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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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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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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10.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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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퀴엠(107)

DUMMY

Episode 106 - 개조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헬 파이브의 범선 - 굽어가는 메부리코.


"어땠어?"

동충하초 머리를 뽐내는 흑인 사이보그 긴톨이 말했다.

토르메가 장착된 오른팔을 정비하며 대답했다.

"뭐, 나쁘지 않았어."

"나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의 물음에 토르메가 정혁을 떠올렸다.

"뭐, 그냥. 좀 대단한 인물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긴톨은 흥미로운 듯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렸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정도라고?"

평소, 남 칭찬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토르메가 저런 말을 했다면 진심인 것이다.


긴톨은 몸을 움찔거리며 곁눈질로 토르메를 노려보았다.

"확실히 죽이고 온 거지?"

그러나, 그의 질문을 무시하며 토르메는 상의를 입기에 바빴다.

눈치 빠른 긴톨이 바로 캐치했다.

"하, 이해가 가지 않는데?"


긴톨의 표정에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는 듯했다.

"도대체 왜 살려두는 거야? 그러다가 나중에 뒤라도 잡히면 어쩌려고 그래? 단장께서도 그건 원하지 않을 거야."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토르메는 옷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한 후 말했다.


"책임은 내가 진다, 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토르메가 걸음을 옮겼다.

캐비닛이 즐비어 배치된 곳을 벗어나 두 사람은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아, 이제서야 납득이 되더군."

"뭐가?"


토르메가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백상아리를 죽였다는 말이 허풍은 아니었어."

"차르카를 말하는 거야?"

"그래, 솔직히 우리 뿐만 아니라, 간부진들마저도 믿지 못했던 사실이었잖아. 그런데 아니었어, 확실히 백상아리보다 강했다."


긴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뭐가 대수인데? 그래봤자 백상아리도 겉멋만 잔뜩 든 노인네나 마찬가지 아닌가?"

토르메가 긴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따가운 눈빛이 느껴졌는지 긴톨의 눈이 저절로 돌아갔다.


"뭐야, 왜 쳐다보는 거야?"

"아니다, 그냥."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쳇, 싱거운 놈."

그렇게 두 사람은 2분 정도를 더 걸은 후, 문 앞에 섰다.


토르메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며 천장 아래에 위치한 센서를 향해 들었다.

순간, 붉은색의 파동이 약간 일어나며 기계음이 들렸다.

[ 정상적으로 확인되셨습니다. ]

문이 열리고 내부가 드러났다.


내부 공간에는 헬 파이브의 모든 인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조금 늦었군."

로제츠가 말하자 토르메가 그의 옆에 섰다.

"아, 옷이 조금 더러워져서 갈아입고 오느라 늦었다."

로제츠가 갸우뚱거렸다.


"옷이 더러워져? 희한하군, 자네가 옷 관리에 소홀하다니."

토르메가 피식 웃었다.

"어찌 너희들은 하나같이 그런 뜻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는데."

"무슨 뜻이야?"

"옷 관리에 소홀해진 게 아니라 전투에 의해서 더러워진거다."


로제츠가 흥미로운 듯 동공을 키웠다.

"호오, 그런 조그마한 단체들 속에서도 네 옷을 더럽힐 수 있는 자가 있단 말이야?"

"그래, 자네도 나중에 한번 만나본다면 좋은 경험이라 생각할 거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나도 보고 싶기는 하네."


- 잡담들 끝났으면 이야기를 좀 시작해도 괜찮겠나?

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죄송합니다."

백발을 늘어트린 남자가 등장했다.

모든 이들의 이목이 쏠림과 동시에 긴장감이 흘렀다.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꽤나 큰 압박감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백발의 머리는 그간의 경험을 말해주는 것 같고, 연륜을 엿볼 수 있는 검은 동공은 천리안 같다.

이제 헬 파이브의 모든 이들이 모였다.

헬 파이브의 단장 - 리븐 렉.


리븐은 천천히 모인 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다 한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토르메의 앞에 멈춰 섰다.

"루난을 확보해오라는 임무는?"

토르메가 자연스럽게 한 쪽 무릎을 꿇어 계수 뭉치를 생성했다.

"물론,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단장님."


뭉쳐진 계수가 흩어지고 그 속에서 약간의 빛을 발현하고 있는 루난이 나타났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오, 저것이 바로?"

"루난?"


리븐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루난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책을 손으로 넘기며 말했다.

"지혜와 지식, 그리고 더 나아가 방대한 힘을 숨기고 있는 유물. 드디어 우리의 손에 들어오는군."

리븐의 사악한 미소가 보였다.


그는 고개를 내려 토르메를 응시했다.

"수고했다, 토르메. 일어서라."

토르메가 곧장 무릎을 펼치며 일어섰다.

리븐은 루난에 자신의 계수를 입혀 감쌌다.

"이것은 내가 따로 가주님에게 전달하겠다, 분명히 그녀도 기뻐하시겠지."


루난을 감싼 검은 계수 뭉치가 사라졌다.

"그건 그렇고, 실험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실험이라는 단어에 로제츠가 반응했다.

"순조롭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 당장이라도 완성품이 만들어졌다,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기대되는군, 어디 한번 볼 수 있겠나?"


리븐의 요구에 로제츠가 물론입니다- 라는 대답을 꺼냈다.

그는 앞으로 나와 테이블 위에 놓여진 검은색의 리모컨을 들었다.

"이제까지 저희는 우리 종족만을 대상으로 반 사이보그 논리를 대입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종족에게도 이 논리를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뒤로, 그는 끔찍한 말을 내뱉었다.

"가죽과 살을 깎아내고, 감정을 없앴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거진 90퍼센트 이상의 것을 소멸시켰죠. 인간으로서의 말과 생각을 줄이고 오로지 저희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끔. 한 마디로 말해서....."


- 꼭두각시를 완성시키기 직전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로제츠도 서론이 길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했다.

그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 어두운 포인트 안이 밝아지며 원형의 베리어가 등장했다.


그리고 베리어 안에는 윤 설이 있었다.

정확히는 윤 설이었던 인물이.

말로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얼굴의 반쪽을 타고 내려가 상체의 절반까지도.

모두 사이보그 형태로 변해있었다.


로제츠는 덤덤하게 윤 설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다른 종족을 이용해 실험에 성공한 첫 번째 개체입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오,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된다면 이제 우리의 반 사이보그 논리를 더욱 넓게 퍼트릴 수 있겠어."


리븐 역시 만족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환상적이군, 수고했다 로제츠."

그의 칭찬에 입꼬리가 올라가며 로제츠가 상체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단장님."

로제츠가 제자리로 돌아가자 리븐이 한마디를 더 하기 위해 뒷짐을 지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샘플이 있고, 증거물이 있다. 우리 헬 파이브단은 더욱 거대해질 것이고, 계속해서 발을 넓혀갈 것이다."

""그렇습니다!""

모든 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더욱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리븐이 시선을 돌렸다.

"성공적인 실험, 성공적인 임무. 이 두 가지가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며, 오늘 모임 시간을 끝마치겠다."

단원들 모두가 무릎을 굽혀 고개를 숙였다.

리븐은 만족하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단원들이 굽힌 무릎을 펴 일어섰다.

리븐이 사라지자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거처로 이동하기 바빴다.

허나, 토르메는 윤 설이 갇혀있는 베리어 앞에 서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를 이상하게 지켜보던 긴톨이 물었다.


"토르메, 거기서 뭐해? 가서 안 쉬어?"

"아, 먼저 가서 쉬고 있어라. 나는 잠시 실험물을 살펴보고 갈테니."

긴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사라지고 정적만이 흐르는 곳.


토르메가 윤 설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은 뜨여 있었지만 이미 세상을 포기한 듯 초점이 없었다.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앞에 존재하는 토르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너졌는가?"


토르메가 말을 걸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심란할 거다, 그리고 죽고싶을 거다. 본질을 잃어버렸으니 삶의 의미가 사라졌겠지. 하지만......"

토르메가 자리를 떴다.

"무너지지 마라, 윤 설. 아니......"


- 후계자여.


------


"일어났냐?"

정혁이 눈을 떴다.

그의 시야에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가민이 보였다.

정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완전한 폐허로 변해버린 학사관의 건물.

그리고 불에 타 검게 변해버린 외곽.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실제로 전쟁터이기도 했지만.

가민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에요?"

가민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그냥 처참하게 진거지."

그 표현이 딱 적절한 상황이었다.

처참하게 졌다.

무엇 하나 지켜내지 못하고.

무력함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정혁은 이를 갈았다.

"으아아아아아아!!!"

쾅-!!!

그는 대지를 있는 힘껏 내려쳤다.

그렇게 힘도 못쓰고 질 줄 알았더라면.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할 거였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수련에 힘썼을 텐데.

가민이 체념한 말투로 상황을 말해주었다.

"죽은 사람도 몇명 있고, 우리 쪽 전력도 꽤나 크게 손실당한 상태야. 다행히 지휘관들 중에서 잘못된 이들은 없어."

"침입한 놈들은요?"


"당연히 가버렸지."

정혁은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중상이었다.

"회복의 계수를 밀어넣긴 했지만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해 보이더라."

알고 있었다.


워낙 싸움이 격렬했어야 말이지.

"다른 분들은 모두 어디로 갔어요?"

"부상자랑 사망자 확인하러, 나는 너를 옆에서 지켜봐주라는 지휘대장님 말씀이 있었기에 남아있었던 거야."

정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복부에 놓여있던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그거. 아까 네 머리맡에 올려져 있더라. 혹시나 싶어서 내용을 보지는 않았는데 챙겨는 뒀어."

"감사합니다."

정혁이 종이를 펼쳤다.

잠시 후,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민은 궁금한 듯 다가갔지만 정혁은 곧바로 종이를 감췄다.

"뭐야, 뭔데 그렇게 빨리 숨기냐?"

정혁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가민을 향해 물었다.

"지휘관님."

"왜?"


"혹시....."

정혁이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가민은 그의 말을 듣고는 얼굴색이 변했다.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네,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지금 네 입지가 우리 전대 내에서 제일 높은 건 알고 있지?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자신은 있겠어?"

정혁이 미소를 지었다.

"설득은 필요가 없어요, 이미 그분들도 다 봤거든요."


"그래, 좋아. 나도 너를 따를게."

가민이 손을 내밀자 정혁이 그의 손을 잡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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