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1,903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2.04 20:36
조회
22
추천
1
글자
12쪽

레퀴엠(142)

DUMMY

Episode 141 - 범선 침투 8



"잘 보아라, 저것이 바로 너희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완전히 붕괴시켜 버릴 수 있는 거대 함선, 살상 병기 DF - EYES, 굽어가는 메부리코다."

마치 웅장하고도 어두운 배경음이 깔린 것처럼 이즈웰과 정혁이 벙쪘다.

분명히 눈에 보이는 거대한 공중 범선은 이즈웰이 보여준 도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무슨 소리야, 저게 굽어가는 메부리코라고? 내가 사진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설계도를 봤겠지."

리븐이 정혁의 말을 잘랐다.

그는 공중 옥좌에서 바닥으로 뛰어 착지했다.

"당연하게도 사진에 그려져 있던 녀석은 너희들이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까지 소수 정예 뿐만 아니라 헬 파이브의 다섯 인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지."


"설계도를 조작했다는 건가?"

이즈웰의 물음에 리븐이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이지 멍청하군,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줬는데도 이해를 하지 못하다니."

그는 등 뒤에 위치한 길다란 바늘 같은 무기를 들며 바닥을 쳤다.

"너희들이 밟고 있는 이 작은 범선의 이름은 '천상으로 가는 길', 염언히 굽어가는 메부리코와는 다르다."


"뭐라고?"

리븐이 두 사람에게로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는 못했나? 이곳까지 오는데."

그랬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 번째로 설계도의 도면대로 길이 나타나지 않은 것, 그리고 심야 장막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것까지.


리븐은 바늘과도 같은 검은색의 날을 앞으로 뻗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희가 이곳으로 들어온 시점부터 우리의 함정에 걸려든 거다."

정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우리를 가지고 놀았다는 건가......?!"

분했다.


며칠 동안 윤 설을 구출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들 다해왔는데 되도 않는 함정에 걸리다니.

"제 불찰입니다, 정혁씨."

이즈웰이 고개를 숙이며 이를 갈았다.

"제가 조금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조사를 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자책하지 마세요, 이즈웰씨. 지금은 눈앞의 적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정혁이 이즈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위로했다.

리븐은 턱을 들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 하고는."

그 순간.

공중에서 무엇인가가 툭 떨어졌다.

툭- 투둑-.

이윽고 4개의 형체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어, 어?!"

정혁이 동공을 키우며 다가갔다.

백화람, 하진명, 조하나, 도민호.

네 사람의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기절해 있었다.

정혁은 빠르게 달려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어떻게 된 거에요?!"


"어떻게 되긴."

공중에서 걸걸한 말투가 들려왔다.

검은 피부에 동충하초 머리를 지닌 남자, 긴톨이 두 사람을 내려보고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덤벼들길래 손을 좀 봐줬을 뿐이다."

정혁이 두 눈을 부릅 뜨며 긴톨을 노려보았다.

"보아하니 손을 봐줄 인물이 한 명 더 늘어난 것 같은데."


"그래야겠지."

이번에는 정혁의 등 뒤에서 등장하는 남자.

"인간들은 자기 주제도 모른 채 나대기만 할줄 아는 종족이니까."

로제츠였다.

정혁이 얼굴을 돌렸다.

'어, 언제부터 뒤에 서 있던 거지?'


"재미를 본 건 두 사람 뿐인가요?"

이번에는 셀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헬 파이브의 단원들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서있는 토르메.

정혁은 주춤거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낭패다, 한 명도 상대하기 벅찬데 다섯 명이 전부 모여버렸어. 이렇게 되면 승산이 전혀 없는데.'


꽤나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불안감이 몸을 휩쓸었다.

리븐은 정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비웃었다.

"불안한가?"

혀를 찔린 정혁의 몸이 움찔거렸다.

"왜 그런가, 자네들의 목적은 이 범선 안에 있는 윤 설을 구출하는 것 아니었나?"


리븐이 손가락을 딱 치자 허공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불투명의 거대한 베리어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베리어 안에 있는 누군가.

틀림없었다.

"설이 누나!!!"

정혁은 최대한 크게 목소리를 내며 그녀를 불러보았다.


"설이 누나, 나야! 정혁이!! 구하러 왔어, 어서 일어나 봐!!"

하지만 전혀 미동도 없는 윤 설.

그리고 헬 파이브 단원들의 비웃음소리가 들렸다.

"구하러 왔어, 일어나~."

"설이 누나~."

정혁의 분노 게이지가 최대치에 달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노란빛의 계수 결정이 바닥에서 솟아나며 곧 엄청난 계수 폭발이 공중에서 일어났다.

콰과과과과광-!

"호오, 저런 힘을?!"

로제츠가 감탄사를 뱉었다.

정혁은 오른손을 펼쳐 월광도를 생성시킨 뒤 두 손으로 잡고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노란색의 참격이 윤 설이 갇혀있는 베리어에 닿자 폭발했다.

파아아아아아앙-!

그러나 전혀 미동도 없는 베리어.

정혁이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목적이 뭐냐, 너희들은."

리븐이 그 질문을 듣자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간단하지, 왕국이다."

"왕국이라고?"

리븐이 양 팔을 펼치며 고개를 위로 들었다.

"그래, 약하디 약한 인간들을 순종적인 사이보그로 개조시키고, 그들을 노예로서 부린다. 그것도 수십, 수백, 수천 만의 인류를 모두."

정혁이 왼손의 주먹을 꽉 쥐었다.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냐?"


"그런 이유라니, 예로부터 노예 제도는 인간들의 세계에도 존재하는 것 아니었나? 지금이야 자유니 뭐니 하며 그 진리를 벗어나려 하지만 원래라면 당연한 것이지. 약육강식의 사슬이라는 것은."

"그래서, 그 잘난 나라에서는 누가 왕인데?"

리븐이 눈을 감으며 심호흡했다.

"가주님이다."


"가주?"

"그래, 그 영롱한 위상을 하늘에 떨치며 천지의 신으로 탈바꿈하실 분, 레블 지안!"

"레블, 지안이라고?"

이즈웰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손을 떨었다.

정혁은 그런 이즈웰을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팔을 잡아주었다.

"무슨 일이에요, 이즈웰씨?"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과 다르게 이즈웰의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다.

"웃기고 있네."

정혁은 발 뻗고 나서며 월광도를 손에 쥔 채 노란빛의 계수 오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레블인지 지안인지, 그 뭣같은 년 하나 때문에 지금 이 사단을 벌였다는 거지? 미친 사이비 집단 아니야, 이거?"


그 말에 헬 파이브 단원 전체가 눈을 부릅 떴다.

긴톨은 이를 갈며 몸에서 검은 오라를 뿜어냈다.

"이런 쥐새끼가, 감히 그 분의 이름을 함부로 담다니."

"왜? 너희들도 그 이름을 아무 탈 없이 말하잖냐? 그렇다면 나도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리븐은 눈을 감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긴톨, 나서라."

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긴톨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리븐의 목소리.

"팔 하나 정도를 부러뜨리는 건 허용하겠다."

긴톨이 혀를 낼름거리며 웃어댔다.

"오케이."

"드디어 싸워주는 거냐?"


정혁이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어느 정도의 블러핑이 감미되어 있었다.

사실 눈앞에 있는 긴톨이라는 남자도 제대로 이길 거라 확신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

아니, 어쩌면 압도적으로 질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

'후, 침착하자. 그래봤자 일대일의 상황이야. 지금은 뒷일을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해야 해.'


정혁이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깜빡이는 찰나.

긴톨의 모습이 오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정혁은 깜짝 놀란 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어딜 보는 거냐?"

소름끼치는 귓가의 목소리와 함께 등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빠아아아악-!!!


"윽!!!"

순간 동공이 뒤짚어지며 약간 의식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등을 가격당한 정혁은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바닥을 몇 번 구른 뒤 다시 일어선 그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혈흔을 닦았다.

"하아, 하아, 뭐야, 이 괴물 같은 펀치력은......!"

도저히 당하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저 주먹을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니.

정혁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절대 못 이기겠는데?'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확신할 수 없는 단계였다.

그러나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단 10분이라도 버티면 기적일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벌여놓은 일을 되돌림 시킬 방법은 없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부딪혀보자.'

정혁이 몸을 비틀거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긴톨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뭐냐, 물론 진심으로 치긴 했다만 이 정도 주먹 한방에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네.'

"하아."

정혁은 심호흡을 몇 번 반복한 뒤, 체내의 계수를 전부 끌어모았다.

눈과 두 팔, 그리고 월광도에서도 계수 결정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머젼시 토탈(Emergency Total).

주변 대지에 스파크가 튀겼다.

"뭐야, 저건."


"헥토마 펑션이구만."

헬 파이브 단원들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긴톨은 흥미진진한 듯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모아 관절 소리를 내었다.

우두두두둑-!

"그래, 그렇게 나와줘야지. 보아하니 지금 보이는 네 모습이 최종 단계인 것 같은데, 이래야 싸워줄 맛이 나지 않겠나?"


"제발 말좀 그만하면 안될까?"

통증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제대로 허리를 펼수 없을 정도로.

"건방진 새X."

긴톨이 또 다시 정혁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검은 계수들이 허공에서 흩날렸다.


'뭐지, 이건?"

슈우우우우우웅-!!!

타격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아공간술의 홀에서 튀어나온 긴톨의 검은 주먹이 정혁을 가격하며 지나갔다.

주먹을 쥔 채로 계속 뻗어지는 공격.

정혁은 이미 제정신을 차리기 힘든 몸이 되었다.


공격력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긴톨의 아공간술.

게다가 빠른 스피드까지 겸비하니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정혁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정신을 똑바로 붙잡았다.

'아, 안 돼! 지금 쓰러지면......!'

그는 오른손에 든 월광도를 분해시켜 결정으로 만들어내 손에 스며들게 했다.


'한번만 내지르면 돼......!'

정혁은 그 짧은 순간에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앙-!!

긴톨의 아공간술과 정혁의 월광권이 맞붙어 엄청난 충격파를 일궈냈다.

"뭐야, 그 상태에서 주먹을 내질렀다고? 게다가 자신의 무기를 분해시켜서?"


긴톨이 중얼거렸다.

그는 순간판단력이 꽤나 괜찮은 인물이라 생각했다.

"분명히 이 한방으로 인해 의식을 완전히 잃을 거라 생각했는데 버티다니."

이 장면은 박수를 쳐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월광권을 쓰고 있는 상태에서도 긴톨의 주먹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것 마저도 칭찬해줄 수 있는 입장이었다.


- 저 녀석, 여기 있는 놈들 중에 가장 강하구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3 레퀴엠(153) 23.12.13 20 1 12쪽
152 레퀴엠(152) 23.12.12 20 1 11쪽
151 레퀴엠(151) 23.12.11 21 1 12쪽
150 레퀴엠(150) 23.12.10 21 1 11쪽
149 레퀴엠(149) 23.12.09 20 1 11쪽
148 레퀴엠(148) 23.12.09 22 1 11쪽
147 레퀴엠(147) 23.12.08 22 1 11쪽
146 레퀴엠(145) 23.12.07 22 1 11쪽
145 레퀴엠(145) 23.12.06 21 1 12쪽
144 레퀴엠(144) 23.12.06 23 1 11쪽
143 레퀴엠(143) 23.12.05 20 1 12쪽
» 레퀴엠(142) 23.12.04 23 1 12쪽
141 레퀴엠(141) 23.12.03 20 1 12쪽
140 레퀴엠(140) 23.12.02 24 1 12쪽
139 레퀴엠(139) 23.12.01 23 1 12쪽
138 레퀴엠(138) 23.11.30 20 1 11쪽
137 레퀴엠(137) 23.11.29 24 1 11쪽
136 레퀴엠(136) 23.11.28 20 1 11쪽
135 레퀴엠(135) 23.11.27 24 1 12쪽
134 레퀴엠(134) 23.11.26 24 1 12쪽
133 레퀴엠(133) 23.11.25 22 1 11쪽
132 레퀴엠(132) 23.11.24 25 1 12쪽
131 레퀴엠(131) 23.11.23 23 1 11쪽
130 레퀴엠(130) 23.11.22 25 1 11쪽
129 레퀴엠(129) 23.11.20 26 1 12쪽
128 레퀴엠(128) 23.11.19 22 1 12쪽
127 레퀴엠(127) 23.11.18 25 1 12쪽
126 레퀴엠(126) 23.11.17 24 1 12쪽
125 레퀴엠(125) 23.11.16 23 1 12쪽
124 레퀴엠(124) 23.11.15 2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