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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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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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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7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3.0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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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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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화 짜릿한 설렘

DUMMY

“이봐 이검사”

재성이 민서를 바래다주고 집까지 들어가는 걸 보자마자 나타난 준태


준태는 회사에서 나와 평소와 마찬가지로 술집으로 가서 놀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나오다 우연히 재성과 민서가 다정하게 재성의 차에 탄 걸 확인하고는

여기까지 따라왔다.


술집에서 있는 것 보다 둘의 사이를 지켜보는 게 더 재밌을 거라고 판단했다.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로······.”


“근처 일이 있어서, 이검사는 한변 집에 어찌한 일이죠?”


준태가 민서를 ‘한변’ 이라 부른다는 건 그녀를 모르지는 않는다는 것


민서가 자신의 회사 법무팀에 일하기에 모르는 게 이상할 거로 생각하지만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저도 근처 일이 있어서요”


딱히 생각이 안 나 같은 핑계를 한다.


아······. 말같지도 않은 핑계다.


근처 일이 있어서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정신 나간 남자가 어디 잇겠는가 하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 자신을 후회한다.


오늘 벌써 주현과 세훈에게 들켜 버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들키게 돼버렸다.


그것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준태에게······.


그는 주현과 세훈과는 다르게 알아도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건방진 미소와 함께 집요하게 물어 볼 것 같다.


둘이 사귀냐, 언제부터 만났냐, 어떻게 만났냐, 아니면······.


“한변 하고 사귀나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빙빙 돌리지 않고 목덜미부터 잡고 보는 준태이기에


“네”


어제 세훈에게 들킨 상황에서 생각한 것처럼 어러다가는 일주일 후면 모든 사람이 알 것만 같다.


하지만 그녀와의 사랑을 거짓으로 말하고 싶지 않아 짧고 간결하게 인정하는 재성


“사내 연애라, 참 좋네요”


“......”


건방진 웃음과 함께 하는 준태의 말이 민서와의 사랑을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진다.


언짢은 기분도 들었겠다. 언짢은 반항을 해보기로 한다.


“사내 연해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요, SB제약에 그런 규정은 없습니다”


재성의 소심한 반항이 술집에 안 가고 재성을 따라서 여기까지 온 게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준태


조금 더 이 상황을 즐겨 보려 한다.


“사랑이 무슨 죄인가요?”


“......”


놀리는 것만 같은 준태의 말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려 할 만큼 민서와의 사랑이 우스운 짓이 아니기에 불쾌한 감정이 커진다.


“정의를 챙기느라 바쁜 이검사가 사랑도 할 시간이 있네요”


“......”


이번엔 정의까지 묶어서 비꼬고 있다.


안 그래도 세훈의 말을 듣고 이곳에 일함으로써 정의를 선택하지 않은 자신에게 한심했기에


아픈 곳을 건드려 사람을 치욕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그게 뭐가 재밌다고 뭐가 신난다고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말하는 걸까


계속 있어봤자 불쾌한 감정만 들 거 같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재성은 자리를 벗어나려 한다.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래요? 오랜만에 이검사도 봤는데 둘이서 술 한잔 하는건 어때요?”


치욕스러운 표정을 하는 재성을 이렇게 보내는 게 아쉬운 준태였다.


처음 폭행죄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사인 재성을 봤을 때 정의를 지키는 것처럼 당당하더니 결국 자신의 사건도 덮고 자신의 회사로 일하게 된 꼬리를 내린 그와 한 번쯤은 같이 술을 마시고 싶었다.


“그러죠”


“고마워요, 이검사”


마주하기도 싫은 놈과 술상은 생각해 볼 것도 없지만 SB제약 법무팀에 있음으로써 제일 꼭대기에 있는 준태와 계속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기왕 이렇게 된 거 피하지 않기로 한다.


***


준태는 기대에 찬 반면 재성은 매우 불편한 심정이다.


준태가 와인을 따라준다.


“일 할만 하신가요?”


“네”


준태와 함께 잇노라면 같이 잇고 싶지 않은 심경 때문에 짧은 대답만 하고 싶어진다.


둘은 건배를 하고 와인을 마신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이 와인은 전체적으로 드라이하면서 들어 올 때는 시큼하면서 쓴맛이고 뒤로 갈수록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레드와인이다.


준태는 와인을 한잔 마시고는 몸을 뒤로한 채 한쪽을 앉아있는 소파 위에 올리며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고 있지만 재성은 마치 물을 마신 듯 덤덤하다.


마치 현재 두 남자의 심경을 보여준다. 한쪽은 이 상황을 음미하고 싶고 다른 한쪽은 아무렇지도 않고


더 정확하게는 흔들리고 싶지 않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자신의 모습을 어필한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분위기가 한층 고요해진다. 식탁 위에는 예쁘게 꾸며진 과일들이 올려져 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나요?”


“네 기억합니다.”


고요한 분위기와 어울리게 준태의 낮은 목소리가 재성의 귓가에 맴돈다.


약 한달 전, 준태가 폭행죄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사인 재성을 마주했을 때가 둘이 처음 만난 시간이었다.


서로 다르게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준태에게는 다시 꺼내고 싶은 기억으로 재성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으로


“절 심판하려는 자신감, 깜짝 놀랐습니다”


“......”


“절 벌할 수 있는 사람이 저희 아버지밖에는 없는데 말이죠”


“......”


어쩔 수 없이 사건을 덮었고 그 일을 계기로 지금 준태의 SB제약에서 법무팀으로 일하는 재성


그때만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명색이 검사라는 내가 죄지은 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가 가진 힘에 굴복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면 준태 에게는 재성과는 다르게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폭행, 마약, 여자 등의 법적인 문제를 일으켰지만 이회장의 아들이라는 높은 위치의 힘으로 별 탈 없이 넘겨 왔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심판하려고 하는 게 아닌 덮어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반면 재성은 달랐기에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 말 없는 재성을 보고는 준태는 자신과는 다르게 불쾌하게 느끼는 것 같아 더 이상 재성과의 첫 만남에 관한 얘기를 그만하기로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인맥과 더불어 연예인, 여자들에 관한 얘기를 늘어놓는다. 준태의 말을 듣고 재성은 왜 알트론이 잘나가는지 이해가 됐다.


전에도 생각한 거였지만 준태가 가진 인맥의 힘으로 알트론의 홍보를 잘하게 됐고, 그렇게 밖에서 좋다고 떠드니 많은 사람이 알트론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기회에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싶네요, 내가 SB그룹을 맡을 자격이 있다는걸”


“알트론이 요즘 잘나가는데 이회장 께서도 좋게 보시겠죠”


이번엔 짧은 대답이 아닌 형식적으로 보이는 대답을 한다.


어느덧 취한 준태는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다. 그동안 술과 여자만 생각한 채 지내왔지만 이회장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그였다.


아버지가 자신을 좋지 않게 보는걸 알지만, 알트론이 잘나가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다르게 봤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많이 취하셨습니다”


“그래요, 그만 일어나죠”


똑같이 적지 않게 마셨는데 자신과는 다르게 끄떡없는 재성의 주량을 처음으로 실감하는 준태


술집에서 들어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민서의 얘기는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채 준태는 자신의 고심거리나 인맥을 과시했고 재성은 들어주기만 했다.


준태에게는 생각했던 대로 재성과의 시간이 재밌었고 짧거나 형식적인 대답으로만 일관한 재성은 끝날 때까지도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마침 휴일인 오늘은 민서와 재성이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둘의 첫 데이트 이며 SB제약법무팀 에서 같이 일한 후로 회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첫 번째 순간이다.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했지만, 민서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생각에 미리 그녀의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재성


기다리고 민서가 나오자 차에서 내린다. 왜 자기 집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냐고 민서가 묻자 근처에 일이 있었다고 둘러대는 재성


민서는 그의 거짓말을 속아주기로 하고는 눈과 입이 나란해 휘어진 채로 차에 탄다. 별말이 오고 가지 않았지만 벌써 차 안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어디로 갈까?”


“밥부터 먹어요”


근처 한식당에 들어온 둘은 음식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는다.


서로 회사에서만 보기에 서로의 호칭은 ‘한변’,‘검사님’ 일 수밖에 없었다.


재성은 ‘검사님’이라는 호칭이 왠지 딱딱하게 느껴져 다른 호칭으로 불리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한변 이제 밖인데, 날 뭐라고 부를 거야”


민서는 호칭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검사님이라고 부르죠. 뭐”


재성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묻어난다..


“회사에서도 검사님이고 밖에서도 검사님?”


“그럼 뭐로 불러드릴까요?”


“아니 뭐, 딱히 원하는 건 없고, 음, 뭐랄까, 조금 더 달달한 호칭이 없을까 해서”


그동안 재성이 자신이 ‘검사님’이라고 계속 부르는 것에 내심 서운했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리고 ‘오빠’,‘자기’와 같은 애인의 호칭으로 불리고 싶지만 내심 입 밖으로 꺼내자니 쑥스러워하는 재성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민서


“오빠, 여기 식당 어때? 맛있어?”


“어?! 어······.”


재성에게 처음 내뱉은 호칭을 한 민서는 부끄럽고 간지러운지 몸을 부르르 떤다.


그에 반해 재성의 심장은 땅끝까지 떨어진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눈과 입이 커진다.


“근데 우리 밖에서 보는 날이 많지 않잖아요. 어쩔 수 없이 검사님이라고 불러야죠. 뭐”


하긴 회사 말고는 단둘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 계속 검사님이라 부르다가 잠깐 둘만 있을 때만 다르게 부르는 것도 이상하다.


지금 같은 시간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대부분 시간은 회사에서 보내고


회사에서 자주 같이 있을 수 없어 아쉬웠다.


“연애를 비밀스럽게 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그러니까요,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들켜버리고”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워 던 거는 둘의 비밀연애를 벌써 주현과 세훈에게 들켜버렸다.


거기다가 준태에게 까지······. 민서는 모르지만, 재성은 알고 있는


재성은 준태에게 들킨 거는 얘기하지 않기로 한다.


주변 친구들은 잘만 하던데,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티가 난 걸까


“이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사람이 다 알 거 같아요”


“그냥 공개연애할까?”


“연애 하는 게 뭐 자랑이라고 공개까지 해요”


“......”


이 여자는 임자 있으니까 집적거리지 말라고 보여주고 싶은 재성은 당당히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고 민서는 재성과의 연애를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고 내리는 게 싫었다.


“넌 내 여자니까 알고 있으라고 보여주고 싶으니까”


“지금 제가 한눈팔까 봐 걱정되는 거예요?”


“아니, 다른 남자들이 흑심 풀을 까봐 걱정돼”


재성의 질투가 귀여워 보이는 민서는 그의 질투가 어디까지 가나 실험해 보기로 한다.


“참 걱정이네요, 남자들의 마음을 제가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자들이 다가오면 너무 웃지 말고, 눈꼬리도 휘지 말고, 단답형으로 말하고, 관심 없는척하고, 그리고······.”


끝도 없을 것 같은 요구를 나열할 것 같아 보이자 그의 말을 자른다.


“아! 알았어요, 알았어, 제가 한 철벽 하니깐 걱정하지 말아요”


“불안하니깐 그렇지!”


“제 눈에 한사람밖에 없는데 뭘 걱정하는 거예요”


민서의 말을 듣고 심장이 출렁이는 재성


뭔가 불순한 마음이 잠깐 들어왔다 나간다.


순간 얼빠진 재성의 표정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민서


“지금 흑심 품은 거예요?”


“음, 그런 것 같아”


“제 눈엔 한사람밖에 없고, 그 한 사람만 흑심 가지는 걸 유일하게 허락하죠”


앞으로 계속될 그녀와의 달달한 시간을 생각한 채 흘러나오는 웃음을 꾹꾹 참는 재성


이제 고작 초반부에 돌입한 둘의 데이트


간질거리고 짜릿한 설렘이 멈출 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느낌의 설렘이 올지 기대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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