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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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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69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2.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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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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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화 미쳤어 미쳤어

DUMMY

“아이고 머리야”


SB제약 준태의 사무실


술이 아직 깨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는다.


인터폰을 눌러 세훈을 부른다.


“박실장 들어오라 해”


조금 있다가 세훈이 들어 온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나 어제 어떻게 됐지”


어젯밤 일이 기억나지 않은 준태


마지막 기억은 술집인데 일어나 보니 자신의 집이엇다.


“대리 불렀습니다”


“아, 그래?”


“그리고 어제 회장님께서 베트남으로 가셨습니다.”


“베트남? 아니 아버지가 왜?”


“SB그룹 베트남 지사에 일이 있다고 하셧습니다.”


이회장이 없으니 이제 눈치 볼 것도 없어진 준태는 마냥 안심한다.


“얼마 동안 계신다고 하시는데?”


얼마 동안 눈치 볼 거 없이 향락을 즐길 수 있을지 궁금한 것이다.


되도록 베트남에서 이회장이 오랫동안 머물기를 바라면서


“그건 말씀 안 하셨습니다”


“하······. 머 그래, 그리고 이검사는? 잘하고 있나?”


“아직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어떻게 될지 기대된단 말이지, 이검사가 박실장 대학 후배잖아”


“네 그렇습니다”


“이 검사, 대학 시절에 어땠어?”


세훈이 졸업하기 1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재성이 신입생으로 들어왔다.


서울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학교생활 내내 1등을 유지한 그는


학교 내에서 ‘서울대 알파고’란 별명으로 불렸다.


“총명한 친구였습니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어, 안 그런가?”


“아······. 네”


“오늘 이검사하고 저녁이나 같이 먹지, 박실장 하고 같이”


“오늘은 안될 것 같습니다. JBC대표 와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


준태는 등을 뒤로 움직인 체 두 팔을 벌려 탄식을 내뱉는다.


“아~~, 왜 하필 오늘이야, 왜!”


“다음에도 언제든 기회는 있습니다”


“그래 뭐, 앞으로 자주 볼 테니까”


***


손은 컴퓨터 타자를 두드리고 있지만 계속 눈이 민서에게 향한다.


그녀 때문에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는 재성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그녀를 바라볼 수 있어 뿌듯한 기분이 든다.


종종 그녀와 눈이 마주칠 때면 왠지 모르게 떨리고 민서는 놀란 듯 시선을 피했다.


“오늘 회식이나 할까요?”


주현 이 재성을 바라보며 방안에 모든 사람(5명)이 들리기를 바라며 말한다.


재성은 치던 타자를 멈춘다.


“회식?”


“네, 이제부터 같이 일할 건데, 회식 한 번 하죠”


회식 좋다. 그녀가 온다면


“네, 그래요”


민서가 머리를 살짝 들어 주현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리고 방안에 다른 두 명의 변호사들도 동의한다.


“네 좋아요”


대학 시절 그녀를 보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모임을 만들었던 추억을 떠올리는 재성


그때 당시에는 모이는 인원수가 최소 30명이었다.


사람들 틈에 끼인 체 말 거는 건 상상도 못했고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5명, 조금은 더 가까이, 조금은 더 자주 그녀를 볼 수 있다.


“그럼 오늘 회식 한번 하지”


***


묵은 스트레스를 푸는 듯 회사원들의 소리가 여기저기 왁자지껄하게 떠든다.


여기는 삼겹살집, 사회생활의 찌든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진다.


재성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주현이 재성의 술잔을 따라주면서 말한다.


“역시 회식은 삼겹살이죠?”


“오늘도 수고했어, 이수사관”


그리고 각자 술잔을 따른다.


건배!


재성의 맞은편에 앉은 민서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술잔을 비운다.


쓰디쓴 술이 들어오니


휴~, 조금은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재성 때문에 복잡한 심경이


주현이 구워준 고기를 재성이 한점 먹고는 민서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한변은 여기 왜 들어왔어?”


“변호사라면 누구나 들어오고 싶은 곳이잖아요······.”


“아······. 뭐 그렇지”


씹던 입을 멈추고 이번엔 민서가 물어본다.


“그럼, 검사님은 왜?”


순간, 재성은 세훈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약자를 변호할 때 보다 강자를 변호할 때 주위에서 절 더 높이 바라봤으니까요)


그리고는 약자가 아닌 강자의 편에 선 자신을 깨닫는다.


결국, 세훈처럼 정의를 내팽개치고 권력을 선택한 나


(바꿀 수 없다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사람들의 뒤치다꺼리를 잘해야 한다구요. 그게 검사나 변호사가 하는 일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세훈의 말처럼


정의고 뭐고, 검사이건 뭐건 간에


가진 자들의 뒤치다꺼릴 하기로 선택한 나


그러면서도 그의 말이 맞다고 인정하는 게 비참하면서도 한심했다.


“한변처럼······. 나도 똑같지 뭐, 누구나 들어오고 싶은 데잖아”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다시 세훈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후회는 없다.


어쩌면 대한민국 현실을 너무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아무런 힘도 없는 내가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한 거라고


잘 태어나지도 않은 주제에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게 어찌 보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오는 말도 안되는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믿고 살아온 것 일수도······.


“왜······. 검사가 되었어요?”


깊은 생각에 빠진 재성을 깨우는 민서의 한마디


“어?”


“왜, 검사가 됫냐구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다.


그럴 자격이 없기에


“그냥, 뭔가 있어 보이잖아, 그리고 뭔가 대단한 사람 같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있던 두 명의 변호사들은 가고 주현,민서,재성 이렇게 셋이 남았다.


신이 재성에게 준 특별한 능력이 한가지 있다.


그건 바로 엄청난 주량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마셔도 마셔도 맨정신을 유지하는 그였다.


어느덧 취한 주현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검사~ 뉨, 전 정~~~ 말 검사뉨 하고 같이 일해서 너~~~ 무 좋아요”


평소 같으면 아무리 취해도 어디 검사 어깨에 손을 올리냐며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할 만큼 내가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건방지게 나온 준태에게 가진 자의 힘이 두려워 아무런 형벌 없이 사건을 덮은 나


그리고 세훈에 말에 흘려 이곳에 일하게 된 나이기에


자신의 어깨에 올린 손을 거두면서 재성이 말한다.


“이봐, 이수사관, 그만 마셔, 많이 취했어.”


“놉! 저 하나도 안취해 떠요. 정~~~ 말 하~~ 나도, 아주 멀쩡합니다!”


술 취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이거 안 되겠군”


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현을 일으킨다.


재성의 어깨에 주현이 매달린다.


“검사뉨은 진~~~짜 바보 같아! 아니 어떻게 좋아한다고.······.”


재성은 당황스러운지 급하게 주현의 입을 막는다.


그다음 나오는 말이 뭔지 알기에


적지 않게 술을 마신 민서는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힘없이 떨어트린다.


“이거이거, 많이 취했구먼, 자, 자 집으로 가지”


주현을 끌고 재성은 택시를 잡는다. 택시에 타면서 비틀거리는 주현이 말한다.


“그럼, 검사뉨! 언제나 파이팅 하시고! 싸랑합니다아아~~~”


많이도 취했군, 적당히 마시지······.


“그럼 조심히 들어가”


주현을 데려다주고 자리에 돌아온 재성은 고개를 떨군 민서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이제 슬슬 가야겠네”


힘 없는 채로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민서


“이봐 한변 인제 그만 일어나지”


갑자기 고개를 휙- 하고 드는 민서. 그리고는 재성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눈이 반쯤 풀린 채 술로 인해 떠나간 정신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서히 눈이 풀리는 것 같더니 이제는 노려본다.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근데 귀엽다······.


“검사님!”


“왜, 한변”


그리고 들려오는 민서의 한마디에 마치 마비에 걸린 것처럼 모든 것이 경직된다.


“나 좋아해요?”


***


“나 좋아해요?”


재성을 마비시킨 민서의 말


눈과 입이 벌어진 채 민서를 바라본다.


알아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이다.


“뭐?”


“저 좋아하냐구요, 저 좋,아,하,냐,구,요?”


한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는 민서


“어······.”


말하고 나니 쌓여왔던 응어리가 씻겨져 나가는 기분이 드는 재성


이렇게 시원할 수 있을까


“하하하, 날 좋아하는 거였어, 그런 거였어”


민서가 크게 웃으면서 박수를 친다. 그리고는 어지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다.


“한변 많이 취했어, 일어나자”


재성이 다가가 민서의 어깨를 흔들면서 말한다.


그러자 민서가 고개를 재성의 방향으로 홱-하고 올리고 그를 바라본다.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꽤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움직이면 입술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재성이 마른침을 삼키면서 말한다.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어······.”


민서가 몸을 뒤로하면서 재성과의 거리가 벌어졌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자신의 볼을 감싸고는 양옆으로 흔들면서 말한다.


앙탈 부린듯한 그녀의 모습에 눈치 없는 재성의 심장이 꿈틀거린다.


귀엽다······.


“아니 왜! 왜! 나한테 고백 한번 안한 거예요?!”


아······. 지금 무슨 말은 하는건가


내일 아침 깨면 백 퍼센트 땅을 치며 후회 하겠지만


술도 좀 취했겠다. 지금이 아니라면 영영 말 못할 수도 있기에 이미 벌어진 일 끝까지 가보겠다는 심산이다


“바라만 봐도 좋았으니까”


발을 동동 구르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민서가 말한다.


“그게 뭐예요 진짜, 아니, 바라만 봐도 좋다니 그게 말이 돼요?!”


“......”


“아니 고백 한번 하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어렵냐구요?”


자신의 말들 이 요 며칠간 재성에게 궁금했던 점인 걸 깨닫는다.


“한번도 안 해봐서······.”


그녀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 본 적 없는 그였다.


고백해볼까 생각 했지만


혹시라도 안될까 봐, 행여 그녀를 잃는 것 보다 마음졸이면서 바라보는 게 덜 아플 테니까


민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한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멀쩡하게 생겨갖구 왜 그러는 거예요”


“뭐라고······?”


“난 하루만 생각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참은 거예요?!”


“날······. 생각한 적이 있어?”


“이걸 뭐라고 설명 해야 하나, 선배 생각에 도저히 집중이 안됫어요······.”


자신을 생각 했다는 것에 대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재성,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일어나자 마자 생각났고 자기 전까지 계속 그녀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1년 동안 짝사랑하면서 짙어지는 그리움은 참다 보니 익숙 해져 가고


언제쯤이면 잊을 수 있을까 가 아닌 언제까지 계속 볼 수 있을까가 더 중요했다.


민서가 몸을 재성 옆으로 바짝 이동한 채 두 손으로 그의 볼을 잡는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그녀의 손의 온기를 느끼면서 금세 재성의 귀가 불그스름하게 빨개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민서의 말에 재성의 눈이 한없이 커진다.


“우리 사귈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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