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1,915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1.22 19:02
조회
25
추천
1
글자
11쪽

레퀴엠(130)

DUMMY

Episode 129 - 노환진



"이거, 당신이 만든 거 아니지?"

그 발언에 덕광의 표정이 굳어졌다.

화람은 제인의 어깨를 툭툭 치며 큰소리를 내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하지는 못할 망정."

그러나 제인은 확신했다는 듯 뜻을 굽히지 않았다.


"너무 완벽해."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여진 아이템을 들어 이리저리 확인했다.

"도저히 이 사람 혼자서는 해내지 못할 퀄리티야."

제인의 단호한 말투에 화람이 화가난 듯 벌떡 일어섰다.

"아니, 너......!"

"언제부터 알았습니까?"


덕광의 음침한 눈빛이 제인에게로 향했다.

"아, 여기 들어올때부터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었는데 이걸 보고 확신했어. 아무리 머릿속으로 계산을 때려봐도 이것 말고는 답이 나오질 않아."

그녀의 확고한 발언에 덕광이 못이기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는 잠시 고개를 떨구며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덕광은 그렇게 말한 후,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갔다.

화람은 그가 사라지자 제인을 노려보았다.

"뭐야, 뭐가 문제길래 그래?"


"눈치채지 못했어?"

"뭘?"

제인이 삼각뿔 모양의 아이템을 들어 화람에게 보여주었다.

"자세하게 봐."

화람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눈을 크게 뜨여 밝은 보석을 가까이에서 응시했다.


"......, 어?"

참으로 놀라웠다.

게다가 이질적이었다.

본래 입자의 크기보다 훨씬 더 작은 결정들이 촘촘하게 집합되어 있었다.

그것을 본 화람 역시 그제서야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확실히......."


제인은 화람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알았어? 이 정도의 입자를 집합시킬 수 있는 사람은 우리 행성에서도 몇 안 돼."

"그렇다면?"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면 덕광과 같이 이 주택에서 사는 이가 상당히 심상치 않다는 것.


화람이 주먹을 꽉 쥐며 미간을 좁혔다.

덕광이 사라진 그 짧은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가 지난 뒤, 그가 돌아왔다.

덕광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은 채 안절부절 못하는 듯 눈알을 굴렸다.

"어, 그게 원래는 이 분에 대한 사실은 공개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말씀드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덕광이 몸을 비키자 등 뒤에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응?""

두 사람의 눈이 번쩍 뜨였다.

최소 70세 이상은 되어보이는 노인이 백발의 머리를 기른 채 서있었다.


덕광이 남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소개할게요, 여기는 노환진이라고 하는 분입니다. 제게 있어서는 큰 은인 중 한 사람이죠."

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 분이 설마 저 텔레포트 아이템을 만드신 분이라고?"

"네, 맞습니다."


이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볼일 없는 노인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떻게 저 엄청난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냈을까.

그러나 덕광의 눈빛으로 보아 거짓을 말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화람이 선뜻 그의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저는 적호학사관의 총 지휘부대장직을 맡고 있는 백화람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았다.

"알고 있네, 백화람이라면 한국 학사관 지부의 간부진들 중 손꼽히는 유망주라 들었는데."


"영광입니다."

처음 본 늙은 노인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약간은 충격이었다.

그 다음은 제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사람의 지인이에요."

제인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노인은 역시 인사를 받아주었다.


"나도 반갑네."

두 사람의 손이 맞닿았다.

'......, 어?'

제인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무언가 서늘한 감각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대로 미동자세로 굳어버린 제인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환진을 응시했다.


덕광은 아무 반응이 없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저, 괜찮으십니까?"

그의 질문에 반응하듯 제인이 동공을 흔들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세 사람은 그렇게 인사를 마쳤다.


화람이 물었다.

"정말 이 입자를 어르신 분이 조합하신 거라고요?"

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무언의 대답이었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었다.

보통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고 섬세함이 줄어드는 것이 인간일 터인데.


제아무리 세공과 조합의 장인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의 솜씨는 말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이 실력이라면 가히 전세계에서 열 손가락 이내에 들어갈 만했다.

'아니, 그런데 이리도 대단한 사람이 아직도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소위 말하는 은둔 고수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렇게 조금의 정적 이후 덕광이 헛기침을 뱉었다.

"크흠, 일단은 어르신은 들어가 계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요즘 몸도 안좋아 움직이는데 불편하시지 않습니까?"

그가 눈치 아닌 눈치를 주는 듯했다.

그 말을 듣고는 화람이 깜짝 놀라며 손을 저었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혹시 괜한 말씀을 드린 게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환진은 고개를 돌렸다.

"아닐세, 나도 너무 작업실에서만 오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누군가와 소통할 기회가 없었어서 말이야. 이렇게라도 젊은이들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환진은 굉장히 신사적인 남자인 듯 보였다.

화람이 웃으며 그에게 90도 인사를 전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어르신, 복 많이 받으세요."

제인 역시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환진이 뒤로 돌아 복도로 사라졌다.

철컥.

문이 닫히고 덕광이 두 사람을 향해 한숨을 쉬었다.

"후우, 원래는 이럴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덕광씨."

화람이 진심으로 사죄했다.

"아닙니다, 뭐 속이려고 했던 저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으니까요. 일단은 아이템을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보시죠."

덕광의 말에 화람이 자리에 앉았다.

제인과 화람이 자리에 착석하자 덕광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정말 특이하더군요, 우선 제가 엄청나게 많은 요물들을 봐왔지만 이 정도로 정교하고 성능이 좋은 것은 처음입니다. 아 사실상 두 번째겠네요, 루난까지 포함을 시켜야 하니까."

그 뒤로 덕광은 투머치 토커라도 된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쿨타임은 원래 알고 있었던대로 30분.

그리고 입자들이 조금씩 뭉쳐지는 형태로 제한시간이 지나간다고 말해주었다.

두 사람은 그의 설명을 꼼꼼히 들었다.

"아, 잠깐."

제인이 갑자기 배를 부여잡으며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옮겨졌다.

"엥, 무슨 일 있으십니까?"

덕광의 물음에 제인이 한 손을 들며 말했다.

"혹시 여기 화장실은 어디에 있어?"

"아, 복도로 나가서 바로 왼쪽입니다."

"뭐야, 뭐 잘못 먹은 거라도 있냐?"


제인이 급하게 일어서며 반박했다.

"뭐래, 그냥 신호가 온 것뿐이야. 일단 나머지 설명은 너에게 맡길게."

제인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곧바로 거실을 나왔다.

문이 철컥 닫히자 그녀의 표정이 돌변했다.

"후, 연기하느라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네."


제인이 올곧은 걸음으로 오른쪽 복도를 향해 걸었다.

아직도 천장에서 흘러나오는 이질적인 기운은 느껴지는 상태.

'위에 있구나.'

그녀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계단을 올랐다.

목재 바닥의 딱딱함이 몰려오며 점점 위층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2층에 다다르자 중앙복도와 함께 양쪽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나타났다.


제인이 눈을 감으며 오라를 느꼈다.

"오른쪽이구나."

그녀가 재빠르게 종종걸음으로 오른 복도로 걸었다.

점점 더 짙어지는 기운이 이제는 머리를 아프게 하자 제인의 표정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기이한 계수 오라를 내뿜고 있는 문앞에서 멈췄다.


"후."

제인은 심호흡을 가다듬고는 검지로 문을 두드렸다.

똑똑.

맑고 청량한 두드림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는 상태.

제인은 아랫 입술을 깨물며 무작정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끼이이이익.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정말 전형적인 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각종 마법과도 같은 작업 기구들이 주변에 널려있으며 서랍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우 넓었다.

적어도 이 집의 평수보다 훨씬 넓은 방의 공간.


하지만 물리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았지만 '그'라면 가능한 마법.

제인은 방 안의 모습을 보고는 확신에 찬듯 웃었다.

"자, 어디계세요. 여기까지 손님이 찾아왔는데 나오지도 않고 있을 겁니까?"

치이이이이익!

치이이이이익!

작업 기구들의 가동 소리가 귀를 울리자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정작 주인은 등장하지 않았다.

제인이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기구를 구경하다가 서랍에 꽂힌 책도 만지작 거려본다.

물론 주인을 부르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에도 방의 주인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둘러본 제인이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 다 알고 있으니까 어서 나오세요. 설마 모를 거라 생각한 건 아니잖아요."

마치 상대의 정체가 누군지 안다는 듯 제인이 짜증스러운 말투를 냈다.

그러자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노환진이 거대한 작업 기구 뒤에서 나타나며 제인을 쳐다보았다.

제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부터에요, 이런 곳에서 자리를 잡은 건?"

하지만 환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제인은 이에 질세라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때까지 이런 곳에 계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의외네요, 도대체 왜 우리에게는 얼굴도 비추지 않는 거죠?"


- 윌씨.

순간 환진의 동공이 약간 커졌다.

제인은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저 어디를 다녀온다고 말도 하지 않고 이런 곳에 계신 게 놀라울 따름이네요, 계획은 어떻게 되는 것이고 반대파의 수장인 당신이 후의 가주들을 어떻게 지휘할 것인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잖아요."


베인이 환진의 정면에 우뚝 섰다.

"일단 그 어울리지도 않는 가면부터 벗고 이야기를 시작해봐요."

제인의 말에 환진이 웃으며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노란색 결정이 그의 몸을 감쌌다.

수억 개의 결정들이 환진의 육체를 휩쓸고 지나가자 순식간에 그 속에서 사뭇 다른 모습의 인물이 등장했다.


노란색의 머리를 찰랑거리며 푸른 동공을 가진 미남형의 남자가 등장했다.

아름다운 외모 속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느껴지지만 남자는 그 누구보다 고결하고 우아해 보였다.

제인이 속삭이듯이 진작 그럴 것이지-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곧 제인의 표정이 풀리며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오랜만이에요, 황혼의 수호자."


세계 8대 귀족 가문 빌렉빅토르 가의 가주.

신의 사자 - 빌렉빅토르 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3 레퀴엠(153) 23.12.13 20 1 12쪽
152 레퀴엠(152) 23.12.12 20 1 11쪽
151 레퀴엠(151) 23.12.11 21 1 12쪽
150 레퀴엠(150) 23.12.10 22 1 11쪽
149 레퀴엠(149) 23.12.09 20 1 11쪽
148 레퀴엠(148) 23.12.09 22 1 11쪽
147 레퀴엠(147) 23.12.08 22 1 11쪽
146 레퀴엠(145) 23.12.07 22 1 11쪽
145 레퀴엠(145) 23.12.06 21 1 12쪽
144 레퀴엠(144) 23.12.06 23 1 11쪽
143 레퀴엠(143) 23.12.05 20 1 12쪽
142 레퀴엠(142) 23.12.04 23 1 12쪽
141 레퀴엠(141) 23.12.03 21 1 12쪽
140 레퀴엠(140) 23.12.02 24 1 12쪽
139 레퀴엠(139) 23.12.01 24 1 12쪽
138 레퀴엠(138) 23.11.30 20 1 11쪽
137 레퀴엠(137) 23.11.29 24 1 11쪽
136 레퀴엠(136) 23.11.28 20 1 11쪽
135 레퀴엠(135) 23.11.27 24 1 12쪽
134 레퀴엠(134) 23.11.26 24 1 12쪽
133 레퀴엠(133) 23.11.25 22 1 11쪽
132 레퀴엠(132) 23.11.24 25 1 12쪽
131 레퀴엠(131) 23.11.23 23 1 11쪽
» 레퀴엠(130) 23.11.22 26 1 11쪽
129 레퀴엠(129) 23.11.20 26 1 12쪽
128 레퀴엠(128) 23.11.19 22 1 12쪽
127 레퀴엠(127) 23.11.18 25 1 12쪽
126 레퀴엠(126) 23.11.17 24 1 12쪽
125 레퀴엠(125) 23.11.16 23 1 12쪽
124 레퀴엠(124) 23.11.15 2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