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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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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73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2.22 03:33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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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화 알콩달콩

DUMMY

“아닙니다······.”


민서는 주책없이 시간을 뺏은 게 아니냐는 김여사의 말이 괜히 미안하게 느껴진다.


재성한테 단순히 소송 취하의 목적으로 왔지만, 민서를 보고 자신의 딸이 생각난 것


세상을 떠난 딸아이가 가진 슬픔을 재성이 갖는 걸 원하지 않은 그녀의 마음


둘 사이에 한없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침묵을 깨는 알림이 온다.


“다 적었습니다”


어느덧 민서가 준 소송 취하 서류를 다 작성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같이 일어나려는 민서를 말리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는 것처럼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민서


혼자만 생각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아팠을지 알아버렸다.


그리고 피해 보려고만 했던 그동안의 모습이 생각나 재성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


어느덧 모두가 퇴근했다. 방안에는 민서와 재성만이 남아 있다.


“한변 퇴근 안해?”


“네 이제 퇴근해야죠”


재성이 짐을 챙기며 퇴근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한다.


문을 열기 전 민서를 바라본다.


“그럼 나 먼저 퇴근할게”


“네”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었던 재성이 몸을 틀고는 다시 민서에게 온다.


“근데 한변 어제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


기억 안 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려고도 했던 민서는 그 결정을 바꾼다.


김여사의 말이 그녀의 결정을 바꾸게 했다.


“네······.”


“나랑 사귀자며”


그는 온종일 묵혀 두었던 말을 꺼낸다. 궁금했다. 그녀가 기억나는지 안 나는지


그리고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맨정신이 아닌 술에 힘을 빌린 그녀의 말이기에


“네, 그랬었죠······.”


“그럼 내가 대답하면 되는 건가?”


민서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재성


그녀를 바라만 보는 것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던 그였다.


재성이 민서의 얼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뚫어지라 보자 고개를 숙이는 민서


“내가 대답하면 되는 거냐고, 말해 한변”


민서는 아침에 김여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혼자만 하는 사랑 그거 정말 가슴 아픈 겁니다.)


더 이상 그에게 아픈 사랑을 하게끔 내버려 둘 수 없다.


지금까지 바라보기만 하면서 얼마나 아팠을지 알아버려서······.


“네······. 대답하세요”


떨린다. 사귀자는 말이, 쉽게 입 밖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면 조금 덜 떨리면서 ‘사귀자’라는 말을 대신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적어도 그의 머릿속에는 없다.


“그럼 사귀자”


말해놓고 나니 별거 아니었다. 이런 별것도 아닌 걸 왜 망설임과 함께 담아두었을까 생각한다.


(받으면 받고 아니면 말고 결정을 해요, 이검사를 위한다면)


다시 김여사의 말이 생각나는 민서


지금까지 난 재성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를 향한 내 마음은 어떤가 스스로 물어본다.


“응?, 사귀자고”


한번 내뱉더니 전보다는 자신감이 붙는 모양이다.


“어쩔거야, 한변”


그래, 결정해야 한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그리고 피 할 곳도 없다.


아니, 솔직히 이제는 피하고 싶지 않다.


민서는 고개를 들고 자신을 쳐다보는 재성의 볼을 두 손으로 잡는다.


“어제도 그러더니, 왜 자꾸 내 볼을 잡는 거야?”


술에 힘이 아닌 맨정신으로 재성을 대한다.


스스로 물었던 그를 대하는 마음이 뭔지 질문의 답을 찾은 민서


“이게 제 대답이요”


민서와 재성의 입술이 서로 포개진다.


너무나 오랜 시간 꿈꿔오면서 원했던 그녀의 입술


말도 안 되는 꿈이라 생각조차 못 했다.


달콤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


***


“검사님!”


이제 부르는 게 한결 편해진다. 쫙쫙 입에 달라 붙는다.


더 이상 피하지 않을 것이다.


웬만하면 누구도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여기는 SB제약 건물의 한 계단실


재성은 앉아있는 민서의 옆에 바싹 달라붙는다.


“지금 뭐하는 거에요?”


떨어지려는 민서의 허리를 손으로 잡은 채 재성이 능글스럽게 웃는다.


“뭐가?”


“지금 뭐 하는 거냐구요?”


“왜? 사귀자면서”


맞다. 그러기로 했지······.


“근데 이렇게 갑자기?”


“먼저 한변이 사귀자고 했잖아, 그리고 여기로 오자고 했구”


“......”


“그렇게 안 봤는데, 그리고 입술도 말이야, 한변 은근히······.”


먼저 사귀자고 했고 뭘 바랬는지 이곳에 오자고 한 것도 그녀였다.


적극적인 것 같기도 하면서 밝히는 여자로 보이는 것 같아······.


뭔가······. 휘말리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 이대로 질 수는 없다!


“먼저 좋아한 건 검사님이잖아요!”


끙-


그녀의 기습적인 카운터펀치에 제대로 한 방 먹었다.


그다음 공격이 생각나지 않아 잠깐 휴전하기로 한다.


재성은 준비한 카푸치노를 민서에게 준다.


“어? 이건······.”


“마셔”


자신의 취향을 아는 그에게 왠지 모를 이상한 감정이 드는 민서


도대체 자신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 거냐는 궁금증이 든다.


“왜 저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나도 그게 궁금하네, 왜 그랬을까?”


말을 하고 보니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조금 전에 한 질문보다 더 궁금한 거를

알고 싶어졌다.


“근데 왜 아무 말 못했어요?”


정말 궁금했다. 왜 아무 말 못 하고 혼자만 앓아왔는지


“그냥 바라만 봐도 좋았으니까”


이건 어제도 들은말 그리고 이건 이유가 되지 않기에 또 물어본 것이다.


좀 더 확실한 이유가 듣고 싶다.


“고백하면 떠날까 봐, 사라질까 봐, 그것보단 혼자만 생각하면서 바라보는 게 나으니까”


아······.


확실한 이유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딱히 원하는 대답도 없으면서 단순히 호기심으로 물어본 게 후회가 된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괜히 물어봐서 미안한 감정만 더해졌다.


“근데, 한변 나한테 왜 사귀자고 한 거야?”


이번엔 재성이 물어본다.


“저 그건······.”


“그건 머?”


생각할 틈도 없이 그가 치고 들어 온다. 빨리 대답하라고 재촉하듯이


“그냥······.”


“난 한변이 물어본 거 대답해 줬잖아, 그냥이라니? 더 확실한 이유가 듣고 싶어”


조금 전 재성에게 확실한 이유를 듣고 싶어 했던 민서가 이제는 처지가 바뀌었다.


“검사님이 절 생각하는 걸 알아버려서······.”


재성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뭐?! 아니 그럼 불쌍한 놈 구제해주려고 그런 거였어?”


잠깐, 그런 거였나


다시 생각해보니 딱히 이유를 뭐라고 정의할 수가 없다.


하지만 구제할 의도가 이유라면 그건 너무 싫다.


“아니에요!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 했던가······.


아니야! 절대 그럴 일 없어!


“그럼 뭔데? 말해봐 왜 그랬어.”


“저도 검사님하고 같은 마음이었나 봐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이거다······.


민서는 말하고 나서 느꼈다.


이게 앞뒤가 맞는 확실한 이유라고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이유를 이제야 확실하게 결론 내렸다.


언제부터인지 그리고 왜인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그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버렸기에


민서는 재성의 옆에 기댄 체 그가 준 카푸치노를 음미한다.


“음~ 달달해~”


***


민서는 지친 피로를 풀러 휴게실로 나왔다.


아, 복잡하다.


일하면서 처리 해야 하는 업무에 피로감이 몰려온다.


피로감을 해소하자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다.


조금은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눈을 뜨는데


이런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앞에 재성이 빤히 쳐다보고 있다.


깜짝 놀라 몸을 뒤로하자 앉은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지려 한다.


“어~, 어~, 어!”


재빨리 의자와 함께 넘어지려 하는 민서를 잡는 재성


“휴~”


재성이 넘어지려 하는 그녀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고 민서가 입을 연다.


“여긴 왜 온 거예요?”


“휴게실이잖아, 쉬러 왔지”


“저 따라온 거면서”


“그게 뭐 어때서”


그래, 오히려 좋다.


어쩌면 그가 지금의 피로감을 가장 잘 해소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아니, 스토커예요?”


“그러고 보니 내가 스토킹 전문 아닌가? 1년 동안 널 따라 다녔는데”


“이건 완전히 대놓고 스토킹 하는 건가요? 그때는 저 몰래 스토킹하더니”


그녀 말대로 재성의 5년 전 스토킹과 지금의 스토킹은 매우 다르다.


“스토킹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


장난으로 한 말이겠지만


‘오랫동안 혼자만 좋아한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라고 들린다.


“스토킹하니까 힘들어, 좀 쉴래”


“뭐 마실래요?”


민서의 말을 듣고는 앉으려고 했다가 재빠르게 일어난다.


그리고는 자판기에서 음료수 두 개를 뽑고 온다.


“아······.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목이 마르네, 한변도 목마른 것처럼 보이고”


“감사합니다······.”


“일 힘들어?”


“아니요, 뭐 괜찮아요”


“힘들겠지, 우리가 하는 일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니까”


“그래도 그게 저희가 하는 일이잖아요. 서울대 알파고 씨~”


자신의 오래전 별명을 듣고는 피식 웃는 재성


“뭐? 서울대 알파고? 누가 그래?”


“그때 당시 검사님 별명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근데 그렇게 똑똑했어요?”


“음~ 똑똑하니까 그렇게 불렸겠지?”


“와~ 그럼 한번 본 거 죄다 기억하고 계산도 막 파바박 하고 그런 거예요?”


“너무 과장하지마,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어.”


“잠깐, 이거 뭔가 불길해!, 왠지 인기 많았을 거 같은데요?”


재성의 어깨가 조금은 올라가는 듯 보인다.


“당연하지, 몰랐어?”


“잘난 척도 할 줄 아시는군요”


“잘나긴 머가, 사실인데, 나하고 같이 수업 들으려 하지 않나, 나한테 뭔가 배우려고 어떻게든 밥 먹으려 하지 않나, 나하고······.”


계속 들어주자니 끝도 없을 것 같아 그의 말을 자르기로 한다.


별로 듣고 싶지도 않기에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그중에 여자들도 있었겠네요?”


“뭐, 우리 학교 퀸카들은 여럿 있었으니까”


‘그래도 내 눈엔 너 하나밖에 없었어.’


재성은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한다.


“지금 나 질투 나게 하는 거예요?”


“근데 누구 때문에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했네”


“참 잘했어요, 검사님~”


민서는 마치 아기 달래듯 재성의 등을 쓰다듬는다.


‘아이구 그래쩌요? 참 잘해쩌요, 우쭈쭈’


약간 이런 느낌······.


“뭐야 이건? 마치 달래는 듯한 이 제스처는”


“검사님이 예뻐 보여서 ‘잘했다 잘했다’ 한 건데요”


“잘했으면 다른 거 주든가, 이건 너무 약하잖아”


민서가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너무 약하다구요? 그럼 뭘 원하는데요?”


“알면서 왜 물어봐, 더 진한 거”


이렇게 좋을 거면 더 일찍 시작할걸


더 나아가 5년 전 대학 시절 때부터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그의 마음을 모른 채 내 멋대로 부끄러워하면서 피하기까지 한 건가


아······. 이 알콩달콩한 분위기에 영원히 취하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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