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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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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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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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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83화 : 마를 삼킨 불꽃

DUMMY

제 83화. 마를 삼킨 불꽃


차인과 타빗을 가르는 국경에는 거대한 마물이 한 점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 마물은 진물이 뚝뚝 흐르는 개의 머리와 원숭이의 몸통을 가지고, 구멍이 숭숭 뚫린 나방의 날개를 가진, 그야말로 괴기함에 끝을 보여주는 징그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물이 노려보고 있는 시선의 끝에는 민머리의 다부진 사내가 조금의 겁도 먹지 않고 당당하게 마물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 찍혀있는 배샤르를 뜻하는 인장은 이 사내가 마물을 당당히 쳐다볼 수 있는 근거 중 하나였다.

물론, 이 사내는 신성력을 기반으로 마스터즈의 자리에 오른 타빗 성국의 라마였다.


“악마, 몬타나와 그의 수족인 마물들은 들어라! 나는 위대한 불꽃 배샤르의 성음을 전달하는 그분의 하인, 라마다. 오늘 너희에게 생명을 낳는 성스러운 불꽃 아래, 참회의 철퇴를 그분을 대신하여 내리겠다.”


라마는 아직까지 쌀쌀한 평야의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투를 벗어던졌다.

상반신의 절반을 내놓은 가사만을 걸친 라마의 기세는 거친 기사의 그것과도 같았다.


“배샤르의 하인, 라마. 좋아, 잘 알았다. 나는 상급 악마 몬타나다. 이 아이는 나의 역작 중의 역작이지. 안타깝게도 아직 이름은 없다. 이 아이의 힘으로 배샤르의 불꽃이 얼마나 미지근한지를 알게 해주마.”


둘은 본격적인 싸움을 위해 다시 한 번, 통성명을 했다.

몬타나는 고얀 생김새와는 다르게 마족 중에서도 신사적인 편이었기에, 라마의 말에 응해주었다.

그 덕에 선봉으로 출전했던 사제와 기사들은 안전하게 본진으로 후퇴할 수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라마는 합장을 한 후, 속으로 배샤르의 말씀을 옮겨 담은 경전을 읊었다.

그러자 라마의 몸에 하얀색 불꽃이 붙어 일렁이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좋구나! 죽여라!”


몬타나의 명이 떨어지자 마물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워낙 거대한 날개로 펄럭이다보니, 날갯짓을 할 때마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악취가 섞인 돌풍이 주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라마는 땅바닥에 고정이라도 된 듯, 꼼짝도 안했으며 그를 덮은 하얀 불꽃 역시 바람이라곤 없는 듯, 평온하기만 했다.


크아아악!


마물은 괴성과 함께 땅으로 떨어지며 주먹을 내뻗었다.

하지만 라마는 합장하며 경전 읊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물의 거대한 주먹이 라마의 전신을 덮어 라마를 짓이기려 할 때 쯤, 갑자기 라마 앞 허공에서 거대한 불투명체가 튀어나왔다.


“불꽃의 천 개의 손 중, 하나의 손이 움직였을 때, 그것에 놀란 악귀들의 몸짓은, 그 자리에 얼어 움직이질 못했다. 배샤르께서 이를 보고 이르시길, 자비를 잊은 너희는 일생을 달려도 내 손바닥 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불투명체는 자세히 보니, 거대한 손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공격이 틀어막히자, 잔뜩 약이 오른 마물은 미친 듯이 손톱을 세워 그 손을 할퀴었다.

하지만 공기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는 그 불투명한 손은 엄청난 강도를 자랑하며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


“불꽃의 천 개의 손 중, 열의 손이 움직였을 때, 그것에 놀란 악귀들은 다가오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배샤르께서 이를 보고 이르시길, 오행의 산이 너희를 가두질 못하니 신장들의 철퇴가 윤회의 길로 인도하리라.”


라마는 또다시 경전에 한 부분을 읊었다.

그러자 거대한 손 사이로 그보다 작은 열 개의 불투명체가 생겨났다.

그 역시 손의 모습이었다.

이후 라마는 허리춤에 달려있는 동그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나무로 이루어진 그것은 가운데 홈이 나있고, 손잡이가 달려있는 구조였는데, 손잡이에는 얇은 채가 함께 붙어 있었다.

이것은 배샤르교에서, 경전을 읽을 때, 일정한 박과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두들기는 ‘목탁’이란 것이었다.


딱 딱 딱 딱 딱


라마는 일정한 박자로 목탁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안정을 주는 듯한 편한 느낌을 들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 소리와 함께 소환된 열 개의 손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보통 신성력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면 인간들 중에서는 거의 최강 급이겠군. 아주 재미난 게 걸렸어. 저놈을 산채로 잡아다 실험하고 싶구나.”


몬타나는 흥미롭다는 듯 표정과 함께 턱을 긁적였다.

그러고는 발을 굴러 마물의 머리통을 때렸다.


크아아아아악!


마물은 괴성과 함께 공중에서 날아드는 열 개의 손들과 어우러져 싸우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도검으로 상처도 내기 힘들 것 같은 마물의 강인한 육체도, 신성력 덩어리인 배샤르의 주먹에는 버티지 못하고 피부의 괴사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내 상처가 꿈틀꿈틀 거리면서 재생을 시작했다.

육체의 재생에 있어서는 최강의 생물이라는 트롤보다, 몇 배는 앞서는 회복 속도였다.


꽝 꽝 꽝 꽝


공중에서 마물과 주먹이 맞붙는 소리는 마치 폭발하는 듯 강렬한 파공음을 일으켰고, 그 충돌이 있을 때마다, 라마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흠······. 쉽진 않구나. 내게 있어 가장 어려운 전투일지 모른다.’


침음을 흘리면서도 라마는 목탁을 두드리며 경전을 읊는 속도를 서서히 올려갔다.

그럴수록 라마의 몸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더더욱 커져갔다.


##


곤치 역시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백전노장 곤치는, 이 싸움을 온전히 라마에게 맡기고 뒷방에 앉아있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복귀한 기사들은 병사들과 방패를 들고 벽을 치고, 사제들은 마나 슈터에 모두 붙어라!”


병들은 공격과 후퇴를 반복해 정신이 없을 법도 한데, 그래도 역시 각국의 정예들이었기에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곤치의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제들은 마나 슈터에 충전되는 마나에 신성력을 쏟아 부어라.”


스무대의 마나 슈터에 다닥다닥 붙은 사제들은 배샤르를 노래하며,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조준석을 저 괴물에게 맞춰라!”


슈터를 조작하는 사수들은 손잡이 끝에 달린 조준석을 마물이 비치게끔 조정했다.


“1조의 사수부터 발사한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발사!”


퉁 퉁 퉁 퉁 퉁 퉁 퉁


일곱 대의 마나 슈터에서 마나로 된 포탄이 또다시 쏘아졌다.

이번에 발사된 포탄은 아까와는 다르게 하얀빛을 띠었다.

포탄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포물선을 그리더니 저절로 움직여 마물을 향했다.


“방해하지 마라!”


마물의 등을 노리고 날아드는 포탄을 본 몬타나는 노성을 지르며 허리춤에 매인 채찍을 꺼내 들고 힘껏 휘둘렀다.


퍼버버벙


절반에 달하는 포탄은 몬타나의 채찍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나머지는 곧장 마물의 하체를 격추했다.


꽝!

끼야아아아악!


“좋아! 2조, 준비된 사수로부터 발사!”


퉁 퉁 퉁 퉁 퉁 퉁 퉁


또다시 일곱 발의 포탄이 쏘아졌다.

성질이 돋은 몬타나는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더니 직접 포탄에 맞서갔다.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활강하는 몬타나의 채찍은 포탄을 모두 공중에서 폭사시켰다.


“3조, 이어서 준비된 사수로부터 발사!”


퉁 퉁 퉁 퉁 퉁 퉁


이번엔 여섯 발의 포탄이 쏘아졌고, 역시 몬타나는 모두 공중에서 격추시켰다.

비록 가장 처음 발사한 일부의 공격만이 마물에게 타격을 입혔지만, 마물을 조련하던 몬타나가 떨어져나가자, 라마는 훨씬 마물을 상대하기 편해졌다.


‘고맙습니다, 곤치 공!’


라마는 드디어 합장을 풀고 양손을 입 앞에 가져다댔다.

그러고는 숨을 가득 들이쉬고, 신성력을 뭉친 다음 힘차게 내뿜었다.


“배샤르의 포효!”


끼야아아아아악!


일직선상으로 날아간 하얀 불꽃의 숨결은 하체를 가격당한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마물의 다리 하나를 잘라냈다.

마나 슈터에 열이 뻗친 몬타나는 슈터를 파괴하려고 날아가다, 마물의 괴성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이, 미천한 것들이!”


마물은 몬타나와 붙어있지 않으면 재생을 하지 못했기에, 잘못두면 당할 수도 있어, 다급하게 몬타나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그점을, 백전노장 곤치가 놓칠 리 없었다.


“옳거니, 저 마족과 접촉하지 않으니 재생하지 못하는구나. 이번에 사수들은 조준석을 저 마족에게로 돌려라.”


사수들은 다시 조준석을 조정했다.

물론 그 사이 포탄의 충전도 완료가 된 상태였다.


“이번에는 격추가 아닌 이동의 방해에 초점을 맞춘다! 가장 왼쪽의 사수부터 파도를 타듯 순서대로 발사하라!”


사수들은 충실히 곤치의 명을 따랐다.

그리고 역시 곤치의 판단은 옳았다.

한 발 한 발이 강한 마나의 포탄에 신성력이 묻어 있으니, 아무리 상급 마족이라 하더라도 몬타나는 쉬이 무시하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한 번에, 몰아서 날아오면 일격에 모두 처리할 텐데, 자꾸 한 발씩, 계속 채찍을 휘두르게끔 날아오니 마물에게 향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덕에 라마는 더욱 큰 공격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힘찬 목탁의 울림과 길게 이어지는 경전의 읊음은 라마의 신성력이 절정의 힘을 내뿜도록 도와주었다.


“불꽃의 천 개의 손에는 각자 하나씩의 눈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눈이 뜨였을 때 비로소 세상을 덮은 홍수는 말라가기 시작한다. 불꽃을 그렇게 피어난다. 한 때 생명을 앗아갔던 불꽃은 이제는 물을 날려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낸다. 그리고 그 불꽃 가운데 위대한 배샤르께서 걸어 나오시니 이것이 바로 새 생명의 길이니라. 성화의 성로(聖火의 聖路)!”


긴 경전 말씀에서 쏟아진 신성력은 하나의 길을 내듯 직선상에 펼쳐졌다.

마치 광선처럼 쏘아진 신성력은 정확히 마물의 가슴팍을 뚫어버렸고, 그 부분은 순간 재가 되어 공중에 흩어졌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악!


마물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열의 손!”


마물과 사투를 벌이던 열 개의 불투명한 손들은 떨어지는 마물을 쫓아가며 두들겼고, 결국 마물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냈다.


“안 돼!”


자식과도 같은 자신의 마물이 소멸해버리자, 몬타나의 눈은 뒤집혔다.

채찍에서 강한 마기가 철철 넘쳐흐르더니 스스로의 마기를 버텨내지 못한 몬타나의 눈에서 피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모두 죽여 버리겠다!”


라마는 신성력을 너무 쏟아내 휴식이 간절했지만, 쉴 수 없음을 직감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곤치 역시 그것을 느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몬타나도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 때.


“뭐? 안 된다. 지금은······. 뭐야? 이, 젠장······. 으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누군가가 대화하는 듯하더니, 머리를 감싸고 고함을 친 몬타나는 라마를 또렷이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그냥 가겠다. 하지만······, 머지않아 꼭 너희 모두를 직접 도륙해주마.”

“모든 것은 배샤르의 뜻이다. 너희 마귀들이 함부로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흥, 두고 보면 알겠지. 너희는 절대 살아도 산 것이 아닐 것이다.”


몬타나는 저주의 말 한마디를 남기고는 차인의 중심부를 향해 날아갔다.

멀어져가는 몬타나를 본 곤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한차례의 고난을 견뎌냈다고 생각하니, 일순 피로가 몰려드는 곤치였다.


작가의말

드디어 다음주면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입니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서로의 안부는

통화로 나누시고 건강한 한 주가 되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_^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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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제89화 : 진군 +5 20.10.06 240 7 12쪽
111 제88화 : 곰의 출현 +7 20.10.05 244 8 12쪽
110 제87화 : 티한의 힘 +5 20.10.02 230 9 13쪽
109 제86화 : 전투 준비 +7 20.09.30 244 9 12쪽
108 제85화 : 참전하다. +9 20.09.29 241 11 12쪽
107 제84화 : 헤쳐 모여! +5 20.09.28 263 9 13쪽
» 제83화 : 마를 삼킨 불꽃 +7 20.09.25 267 11 12쪽
105 제82화 : 한편, 그들은? +5 20.09.24 253 9 13쪽
104 제81화 : 국경을 토벌하라! +9 20.09.23 251 12 12쪽
103 제80화 : 토벌 준비 +9 20.09.22 255 11 12쪽
102 제79화 : 신경과 씨앗 +8 20.09.21 251 9 14쪽
101 제78화 : 용호상박 +7 20.09.19 253 11 11쪽
100 제77화 : 일단 탈출하자! +7 20.09.18 253 10 12쪽
99 제76화 : 배신자를 처단하다. +5 20.09.16 244 10 14쪽
98 제75화 : 시작된 거사 +7 20.09.15 251 11 11쪽
97 부록 : 설정집 - 악마(마족) +9 20.09.14 250 9 6쪽
96 제74화 : 디큐 +7 20.09.11 255 11 11쪽
95 제73화 : 루카 +7 20.09.10 261 11 12쪽
94 제72화 : 외나무다리에서 +7 20.09.09 250 10 11쪽
93 제71화 : 포뮤지부의 철혈단 +7 20.09.08 243 10 13쪽
92 제70화 : 포뮤의 아침 +7 20.09.07 247 11 13쪽
91 제69화 : 움직이는 사일라 자치령 +5 20.09.04 255 10 10쪽
90 제68화 : 본격적인 독립운동 +5 20.09.03 265 9 13쪽
89 제67화 : 거사 +5 20.09.02 264 11 11쪽
88 제66화 : 팔 하나로 살아남으려면 +5 20.09.01 260 10 12쪽
87 제65화 : 새로운 스승 +5 20.08.31 256 9 12쪽
86 제64화 : 속셈 +5 20.08.28 261 9 11쪽
85 제63화 : 설득 +5 20.08.27 251 9 12쪽
84 제62화 : 티한의 사자 +5 20.08.26 274 10 14쪽
83 제61화 : 치우천왕 +5 20.08.25 288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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