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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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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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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1,981

작성
20.09.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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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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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66화 : 팔 하나로 살아남으려면

DUMMY

제 66화. 팔 하나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쿠빌린은 챙샹과 나란히 키이만 고려지구로 입성하게 된다.

상황을 전해들은 김일 금강장사는 수련장으로 쓸 수 있는 작은 뒷마당이 딸린 거주지 하나를 쿠빌린에게 내어 준다.

그 날 밤, 쿠빌린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모골리아라는 말에 욱해서 그 자의 말에 응하긴 했지만······. 과연, 잘하는 일일까?’


한 명의, 기사이자, 검사로써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없었다.

사실 내색 하진 않았지만, 챙샹의 말처럼 팔이 하나 떨어져 나간 이후, 쿠빌린의 검술은 계속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특히 쿠빌린의 검술 힐포링샤는 부드럽게 다가가 일격에 상대를 베어내는, 말 그대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의 검술이기에 공격하는 순간 잡히는 균형의 중심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한쪽 팔이 없는 지금은 균형을 제대로 잡기에 어려움이 있어 예전과 같은 파괴력이 잘 나지 않는 실정이었다.

물론, 애초에 몸놀림이 뛰어나고 훌륭한 검술을 가지고 있기에 친나 내전 때도, 자신의 역할은 톡톡히 해냈지만, 언젠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거라고 가장 많이 점쳐지던 사내로써 큰 좌절이 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근데 왜 하필 그자란 말인가?’


상황은 다 좋았으나, 역시 대상이 문제였다.

챙샹은 자신의 아버지를 비겁한 술수를 사용해 죽인 자였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랑하는 자신의 조국 모골린에 송곳니를 드러낸 주적 중의 주적이었다.

자기 말마따나, 자신이 원한 방식은 아니었다고는 하나,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강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역시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듯 했다.


짹짹짹짹


이런 저런 고민으로 밤새 뒤척이던 쿠빌린은 지저귀는 산새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저 멀리 동이 터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잠들긴 그른 것 같았다.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검무를 추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쿠빌린은 흐르는 물에 대충 얼굴을 씻은 후 웃통을 벗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자, 집중하자.’


검을 잡은 손을 부드럽게 내리깐 쿠빌린은 눈을 감고 주위 바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는 쿠빌린 주위로 산들바람이 뺨을 간질이고 지나가자 쿠빌린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달리 가는 듯, 천천히 움직이며 올라오던 쿠빌린의 팔은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별안간 불을 뿜으며 허공을 빠르게 갈랐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강맹한지 마치 바람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함께 동반되었다.

쿠빌린의 몸에서 땀방울이 늘어갈수록 검이 내뿜는 위력은 더욱 강해져만 갔다.

한참을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던 쿠빌린은 위에서 아래로 그어 내리는 마지막 일격을 허공에 날린 후 검을 거두었다.


“역시 나이에 비해서는 매우 훌륭한 실력이군.”


쿠빌린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쿠빌린과 챙샹이 거주하는 곳의 뒷마당은 산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뒷문이 나 있었는데, 그곳에 챙샹이 나무를 한가득 짊어지고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취미가 더럽군요. 남의 수련이나 훔쳐보고.”


쿠빌린은 챙샹에게 핀잔을 주고는 다급하게 웃옷을 입었다.

여성에게 다정한 것 치고는 의외로 보수적인 쿠빌린이였다.

챙샹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한쪽 구석에 짊어온 나무를 내렸다.


“새벽부터 나무를 해온 건가요? 제법 부지런하군요.”

“티한에 망명신청을 하긴 했지만, 나는 무전취식하며 살만큼 뻔뻔하지 못하다. 이렇게라도 해야 밥이라도 얻어먹고 살 수 있는 것이지.”

“흥, 누가 밥을 대접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하는 군요.”


쿠빌린의 비꼼에 나무를 정리하던 챙샹이 정말 모르느냐는 눈빛으로 쿠빌린을 바라봤다.


“아주 푹 잤나보군? 내가 나무하러 가기 전, 금강장사께서 음식을 한아름 두고 가셨다. 제법 시끄러웠는데도 못 알아챘나?”

“뭐?”


순간 쿠빌린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기 딴에는 고민하며 잠 한숨 못 잤다고 생각했는데, 사이사이 깊게 곯아떨어졌었나보다.


“말했다시피, 자네의 검은 훌륭하지만 이제 장애를 가진 몸. 더 이상 성장은 힘들 거야. 오늘부터 내가 이끌어주지.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다면, 마스터를 넘어서 글로리아 마스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


지독히도 오만할 수 있는 말이었으나, 챙샹은 그만큼 쿠빌린의 재능을 높이 사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자신의 가르침 때문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는 자가 쿠빌린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우선 씻고 아침 식사부터 하지. 먹어야 무어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


쿠빌린은 잠시간 자신의 검을 바라본 후 말없이 챙샹을 따라 들어갔다.


##


얼추 음식을 차려놓고 보니 챙샹은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었다.

당최 무슨 음식들이 이렇게 냄새가 많이 나는 지도 모를 일이었고, 양념이 가득한 이 음식들을 포크도 없이 어떻게 먹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것을 본 쿠빌린은 자신을 보라는 듯 능숙하게 젓가락을 들어올렸다.

이미 쿠빌린은 루안이 차려준 한식을 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려인들이 보기엔 어설프겠지만 챙샹에 비하면 거의 현지인처럼 젓가락을 사용했다.

차려진 음식은 하얀 쌀밥에 뽀얀 사골국이 메인이었고, 홍어 무침, 가지나물, 배추김치가 밑반찬으로 올라와 있었다.


“자, 잘 봐요. 이건 젓가락이란 거고, 이렇게 쓰니까.”


쿠빌린은 홍어 무침에 손을 뻗어 미끄러지는 것을 가득 힘을 주어 겨우 잡아내고는 재빠르게 입으로 집어넣었다.


“봤죠? 이런 식으로 먹으면, 훕! 떠헉.”

“자네도 먹기 힘든가? 궁금하긴 하군. 어디······.”


챙샹은 어설프게 쿠빌린을 따라한 젓가락질로 홍어를 겨우 잡아들고 낑낑대며 입에 집어넣었다.


“음 굉장히 고소하. 훕!”


첫맛이 굉장히 고소했던 이 무침요리는 한, 두입 씹자 그 안에서 마치 오줌냄새와도 같은 지린내가 진동을 했고, 엄청난 역함이 몰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뱉어낼 뻔한 챙샹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억지로 씹어댔다.

자신들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뱉어낸 다는 것은 아주 배은망덕한 행위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음식을 삼켜낸 챙샹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쿠빌린을 쳐다봤다.

쿠빌린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고려의 음식들인가?”

“내가 먹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긴 하네요. 아주 묘한 것이······. 음? 근데 정확히 무슨 맛이었죠?”

“말로 하기 어렵군. 어쨌든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은 맛이야. 그런데······. 자꾸 이상하게 호기심이 동하는군.”


둘은 동시에 다시 홍어 무침을 입에 물고는 똑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마찬가지 역함이 몰려왔지만 다행히 처음보다는 훨씬 먹을 만 했고, 그 안에 도사리는 극강의 고소함이 혀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둘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계속 홍어를 집어먹었다,

그러다 문득 눈이 마주친 둘은 헛웃음을 뱉었다.


“풋. 제법 입에 맞는 모양이군요?”

“큭큭,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쿠빌린은 왜인지 모르게 간밤에 고민했던 일들이 모두 쓸데없는 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홍어라고 불리는 이 생선이 왜 이렇게 지린내가 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고통을 참아내자 보여주는 아주 달콤한 고소함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안겨주었다.


‘그래. 일단 지금만큼은 과거는 생각지 말자. 현재만 바라보며 최강의 검술을 익히는 거야. 원수의 손이라도 붙잡고 아버지조차 이루어내지 못한 실력을 꼭 손에 넣고 말겠어.’


쿠빌린은 밥을 크게 한 술 뜨고는 사골국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어서 먹고 나와요. 먼저 나가서 몸 풀고 있을 테니까.”


쿠빌린은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뒷마당을 향했다.

아직 밥을 반도 비우지 못한 챙샹은 쿠빌린의 뒤를 바라보며 식사를 이어갔다.


“훗, 눈빛이 변했군,”


처음 먹어보는 한식이었지만, 참 마음에 드는 식사였다.


##


“후우.”


쿠빌린은 깊은 숨을 내쉬고 검을 갈무리했다.

챙샹의 요청으로 힐포링샤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펼친 참이라 제법 힘이 부쳤다.


“정말 대단하군. 그 정도로 뛰어난 검술을 스스로 만들어냈다니······. 디오 백작가의 검에 대한 능력은 가히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챙샹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듣기로 쿠빌린이 이러한 검술을 직접 만들어 낸 것이 열다섯이라고 했으니, 무에 대한 재능은 역시 자기 아비 못지않은 듯 했다.


“다만 네 검술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뭐죠?”

“유(流)로써 상대에게 접근하고 강(强)으로써 제압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상대가 그 강을 막아낼 수 있다면 그 상대를 제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쿠빌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로 일전에 잠시 챙샹과 검을 섞었을 때, 챙샹은 손쉽게 자신을 제압했었다.


“자신보다 비슷하거나 약한 자에겐 필살의 검을 보여주지만 강자에겐 그만큼의 허점을 많이 보인다는 뜻이다. 거기다 지금은 온전치 않은 몸이니 그 강마저 십 할의 힘을 끌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군.”

“이제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장 처음은 자네의 몸이 하나의 팔에 적응해서 균형감각을 가지게끔 하는 것이네. 이런 기초적인 육체훈련과 검술 훈련을 병행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챙샹은 마당 구석으로 가 새벽에 짊어지고 온 나무토막 몇 개를 주워들었다.


“잘됐어. 어차피 장작도 패야하니까, 같이 하지. 한쪽 다리를 들게.”


쿠빌린은 슬쩍 한쪽 다리를 들었다.


“더 높이.”

“흐음.”


쿠빌린은 슬쩍 한숨을 내쉬며 더욱 높이 다리를 들었다.


“이제 나는 자네 주위를 돌면서 이 나무토막을 던질 거야. 자네는 그 자리에서 절대 움직이지 않은 채, 허리의 반동만으로 방향을 잡아서 날아오는 나무토막을 두 동강 내면 돼. 쉽지?”


쿠빌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들어올렸다.

한 쪽 팔이 움직이면 나머지 팔이 반대로 움직이며 균형을 잡는 것은 사람의 본능.

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쿠빌린은 다리도 하나만 유지하는 지라 벌써부터 몸을 허우적거렸다.


“좋은 훈련이 되겠어.”


챙샹은 나지막이 중얼거린 후 몸을 움직였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챙샹은 쏜살같이 움직이며 손에 든 나무토막을 쿠빌린의 몸 여기저기로 던져댔다.

처음 몇 번은 잘 베어낸 쿠빌린이었지만, 여러 번 반복되자 결국 손발이 꼬여 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크윽.”

“집중해. 아직 나무는 많이 있다.”


쿠빌린은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또다시 챙샹의 다리가 움직이더니 나무토막이 날아들었다.


“균형감각이란 것은 자각하면 할수록 오류를 범하게 된다. 몸 스스로가 본능적으로 유지해야 해. 다리가 하나뿐이라는 생각보다는, 허공에 떠있다고 생각하며 검을 움직여라.”


쿠빌린은 휘청휘청 하면서도 챙샹의 말을 깊게 새겨들었다.

머리로 이해가 시작되자 육체에 적용하는 것도 조금은 쉬어지는 듯 했다.

이윽고 두 번 넘어질 걸, 한 번 넘어지게 되고, 일검에 하나를 쳐낼 것도, 두 개를 쳐내게 되었다.


“나쁘지 않군. 발을 바꿔라.”


챙샹은 미친 듯이 나무를 던져대며 지시했고, 쿠빌린 역시 쉴틈없이 나무를 베어내며 발을 바꿨다.

서서히 뒷마당은 그들의 땀으로 축축해져갔다.


작가의말

이번 태풍 마이삭은

그 끔찍했던 매미와 비슷할 거라고 하네요 ㅠㅠㅠ

걱정이 됩니다.

부디 별탈없이 지나가길 바랄게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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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제89화 : 진군 +5 20.10.06 240 7 12쪽
111 제88화 : 곰의 출현 +7 20.10.05 243 8 12쪽
110 제87화 : 티한의 힘 +5 20.10.02 229 9 13쪽
109 제86화 : 전투 준비 +7 20.09.30 244 9 12쪽
108 제85화 : 참전하다. +9 20.09.29 241 11 12쪽
107 제84화 : 헤쳐 모여! +5 20.09.28 263 9 13쪽
106 제83화 : 마를 삼킨 불꽃 +7 20.09.25 266 11 12쪽
105 제82화 : 한편, 그들은? +5 20.09.24 253 9 13쪽
104 제81화 : 국경을 토벌하라! +9 20.09.23 251 12 12쪽
103 제80화 : 토벌 준비 +9 20.09.22 255 11 12쪽
102 제79화 : 신경과 씨앗 +8 20.09.21 251 9 14쪽
101 제78화 : 용호상박 +7 20.09.19 253 11 11쪽
100 제77화 : 일단 탈출하자! +7 20.09.18 252 10 12쪽
99 제76화 : 배신자를 처단하다. +5 20.09.16 244 10 14쪽
98 제75화 : 시작된 거사 +7 20.09.15 251 11 11쪽
97 부록 : 설정집 - 악마(마족) +9 20.09.14 249 9 6쪽
96 제74화 : 디큐 +7 20.09.11 254 11 11쪽
95 제73화 : 루카 +7 20.09.10 261 11 12쪽
94 제72화 : 외나무다리에서 +7 20.09.09 249 10 11쪽
93 제71화 : 포뮤지부의 철혈단 +7 20.09.08 243 10 13쪽
92 제70화 : 포뮤의 아침 +7 20.09.07 247 11 13쪽
91 제69화 : 움직이는 사일라 자치령 +5 20.09.04 255 10 10쪽
90 제68화 : 본격적인 독립운동 +5 20.09.03 264 9 13쪽
89 제67화 : 거사 +5 20.09.02 263 11 11쪽
» 제66화 : 팔 하나로 살아남으려면 +5 20.09.01 260 10 12쪽
87 제65화 : 새로운 스승 +5 20.08.31 255 9 12쪽
86 제64화 : 속셈 +5 20.08.28 260 9 11쪽
85 제63화 : 설득 +5 20.08.27 250 9 12쪽
84 제62화 : 티한의 사자 +5 20.08.26 273 10 14쪽
83 제61화 : 치우천왕 +5 20.08.25 288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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