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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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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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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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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15)

DUMMY

Episode 114 - 구출 작전 계획 1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지안 가문의 성역 - 혼테일.


가면을 쓴 백발의 남자가 붉은 카펫을 밟으며 복도를 걷고 있다.

벽에 걸려 있는 초상화의 시선이 따가울 정도였다.

그는 은빛 메탈의 가면을 어루만지며 거대한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는 암흑이 남자를 반겼다.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디에 계신 겁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면을 벗었다.

약간의 수염이 피부를 덮고 있는 미중년.

리븐 렉.


"제가 왔습니다, 모습을 드러내시죠."

그의 말에 어느 한 지점에서 어두운 기운이 뭉쳐졌다.

굉장히 사악하고도 피비린내 가득한 역겨운 뭉치였다.

- 완벽하게 수행했나보군, 이렇게 빨리 돌아온 것을 보니.

효과음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올 그레이색의 복장으로 치장된 레블 지안이 나타났다.

붉은 눈동자에는 악랄함이.

회색빛의 머리칼에는 단호함이.

몸에서 풍겨오는 피비린내는 잔인함이 담겨있는 것 같다.


"그러면, 나에게 루난을 보여다오."

리븐이 고개를 숙이며 손을 펼쳐 계수 뭉치를 생성시켰다.

그리고 결정이 흩날리며 속에서 은은한 빛을 뿜고 있는 책이 나타났다.

어두운 무한 감옥 내의 암흑 속에서 루난의 빛이 조금씩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안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 이것이 바로 루난."

그녀는 오라를 뿜고 있는 루난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유물의 까끌까끌함이 느껴졌다.

책을 펼치자 여러 문자가 섞인 기괴한 문장들이 쓰여 있었다.


그러나 지안은 그것들을 다 읽을 수 있었다.

비인류적 행동과 동시에 언어에도 능통했으니까.

"이것만 있으면 알 수 있어, 내 힘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리븐이 얼굴을 들어 지안을 응시했다.

웃음기 가득한 그녀의 얼굴에서 사악함을 보았다.


지안은 손으로 검은색의 구를 만들어 루난을 감싸 소멸시켰다.

"고생했다, 이만 들어가봐도 돼."

"그것 이외에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리븐의 말에 그녀의 걸음이 멈췄다.

"음, 뭐냐?"


"사실은 이번에 지구에 내려가기 전, 단원 중 한 명을 보내 인간을 납치했습니다."

"뭐라고?"

지안이 동공을 키우며 등을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흥미로움이었다.


지안은 그 과거에 자신이 해왔던 실험을 인간에게 행하고 있는 리븐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무슨 목적으로 인간을 납치한 거지?"

이유는 아까 생각했던 것처럼 뻔했지만.

"노예 육성을 위해서입니다."


지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실은 그녀 본인이 가장 바라고 있던 실험이었다.

노예 육성에 이은 왕국의 재림.

세상 모든 이들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

신의 기분을 느끼며 인간 세상을 내려보는 것.


그녀의 오랜 바람이었다.

흥미가 솟은 지안이 리븐에게 다가갔다.

"나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나, 그 인간을."

"아, 보여드릴 수는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실험에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지?"


"감정 때문입니다."

감정.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어야할 내면의 본성.

"아직 그녀에게는 감정이라는 것이 남아있습니다, 저희의 실험에서 이것을 완벽하게 지워내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기에 성공했다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필요 없었다.

지금 지안에게 있어서는 흥미의 해소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미완성인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 부족함마저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지."

리븐이 웃으며 무릎을 들었다.

"그렇다면 안내하겠습니다."


그는 걸음을 옮겨 무한 감옥에서 나왔다.

리븐이 손을 펼쳐 계수 결정을 흩뿌리더니 삼각뿔 모양의 푸른색 보석을 만들어냈다.

곧이어 그는 손으로 보석을 잡아 깨트렸다.

콰직- 소리와 함께 부숴진 보석이 주위를 둘러싸며 두 사람의 몸을 감쌌다.


------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헬 파이브 군단의 범선 - 굽어가는 메부리코.


리븐과 함께 지안이 등장하자 모든 단원들이 무릎을 꿇어 인사했다.

""헬 파이브, 가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어두운 공간 속 리븐을 포함한 네 명의 모습만이 보였다.

"그래, 루난을 회수한 너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과찬이십니다, 가주님."

토르메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원형의 베리어가 지안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안에서 생명체가 움찔거리는 소리마저 들렸다.

"이 안에 있는 건가, 실험체가."


긴톨이 일어나 스위치를 향해 걸어갔다.

"예, 맞습니다. 미완성된 작품이지만 가주님을 위해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딸깍-!

스위치의 붉은 버튼이 눌려지자 내부의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오호."

지안의 눈에 보였다.

신체의 절반이 개조된 윤 설의 모습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듯 보이는 초점 없는 눈이 그녀의 뇌에 꽂혔다.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지안은 곧장 베리어 안으로 들어갔다.

긴톨이 손을 뻗으며 그녀를 말리려 했다.

"어, 가주님 조심하십쇼. 아직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라 기습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지안은 한쪽 무릎을 굽히며 윤 설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꽤나 불편해 보이는구나."

지안은 곧장 일어서 검은색의 계수 결정이 뭉쳐진 쇠사슬을 발현시켰다.

윤 설의 양팔과 양다리에 달아진 쇠사실이 천장과 바닥에 고정되어 그녀를 잡아 끌었다.


윤 설의 몸이 매우 굴욕적인 몰골로 허공에 뜨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웃음소리가 그녀의 귀에 스쳤다.

지안은 옆으로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들춰 붉은색의 기계 눈을 마주했다.

"몰골이 가관이구나, 인간이여. 지성과 감정을 버리고 우리를 위해 개처럼 일하거라."


며칠 감지 않은 떡진 머리에 역겨움을 느낀 그녀는 곧바로 손을 뗐다.

"구해주러 올 자는 아무도 없다, 설령 온다 하더라도......"

지안의 시선이 헬 파이브에게로 향했다.

"이들을 꺾고 오는 것은 불가능하지."


그 어느 때보다 헬 파이브가 듬직해 보였다.

루난 회수의 임무를 성공하여 신뢰도가 올라갔기 때문일까.

"감정은 확실히 없애라, 노예라는 이미지에 걸맞을 수 있도록. 만약 허튼 짓이라도 한다면....., 아예 사이보그로 바꿔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윤 설에게는 끔찍한 발언이었다.


반항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의욕을 잃었기 때문에 입술조차도 뻥긋하기 어려웠다.

'제발......, 누가 나를 도와줘......! 지금이라도, 그 누구라도 좋으니까......'

그러나 속으로만 외치는 그 바람이 들릴 수는 없는 법.


"완성이 된다면 다시 이야기 해다오, 재밌는 걸 실험해보고 싶구나."

헬 파이브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물론입니다, 가주님."

지안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녀가 사라지자 정적 사이에서 셀리나가 심호흡을 크게 뱉었다.

"후우, 방금 뭡니까? 가주님이 어째서 언질도 없이 이곳에."

리븐이 노려보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째려보았다.

"그 분이 이곳에 오면 안되는 것이냐?"

셀리나가 급하게 눈을 피했다.


"그, 그것은 아니지만....."

리븐이 한숨을 쉬며 윤 설에게로 몸을 돌렸다.

"루난은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추가로 인간 실험체 하나를 구했다고 하니 흥미로워 하시더군."

"그래서 그 실험체를 보기 위해 친히 이곳까지 행차하신 거군요."


리븐이 베리어 안으로 들어가 윤 설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는 윤 설의 머리를 위로 들어올려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

"넌 성공작이어야만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지. 왕국의 발판이 되기 위해 우리는......"

- 너의 인간성을 없애주겠다.


그 말을 듣고는 셀리나가 반박했다.

"하지만 인간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혼테일의 연구소에 직접 가야하지 않습니까? 이곳에서는 그런 세밀한 작업이 불가할 텐데."

"그렇다면 그리 해야지."

리븐이 잡은 머리칼을 놓자 윤 설의 머리가 힘없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

"뭘 확인하는데요."

로제츠의 물음에 리븐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을 펼쳐 원형의 구를 생성시킨 뒤 윤 설의 머리에 집어넣었다.

빠직-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서 폭풍이 휘몰아쳤다.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온다.

"크, 크아아아아악!!!!"

반 사이보그 형태의 기계에서 스파크가 튀겼다.

동공이 확장됨과 동시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동자의 농도가 희미해졌다.


리븐이 고통에 빠진 윤 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타겟은 인간이다.


------


백조전대 회의실.

전대의 모든 간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좌석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백화람도 마찬가지.

정혁은 벽에 걸려있는 시계 초침을 바라보고는 검지로 테이블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약속된 시간에서 5분이 더 지났는데 왜 아직 안오시는 거지?"


의미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가슴을 조여왔다.

한시라도 빨리 계획을 짠 후에 윤 설의 구출 작전을 시작해야 하건만.

모여있는 이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제 시작해야 할 시간인데 조금 늦으시네요."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고 진명과 민호가 들어왔다.

"늦어서 미안하네, 개인적으로 해야할 이야기가 있어서 양해해주게."

진명은 손에 쥔 서류 더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정적이 흘렀다.


진명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링으로 홀로그램 화면을 켰다.

허공에 초록색의 창이 생성되며 누군가의 프로필이 등장했다.

"이건......"

태서번 이즈웰.

이번에 학방에서 로자리아가 용병으로 보내준 인물이었다.


진명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이 자의 이름은 태서번 이즈웰, 보이는 외모는 이렇고 특기는 정보 수집과 원타겟형 핸드메이지다."

원타겟형 핸드메이지.

일대일의 싸움에서 더욱 능한 전투력을 보여주는 포지션.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었다.

"정보 수집이 특기라는 것은 저희에게 있어서 큰 도움이 되겠네요, 아직 적에 대한 정보가 많이 파악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물론 직접적으로 싸워본 전대 간부들이지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되지 않았다.


바로 상대가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것.

그 외에는 정보가 없었다.

거점, 윤 설을 가둬둔 곳, 그리고 나머지 셋의 힘.

희미한 정보력으로는 그들과 곧장 맞설 수 없었다.

조금 더 수를 정비하고 출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일단 자리해주셨으니 간단하게 인사라도 건네도록 해라."

진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즈웰이 들어와 꾸벅 인사를 건넸다.

"용병으로 참가하게 된 이즈웰입니다, 아까 학방에서 인사는 대충 나눴지만 다시 한번 고개 숙입니다."

말투는 굉장히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이즈웰의 인사가 끝나자 모든 간부들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준비는 다 된 것 같군요."

민호가 진명에게 말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윤 설 지휘대원의 구출 작전 기획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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