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2,009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2.03 19:39
조회
21
추천
1
글자
12쪽

레퀴엠(141)

DUMMY

Episode 140 - 범선 침투 7



굽어가는 메부리코 50F.

최정혁 이즈웰 사이드.

거대한 벽 사이로 드러나 있는 검은 통로.

최정혁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리를 움직여 그 속으로 들어갔다.

"최정혁씨,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별 일 없을 겁니다."


그 말이 어찌나 불안했는지 이즈웰의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

곧 검은 통로 안으로 정혁이 사라졌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난 뒤, 통로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습니다, 이즈웰씨. 들어오셔도 될 것 같아요."

이즈웰이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히 통로를 향해 몸을 들였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겨울과도 같은 싸늘함이 몸을 스치고 지나감과 동시에 저 멀리서 환한 빛이 들어왔다.

"이즈웰씨, 여기에요."

정혁의 손짓이 보였다.

그는 계수를 허공에 띄운 채 어두운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이즈웰이 천천히 정혁에게로 다가갔다.

왠지 으스스한 느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마치 귀신의 집이라도 들어온 느낌.

당장이라도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감이 조성되었다.

"천천히 저를 따라오세요."

정혁이 그렇게 말하며 어두운 통로를 천천히 걸었다.


터벅터벅-.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통로 속에서 그들의 발소리만 울려퍼졌다.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며 혹여나 나타날 이상에 대비하기 위해 조심히 행동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조짐이 없는 상황.


정적 속에서 정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처음부터 동의를 하신 건가요?"

"예?"

"상대가 헬 파이브임을 알면서도 저희와 동행을 결정하셨잖아요."

"아....., 그렇죠."

이즈웰은 그의 질문 의사가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학방의 맴버라지만 이름 있는 강적을 상대로 고민 없이 따라와준 이즈웰애 의문을 가진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이즈웰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고민에 잠겼다.

"음, 딱히 이유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달아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이유가 없다니.

이즈웰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실, 이유라면 하나가 있긴 하죠."

"뭡니까?"

정혁의 질문에 이즈웰이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도저히 입밖으로 꺼내기 힘든 말이었다.

이즈웰은 속으로 로자리아를 떠올렸다.

비록 알고 지낸지는 얼마 되지 않은 사이였지만.

그녀는 충분히 이즈웰의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외모였다.

어렴풋이 계속 생각나는 그 얼굴.


이즈웰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흐음, 수상한데요?"

반 농담식으로 말하고 있는 정혁이었지만 이유가 궁금한 것은 사실.

"나중에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홍조빛 가득한 얼굴을 숨긴 채로 이즈웰이 중얼거렸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어두운 공간 속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진동이 일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두 사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뭐, 뭐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당황스러움이 얼굴에 드러났다.

마치 통로의 벽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정혁은 재빠르게 자세를 낮추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일이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정혁은 분명 평범한 일은 아닐 것이라 확신했다.

계수를 옆으로 비춰보니 확연히 철의 벽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좀 많이 불안한데요?"

그 불안함은 곧바로 현실이 되었다.


한 10분 정도 벽의 이동이 지속된 후에 그들 앞에 철의 문이 등장했다.

쾅-!!!!

철문의 정중앙에 적혀져 있는 글씨.

OPEN.

정말이지 함정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등을 돌려보아도 보이는 것은 암흑 뿐.


아니, 이제는 아예 그들을 막고 있는 벽이 등장했다.

"완전히 갇혀버린 것 같은데요."

이즈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 가지 확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들킨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사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정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했다.

이즈웰은 쳐다보니 이미 그 역시도 상황을 인지한 듯 태연해 보였다.

사실 억지로 불안함을 숨기고 있는 표정이었지만.

"갈까요?"

정혁의 짧은 물음에 이즈웰이 웃으며 말했다.

"네."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면 앞을 뚫고 나아가라.

과거 로자리아의 조언 중 하나였다.

"열어주십쇼."

이즈웰의 결심 가득한 목소리에 정혁이 웃으며 문고리를 잡았다.

"가봅시다."

차가운 감촉의 고리를 돌리자 끼이이익- 소리와 함께 새하얀 빛이 세어나왔다.


긴장감을 잔뜩 품은 채로 두 사람은 문 너머의 풍경과 마주했다.

촤아아아아아아아-!

새들이 날아다니는 진풍경과 함께 아름다운 초원이 등장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 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


분명 이런 느낌의 공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고 있는 풍경은 눈을 의심하게 했다.

"이건 도대체 어디죠?"

이즈웰이 물었다.

그러나 정혁 또한 당연히 어디인지 알 수가 없을 터.

"저도 모르겠어요."


당장이라도 동물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초원.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우뚝 솟아있는 나무들.

그리고 당장 코를 스치는 풀의 내음까지.

완벽할 정도의 초원.


공중 범선 굽어가는 메부리코 ??F.

천상으로 가는 길.


등 뒤를 돌아보자 그 차가웠던 철문마저 사라져 있었다.

"말도 안되네요, 이런 풍경 역시 설계도에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이즈웰은 상체를 굽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풀을 어루만졌다.

감촉마저도 진짜였다.

정혁은 미간을 좁히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


과연 이게 진짜일까,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절로 들었다.

아까까지 두 사람이 지나온 철문마저도 사라진 곳.

정혁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허공에 손을 휘적거렸다.

아주 빠르게.

무언가가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이즈웰은 그런 정혁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혁씨,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이즈웰이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에 집중할 뿐.

정혁은 이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저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그렇게 몇 초 정도를 반복했을 때쯤.

툭.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정혁은 손의 감촉이 느껴진 방향으로 눈을 떴다.

그곳은 허공.

절대로 감촉이 느껴질 수 없는 지점이었다.


'하아, 그런 거구만.'

정혁은 몸에서 노란색의 계수를 발현시켰다.

"최정혁씨?"

이즈웰의 말에 정혁이 월광도를 생성시켰다.

밝게 빛나는 뾰족한 칼날과 더불어 월광도가 정혁의 손에 잡혔다.

"잠시만 비켜주세요."


그의 말에 반자동적으로 이즈웰이 뒷걸음질쳤다.

"그렇지, 애초에 말이 안 되지."

지이이이이이잉-!

월광도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노란빛의 계수 결정들이 검의 주위에 흩날렸다.

정혁은 두 손으로 월광도를 잡은 채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애초에 이런 비인류적인 공중 범선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존재한다는 게."

촤아아아아아아악-!

월광도를 휘두름과 동시에 노란빛의 참격이 직선으로 쏘아지며 대지를 갈랐다.

콰콰콰쾨콰콰-!!!


이윽고 참격이 어느 지점에서 멈추며 소멸했다.

촤악-!

공간의 갈라짐이 눈에 보였다.

갈라진 공간의 틈 사이로 어두운 배경이 등장하며 곧 아름답던 초원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윽!"

쿠구구구구구구구.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흔들림이었다.


"자, 이제 모습을 드러내. 이런 같잖은 수로는 나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정혁의 부름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초원의 대지에서 붉은색의 액체가 솟아났다.

주르르륵.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것을 보아 혈흔인 듯했다.

이즈웰이 절로 코를 막았다.


"윽, 이 피들은 도대체!"

솟아난 나무의 잎들이 하나 둘 씩 떨어지며 밝은 하늘이 금새 어두워졌다.

정혁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은 두려웠다.

이제 정말로 그들과 마주할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니까.


"이즈웰씨, 준비하세요."

물론 이즈웰 역시도 그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터.

정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그는 준비를 마친 뒤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다짐은 끝났습니다."

"네, 그럼 괴물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쿠구구구구구구구.


어두워진 하늘에서 거대한 금이 가기 시작하며 곧 깨진 파편들처럼 분해되었다.

콰지지지지지직-!

몇 초 지나지 않아 환영이 사라졌다.

그리고 등장한 광경은 가히 놀라웠다.

눈에 보이는 푸른 하늘과 함께 공중 5미터 위에 위치한 공중 옥좌.


정확하게 다섯 자리였다.

그리고 그 좌석의 정중앙에 앉아 있는 백발의 남자.

이즈웰이 보여준 몽타주에서 보았던 사람이었다.

정혁이 나지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리븐......, 렉."

리븐은 잠깐 놀란 듯 동공을 약간 키웠다.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정보력이 대단하군. 아니지......."

리븐의 시선이 옆에 있는 이즈웰에게로 옮겨졌다.

"사실 누구의 정보력인지는 딱 봐도 알겠지만."

이즈웰이 리븐을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경멸과 증오가 가득했다.

리븐이 얼굴을 앞으로 빼며 이즈웰을 향해 웃어보였다.


"학방의 맴버인가?"

그의 물음에 이즈웰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걸 어떻게.......!"

"모를 리가 없지, 너희 반대파가 우리를 조사할 동안 우리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리븐은 마치 이즈웰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정보력이 능한 이들이 너희 쪽에만 있다고 생각했나, 참으로 웃기는 군. 뇌 굴러가는 속도가 느린 것은 그 반대파의 특징이라도 되는 건가?"

이즈웰이 아랫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멋대로 아는 척하지 마라."

굉장히 용기 넘치는 발언에 리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왜 천상으로 가는 길이라 불리우는 줄 아나?"

대뜸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리븐에게 정혁이 말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 너의 목적은 이 범선에 침입한 우리를 잡으려는 거잖아. 잔말 말고 내려와서 싸울 준비나 해."

"아니, 그렇게 급하면 안되지. 너희들을 잡을 것은 확실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도대체 무슨 수작이지?'

쿠구구구구구구구.

곧 엄청난 굉음이 들리며 저 멀리 구름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리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보아라, 저것이 바로 너희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완전히 붕괴시켜 버릴 수 있는 거대 함선."


악마와도 같은 크기의 공중 범선이 등장하자 이즈웰과 정혁의 입이 저절로 벌려졌다.

지금 위치해 있는 범선보다 족히 열 배는 더 거대해 보였다.


- 살상 병기 DF - EYES, 굽어가는 메부리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3 레퀴엠(153) 23.12.13 21 1 12쪽
152 레퀴엠(152) 23.12.12 21 1 11쪽
151 레퀴엠(151) 23.12.11 21 1 12쪽
150 레퀴엠(150) 23.12.10 22 1 11쪽
149 레퀴엠(149) 23.12.09 20 1 11쪽
148 레퀴엠(148) 23.12.09 22 1 11쪽
147 레퀴엠(147) 23.12.08 22 1 11쪽
146 레퀴엠(145) 23.12.07 22 1 11쪽
145 레퀴엠(145) 23.12.06 21 1 12쪽
144 레퀴엠(144) 23.12.06 23 1 11쪽
143 레퀴엠(143) 23.12.05 20 1 12쪽
142 레퀴엠(142) 23.12.04 23 1 12쪽
» 레퀴엠(141) 23.12.03 22 1 12쪽
140 레퀴엠(140) 23.12.02 24 1 12쪽
139 레퀴엠(139) 23.12.01 24 1 12쪽
138 레퀴엠(138) 23.11.30 20 1 11쪽
137 레퀴엠(137) 23.11.29 24 1 11쪽
136 레퀴엠(136) 23.11.28 20 1 11쪽
135 레퀴엠(135) 23.11.27 24 1 12쪽
134 레퀴엠(134) 23.11.26 25 1 12쪽
133 레퀴엠(133) 23.11.25 22 1 11쪽
132 레퀴엠(132) 23.11.24 26 1 12쪽
131 레퀴엠(131) 23.11.23 24 1 11쪽
130 레퀴엠(130) 23.11.22 26 1 11쪽
129 레퀴엠(129) 23.11.20 26 1 12쪽
128 레퀴엠(128) 23.11.19 22 1 12쪽
127 레퀴엠(127) 23.11.18 26 1 12쪽
126 레퀴엠(126) 23.11.17 25 1 12쪽
125 레퀴엠(125) 23.11.16 24 1 12쪽
124 레퀴엠(124) 23.11.15 2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