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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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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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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11.2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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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33)

DUMMY

Episode 132 - D - 1



"저기요....., 저기요!"

리셸이 소리치자 제페토가 몸을 움찔거렸다.

"아, 그래. 왜 불렀나?"

"아까부터 뭘 그렇게 정신을 놓고 계세요?"

"아, 아닐세. 그냥 좀 피곤해서 그런 거야."

리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그럼 푹 쉬세요, 어차피 지금 당장은 개입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다음에 다시 올게요."

그녀는 제페토의 방을 나섰다.

철컥.

문이 닫히고 정적이 찾아오자 제페토가 머리를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그는 연신 심호흡을 내뱉으며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젠장, 젠장!!"

아까 떠올린 과거의 기억 때문에 PTSD가 찾아오는 듯했다.

황야에서의 전투, 그리고 도저히 좁힐 수 없었던 윌과의 거리.

마치 직접 과거로 돌아가 그 장면을 목도하듯, 세세한 장면들마저 모두 기억이 났다.


제페토가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손으로 내려쳤다.

"으아아아아아아!!!"

콰앙!!

목재 테이블이 절반으로 갈라지며 방 안에서 소음이 터져나왔다.

"두고 보자, 그 잘난 면상을 언젠가는 꼭 부숴줄테니."


------


백조전대 회의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혁이 문을 열어 몸을 숙였다.

"잘 주무셨습니까?"

진명은 들어온 화람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그래, 잘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깼다."


정혁이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분명 지휘부대장님께서 두 시간만 잔다고 하셨잖......"

"자, 그럼 시작해볼까?"

화람은 정혁의 말을 무시하며 빈 좌석에 앉았다.

"음, 그나저나 제인은 안 왔어?"

화람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음, 안 온 것 같은데요? 지휘부대장님이 주무신 뒤로는 저도 본 적이 없어서."

"이 자식도 자고 있는 거 아니야?"

"근데 뭐, 회의에 대해서 꼭 그 분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죠, 저희끼리라도 먼저 시작합시다."

민호의 말에 화람이 일어서서 숨기고 있던 아이템을 꺼냈다.


"자, 이게 바로 주덕광씨 에게서 받아온 범선 침투 아이템, 인피니티 텔레포트야."

푸른빛의 영롱함이 모두의 눈에 들어오자 이곳 저곳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와, 이게 바로?"

"진짜 화려한데요?"

"그림에서 보던 것보다 더 예쁘네."


간부진들은 모두 홀린 듯 아이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람은 고개를 저으며 얇은 천으로 텔레포트를 덮었다.

"직접 사용해봤는데 다행히 작동은 잘 되고, 쿨타임 상태에 대한 조언도 받아놨어. 그러니 따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렇다면 아이템에 대한 설명은 지휘부대장님께서 들었으니 보관 역시 맡아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진명의 말에 화람이 동의했다.

"그래, 그러는 게 좋지."

"그리고 두 번째 아이템 말인데요."

하나가 말을 시작했다.

"듣기로는 제작이 거의 다 끝나가는 상황이라 하더군요, 준비만 된다면 당장 내일 범선에 침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선택권은 없어요, 제한 시간은 설이 누나가 온전히 잠식되는 시간. 길어봤자 이제 단 6일이에요, 그 전에 어떻게든 누나를 구출해내야 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고 짧은 시간이었다.

아니, 어쩌면 코인은 애초부터 단 하나이기에 시간과는 별 상관이 없을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아르마딜로 작전을 위해 그 아이템이 빨리 완성되어야 하는데."

하나가 초조한 듯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 아이고, 정말 더럽게 재촉하네.

'왔나?'

허공에서 제인이 나타났다.

"이틀 정도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줬는데도 그렇게 보채면 어떡해."


그녀는 투덜거리는 말투로 하나를 노려보았다.

하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해했다.

"아, 여기 계셨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제인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구를 생성했다.

"으이그, 자!"

그녀는 여섯 개의 구를 정예 맴버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이게 뭐에요?"

진명이 묻자 제인이 손가락을 딱- 쳤다.

"딱 보면 알잖아, 너희가 부탁한 거야. 구를 손에 잡고 힘을 줘 봐."

정예 맴버들은 제인이 시킨 대로 구를 잡았다.

그러자, 손에서 하얀 빛이 새어나오며 결정들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커다란 옷이 튀어나왔다.


거의 유사 갑옷 같은 브라운 색의 복장이 모두의 눈에 들어오자 간부진들이 수군거렸다.

정혁이 옷을 잡고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와, 이게 바로 라탄 재질로 만든 옷이에요?"

"맞아요."

그의 귓가에 소름 돋을 정도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왁, 깜짝이야!"

정혁의 몸이 뒤로 나자빠졌다.

그는 자신을 웃으며 내려보고 있는 로자리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안녕, 잘 지냈니?"

뜻밖의 인물이 눈에 들어오자 정혁이 놀랐다.

"에, 엥? 여기는 언제 오신 거에요?"


정혁이 질문을 하며 넘어진 몸을 일으켰다.

로자리아는 검지를 아랫 입술에 얹으며 생각하다가 손가락 두 개를 들었다.

"음, 두 시간 전?"

"두, 두 시간 전이요? 그럼 그 시간 동안 지금까지 어디에서 숨어있던......."

"숨어있던 게 아니라 혼란을 없애기 위해 모습을 감추고 있던 거라고 해줘."


'그게 그거잖아요.'

로자리아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아이템을 들어보였다.

"키야, 이거 뭐야? 너무 잘 만들었는데? 누군지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을 정도네."

자화자찬이 수준급이었다.

정혁이 일어나 옷의 질감을 만져보았다.


"근데 말씀하신 것과는 다르게 일반 옷처럼 매끄럽네요."

"보기에는 그래 보이지,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달라. 이거 한번 들고 있어 볼래?"

로자리아는 정혁에게 옷을 건넨 후 저 멀리 떨어졌다.

그렇게 10여 미터쯤 떨어진 로자리아가 정혁에게 말했다.

"그 옷을 펼쳐서 들어봐."


"이렇게요?"

완전 빨랫대에 걸려 있는 모습처럼 옷을 들자 로자리아가 곧장 계수 뭉치를 쏘았다.

파아아아앙-!!!

"우와아아아악!!!"

정혁은 놀란 듯 눈을 질끈 감았지만 로자리아의 공격은 옷의 방어력에 가로막혔다.


파지지지지지직!!!

스파크가 튀김과 동시에 계수와 맞닿은 옷의 표면에서 파도처럼 흐물거리는 방어벽이 생성되었다.

정혁은 신기한 듯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와, 이게 어떻게 가능한......"

로자리아가 공격을 멈추고는 다시 다가와 옷을 집었다.


"자, 모두 잘 봐. 겉보기에는 굉장히 평범해 보이지만 라탄이라는 특수한 재질을 사용함과 더불어 내 특수한 스킬이 접합된 아이템이야. 그렇기에 아까처럼 간단한 공격 정도는 손쉽게 방어할 수 있는 거고."

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보기에는 그저 조금 비싸보이는 옷에 불과한 외관인데 실상은 방어력이 굉장히 특화된 특이 재질의 아이템이라니.


"제인, 여기에다가 그 심야 장막과 똑같은 재질의 암계를 투여해봐."

로자리아의 말에 제인이 곧장 다가와 구 뭉치를 옷에 스며들게 했다.

지지지지지직-!!

검은색의 스파크 현상이 일어나고 얼마 뒤, 전기의 흐름이 잠잠해졌다.


로자리아는 그 옷을 면밀히 살피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자, 여기. 이제 입어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정혁을 향해 옷을 건넸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심야의 암계를 절반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통증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때.


정혁은 그 생각이 떠올랐는지 잠시 동안 망설였다.

"지금 여기에 스며든 암계의 농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응? 정확하게 심야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지."

"그 말인 즉슨, 저번에 받아들였던 농도보다 훨씬 짙다는 이야기죠?"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약간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몰려왔지만 정혁은 눈을 질끈 감고 옷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두 팔을 각 왼쪽 오른쪽에 집어넣자, 조금 따끔한 감촉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 이제 오는 건가?"

이제 슬슬 입질이 온다 느껴질 때, 따가운 감촉이 사라짐과 동시에 작은 스파크 현상이 소멸했다.


정혁이 감은 눈을 천천히 떴다.

그의 눈앞에 로자리아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어때, 지금도 그때처럼 아파?"

정혁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픈 것은 물론이고 조금의 불편함마저 없었다.

정말 이 옷에 암계가 스며들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요, 전혀 아프지 않아요. 오히려 너무 아무 느낌이 없어서 이상한 정도랄까요?"

특이 재질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실상은 기본적인 옷일 뿐인데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일 수가 있다니.

어찌 보면 아르마딜로 작전을 생각해낸 하나가 내심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제대로 스며들었나 확인은 해봐야지."

로자리아가 옷의 겉표면에 암계의 작은 결정을 툭 떨어트렸다.

파지직-!

검은색의 스파크가 약간 튀어나오며 따가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을 정도.

"음, 좋은데? 정확히 장막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 스며들어 있네."


"그런데도 이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것을 보면 괜찮은 것 같지?"

제인이 로자리아의 소매를 잡았다.

"응, 그런 것 같아. 다행이네, 혹여나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네가 실수를 할 리가 없지."

제인이 로자리아를 칭찬했다.


"그런 칭찬은 안 해줘도 돼, 빨리 가서 나머지 사람들 옷에도 작업 좀 부탁할게."

"오케이!!"

제인이 얼른 다가가 정예 맴버들의 옷에 암계를 흘려 넣었다.

"이상있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바로 얘기해."


"전 이상 없습니다."

"저도요."

"저도 이상 없어요."

모두의 답변을 받은 로자리아가 흐뭇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좋은데? 이렇게 완벽할 줄이야."

"그럼 이제 아이템도 완성이 됐고, 루트도 어느 정도 정했으니."

"출발해야지."


이제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남은 시간은 단 6일.

그러나 코인은 단 하나.

첫 끝발이 개 끝발이 된다면 그대로 죽을 확률이 높은 싸움.

진명이 시계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일단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대로 곧바로 회의실로 모이도록 하자."


"그리고......"

"출발해야지, 설이를 구하러. 기상 시간은 7시, 그때까지 정예 맴버들은 회의실에 모여 곧바로 범선으로 침투한다."

현재 시각 PM. 08 : 40.

범선 침투 시각 AM. 07 : 00.

대략 10시간 20분 뒤.

정혁이 둘러보니 꽤나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전대장인 진명도, 적호학사관의 백화람도.

다시 돌아온 조하나와 1지휘대의 지휘관인 도민호.

그리고 학방의 용병, 이즈웰까지.

강적인 헬 파이브를 상대로 잘 해낼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 이상의 맴버를 짜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 그럼 여기까지 하고 다들 내일 아침에 보자."

"우리가 죽을지 쟤네가 죽을 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지."

그렇게 다짐의 마지막 밤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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