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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LO 님의 서재입니다.

방구석 고졸 백수가 잘난 걸 본인만 모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KYLO
작품등록일 :
2023.12.02 16:07
최근연재일 :
2024.01.02 18: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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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0
추천수 :
50
글자수 :
196,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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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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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1화. 첫 출근(1)

DUMMY

내가 회사와 고용계약을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부모님의 반응은 나로선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게 진짜라고?”

“아들, 진짜로 기간테스의 경호원으로 취직한 거야?”

“예, 방금 계약서도 보셨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사기가 아니라는 거지?”

“정 궁금하시면 회사 전화번호도 알고 계시니까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되잖아요.”

“여보, 내 핸드폰 좀.”

“어? 어! 여기!”


채나의 연습생 계약으로 인해 이미 회사에 알고 지내는 직원들이 있는 부모님께선 그들을 통해 내가 특채로 고용된 것을 직접 확인하시고서는 그제야 눈물 흘리며 칭찬의 말을 전하셨다.


“성만아, 잘했다. 정말 잘했어.”

“아이고, 내 아들... 장하다. 장해!”

‘내가 취직한 게 그렇게 기쁘신 건가? 그냥 남들 다 하는 취업을 나도 한 것 뿐인데...음...내가 대기업에 취직해서 그런 건가?’

[하, 참. 대기업에 취직한 게 좋기는 하겠지만 그것보단 성만 님이 드디어 집구석에서 나갈 결심을 했다는 걸 더 좋아하는 거죠. 포인트를 잘못 잡았어요.]


헬라를 통해 두 분이 어째서 이토록 행복해하시는지를 깨닫게 되자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내가 집에 있는 게...사실은 부모님께 굉장히 큰 심려를 끼치고 있었던 거구나.’

[정확히는 성만 님이 집에 있는 게 부담이 되었다기보다는 걱정되었던 거죠. 이대로 영원히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할 것처럼 좁은 집 안에 갇힌 자식을 보면서 걱정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좁은 집이라...여태까지 그런 건 못 느꼈는데.’


나는 나를 부둥켜안고 등을 토닥이며 눈물 흘리시는 두 분의 등 뒤로 집안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작았나...이제 보니 부모님께서 다 큰 나까지 품고 살기엔 우리 집이 그렇게 넓지는 않구나. 두 분도 예전보다 많이 늙으셨고.’


그건 마치 내 눈을 가리고 있던 마법에서 풀려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항상 젊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머리엔 서리가 앉은 것처럼 하얀 색의 새치들이 잔뜩 늘어나 있었고, 팽팽했던 두 분의 피부에는 성만이 자신의 상처에 버거워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시간을 증명하듯 주름이 여기저기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었다.


‘예전에는 두 분의 몸이 이렇게 작은 것 같진 않았는데.’


나를 품에 안은 두 분을 마주 안아드리자 품에 안은 두 분의 육체가 두 분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던 나와 반대로 연약해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보다 한참이나 약한 두 분이 이런 몸으로 매일 아침 일을 하러 나가셨던 거야. 날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쩌면 내가 지금 건강한 건...그동안 내가 두 분의 젊음을 뱀파이어처럼 빨아먹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성만은 죄송스러웠다. 그저 집에만 있으면서 내 몸을 단련하고 집안일을 열심히 도우면 그것으로 내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한 건 매우 큰 착각이었다는 게.


“어머니, 아버지. 그동안 저 키워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아들?”

“제가 앞으론 두 분과 부모님을 대신해서 채나를 지킬게요.”

“성만아...”

[성만 님?]

‘헬라, 쫌! 부모 자식이 오붓한 시간 보내는데 끼어들지 마.’

[저기...그게 아니라.]

‘응?’


북받친 감정을 못 이긴 내가 드린 말씀에 부모님께서 안고 있던 자세를 푸시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내게 아버지께선 꿀밤을 먹이셨다.


-콩


“인마, 이제 취직해놓은 녀석이 누굴 뒷방 늙은이 취급하려고 드냐? 누가 보면 로또라도 당첨돼서 집 살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줄 알겠다.”

“그래, 이건 아빠 말이 맞지. 아들, 엄마 아직 한참 젊은데? 정년퇴직까지 아직 10년은 넘게 남았어. 지금 한 말은 엄마 정년퇴직하고 나서나 해야지.”

“예?”

“니가 사회인으로서 자립하려는 의지를 품은 건 기특하지만 이 가족을 지키는 가장으로서의 자리를 내주기엔 넌 아직 멀었지.”

“어머, 이 양반 봐? 가장? 당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본인이 가장이라고?”

“여보...내가 남잔데 당연히 가장(家長)인 게 맞잖아...”

“흥! 그런 소리는 남자 혼자 외벌이하는 집에서나 하는 거지. 우리 집은 아니잖아? 나도 엄연히 국가의 대사를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으로서 당신과 같이 우리 가족을 건사하는 쌍두마차 중 하나인데! 당신 혼자 이 가정을 이끈다고 생각했어요?”


분명 가족 간의 화기애애하고 감동적인 시간이었건만 마치 방금 전의 그 따뜻하고 돈독함이 느껴지던 순간이 거짓말인 것처럼 두 분 사이에는 한랭전선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머니, 아버지... 방금 일은 없었던 걸로 하고...우리 다시 가족 간의 뜨끈한 허그를 나누며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느껴보는 건 어떨지...”


진지한 모드가 되어버린 두 분을 다시 안으며 아까 그 순간으로 돌이켜 보려던 성만의 노력은 너무도 쉽게 허사로 끝이 났다.


“아들. 이제 너도 사회인으로서 알아야 할 게 있는데 세상에는 좋은 게 좋을 때가 있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있단다. 우리 가정을 지키는 양대산맥 중 하나로서 이 엄마는 이 자리에서 니 아빠한테 확실한 답을 들어야겠어요.”

“그건 네 엄마 말이 맞다. 사회라는 전쟁터에 나가는 남자는 아무 때나 물러터져선 못 쓰는 법이야. 명심해라! 이건 아니다 싶은 순간에는 쉽게 물러나선 안 된다는 걸! 무엇보다 나는 이 기회에 당신한테 내가 우리 집안의 가장이라는 걸 확실하게 인정받아야겠어요.”

“아들, 엄마랑 아빠는 진지하게 둘이서 가족회의를 나눠야겠구나.”


두 분이 동갑이긴 하지만 평소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누시다가도 존댓말을 하는 모드가 되면 그때부턴 나나 채나의 개입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나는 옷을 챙겨입고 나가시는 부모님을 본 뒤 내 방으로 돌아왔다.


‘이거...내 탓인가?’

[이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모든 책임이 있다고는 계산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네요.]

‘...방금 단어 하나를 좀 이상하게 말한 것 같다. 너.’

[저는 성만 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직 배울 게 많은 인공지능이거든요.]


굳이 내 도움이 없어도 얼마 전부터 무선으로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 헬라는 처음 만났던 그 어리숙한 인공지능과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가끔은 내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 * *


성만이 출근을 하기 위해 가족끼리 함께 하게 된 다음날 아침식사의 분위기는 평소와 똑같았다. 아니, 오히려 성만이 방으로 들어간 이후, 외출하셨던 두 분의 애정전선은 다시금 달아올랐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어제 부부싸움을 한 거 맞아요? 제가 인터넷에서 보기론 한번 부부싸움을 하면 최소 며칠 이상 가는 게 통상적이었는데. 일부러 자녀 앞이라서 아닌 척 연기하는 거죠?]

‘인터넷에서 네가 본 부부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 썰 같은 거 전부 믿지 마. 우리 부모님만 봐도 다르시다고. 어제 두 분이 하신 것도 부부싸움이 아니라 교양을 가진 문화인으로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이었을 뿐이야.’

[어제 두 사람 부부싸움하러 나간 거 아니에요?]

‘부부가 감정적인 상태에서 서로를 향해 비수를 날리는 게 부부싸움이고, 우리 부모님처럼 서로의 굳건한 애정을 전제로 배우자끼리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건 부부싸움이라고 할 수 없지.’

[이해가 안 돼요.]


성만은 항상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대로 설명해줬지만 인공지능인 헬라는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채나는 서로 반찬을 챙겨주는 부모님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엄마, 아빠. 아침부터 왜 그렇게 뜨끈뜨끈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사춘기 딸 앞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뜨거운 애정표현은 좀 자제하면 안 돼? 두 사람이 러브러브 모드인 건 알겠지만 앞에 오빠도 있고 나도 있거든!”

“딸, 우리처럼 부부의 애정 넘치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사춘기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함과 더불어 일종의 롤~모델로서 행복한 가정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가르쳐주는 거란다? 당신, 이것도 먹어~ 내가 만든 계란말이 맛있는 거 알지? 내가 아침에 출근 준비하느라 바쁜데도 이것만큼은 당신 생각해서 성만이 대신에 내가 직접 만든 거야.”

“아유, 내 생각해주는 건 당신밖에 없어. 당신이 최고야~ 사랑해~ 합! 움, 채나야, 18살이면 아빠를 사랑해주는 엄마에게 질투심을 느낄 나이는 한참 지났다. 여보, 이 계란말이 부드러우면서도 폭신한 게 정말 맛있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불만을 한껏 토로한 채나의 강렬한 태클은 두 사람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장애물을 마주한 연인의 사랑이 더욱 불타오르듯 입술에 뭐가 묻었다며 서로 닦아주곤 뽀뽀까지 하는 통에 채나의 속만 뒤집어졌을 뿐.


-쪽


“아악, 아침부터 못 볼 거 봤어! 두 분! 밥 먹을 땐 밥만 먹자구요. 좀! 두 사람이 무슨 20대 뜨거운 대학생들도 아니고~”

“말이 너무 심하다. 채나야, 사랑은 20대만 하니? 30대에도 하고 40대에도 하고 죽을 때까지 하는 게 사랑이야. 네 엄마에 대한 이 아빠의 사랑은 아직도 절절 끓는단다. 네가 아직 미성년자라 어떻게 표현은 못하겠다만...크흠.”

“어제 좀 뜨겁긴 하더라. 하마터면 뜨거워서 데는 줄 알았어. 자기~”

“와...오빠, 나 혼자 말하니까 엄마, 아빠가 들은 척도 안 하잖아! 오빠도 좀 같이 뭐라고 해. 속이 불편해서 밥도 편하게 못 먹겠어.”

[아...두 분이 한밤중에 어딜 다녀오신 건지 짐작이 가네요.]


어릴 때부터 너무 흔하게 봐온 장면이기도 하거니와 전날 성만은 자신이 잘못 내뱉은 말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를 경험했기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깨끗하게 비워진 채나의 밥그릇을 슬쩍 본 성만은 담담히 채나의 물잔에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채나야, 밥 다 먹었으면 씻기 좋게 물에 잠기도록 넣어 놔. 저번처럼 아무렇게나 놔두면 말라붙어서 설거지하기 불편하니까.”

“오빠? 이렇게 나온다고?”

“하이구, 기지배. 무슨 밥을 못 먹어. 못 먹긴. 다 먹었으면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엄마! 엄마는 이팔청춘 딸내미가 말하면 좀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하면 안 돼? 나는 정서적인 안정이 중요한 나이라구.”


채나의 반항은 평소엔 딸바보이지만 평안한 부부생활을 위해 남편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해호성의 탱킹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우리 딸 해채나, 연습생 생활하는 것도 좋은데 나중에 연예인하면서 무식하단 소리 들을 거 아니면 공부 좀 하자. 옛날 사람들이 말하는 이팔청춘은 2 곱하기 8 해서 16살을 말하는 거야. 넌 생일 지나서 만으로도 17살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이팔청춘은 아니란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이 말하는 이팔청춘은 그때 기준으론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남녀를 말하는 거니까 옛날 기준이든, 현대의 기준이든 넌 이팔청춘하곤 거리가 멀고.”

“아~~~! 아군도 없이 혼자 더 떠들어 봐야 무식한 내 입만 아프지. 잘 먹었습니다.”


고립무원의 상황에 도와줄 기색 하나 없는 성만을 째려보고 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엄마 인수지는 호성에 어깨에 기대선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딸, 일어난 김에 포트기에 물 좀 담고 버튼 좀 눌러놓을래?”

“이이익! 그 미소! 너무 짜증나~”


엄마의 미소를 보고 약이 바짝 오른 채나는 바닥이 울리듯 걸었지만 정작 싱크대 앞에 도착해선 성만의 말대로 설거지통 안으로 수전을 움직여 켠 뒤, 자기가 사용한 식기를 놓고서 포트기에 정수기 물을 받았다.


“채나야, 아빠 것도 부탁해.”

“하아...대한민국에서 나처럼 착한 딸도 없을 거야.”

“딸? 진짜 착한 사람은 자기 입으로 착하단 말 안 해~ 그런 소리는 다른 사람이 해줘야 진짜란다. 그치, 자기야?”

“내가 당신한테 반한 이유도 당신이 착해서잖아. 쪽. 지금도 예쁘지만 당신은 그때도 예뻤어.”

“진짜 내가 독립을 빨리하면 그건 두 사람이 이러는 거 때문이야.”

“딸~ 부러우면 지는 거란다. 호호호호호.”


애를 둘이나 낳은 부부답지 않게 찐한 모습을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채나가 씻기 위해 화장실로 움직인 뒤, 헬라가 성만에게 말을 걸었다.


[성만 님 부모님은 아메리칸 스타일인 것 같네요. 보통 성만 님 부모님쯤 연령대의 부부들은 서로 살만 닿아도 귀찮고 짜증이 난다는데.]

‘그런가? 음...나도 대학 CC였던 두 분이 아직도 저렇게 뜨거운 건 좀 신기하긴 한데 난 두 분 말씀처럼 부부가 사이좋은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이상한지 모르겠어. 나도 언젠가 두 분처럼 좋은 사람 만나서 두 분처럼 살고 싶고.’


두 사람이 아침부터 한 쌍의 새가 되어 서로의 입술을 부딪히건 말건 상관없이 가족들이 모두 먹은 식탁을 정리한 성만은 채나가 화장실로 가기 전에 준비해둔 커피잔에 부모님이 평소 드시던 커피 스타일 대로 맞춰 타드린 후, 등을 돌리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부부 사이에 오늘 일정이 어찌 될지 주고받는 커피 타임이 끝나고 어느덧 설거지를 마쳐가는 성만의 등 뒤로 호성이 커피잔 두 개를 들고 와 설거지통에 넣으며 성만의 어깨를 도닥였다.


“성만아, 커피 맛있었다. 우리 아들 덕분에 맛있는 커피를 먹었으니 보답으로 좋은 팁 하나 주마. 아빠 팁은 오늘 첫 출근이라고 너무 떨지 말라는 거다. 사람은 쓸데없이 긴장하면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저지르거든. 신입은 다른 거 필요 없어. 실수 안 하고 좋은 첫인상만 남기면 그게 신입 생활 잘한 거야.”

“예. 알겠어요.”

“뭐야, 당신. 갑자기 아들한테 멋있는 척 하기야? 그럼...이 엄마도 팁 하나 줄게. 신입은 좀 실수해도 되니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알았지? 그러면 긴장할 일도 없어. 마음 편하게 먹어, 아들.”

“...네.”

“에이,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성만이가 약간 헷갈리지 않을까?”

“날 닮아서 똑똑한 우리 아들은 금방 이해할 거라 괜찮네요.”

“여보~ 거기엔 내 지분 50%도 있다구.”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킥킥대며 성만의 아버지 호성과 어머니 인수지가 출근 전 양치질을 위해 함께 화장실로 가기 전 성만에게 각자 회사생활에 대한 조언을 남겼다. 아버지가 가져온 커피잔들까지 모두 설거지를 마친 성만은 주변에 튄 물기를 행주로 제거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두 분 다 요점은 긴장하지 말라는 거 같은데 한 분은 실수하지 말라고 하고, 한 분은 실수해도 좋다고 하시니 뭐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네.’


헬라는 자신의 상시개입으로 인해 홀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지 말라는 성만의 의사를 존중해 굳이 두 사람이 어떤 의도로 그렇게 대치되는 듯한 조언을 줬는지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양치질까지 하고 출근준비를 모두 마친 부부가 한번 더 성만에게 파이팅을 전한 뒤 출근하고, 집에는 아직 외출하기엔 약간의 준비가 더 필요한 성만과 채나. 둘만 남았다.


“엄마랑 아빠는?”

“너 화장실에 있는 동안 벌써 출근하셨지.”

“아오! 엄마, 아빠 아까 엄청 얄미웠어. 안 그래? 다음부턴 오빠도 두 분이 아까처럼 편 먹고 날 놀리면 내 편 들어줘!”

“채나야, 부모님이 화기애애한 게 나쁜 게 아니고 좋은 거야. 한번도 우리 앞에서 부부싸움 한 내색을 하시지 않은 우리 부모님이 난 진짜 좋은걸?”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꼭 내가 나쁜 딸 같잖아. 치이이...”

“열 받은 주전자 소리는 그만 내고 우리도 가자. 너 늦겠다.”

“뭐? 무슨 소리? 열 받은 주전자 소리?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

“자자, 채나야, 여유 있게 가려면 이젠 나가야 돼.”


오빠의 두툼한 두 손에 떠밀리듯 집 밖으로 나온 채나는 이내 툴툴거리던 상황을 잊고 자신은 교복을 입고 오빠는 정장을 갖춰 입고 출근하는 현재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둘이 같이 외출한 게 언제였지? 진짜 오랜만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한여름의 뜨거웠던 태양이 어느새 서늘해진 10월의 바람에 식어 그 선연했던 더위를 잃은 가운데, 남매는 역까지 함께 걸으며 선선한 가을 아침의 쾌적함을 잠시나마 즐겼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과 학생들의 등교 시간이 겹쳐 항상 복작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평소 같았으면 축축 늘어졌을 채나의 체력 상태는 여느 때와 전혀 달랐다. 그건 평소와 달리 성만이 단단한 두 팔로 버티며 울타리가 되어준 덕분이었다.


‘흐흐흐, 오빠랑 나오니까 좋은 게 또 있네.’

“오빠, 오늘 첫 출근 파이팅! 이따가 봐!”

“그래, 너도 학교 수업 잘 받고.”

“응! 바이 바이~”

“바이바이.”


성만은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와 가까운 역에 도착해 내리는 동생 채나와 인사를 주고받다가 사람들의 많은 시선을 느끼고 당황했다.


‘뭐지? 왜 사람들이 다 날 쳐다보는 것 같지.’


작가의말

독자님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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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첫 출근(1) +2 23.12.25 80 1 17쪽
21 20화. 몽상가들. 23.12.23 74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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