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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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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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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11.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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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31)

DUMMY

Episode 130 - 윌



"언제부터 알았지?"

윌이 의자를 가져와 앉으며 제인에게 물었다.

"손을 잡았을 때요."

그는 제인의 손을 잡은 때를 떠올렸다.

힘을 숨긴다고 숨겼지만 체내의 계수 양이 너무 방대하기에 제대로 감출 수 없던 모양이었다.


"처음 너를 봤을 때는 겉의 계수를 없앴기에 완벽하게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인이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당신같은 사람은 아무리 기를 숨기려고 해봐야 잘 될 리가 없어요."

맞는 말이었다.


윌은 가진 힘이 너무나도 강력하기에 자신의 의지로 숨기고 싶어도 항상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도 사실을 아는지 피식 웃었다.

"언제부터였어요? 이곳에서 정착한 게."

"가문을 떠나고 바로 직후."


"6개월 전부터였군요."

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질이라도 해주시지, 빌렉빅토르 가문도 당신의 거취를 몰라 당황하고 있어요."

윌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유가 있을까요?"

제인의 물음에 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래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어.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지만 이 행성에서 엄청난 물건 하나를 발견했거든, 그래서 그 좌표를 추적하려고 걔속 남아있던 거다."

제인이 흥미로운 듯 동공을 키웠다.


"그 물건이 뭔데요?"

"너도 들어봤을 거다."

윌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 하나를 집어 제인에게 건넸다.

"최강의 검이라 불리우는 명검, 이브렉시아다."

무기의 이름을 듣자 제인의 눈이 커졌다.


"이브렉시아라고요?"

"그래."

윌이 머리를 긁적였다.

"종이에 그려져 있는 모습을 봐."

거대한 푸른 보석이 칼집 정중앙에 박혀있으며 전체적으로 그레이 빛을 뽐내고 있는 단조로운 모습이었다.


제인이 이브렉시아의 외형을 눈에 집어넣은 후 다시 종이를 건넸다.

"도대체 이런 정보는 어디서 얻으시는 거에요?"

"엔마에게서."

엔마라는 이름이 귀에 박히자 제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양반은 아직도 활동하고 있어요?"

윌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 나이가 나이다보니 직접적인 행동은 불가능하고 주로 정보력으로 승부를 보긴 하지."

제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에휴, 이제 은퇴하실 때도 된 사람이 무슨."


그녀는 뭔가 못마땅한 듯 시선을 돌려버렸다.

"너 아직도 그 사람 별로 안 좋아하냐?"

"당연한 거 아니에요? 찝적거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심하잖아요."

윌이 팔짱을 낀 채로 제인에게 장난을 쳤다.

"흠, 뭐 어떻게 자리 한번 마련해 줘?"


제인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저, 찬성파로 넘어갑니다?"

"아, 알았다 알았어. 그냥 장난 한번 쳐본거야, 설마 내가 진심으로 말했겠니?"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잡담 후에 약간 정적이 흘렀다.

"언제까지 이곳에 계실 거에요?"


"일단은 조금 더 있어봐야지, 곧 있으면 거취를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 말이야. 너무 한곳에 오래 있는 것도 좋지 않아."

"그 질문이 아니라, 언제 가문으로 복귀하냐는 물음이에요."

윌이 눈알을 올렸다.

"빠른 시일 내에는 가지 못할 것 같은데, 어쨌든 조사 기간 동안 맡은 일은 처리해야지."


"이브렉시아를 말씀하는 거죠?"

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브렉시아가 반대파의 손에 넘어가면 골치 아파지니까. 게다가 최악은 레블 지안에게 그 무기가 넘어가는 경우야."

"확실히......"


세기가 부정하는 살인마, 아름다운 외모 뒤에 감춰진 진짜 얼굴.

게다가 욕심과 욕망이 가득한 지안의 손에 이브렉시아가 넘어간다면.

그 후의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것만은 꼭 막아야겠네요."

"막아야지, 그리 되지 않기 위해 내가 이곳에 있는 거니까."


"저 사람과는 어떻게 알게 된 거에요?"

"저 사람이라면 누굴 말하는 거지?"

제인이 턱을 아래로 내렸다.

"아, 주덕광을 말하는 건가?"

"네."

윌이 피식 웃으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뭐,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어."

말을 해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제인은 윌의 성격을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했다.

"저 사람은 당신의 정체를 아나요?"

"아니, 알 수가 없지. 애초에 인간의 힘으로는 나의 둔갑술을 절대 파악할 수 없을 테니까."


어쩌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덕광과 같이 있는 노환진이 아펠리온 최강의 남자라는 사실은.

제인은 그렇게 할 이야기가 다 끝이 난 듯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종종 와도 되죠?"

"물론이지."


윌은 쿨하게 동의했지만 제인은 나지막하게 거짓말- 이라고 속삭였다.

평소 모습조차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 윌이 자신의 거주지가 드러났음에도 자리를 뜨지 않을 리 없었다.

그저 동의의 대답은 제인을 안심시키기 위한 전략일 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들릴게요, 그러니 여기 꼼짝말고 있어요. 아시겠죠?"

제인의 말에 윌이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아.시.겠.죠?"

"당연하지, 얼마든지 와라. 다음에는 달달한 음료도 하나 내올테니."


윌에게 마지 못해 대답을 듣긴 했지만 왠지 그 음료는 평생 먹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럼 갑니다, 몸조리 잘 하세요."

"너도."

제인이 문을 열어 복도로 나섰다.

사실 몸조리 잘 하라는 걱정은 윌에게 하지 않아도 될 문제였지만.


복도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이미 거실을 나온지 10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아, 너무 늦어버렸네."

그녀는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 거실의 문을 열었다.

표정 관리를 한 후, 제인은 밝은 표정으로 거실로 들어섰다.


"아이고,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철컥.

문을 열자 동작이 그대로 정지된 화람과 덕광이 보였다.

정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시간 정지 마법이라도 쓴 듯.

"아, 또 그거 했나보네."


제인은 익숙하다는 듯 다시 거실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시간 정지(Time Stop).

지정된 범위 내의 시간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마법.

시간과 관련된 마법의 특성상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리턴이 따라오는 고난이도의 계수 응용기이다.

하지만 윌은 달랐다.


행성 내 최강의 마법사인 만큼 그 활용의 범위도 제약도 조건부 없이 거의 무제한으로 활용이 가능했다.

'이 사람이 또 마법 걸어넣고 잊어버렸나 보네.'

제인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복도로 걸아가 위를 향해 소리쳤다.

"시간 정지 마법 풀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닿았는지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울렸다.


"후우, 됐나 보네."

제인이 다시 거실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마법이 풀린 듯 화람과 덕광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제가 바로 사용해봐도 되나요?"

"물론이죠, 좌표만 설정이 가능하다면 당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왔다."


제인의 말에 덕광이 고개를 돌렸다.

"아, 오셨군요. 이리 와서 앉으세요, 설명은 거의 다 끝나갑니다."

제인이 촐랑촐랑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

화람이 아이템을 잡으며 물었다.

"좌표는 어떻게 설정하는 건가요?"

"간단합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보석을 손에 쥐고 가고 싶은 곳의 정확한 형상을 떠올리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백조전대를 떠올리면 되는 건가?"

화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지만 곧바로 눈을 감았다.

백조전대의 건물이 머릿속에서 생성되었다.

그러자 텔레포트 아이템이 진동하더니 곧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덕광은 손가락으로 소리를 딱- 내었다.


"좋아요, 발동되었습니다."

화람은 집중을 계속했다.

혹여나 정신력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발동이 무마되지는 않을까 걱정한 듯 보였다.

곧 아이템의 수많은 계수 결정이 공중으로 흩어지며 제인과 화람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덕광은 그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선 뒤 인사를 건넸다.

"자, 그럼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화람은 그의 인사에 미소를 지으며 목례했다.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그녀의 입장이었다.

두 사람의 육체가 완전히 감싸짐과 동시에 결정이 사라졌다.


------


백조전대 A관 건물의 앞.

푸른색의 결정이 허공에서 나타나며 이윽고 사람의 형체로 변했다.

"아, 도착했다."

제인의 발랄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곧 두 사람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백조전대의 건물이 보이자 화람은 미소를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다행이다. 혹시나 제대로 발동하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어찌어찌 잘 도착은 했네."

제인이 기특한 듯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고생했어, 물론 아이템을 만들어준 것은 그 어르신이지만 네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완성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제인의 칭찬이 부끄러운 듯 화람은 곧장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왠 칭찬이야, 이건 나만 고생한 게 아니라 모두가 노력한 거니까 그런 말은 됐어."

'뭐야, 쑥스러워 하긴.'

화람이 붉어진 얼굴을 뒤로 하고 곧장 앞으로 걸었다.

"일단 들어가자, 짧았지만 고생했으니까 쉬어줘야지."

"그래, 가서 달달한 간식이나 먹자."


"뭐래, 조금 쉬고 다시 회의를 해야지. 시간이 없으니까 최대한 계획을 더 짜놓아야 할 것 아니야."

깐깐한 화람의 말에 제인이 볼에 바람을 집어넣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대원들이 하나 둘 씩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급 어깨가 처진 화람이 지친 듯 비틀거렸다.


"아이고, 왜 이렇게 몸에 힘이 없냐? 근육통이 솟아나는 것 같아."

"그럴 때는 달달한 음식을 먹어줘야......!"

"제발."

계단을 분주하게 내려오는 군화 소리가 들리고 정혁이 등장했다.

그는 곧바로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다녀오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다녀왔다. 일단 텔레포트 아이템의 작동은 성공적이었어.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 테니까 생활관에 먼저 가도 될까?"

정혁이 그 말을 듣고 길을 비켰다.

"네, 들어가서 푹 쉬세요."

"한 시간 뒤에 회의 시작해야 하니까 진명이 한테도 말해줘."


"알겠습니다."

화람이 계단을 올라 401생활관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따스한 기운이 그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피곤해."

그녀는 곧장 침대에 누웠다.

제인이 다가와 화람의 볼을 찔러댔다.


푹 들어가는 촉감이 인상적이었다.

"야, 바로 잘거야? 나랑 같이 맛있는 거 먹자."

"나 지금 너무 피곤해, 그러니까 조금만 쉬자."

제인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흥, 그래라. 나 혼자 가서 맛있는 거 엄청 먹어야지."


심술스러운 말투로 화람에게 말하며 그녀는 모습을 감췄다.

'뭐야, 쟤. 피곤해 죽겠는데 뭘 먹으라고.'

화람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나른한 기분이 몸을 감싸며 화람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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