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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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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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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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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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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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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26)

DUMMY

Episode 125 - Alpha



사이보그 프로그램 Alpha - M.

세뇌된 이의 기억, 감정, 자아를 완전히 소멸시켜 프로그램의 의존에 따르게 만드는 무서운 제어 장치이다.

- 그래, 해봐야지.

윤 설은 그런 알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려 했다.

바로 죽음.


어차피 자아가 사라진다면 윤 설의 정신이 소멸한다는 의미였기에 산 채로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게다가 사이보그 프로그램의 폭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최악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 중에서도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집중해야 해.'

최대한의 정신력으로 프로그램을 방해해야 했다.

그렇게 되야만 육체의 조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파지지지지직-!

스파크 현상이 일어남과 동시에 엄청난 충돌이 일어났다.


자아를 꺼내고 싶어하는 윤 설과 봉인하고 싶은 알파의 대결.

윤 설은 그 어두운 공간에서 빛을 찾아 어떻게든 나가기 위해 애를 썼다.

사이보그 프로그램이 요동쳤다.

- Warning! Warning! Warning!

프로그램의 코어가 윤 설의 앞에 등장했다.


원형의 기계적인 모습과 더불어 붉은색의 구슬이 박혀있었다.

윤 설이 코어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 그만해! 날 가둬두지 말고 여기서 빨리 내보내 줘!!"

그러나 코어는 윤 설의 반항을 공격으로 되돌려주었다.

파지지지지직-!

정전기같은 소리와 함께 코어에서 번개가 흘러나왔다.


윤 설이 몸을 굴려 피했지만 이미 코어는 또 다른 공격을 시전하고 있는 상태.

번개가 그대로 윤 설에게 명중했다.

"크아아아아악!!!!"

고통의 한계가 다가왔다.

코어는 점점 윤 설의 숨통을 조여오듯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주변으로 튀어나가는 정전기가 공포스럽게 보였다.

윤 설이 아랫 입술을 꽉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

어차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맞서 싸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윤 설을 찾아온 이들 모두도 그녀를 구하기 위해 힘을 내며 싸우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그만 비켜......, 마지막 경고야."

윤 설은 아무런 근거 없는 경고를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이 버텨낼 수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코어와의 거리는 이제 5미터 남짓.


"비켜!!!!"

윤 설이 보기좋게 소리를 질렀지만 순순히 물러날 녀석이 아니었다.

코어에서 다시 한번 번개가 쏘아졌다.

이번에도 맞는다면 그것은 치명상이 될 터.

윤 설은 눈의 집중을 최대한으로 하여 번개를 피했다.


그리고는 앞으로 달렸다.

지그재그로 발을 옮기며 달리는 그녀의 모습에 코어가 마구잡이로 번개를 시전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이동 경로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윤 설의 발놀림.

얼마 뒤, 윤 설이 코어의 바로 앞에 다다랐다.


"멈춰어어어어!!!"

그녀는 양팔을 벌려 50센치미터가 넘짓한 코어를 끌어안았다.

품에 들어온 코어가 요동쳤다.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듯 원형의 몸을 이리저리 돌렸다.

하지만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힘을 주는 윤 설.


"안 놓칠 거야, 절대로!! 네가 공격을 멈출 때까지는 절대로 안 놓쳐!!"

파지지직-. 파지지직-.

스파크와 동시에 번개 공격이 시전되었다.

코어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윤 설에게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저, 절대 안놔줘!!!!"


그러나 고통을 꾹 참고 윤 설이 코어를 계속해서 붙잡아두었다.

번개의 엄청난 통증이 전신에 몰려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신력.

윤 설은 윤찬의 말을 생각하면서 고통을 참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펼쳤다.

"너도, 그래봤자 고작 기계니까 부숴질 거 아니야!"


긴박한 상황에서도 윤 설이 오른손에 계수를 응집하기 위해 집중을 다했다.

그렇게 조금씩 생성되던 붉은 계수가 어느 정도 뭉쳐졌다.

'아직은 아니야, 조금 더, 조금 더 뭉쳐져야 해.'

현실이 아닌 내면의 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계수를 모으는 것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게다가 이미 그녀의 체내 속에 흐르던 계수들은 폭주로 인해 거의 다 밖으로 빠져나간 상태.

'이걸로 되려나?!'

윤 설은 최대한으로 끌어모은 계수를 쳐다보았다.

'모르겠다, 해봐야지!!'

그녀는 있는 힘껏 주먹을 쥐며 끌어안은 코어를 쳤다.


콰아아아앙!!!

윤 설의 주먹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코어가 저 멀리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파지직- 파지직-

윤 설이 코어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몸의 체력은 한계에 도달했고 고통마저 느껴져 쓰러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 코어에게 완벽한 치명상은 입히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의 공격이 더 들어가야만 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코어가 상처를 입은 듯 움푹 파여있었다.

"그래, 그렇게 쓰러져 있어라."

윤 설이 오른손의 주먹을 들어 코어를 내려찍으려 했다.


지이이이이잉-!

순간 빈혈이라도 일어난 듯 머리가 아파왔다.

"윽!"

윤 설이 오른손으로 이마를 집으며 비틀거렸다.

"뭐, 뭐야 이건!"

한 번이면 되는데.

딱 한 번의 공격만 성사시키면 자아를 꺼낼 수 있는데.


어째서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걸까.

"X, X발......"

정신이 멍해짐과 동시에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잠이 들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육체의 욕구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늪처럼 다가왔다.

윤 설의 눈이 가늘어지며 바닥에 축 늘어졌다.


그리고 내면의 세계에 존재하던 그녀의 형체가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


촤라라라락!!!

콰과과광!!!

거침 없는 붉은 폭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혁이 반격하기 시작했다.

"에라이!!!"

그는 윤찬을 내려두고 노란색의 단단한 방어벽을 생성해 그를 보호했다.


그리고 앞으로 달렸다.

어깨가 축 늘어져 가시 공격만을 반복하고 있는 윤 설에게.

그녀는 마치 마약을 대량으로 투입한 인간인 듯 미동 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꽤나 소름끼치는 모습이었다.

"누나, 정신 차려!!"


정혁이 그녀의 얼굴에 한 방을 먹여주려는 찰나에.

붉은 가시가 넓게 펼쳐지며 정혁의 공격을 방어했다.

"이거, 젠장!!!"

정혁이 월광도를 발현시켜 넓게 펼쳐진 붉은 벽을 난도질했다.

촤라라라라락-!

그렇게 갈기갈기 찢어진 벽이 소멸하며 다시 윤 설이 나타났다.


하지만 누군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윤 설이 손을 펼쳐 정혁의 얼굴에 얹어 밀었다.

"으읍!!!"

중심을 잃고 쓰러진 정혁이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았다.

이미 그녀의 검은 동공은 사라진 상태.

"누, 누나, 읍!! 나 정혁이, 정혁이야!!"


그렇게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지는 무렵.

윤 설의 등 뒤에서 전신을 망토로 감춘 누군가가 등장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뒷목을 가격했다.

퍼엉-!!

계수를 담은 듯 울려퍼지는 충격음이 주변의 붉은 가시를 떨게 만들었다.


윤 설이 그대로 쓰러졌다.

털썩 몸이 엎어진 그녀를 어깨에 지고 남자가 정혁을 쳐다보았다.

망토가 휘날리며 남자의 손날이 정혁의 눈에 들어왔다.

굉장히 기계적인 모습이었다.

정혁은 조금 놀란 듯 얼굴도 채 보이지 않는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헤, 헬 파이브......?"


남자의 망토가 움찔거렸다.

그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정혁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순간에도 윤 설의 붉은 가시는 요동치고 있었다.

화람과 진명, 지태에게 연신 쏟아지는 공격이 이제는 정혁을 노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폭렬이 주변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남자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이쪽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혁이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소멸시켜야 해요!!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계수를 모아요!!"

정혁의 외침이 모두에게 닿았는지 그들은 가시를 피하면서도 체내의 계수를 조금씩 끌어내었다.


어설픈 양의 응집으로 턱도 없다는 것은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알고 있을 터.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 만큼 대용량을 응축시켜야 했다.

정혁 역시 이머젼시 토탈을 발동시킨 지금, 계수의 양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두가 지쳐있는 상태였다.

화람이 약간 둔해진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하자 정혁이 외쳤다.

"방어벽을 세우십쇼, 그럼 조금 더 편할 겁니다!"

"야, 그런 게 생각났으면 빨리빨리 말해줘야지!"

화람이 곧바로 원형의 방어벽을 생성해 전신을 감쌌다.


붉은 가시가 화람을 공격하기 위해 방어벽을 가격했지만 약간의 흔들림만 전해질 뿐, 버틸만 해보였다.

"좋아, 이러면!!"

그녀는 곧장 집중했다.

제아무리 버틸만 하더라도 방어벽 또한 오래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안에 최대한 많은 양의 계수를 축적해야 했다.


그렇게 30초가 지난 후.

"정혁아, 됐어!!"

화람의 목소리가 들리고 진명이 외쳤다.

"나도 다 됐다!!"

"저도요!!"

마지막으로 지태의 목소리가 들리고 난 후, 정혁이 외쳤다.


"땅에 꽂아요!!!"

혹여나 폭음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을까, 정혁은 젖먹던 힘까지 내뱉으며 소리를 질렀다.

다른 이들 역시, 정혁의 신호에 맞춰 대지를 향해 뭉친 계수를 박아넣었다.

순간.

지이이이이이잉-- 콰과과과광!!!!!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하늘로 거대한 버섯구름이 치솟았다.

그리고 연기 폭풍이 일행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엄청난 강풍에 모두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정혁의 몸이 날아가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몇십 초간 지속된 폭풍이 지나고 뿌연 안개가 주변을 덮어버렸다.


마치 핵폭탄이 도시를 덮친 듯한 모습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정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흔한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광경마저도.

그저 바닥을 채우고 있는 쓰러진 사람들의 육신 뿐.


정혁은 생각했다.

훗날 침략자들과 인간들의 전쟁이 크게 일어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라고.

끔찍했다.

다행히 죽은 이들은 보이지 않은 것 같지만 이 장면 자체가 소름이 끼쳤다.

정혁은 손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하얀색의 계수를 흩뿌려 주변을 정화시켰다.


조금이나마 주위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미 늑대전대의 건물은 반파가 된 상태였다.

오히려 다 무너지지 않은 게 기적일 정도의 파괴력이었으니.

화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다리를 비틀거리며 정혁에게로 다가왔다.

"지, 지휘부대장님. 괜찮으세요?"


정혁이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타박상 또한 꽤나 많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화람은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혁을 향해 웃어보였다.

"나, 난 괜찮아. 넌 어때?"

정혁은 화람에 비해 상처가 덜한 듯 보였다.

"저, 전 괜찮습니다."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엉망진창이었다.

달의 표면같은 원형의 타격점이 거대하게 생성되어 있었다.

화람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 와,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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