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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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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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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54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2.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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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레퀴엠(144)

DUMMY

Episode 143 - 계획 실패와 재정비



콰과과과과광-!

범체가 무너지는 소리가 귀에 울려퍼지며 곧 범선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붕괴가 시작된 거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빨리......!"

정혁은 그 흔들리는 바닥을 뛰어 앞으로 나아갔다.

'제발 성공해라!!'


온몸의 통증이 이미 그의 육체에게 멈추라고 소리쳤지만 정혁은 이를 꽉 깨물었다.

'멈출 수는 없다고!!'

로제츠가 그 모습을 보고는 리븐에게 말했다.

"단장님, 저 남자가 아직도 포기를 못한 것 같습니다."

"놔둬라, 어차피 텔레포트 아이템이 아닌 이상 저곳으로 가는 건 불가능할 테니."


정혁은 최대한 빨리 앞으로 달려 화람을 잡았다.

"이 자식이!!"

긴톨이 다가와 정혁의 머리를 잡고 뺨을 가격했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 이 놈들을 빼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렇게 수차례 뺨을 가격당한 정혁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단장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고통 없이 갈 수 있음에 감사해라."

긴톨은 그렇게 말하고는 단원들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리븐과 헬 파이브, 그리고 쓰러진 동료들의 육체가 공중에 떴다.

"그럼 잘 있어라, 최정혁. 누군가에 의해 꼭 너의 묘비가 생기길 바란다, 옆에 있는 그 친구도 마찬가지로."

리븐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을 딱 쳤다.


그러자 이즈웰이 정지 자세에서 움직였다.

"커헉, 하아, 하아, 하아......!"

이미 그 또한 리븐의 정지 마법으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었다.

"저, 정혁씨, 괜찮으세요?!"

하지만 물어보나 마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을 거라 예상했다.

"아니요,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정혁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 듯 주먹을 꽉 쥔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도움도 하나 되어드리지 못하고......."

이즈웰이 스스로를 자책하자 정혁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벗어나다니, 어떻게 말이죠? 복사 아이템도 화람씨에게......"

"일단 저들이 뜨기를 기다려야죠."


리븐이 원형의 거대한 베리어를 생성시켰다.

공중에 떠있는 열 여명의 사람을 모두 들일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떨어지거라, 수천 미터 아래에 있는 '지대'라는 곳에."

원형의 베리어에서 스파크가 튀기더니 곧 그들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콰과과과과광-!!

폭발음과 진동은 계속되었다.

흔들림이 점점 심해짐과 동시에 이즈웰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러다가 정말 죽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걱정마세요, 이즈웰씨. 다행히 타이밍 좋게 들고 왔으니까요."

"뭐, 뭘 말씀하시는 거죠?"

정혁은 웃으며 손을 펼쳤다.


"이거요."

그가 들고 있는 것은 화람이 보관하고 있던 인피니티 텔레포트 아이템이었다.

이즈웰은 그 모습을 보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 언제 가져오신 거에요? 판단력이 대단하신데......"


"아까, 자폭 장치를 누르고 놈들이 여기를 떠나려고 할때요."

정말이지 그 찰나의 순간에 아이템에 대한 것을 생각해내다니.

여러모로 대단한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혁은 재빨리 텔레포트 아이템을 재가동시켰다.

"일단 그것보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하죠."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어보였다.

이미 반쯤 파괴된 범선이 아래로 추락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정혁은 아이템을 활성화시킨 뒤 눈을 감고 천천히 백조전대의 모습을 떠올렸다.

푸른 결정들이 두 사람의 주위에 흩어지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파아아아아앙-!

범선은 몇 초 뒤, 끝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


백조전대 회의실.

지이이이이이잉-!!!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갑자기 푸른 결정들이 생성되더니 정혁과 이즈웰이 등장했다.

가만히 앉아 원정대들을 기다리고 있던 제인과 로자리아가 벌떡 일어나 그들을 반겼다.


"왔다!"

"왔구나!!"

만신창이가 된 정혁과 이즈웰을 보자 두 사람은 곧장 달려들었다.

"몸이 왜 이래? 중간에 들킨 거야?!"

정혁은 흐릿한 초점을 바로잡으며 제인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 중간에 들켜버려서......"

정혁이 말을 얼버무렸다.


제인은 그 모습이 답답했는지 정혁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어떻게 된 거야! 정확히 말을 해봐!"

"중간에 들켜버려서 구출에 실패했습니다."

이즈웰이 대신 대답하자 제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로자리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다른 인원들은 어디에 있는데?!"


"잡혀갔습니다, 헬 파이브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네 사람이 모두......?"

"예, 죄송합니다."

로자리아는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패했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직접 갔어야 했는데."

제인이 본인을 자책하자 로자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안돼, 그 분과의 계약을 어기는 거잖아."

"그 놈의 계약이라는 게 뭐가 대수인데! 지금 죽어나가는 사람 하나도 제대로 구출해오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게 더 중요한 거 아니야?!"

제인이 로자리아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회의실 안에 정적이 맴돌았다.

정혁은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걱정마세요, 제가 다시 가서 모두 데려올 테니까."

"안 돼, 지금 그 몸으로 어딜 가겠다는 거야?!"

로자리아가 정혁의 팔을 잡고 말렸다.

"제가 아니면 이제 누구한테 맡겨요, 더 이상 방법이 없어요."


어차피 공중 범선의 정확한 모습은 기억했다.

남은 것은 30분 동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텔레포트 아이템을 발동시켜 범선으로 돌아가는 것.

"0.0001퍼센트라도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시도하는 게 옳잖아요."

정혁의 몸 주위에서 회복의 계수가 발현되었다.

'조금씩 몸을 회복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어떻게 되든 오늘 안에 결판을 지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거라 생각했으니.

제인이 회의실을 나가려는 정혁을 잡았다.

"뭐에요, 놔. 지금 내 고집 꺾을 사람은 없어요."

"꺾으려는 게 아니니까 잠시만 기다려 봐."

제인이 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정혁을 올려다보았다.


로자리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보였다.

"제, 제인, 너 설마 그거 하려는 거 아니지?"

제인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정혁의 손을 잡은 뒤 회의실 안쪽으로 데려오는 것 뿐.

"뭘 하려는 건데요?"

이즈웰이 묻자 로자리아가 당황해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포스 임펠트'를 쓰려는 거야."

"포스 임펠트라면, 자신이 가진 힘을 상대방에게 나눠주는 마법이요?"

로자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론 줄 수 있는 힘도 무한대가 아니고 제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만 그것만 하더라도 굉장한 메리트가 있지."


만약 그 마법을 정혁에게 시전해준다면 엄청난 전력을 얻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제인 그만둬."

로자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로자리아. 뒷감당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나 제인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미안하지만 제인, 이건 너 혼자서 감당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야지. 학방의 인원들과 반대파를 포함해 가문의 일원들도 있잖아."

그러나 로자리아의 설득에도 제인은 정해놓은 마음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제발 이번 한 번만 나를 믿어줘 로자리아, 부탁할게."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진심.

지금부터는 아무리 설득해봤자 제인의 마음을 꺾을 수 없어 보였다.

"그 사람도 이해는 해주겠지."

제인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고 윌을 떠올렸다.

"무릎 꿇어봐, 정혁아."


제인의 나지막한 말에 정혁이 머뭇거렸다.

"뭘 하시려는 거에요......?"

대충 무엇인지 알 수는 있었지만 정혁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지금까지 잘 들었잖아, 너에게 내 힘을 넘겨주려고 해. 물론 많이 미약한 양이겠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데에 지금보다 훨씬 편할 거야."


물론 그녀의 말처럼 헬 파이브를 상대하는 것은 편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것.

"그럼 저에게 힘을 나눠주게 되면 그에 따른 대가를 져야 하는 것 아니에요?"

"걱정 안해도 돼, 어차피 벌이라고 해봐야 아주 간단하니까."


그 말이 믿음직스러울 리 없었다.

"무슨 대가인데요, 그걸 말씀해주세요."

정확한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죄책감이 그나마 덜 드니까.

사실, 누구보다도 제인의 힘을 빌리고 싶은 것은 정혁 본인이었다.


"그래, 말해줄게. 그 대가는 족쇄를 차는 거야."

"족쇄요?"

제인이 자신의 팔을 어루만졌다.

"팔에 채워지는 영겁의 족쇄, 간단하게 일정 기간 동안 힘을 쓰는 것이 봉인되는 거야."

"그 기간이 얼마나 되는데요?"

제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시선을 피했다.


"일주일."

정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일주일이라니, 그럼 그 시간 동안 그 어떠한 능력도 쓰지 못하는 거에요?"

"그렇지."

로자리아는 제인의 등 뒤에서 이마에 손을 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계약의 대가를 말하는 것조차 위반 사항에 들어간다만 그것은 따로 정혁에게 말하지 않았다.

"정혁아, 포스 임펠트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줘. 제발 한 번만이라도 옳은 일을 할 수 있게."

제인이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

원래라면 당연히 거절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도저히 입 밖으로 의사를 뱉을 수가 없었다.

정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물었다.

"그럼 힘이 사라지는 그 일주일 동안은 누가 당신을 지켜주는데요."

제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정혁을 향해 검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웃어보였다.

"네가 지켜주잖아."


정말 어이가 없도록 맑은 눈이었다.

정혁은 그런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 아니야, 이 사람......"

그는 무릎을 꿇었다.

떨리는 다리를 천천히 굽혀 정수리를 제인의 손바닥 쪽으로 이동시켰다.

"해, 줘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세 글자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제인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정혁의 정수리를 어루만졌다.

"응, 시작할게."

그녀는 눈을 감으며 알 수 없는 언어를 몇 번 중얼거렸다.

그러자 제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백색의 계수 결정들이 천천히 정혁에게로 옮겨졌다.


편안한 기분이 느껴지며 제인이 중얼거렸다.

"미안해, 내가."

그 말을 흘려들은 정혁이 미소를 지으며 눈을 떴다.

그의 눈에 아련한 여성이 들어왔다.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마."


"......, 응."

이윽고 그의 몸에 스며든 계수 결정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인은 포스 임펠트를 마친 후 정혁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해봐 최정혁, 너라면 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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