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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잔인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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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2.21 06:30
최근연재일 :
2020.04.08 20:39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71
추천수 :
4
글자수 :
198,226

작성
20.02.2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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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 이제 결정할때가 온것 같애

DUMMY

“아!~~~,아!~~~,아!~~~”


자네 혹시 가수 할 생각 없는가


아침에 눈을 뜬 민서는 머라이어 캐리도 놀란 만 한 엄청난 고음을 쏟아내고 있다.


어젯밤 끔찍한 일이 기억난 것이다. 그중 일부분, 재성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어······)


퍼져 오르는 닭살을 주체할 수 없어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바라만 봐도 좋았으니까)


퍼지는 닭살의 간지러움이 심화 돼 이젠 마비까지 될 지경이다.


“미쳤어, 미쳤어, 아~~오!”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까지 떠오른다.


(우리 사귈래요?)


KO를 부르는 완벽한 끝내기 펀치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자신의 머리를 세게 부여잡는다. 그리고 사정없이 흔든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가, 기억 안 난다고 모르쇠로 일관해야 되는 건가


타임머신이 있다면 영혼까지 팔아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다.


‘미쳤어’를 한 백만 번쯤 외쳤을까? 그제야 여기가 어딘가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잠깐 여기가 어디지?”


여기는 호텔, ‘우리 사귈래요?’를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채 쓰러진 민서


재성이 깨워도 아무 반응이 없자 근처 호텔로 그녀를 옮긴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쓰러진 민서를 일으켜 침대에 눕힌 재성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전화가 걸려온다. 참 거지 같은 타이밍이다.


지금, 이 순간 제일 마주하기 싫은 사람, 차라리 악마와 겸상을 하는 게 나을지도······.


“여······. 여보세요”


-한변 일어났어?


“네······. 방금 일어났어요”


-다행히 일어났네, 출근해야지


아 참, 출근해야 한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아, 네, 네 출근 해야죠, 하하······.”


-어제 한변 집을 몰라서, 어쩔 수 없이 호텔로 갔어.


“아······.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할 것까지야, 그리고 나 어제 한변한테···.


앗 잠깐!


그의 이어지는 말이 왠지 불길해 재성의 말을 끊은 채 허겁지겁 말한다.


“아! 어제는!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 뭐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하하······.”


그녀가 생각해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왜 이 말을 하는지조차······.


-나 어제 한변한테 아무 짓도 안 했어.


지금 이 양반이 뭐라고 짖어대는 건가······.


자신이 예상했던 말보다 더욱 오그라드는 그의 말에 머릿속이 하얘진다.


“네? 뭘 안 해요?”


무슨 의미인지 알면서 나는 왜 물어보는 거야! 무슨 뜻이겠어?! 당연히······.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진짜 아무 짓도 안 했어, 나 그런 놈······.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갑자기 커진 목소리에 놀라는 재성


-어······. 알았어


자신도 모르게 흥분된 모습에 부끄러운지 민서의 귀가 새빨개진다.


“그럼 이따 봐요!”


아······. 망했다······.




***


입술을 모으고 굳은 결심한 것처럼 결의에 차 있는 민서의 얼굴


까짓거 술 마시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좋아하냐고 물어 볼 수도 잇는 거고 언제부터 좋아했냐고 물어 볼 수도 잇는 거고


사귀자고 말할 수도 잇는 거고······.


잠깐······. 이건 좀 아니잖아!


숨을 길게 들이쉬고는 걱정하지 말자며 자신을 위로한다.


어제 일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21만 가지의 핑계 들을 생각해왔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굳은 결심과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서 말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컴퓨터 모니터 위로 자신의 눈이 보이게 목을 살짝 위로한 채 재성이 말한다.


“어서 와 한변, 좋은 아침~”


이어서 주현을 포함한 다른 두 명의 직원들도 일제히 입을 연다.


“좋은 아침”


퍽이나 좋은 아침이다. 퍽이나!


성큼성큼 걸어가 자신의 자리에 후다닥 앉자마자 들리는 목소리


“한변, 어제······.”


하! 첫판부터 심상치 않다. 아직 1회초도 안 지났는데, 벌써 홈런 맞을 위기다.


뒤에 이어질 말이 불안해 허겁지겁 말을 하는 민서


“어제! 잘 들어갔습니다! 아주 잘!”


재성이 말한 건 줄 알아 고개를 돌려 봤더니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일에 열중하고 있다.


다시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주현이 한 말인 걸 알아차린다. 눈이 마주치자 주현이 말을 한다.


“어제 별일 없었어요?”


“없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어제 제가 먼저 가버렸네요, 어제 잘 들어갔나 해서요”


“그럼요! 잘 들어갔죠, 아주~ 잘~ 하하”


타자를 치던 손을 멈추고 민서를 바라보며 재성이 말한다.


“잘 들어갔다고?”


“네~네 덕분에 잘 들어갔죠”


“어제 기억나?”


보는 눈도 있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앞으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불안해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21만 가지의 비책을 세우고 왔으니까


“내가 어제 한변 택시 태워 보내줬거든.”


마치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듣길 바라듯이 말한 재성


“아, 그랬습니까”


주현이 끼어든다.


“응, 어제 한변이 많이 마셔서 이수사관처럼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그래서 그렇게 되었어”


별일 아니라는 듯 표정을 지으며 주현은 자신의 모니터로 시선을 옮긴다.


“근데 어제 잇잖아······.”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민서는 재성의 입에서 ‘어제’라는 단어만 들어도 뒤로 자빠질 지경이다.


“박실장님(세훈) 한테 전화 왔어, JBC 좀 신경 써달라고 하더라고”


모니터를 주시한 채 자기 일에 몰두하면서 주현이 대답한다.


“며칠 전 JBC 쪽에서 우리 회사 제품인 알트론을 광고하지 않았습니까”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는 재성


“아, 그래?”


잠깐 JBC라면 민서와도 관련이 깊은 곳, 자신의 언니 지연이 일했던 곳이자 동시에 죽은 이수지가 일했던 곳


귀를 쫑긋하고 둘의 대화를 지켜보기로 한다. 혹시나 뭔가 나오기를 바라며


“뭐 별일 잇겠습니까, 더 연장해 달라거나, 잘 좀 해달라는 거겠죠”


재성을 타이르듯이 말하는 주현


“흠, 알트론 이란 약, 잘 되기를 바라나 봐, 우리회사 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아?”


“뭐든지 만든 제품이 잘되기를 바라는 건 기업의 당연한 욕구잖아요”


왠지 모르게 자꾸 자신을 가르치려 하는 주현이 뭔가 못마땅하게 느끼는 재성


“그건, 나도 알아······.”


“뭐, 아무튼, 박실장님께서 JBC좀 신경 써달라는 건 알트론도······.”


“그래! 그 말인즉슨 알트론도 신경 써달라는 거 아니야! 아주 잘!”


갑자기 커지는 재성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는 주현


그리고 방안에 모든사람들의 이목이 재성에게 쏠린다.


“아니, 검사님 왜 그러십니까”


“아······.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한껏 올라간 기분을 진정한 재성은 민서를 힐끗 보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어제 좋은 일이 있었거든.”


잠깐, 귀를 쫑긋이 세우고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민서는


둘의 대화에 뜬금없이 전혀 연관성 없는 말이 나오자 재성을 향해 고개를 홱 돌린다.


그래 분명히 이건 자신을 의식하고 하는 말이라고 확신하는 그녀였다.


‘지금 나 놀리는 건가?’


끼익-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


번호를 몰라 SB제약에 직접 찾아온 김여사(김옥선)


변호사라고 소개했던 재성이 떠올라 지나가는 직원 한 명에게 여기 변호사들이 어디서 일하냐고 물어보자 ‘법무과로 가시면 되세요.’란 답이 돌아왔고 위치를 알려준 직원의 말에 따라

이곳까지 오게 됐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게 김여사인 걸 확인하고는 민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여긴 어떻게”


김 여사(김옥선)는 고개를 약간 흔들면서 재성을 가리킨 채 말한다.


“아······. 저 그게 저 분 좀 만나려고 왔어요”


그제야 김여사를 본 재성이 일어나서 말한다.


“어머님, 여긴 어떻게······. 저 보시로 왔다 구요?”


“네”


자신의 모니터를 보면서 재성의 얼굴에 죄송스러움이 비친다.


“죄송한데 제가 지금 시간이 안 되는데, 무슨 일 때문에 오셨나요?”


“그게 고소 취하하려고 왔습니다”


“네?! 고소 취하요?”


어찌할 바 모르는 재성이 도와달라는 간절한 눈으로 민서를 바라본다.


“그럼 한변이 해주겠나?”


“제가요?”


***


어쩔 수 없이 휴게실로 이동했다.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한숨을 쉰다.


“휴······.”


휴게실로 들어오기 전 민서의 맞은편에 앉은 채 김여사(김옥선)의 한마디가 방 안에 있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저 남자하고 사귀나요?)


다들 저 남자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아는 모양이다.


재성은 그녀의 대답이 궁금한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김여사는 자신이 실수했다면서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어갔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단둘이 얘기하자는 김여사의 제안을 수락했다.


자신을 보는 이상한 눈초리가 방을 나서고 난 이후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다.


피하고 싶은 재성과 떨어져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최대한 오래 끌어보고자 한다.


민서는 고소 취하에 필요한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두면서 말한다.


“일단 읽어보시고요, 한번 작성해 주시겠어요?”


김여사는 민서가 건넨 서류를 잠깐 훑어보더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닌 듯이 민서를 바라보며 말한다.


“저기 변호사님, 내가 사실 아까 그 남성분 보려고 왔는데”


“이검사 님이요?”


“내가 그분을 알거든, 그리고 지금 변호사님도 내가 아는 것 같고”


고소 취하 하러 왔다면서 갑자기 자신과 재성을 안다는 김여사의 말에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의아하게 바라보는 민서


“절 아신다고요?”


“이검사라는 분이 혹시 변호사님 좋아하지 않나요?, 이름이 이재성 으로 알고 있는데······.”


자신을 안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말에 민서의 눈이 한없이 커진다.


“네?! 아니에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당황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확신에 찬 표정을 하며 김여사가 말한다.


“아직 그대로 네요, 그때도 이검사가 변호사님 졸졸 따라 다녔으니까요”


뱉을수록 놀라움의 연속인 그녀의 말에 한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싶어진다.


누구시죠? 어디 사시죠? 재성 선배는 어떻게 아시는 거죠? 전 어떻게 아시고요? 그리고······.


“5년 전 죽은 이소연이라고 아시나요? 제가 그 애 엄마 되는 사람입니다”


아······. 기억난다. 이소연, 교통사고로 5년 전 사망한 민서의 대학 동기 이자 친구


그때 당시 그녀가 민서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엄마가 운영 하는 곳이라며 학교 근처 일식집에 자주 가곤 했다.


“이제 제가 누군지 아시겠죠?”


“네······.”


“소연이가 그때 당시 이검사를 좋아했어요, 옆에서 보는 제가 영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정작 이검사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같던데 왜 내 딸아이는 저리 가슴 아파하는 게”


“......”


“혼자만 하는 사랑이 뭐가 그리 좋은건지, 다른 남자들도 많은데 왜 하필 저 사람 아니면 안 되겠다는 마냥 한 남자만 바라보는지”


한없이 구슬프게 들리는 김여사의 음성에 이제야 알 거 같다.


재성선배가 날 대하는 마음이, 짝사랑 이란 게 얼마나 비참한지


“근데 참 희한하게, 이검사는 변호사님만 졸졸 따라다니더라고요. 식당 창밖에서 변호사님을 한없이 바라본 모습을 여러 번 봤거든요. 변호사님이 우리 식당에 올 때마다”


아······.


“어쩜 운명도 이리도 안 맞는지, 제 딸이 좋아한 남자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고 그 여자는 제 딸의 친구고, 참······.”


구슬프게 들리는 김여사의 말이 당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꿈꾸는 딸을 보면서 얼마나 아파했는지 알려준다.


“사랑이라는 게 그러더라고요. 사정도 무시할 수 없어요.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정 때문에 만날 수 없고 좋아하지도 않은데 사정 때문에 만나야 하고”


“......”


“혼자만 하는 사랑, 그거 정말 가슴 아픈 겁니다. 이 검사한테 무슨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받으면 받고 아니면 말고 결정을 해요. 이검사를 위한다면”


깊이 와 닿는다. 그것도 모자라 깊숙이 파인다.


오랫동안 짝사랑을 한 재성을 피하는 게 아픔만 주는 것이기에


“제가 주책없이 변호사님의 시간을 뺏은 거 아닌가 싶네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을게요”


자신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는 민서의 모습을 보고 깨우침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 김여사는

이만 종료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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