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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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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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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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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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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퀴엠(134)

DUMMY

Episode 133 - 작전 개시



칙- 치익-!

하나가 왼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라이터를 켰다.

"아, 왜 이래? 어디서 갑자기 바람이 부는 거지?"

그녀는 휘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에 한쪽 눈을 질끈 감았다.

빨간 불빛이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점처럼 빛났다.


"후우."

담배를 흡입하자 평온한 느낌이 몸의 불안함을 없애주었다.

"저도 하나만 주실 수 있나요?"

어느샌가 소리 없이 다가온 가민이 웃으며 손을 뻗었다.

하나는 가민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너, 담배 끊었다면서?"


"에이, 오늘은 좀 봐주세요. 안 그래도 큰 사건 때문에 골머리만 썩고 있는데 이 정도는 양보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펴라 펴."

하나가 못이기는 척 담배곽을 열었다.

가민은 감탄사를 뱉으며 그녀의 담배를 하나 집었다.

"후우, 힘들죠?"


"응? 나 말이야?"

하나가 검지로 본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 지휘부대장님이요."

하지만 그녀는 가민의 말을 애써 부정했다.

"아니, 전혀. 오히려 기분 좋은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허물을 벗고 다시 올 수 있었다는 게."


그러나 그 웃음 속에서 인위적인 표정이 금방 드러났다.

가민은 담배 연기를 뱉으며 나지막하게 거짓말- 이라 말했다.

이미 하나의 눈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되고 있었다.

"그렇게 티나냐?"

하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가민이 말을 더듬거렸다.

"ㄴ, 네? 아 뭐, 조금?"


본인도 느끼고 있는 것인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은 존나게 불안하다. 이미 말로는 얼마나 강한지 들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는 해."

하나는 다 피운 담배를 다시 곽 안에 넣으며 또 한 개비를 더 꺼냈다.

"그거 아냐, 가민아? 강적을 만났을 때 제일 무서운 건 붙고 난 후가 아닌 그 전이라는 거."


"하지만 그 말인 즉슨, 한번 경험해본다면 두려움이 줄어든다는 뜻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매우 단편적인 대답이었다.

"코인은 하나 뿐이야, 이 멍충아."

만약 윤 설의 구출 작전을 실패한다면 죽음이 닥쳐오는 쪽은 자신들 쪽일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에게 조금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이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됐을까?"

가민은 그 말을 듣고는 현실을 알려주었다.

"조금으로 좁힐 수 있는 격차가 아니던데요?"

이미 그들과 붙어본 이의 소감이었으니 가민의 말은 절대적일 확률이 크다.


"그래도 열심히 해볼게."

"뭐 하나 제대로 도와줄 수가 없어서 미안하긴 하네요."

가민은 본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작전에서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가슴의 응어리처럼 쌓여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다 가봤자 좋을 것도 없고, 설령 간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잖아."


하나하나가 다 맞는 말이었지만 그 대답이 꽤나 서러웠다.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은 도움조차 줄 수 없다는 사실.

"난 이만 들어가 봐야겠다, 너도 얼른 가서 쉬어."

"같이 있어줄까요?"

가민의 물음에 하나가 움찔했다.

"뭐래, 괜찮으니까 넌 네 할일이나 하세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하나였지만 이미 속마음이 다 들릴 정도의 얼굴이 보였다.

가민은 하나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혼자 밤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


두 번째 지구 아펠리온.

공중 범선 굽어가는 메부리코.


"하, 어째서......!"

긴톨이 바닥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윤 설을 바라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발을 휘둘렀다.

"이게 뭐하는 짓이냔 말이야!!"

빡-!!


긴톨의 검은 군화가 윤 설의 복부를 가격했다.

"커헉!!!"

사이보그 프로그램의 스파크 현상이 일어나며 윤 설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으으으으!!"

제대로 된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통증이 격하게 느껴지자 그녀는 몸을 웅크렸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셀리나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리븐에게 말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대장? 제일 최신화 프로그램을 삽입시켰는데 잠식되는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수가....."

리븐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그램 자체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을 텐데."


셀리나의 말을 듣고는 리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윤 설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비켜라, 긴톨."

"아, 알겠습니다."

리븐의 말투를 보아하니 꽤나 열이 받은 모양이었다.

긴톨은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 멀리 떨어졌다.


"아십니까?"

토르메가 물었다.

리븐은 윤 설의 뒤덮인 머리칼을 넘기며 사이보그 프로그램을 살폈다.

가늘게 뜬 그의 동공에서 악마가 보였다.

"흠, 셀리나의 말처럼 프로그램 자체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있나 보군."


"문제라면 어떤?"

"아직 남아있는 내면의 자아가 사이보그 프로그램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쉽게 말해서 반항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로제츠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신기하네요, 지금까지 사이보그 프로그램을 씌웠던 이들은 아무리 길어봤자 3일 이내에 완전히 잠식되었었는데, 이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니, 그만큼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뜻이겠죠?"

리븐이 오른손에 검은색의 계수를 응집시켰다.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그것도 아무리 길어봐야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생명체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무얼 하시려는 겁니까?"

로제츠의 물음에 리븐이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떻게 하긴, 프로그램이나 세뇌로도 제대로 된 진전이 없다면 육체에 직접적인 통증을 줘야지."

말 그대로 고문을 행한다는 뜻이었다.

윤 설이 그 말에 눈을 번쩍 뜨며 젖먹던 힘을 짜냈다.


"우, 웃기지 마!"

그녀는 벌떡 일어선 뒤, 순식간에 광분을 터트렸다.

붉은 계수가 목적실 전체에 퍼지며 윤 설의 손에 조커가 생성되었다.

"멋있는 무기인데?"

긴톨은 붉은 기운이 뿜어지는 조커를 보고는 감탄을 보냈다.


"하아아압!!"

윤 설은 조커를 휘둘렀다.

노리는 것은 정확하게도 리븐의 목.

'어차피 맞추면 치명상이다, 제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목을 잘린다면......!'

조커가 그의 목에 닿기 직전, 리븐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는 계수가 응축된 주먹을 그대로 펼쳐 손날을 위에서 아래로 찍었다.


콰직-!

리븐의 공격이 조커의 칼날에 맞닿자 그대로 산산조각나며 부러졌다.

윤 설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마, 말도 안되는......!"

리븐이 뒷걸음질치는 윤 설에게 다가가 충격파를 날렸다.

퍼어어엉!!!

파동이 가로 방향으로 뻗어지며 윤 설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갔다.


샤라라라라락.

바닥에서 솟아나는 검은 가시가 윤 설의 몸을 감쌌다.

팔과 다리, 복부 쪽이 완전히 묶인 그녀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아직도 날뛸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긴 하군."

리븐이 윤 설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게다가 헥토마 펑션의 힘까지 들이밀다니,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버틸 생각이지?"


"투!!!"

윤 설이 리븐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헬 파이브의 맴버들은 다들 놀란 듯 몸을 움찔거렸다.

"아, 아닛 저 미친!!"

긴톨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 설은 그 상황에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리븐에게 욕짓거리를 뱉었다.


"헤헤, 웃기고 있네. 내가 너희 같은 녀석들에게 당할 것 같냐? 두고 봐라,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니까."

리븐은 손수건을 꺼내 얼굴의 침을 닦았다.

"그 용기는 꽤나 가상하다만......"

리븐이 윤 설의 얼굴을 잡았다.

그는 어두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윤 설에게 말했다.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이런 외딴 곳에서 구조되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네 힘으로 우리 전부와 맞서 싸워 이길 것인가. 그 무엇도 너에게 있어 좋은 선택지는 아닌 것 같은데."

윤 설은 입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반항해보고 싶었지만 몸이 묶여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리븐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 범선 안에 쥐새끼라도 숨어있다면 너를 구하러 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 죽게 될 테니까."

선고처럼 들리는 그 말에 윤 설의 몸이 떨렸다.


리븐은 그녀를 묶고 있던 가시를 풀어 소멸시켰다.

윤 설의 육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털썩- 소리를 냈다.

"그것 또한 재미있겠군, 죽어가는 네 년의 동료들을 본인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오케스트라의 의미가 아니겠나?"

리븐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목적실의 밖으로 나갔다.


"잘 감시해라, 만약 허튼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너희에게 책임을 물을 테니."

""옙, 알겠습니다!!""

리븐의 단호한 충고에 헬 파이브 단원들이 소리쳤다.


------


다음 날 AM. 07 : 05.

백조전대 회의실.

정예 맴버들이 모두 회의실에 모였다.

진명은 모인 인원들을 체크하며 들고 있던 제작 아이템을 입었다.

따가운 느낌이 연신 발현되었지만 곧 잠잠해졌다.

최정혁, 백화람, 하진명, 조하나, 도민호, 이즈웰.


여섯 명의 백조 원정대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바라보았다.

"잘 잤나?"

그러나 진명의 말이 무색하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 또한 바보같은 일이었다.

잘 잤을 리가 없으니까.

진명이 바로 옆에 서 있는 민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무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진명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무섭냐?"

"에, 네? 아니요,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그 말이 거짓이라는 건 지나가는 여섯 살짜리 꼬마아이도 알 것이다.

"지휘부대장님, 인피니티 텔레포트를 꺼내 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화람이 천으로 감싼 아이템을 꺼냈다.

영롱한 푸른빛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진명이 심호흡을 하며 아이템 위에 손을 얹었다.

"후우, 다들 손 올려."

여섯 명의 맴버들이 모두 텔레포트 아이템에 손을 얹자 제인이 등장했다.

"아이고, 이제 출발하는 거야?"


"여긴 또 왜 왔어?"

화람의 물음에 제인이 배시시 웃으며 두 손을 모았다.

"당연히 응원해주러 왔지, 이제 전쟁터에 나갈 전사들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꽤나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제인이 화람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잘 하고 와,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벗어나고 기다릴 테니까."


그 말에 화람이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내가 죽을 거라고 넌 생각이나 해봤어?"

제인이 대답을 머뭇거리다가 시선을 피했다.

"조, 조금은?"

'아오, 저 쥐같은 놈이 진짜.'

"시간 없습니다, 지금 빨리 출발하도록 하죠."


화람이 진명의 말에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하, 그래."

천천히 떠올려보는 범선.

그리고 사진으로만 봤던 51층.

결정이 요동치며 흩어지기 시작한다.

모두의 몸을 감싸며 드디어 텔레포트 아이템이 발동되었다.


"잘 다녀와, 다들!"

제인의 인사와 함께 정예 맴버 여섯 명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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