아니셨으면, 장례를 치를 동포들이 더욱 늘어났을 겁니다. 먼저 환인의 곁으로 간 동포들도 자랑스레 생각할 것입니다. 심려치 마시지요.”


추모는 허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피를 튀는 혈투를 막 벌인 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맑고 깨끗했다.


‘위대한 환인의 대리자 삼족오시여, 앞으로 우리 겨레에는 더 크고 벅찬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디 굽어 살피시어 이들을 보호해주십시오.’


그랬다.

사실,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게다가 고려를 넘어서 티한의 부대는 너무도 극소수였다.

일곱의 사망을 낸 대승 중의 대승이라지만, 무사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삼족오에게 빌고 나니 태백장사는 또 한사람이 떠올랐다.


‘왕검님······. 이제야 환인의 곁에서 편한 삶을 영위하시게 되었는데, 저희는 여전히 당신의 존재가 필요한 듯합니다. 부디 겨레를 도와주십시오.’


태백장사는 이후 떠나간 무사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속으로 되뇌었다.

그녀의 기도와 장례의식은 해가 뉘엿뉘엿해질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하늘에서는 어떠한 응답도 없어 그녀의 바람이 닿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


한편, 사일라 반도 북단에서는 유키스가 의외의 손님을 맞아 응대 중에 있었다.


“당신 정도 되는 남자가 직접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군요. 그만큼 마족의 등장이란 것이 꽤나 거슬렸던 모양인가 봅니다.”


유키스는 예의 그 능글맞은 미소를 띠며 말을 건넸다.

유키스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짧은 머리를 하고 부리부리한 눈매에 굉장히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덩치도 커서 그야말로 상남자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눈부신 백색의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갑옷 가슴에는 거대한 불곰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문양이 음각으로 파여져 있었다.

불곰 문양.

그 문양이 뜻하는 바는, 이 남자가 세계 최강의 기사단 중 하나인 불곰 기사단의 일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저희 폐하와 교황 성하께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굉장히 중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여, 철혈단과 함께 힘을 합치고자 제가 직접 찾아 왔습니다.”

“루시아 신성제국이 사일라 독립운동에 참전한다고 한다면 제이프는 모든 주력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그야말로 루시아와 제이프의 전면전이 되는 것이죠.”

“저희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프란칠라가 손 안대고 코푸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친 않지만······. 언젠가는 넘어야 할 벽이니까요.”


유키스는 재미있다는 듯, 앞에 놓인 차를 홀짝였다.

물론 이들의 힘을 이용하면 사일라의 독립을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 유키스의 입에서는 바로 수긍의 말이 나오질 않았다.


“우리는 루시아의 도움 없이도 독립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만큼의 강자들 역시 보유하고 있구요.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흐이 공?”


라흐이라 불린 남자 역시 바로 대답하지 않고 차를 홀짝였다.

라흐이.

그 이름이 주는 힘은 사실 대단한 것이었다.

그가 바로 현 썰틴 마스터즈의 일원이자, 불곰 기사단의 수장이었기 때문이다.


“단장께서 걱정하시는 바는 무엇인지 압니다. 반도가 전쟁터가 되어 옛 사일라의 백성들이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것이겠죠.”

“눈치가 빠르시군요.”

“허나 단장께서는 받아들이셔야 할 겁니다.”

“이유는요?”

“저희는 어찌되었든 제이프를 향해 돌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의 또 다른 적이 되는 우를 범하실 필요는 없겠지요.”


유키스의 눈은 라흐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미소 또한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작가의말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시국에 의해 평화로운 일상은 아니지만....

다들 기운 내셔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시길 바랄게요 ^_^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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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제89화 : 진군 +5 20.10.06 240 7 12쪽
» 제88화 : 곰의 출현 +7 20.10.05 244 8 12쪽
110 제87화 : 티한의 힘 +5 20.10.02 230 9 13쪽
109 제86화 : 전투 준비 +7 20.09.30 244 9 12쪽
108 제85화 : 참전하다. +9 20.09.29 241 11 12쪽
107 제84화 : 헤쳐 모여! +5 20.09.28 263 9 13쪽
106 제83화 : 마를 삼킨 불꽃 +7 20.09.25 266 11 12쪽
105 제82화 : 한편, 그들은? +5 20.09.24 253 9 13쪽
104 제81화 : 국경을 토벌하라! +9 20.09.23 251 12 12쪽
103 제80화 : 토벌 준비 +9 20.09.22 255 11 12쪽
102 제79화 : 신경과 씨앗 +8 20.09.21 251 9 14쪽
101 제78화 : 용호상박 +7 20.09.19 253 11 11쪽
100 제77화 : 일단 탈출하자! +7 20.09.18 253 10 12쪽
99 제76화 : 배신자를 처단하다. +5 20.09.16 244 10 14쪽
98 제75화 : 시작된 거사 +7 20.09.15 251 11 11쪽
97 부록 : 설정집 - 악마(마족) +9 20.09.14 250 9 6쪽
96 제74화 : 디큐 +7 20.09.11 255 11 11쪽
95 제73화 : 루카 +7 20.09.10 261 11 12쪽
94 제72화 : 외나무다리에서 +7 20.09.09 250 10 11쪽
93 제71화 : 포뮤지부의 철혈단 +7 20.09.08 243 10 13쪽
92 제70화 : 포뮤의 아침 +7 20.09.07 247 11 13쪽
91 제69화 : 움직이는 사일라 자치령 +5 20.09.04 255 10 10쪽
90 제68화 : 본격적인 독립운동 +5 20.09.03 264 9 13쪽
89 제67화 : 거사 +5 20.09.02 264 11 11쪽
88 제66화 : 팔 하나로 살아남으려면 +5 20.09.01 260 10 12쪽
87 제65화 : 새로운 스승 +5 20.08.31 256 9 12쪽
86 제64화 : 속셈 +5 20.08.28 261 9 11쪽
85 제63화 : 설득 +5 20.08.27 251 9 12쪽
84 제62화 : 티한의 사자 +5 20.08.26 274 10 14쪽
83 제61화 : 치우천왕 +5 20.08.25 288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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